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읽을 책이 많아지는 게 독서가의 역설이다. 책벌레의 역설로 바꾸면 먹으면 먹을수록 먹을 책이 많아진다(이건 좋은 건가?). 많아지는 것까지는 참아본다 해도 점점 불어나는 책값은 인내심을 시험한다.

오늘 배송받은 마이클 셔머의 <도덕의 궤적>(바다출판사)만 하더라도 심호흡을 한번 해야 주문할 수 있는 책이다. 이 분야의 독자가 줄어든 탓인지 모르겠지만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를 염두에 두고 가격을 매긴 것이 아닌가 싶다(이 두권의 책값이 10만원을 넘어간다).

그렇더라도 필독 아이템이라는 게 문제. 과학적 회의주의자의 대표 선수라고 할 셔머가 과학이 도덕의 진보를 이끌었다고 강력하게 논증하는 책을 제쳐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핑커의 평은 이렇다. ˝이 책은 과학과 이성의 힘을 통해 우리가 도덕적으로 얼마나 진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인간의 역사와 운명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는 긴장감 넘치고 매혹적인 책이다.˝

이에 견줄 만한 책으로 핑커의 신간 <이 시대의 계몽주의>도 번역되면 좋겠는데(원서는 몇달 전에 구입했다) 이 또한 분량이 만만치가 않아서(축약본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알라딘의 서지정보가 틀린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판본으로는 500쪽이 넘는다) 추세로 보아서는 4-5만원대의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기대된다고 해야 할지, 염려된다고 해야 할지 헷갈린다. 도덕의 궤적을 보고 책값의 궤적을 떠올리는 것도 나름 합리적 이성의 활동이니 셔머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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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대니얼 리버먼의 <우리 몸 연대기>(웅진지식하우스)를 고른다. 제목과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대략 내용을 어림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 교수는 인간 몸의 구조와 기능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진화했는지 연구하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이다. 그는 우리가 직면한 건강 문제가 일종의 진화적 산물로, 혹독한 환경 아래서 생존과 번식에 적합하게 진화한 우리 몸이 풍요롭고 안락한 현대 문명과 만나 벌어지는 부적응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흥미진진하게 밝힌다.˝ 

몸의 적응과 부적응이란 주제에 대한 관심으로 주문해놓은 상태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엔도 히데키의 <인체, 진화의 실패작>(여문책)도 몸의 진화사를 다루고 있어서 같이 읽어볼 만하다. 진화에 대한 저자의 관점은 특별하거나 예외적이지 않다.

˝진화는 결코 계획적이거나 화려한 사건이 아니다. 몇 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온갖 시행착오와 설계변경을 거친 끝에 실패로 귀착되기도 하고 놀라운 성공을 거두기도 해온 우연의 산물이다.˝

몸의 진화 역시 그러하다. 더불어 최현석의 <교양으로 읽는 우리 몸 사전>(서해문집)도 말 그대로 사전인 만큼 손 가까이 두고 참고하면 좋겠다. 나는 어디에 두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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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진화심리학자 가운데 ‘로빈 던바‘도 내가 기억하는 이름이다. 리처드 도킨스만큼 널리 알려진 학자는 아니지만 사회성의 진화를 다룬 그의 책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고 더 소개되어도 좋다고 본다(대표적으로 <털 고르기, 뒷담화, 그리고 언어의 진화>가 내가 고대하는 책이다). 던바의 과학에세이 <던바의 수>(아르테)도 ‘묻지마 구매‘를 한 이유다.

이번 책의 부제는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관계의 메커니즘‘이다. ˝인류 조상에 대한 논쟁에서부터 성 선택론과 같은 진화론의 핵심 주제를 알기 쉽게 서술하는 한편, ‘던바의 법칙(던바의 수)’, ‘3배수의 법칙’, ‘사회적 뇌 가설’ 등 로빈 던바의 독창적인 연구 성과도 생생한 사례와 함께 보여 준다.˝ 과학교양 지수를 한껏 높여줄 수 있는 책. 제목의 ‘던바의 수‘는 무얼 가리키는가?

˝이따금 우리는 경이로운 인류 문화에 눈이 멀어 인간의 행동 양식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이 진화의 산물인지 간과하곤 한다. 우리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믿고, 감정적으로 호감을 느끼는 사람 수는 최대 150명이다. 그리고 이 수를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고 한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이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인간의 뇌가 그 이상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어떤 다른 종에 못지않게 진화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마케팅에서 결혼식과 장례식에 오는 사람을 대략 200명으로 어림하는데, 이 또한 던바의 수에 해당한다. 150-200명이 인간관계의 상한선이라는 것. 가끔 강의에서 언급하는 내용이기도 한데, 만약 그 이상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특별한 직종 종사자라고 봐야겠다(영업사원 같은). 물론 요즘은 SNS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지만 어느 규모 이상이 되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도 ‘던바의 수‘를 무시할 수 없게끔 한다. 우리의 진화적 본성 혹은 잔재가 궁금하다면 필독해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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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내용을 어림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확인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주의 과학서‘로 점찍은 게르트 레온하르트의 <신이 되려는 기술>(틔움출판)이다. 원제는 ‘기술 vs. 인간‘. 번역본 부제가 ‘위기의 휴머니티‘다.

˝저자는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쉽게 규정하거나, 파악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인간적 특성을 안드로니즘(andronism)이라 말한다. 창의성과 연민, 상호성과 책임성, 공감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런 특성은 기계의 놀라운 능력에 비하면 느리고, 허약하고, 비효율적으로 보여 자칫 무가치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가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가치라 주장한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으로 마크 오도넬의 <트랜스휴머니즘>(문학동네)도 책상에 오래 놓여 있다(원서도 구입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김영사)까지 가 닿는다. 안 그래도 여름에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강의할 일이 있는데 그 전에 <신이 되려는 기술>과 <트랜스휴머니즘>을 일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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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보가 있나 싶어서 주문한 책은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엘리자베스 블랙번이 공저한 <늙지 않는 비밀>(알에이치코리아)이다. ‘노벨의학상이 밝힌 더 젊게 오래 사는 텔로미어 효과‘가 부제(원제가 ‘텔로미어 효과‘다).

˝매일매일 섭취하는 음식과 운동, 수면, 사고 습관 등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텔로미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하며, 더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텔로미어란 말이 생소한 독자라면 다른 관련서도 참고할 수 있는데 사전적 정의로는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를 보호하는 핵산 서열로 세포분열시 길이가 짧아지기에 노화의 잣대로 간주된다. 세포분열의 카운터라고 보면되겠다. 우리의 생활습관이 이 텔로미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정확한 건 읽어봐야겠다.

제목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카운터를 정지시킬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늙지 읺는 비밀‘이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천천히 늙는 비밀‘이라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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