이주의 과학서로 꼽음직한 스티븐 실버판의 <뉴로트라이브>(알마)의 부제다. 정확히는 부제의 절반이다. 전체 부제는 ‘자폐증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 제목과 부제로는 독자가 한정될 듯싶지만 자폐증을 다룬 책으로는 최고라는 평판이다.

작고한 올리버 색스도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보기 드문 공감능력과 감수성으로 이 모든 역사를 넓고 깊게 그려낸다. 이 책을 읽는다면 자폐증에 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자폐증에 관한 갖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겠지만 여하튼 자폐증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도 하니까 한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몇년전인가 자폐증 관련서를 구한 적이 있는데 대개 전문서들이었다. 교양수준에서도 읽어볼 만한 책인 듯싶어 반갑다(저자는 의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다).

색스는 서문에서 자신의 책도 은근히 소개하고 있는데 회고록 <엉클 텅스텐>과 <화성의 인류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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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재미있는 분야는 아니지만 의무감으로 읽는 책이 ‘인류세‘를 주제로 한 책들이다. 최근에 나온 건 클라이브 해밀턴의 <인류세>(이상북스).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인간과 지구 시스템‘이 부제. 올여름에 실감하기도 했고, 지구촌의 이상기후는 앞으로 상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접하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가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점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구 시스템에 뭔가 근본적인 균열(변화)이 일어난 것인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 ‘인류세‘다(인류세에 진입함으로써 5만년후에 도래할 예정이었던 빙하기가 13만년 뒤로 늦춰졌다고 한다). 재미없다고 방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었다.

인류세라는 말은 인간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게 된 시대라는 뜻으로 폭넓게 쓰이기도 하는데 <인류세>의 강점은 매우 엄밀하게 정의하면서 그것이 함축하는 바를 성찰한다는 데 있다. ˝이 책은 45억 년 된 지구에 현생인류가 등장해 살아온 지 20만 년이 지나 역사상 현 시점, 즉 ‘인류세’(Anthropocene)에 도달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암중모색하는 책이다.˝

인류세를 다룬 책은 가이아 빈스의 <인류세의 모험>(곰출판)이나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문학동네) 등이 나와있고 기후변화를 다룬 몇몇 책들도 관련서로 분류할 수 있다. 조금 딱딱하게 쓰이긴 했지만 해밀턴의 <인류세>가 기본 개념과 문제에 대한 압축적인 소개를 제공하고 있어서 출발점으로 유용한다(예상컨대 관련서는 계속 나올 것이다). 지구 시스템 학자들은 현재의 추이가 비가역적이라는 데 생각이 일치하지만, 향후 몇십년간의 인류의 선택이 그 속도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그 책임을 떠안게 되는 시대다. 과연 그 책임을 제때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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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에 잠이 드는 바람에 밤 2시에 잠이 깨어 누워있다가 급기야는 3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빼서 읽기 시작했다. 아무책이라고는 하지만 지난주에 빼놓은 책들 가운데 하나로 밥 버먼의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예문아카이브)다. <바이오센트리즘>의 공저자이기도 하다는 건 지금에야 확인했는데, 여하튼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내지는 ‘속도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으로 꽤 흥미롭다. 동어반복인데 애초에 흥미로울 것 같아서 손에 든 책이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다.

강의차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다시 읽으며 ‘빅히스토리‘ 얘기를 곁들이려다 보니 자연스레 빅뱅과 우주론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거의 모든 것의 속도> 서두는 바로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에 관한 이야기다. 매우 비인간적인 속도를 주로 다루지만(광속의 절반이 넘는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천체들) 그런 사실을 발견하기까지의 과정 이야기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덕분에 우주팽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암흑에너지(대단한 에너지가 아니라 아직 모르는 에너지라는 의미라고)에 관한 책들도 장바구니에 넣었다(이미 구입한 책들도 있건만).

그러면서 한밤중에, 아니 새벽에 주문한 책은 데이비드 아이허의 <뉴 코스모스>(예문아카이브)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오마주이면서 업데이트 버전. 새삼 업데이트된 내용이 궁금해서 주문했고 당일배송을 기다리는 중이다. 평소에 읽기 어려운 역사서와 과학서들을 읽자니 방학 기분이 좀 나는 것도 같다. 그럴 여유가 있느냐는 마음 한쪽의 질타에 대해선 폭염에 이런 낙도 없으면 어떡하냐고 변명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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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과학서‘는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다.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이라는 부제가 책의 ‘스케일‘을 말해준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이자 산타페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복잡계 과학자.

˝다양한 학제간 연구 성과를 종합하여, 세포부터 생태계, 도시, 사회관계망과 기업까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성장과 혁신, 노화와 죽음을 지배하는 패턴과 원리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내는 책이다. 저자는 지난 25년의 괄목할 만한 연구를 종합하여, 자연법칙과 인간 문명의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개념 틀’을 제시한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단순하지만 심오한 방식으로 하나로 묶는 근본적 자연 법칙을 찾아나서는 흥미진진한 과학적 모험담이다.˝

여름밤에 읽을 만한 모험담으로도 유력하다. 원저는 펭귄판으로도 나왔는데 나는 일단 배송일이 빠른 판본으로 주문했다. 8월의 읽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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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25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밤에 읽을 만한 모험담이라는데
과학서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저에겐
읽는것 자체가 모험

로쟈 2018-07-25 21:34   좋아요 0 | URL
복잡한 수식만 안 나오면 괜찮습니다.^^

티모충 2018-08-01 10:38   좋아요 0 | URL
표현이 재미있네요. 복잡한 수식만 나오지 않으면 괜찮은 것은... 모든 수포자의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을수록 읽을 책이 많아지는 게 독서가의 역설이다. 책벌레의 역설로 바꾸면 먹으면 먹을수록 먹을 책이 많아진다(이건 좋은 건가?). 많아지는 것까지는 참아본다 해도 점점 불어나는 책값은 인내심을 시험한다.

오늘 배송받은 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바다출판사)만 하더라도 심호흡을 한번 해야 주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분야의 독자가 줄어든 탓인지 모르겠지만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를 염두에 두고 가격을 매긴 것이 아닌가 싶다(이 두권의 책값이 10만원을 넘어간다).

그렇더라도 필독 아이템이라는 게 문제. 과학적 회의주의자의 대표 선수라고 할 셔머가 과학이 도덕의 진보를 이끌었다고 강력하게 논증하는 책을 제쳐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핑커의 평은 이렇다. ˝이 책은 과학과 이성의 힘을 통해 우리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진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인간의 역사와 운명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는 긴장감 넘치고 매혹적인 책이다.˝

이에 견줄 만한 책으로 핑커의 신간 <이 시대의 계몽주의>도 번역되면 좋겠는데(원서는 몇달 전에 구입했다) 이 또한 분량이 만만치가 않아서(축약본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알라딘의 서지정보가 틀린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판본으로는 500쪽이 넘는다) 추세로 보아서는 4-5만원대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고 해야 할지, 염려된다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 도덕의 궤적을 보고 책값의 궤적을 떠올리는 것도 나름 합리적 이성의 활동이니 셔머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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