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로 커피와 함께 엊저녁에 사온 떡을 먹다 보니 주목하지 않고 흘려보냈던 책이 생각난다. 어제 펴본 <反자본 발전사전>(아카이브, 2010)의 뒷표지에도 소개돼 있어서 떠올리게 된 게리 폴 나브한의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아카이브, 2010)이다. 저자보다도 유명한 이는 책의 주인공인 러시아의 식량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 "20세기 과학계의 거인이자 진정한 세계주의자"(조효제)란 평가를 받는 학자다.   

  

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폴 나브한이 쓴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바빌로프가 20세기 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세계 5대륙을 누비며 식량의 씨앗을 찾아나선, 눈물겨운 일대기다. 그것도 도서관을 뒤져 찾아낸 자료나 관련 인물의 증언만을 바탕으로 구성한 단순 전기가 아니라 바빌로프가 탐사했던 지역을 거의 그대로 답사하면서 생동감 있게 엮은 노작이다. 바빌로프의 전기와 지은이의 여행기를 혼합한 독특한 형식이다.  

현대 작물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는 오늘날 세계 식물유전학자들의 영원한 영웅으로 숭모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 찾기와 동료 과학자의 질시에 맞서다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억울한 죽음으로 마감해야 했다. 지은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빌로프의 또 다른 영웅적인 모습, 환경과 사회정의를 위해 애쓴 운동가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준다.  



바빌로프는 전 세계 작물종자를 수집한 유일한 과학자이자 인류의 새로운 농법을 찾아 115차례의 원정을 감행한 탐험가나 다름없다. 바빌로프의 여정은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에서부터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르기까지 형언하기 힘들 만큼 험난했다. 바빌로프의 가장 큰 학문적 공헌은 과학 사상 처음으로 발견한 ‘다양성 중심지’ 이론이다. 문화다양성과 작물다양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깨달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인류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과업에서 농업생물다양성이 주춧돌에 해당한다고 처음 주장한 이도 바빌로프다. 그는 이런 신념 때문에 목숨까지 잃어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물 육종을 위해 바빌로프가 처음 고안하고 설립한 종자은행이 지구적 대재앙에 대비해 2008년 2월에 이르러 노르웨이 북극 지역에 생긴 사실이다. 여기엔 무려 200만종의 씨앗이 냉동 저장돼 있다.(경향신문)

 

개인적으론 스탈린시대의 악명 높은 생물학자 리센코(1898-1976)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는데, 바빌로프란 짝을 알지 못했다. 바빌로프를 쫓아낸 인물이 바로 리센코였던 것이다. 학문과 권력이란 주제와 관련해서 '리센코와 바빌로프'도 연구해볼 만한 테마다. 암튼 그런 부가적인 관심까지 갖게 되는데, 일단은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먼저 일독해봐야겠다. 잘 차려진 음식들을 대할 때마다 상기할 만한 제목이기도 하고...

11. 01. 30.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1-30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1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11-01-3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재미있겠어요. 원서 표지 예쁘네요~ (알록달록을 좋아해서;)
먹는걸 다룬 책이라니 바로 구입해야 할 듯 합니다 ^^;;;

로쟈 2011-02-01 13:41   좋아요 0 | URL
요리책은 바로바로 구입하시겠네요.^^

雨香 2011-02-0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서 소개해주신 <씨앗의 자연사>와 엮어서 읽어봐야 겠네요.

로쟈 2011-02-01 17:23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괜찮은 선택인데요...
 

내주에 설 연휴가 있어서인지 마음이 조금 들뜬 주말이다. 어차피 '방학중'이라 연휴가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서계획까지 세우려는 걸 보면 좀 미련한 것 아닌가란 생각도 들지만, '기분'에 따라 몇 권 골라놓는다.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인물과사상, 2010)이나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창비, 2011) 등 '장거리' 독서거리도 있지만, 일단은 만만하거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만 고르기로 한다. 두꺼운 책으론 레베카 코스타의 <지금, 경계선에서>(쌤앤파커스, 2011)와 마이클 에이더스의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산처럼, 2011), 그리고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그린비, 2011), 중간급으론 나인호의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비평사, 2011)와 이성민의 <사랑과 연합>(도서출판b, 2010), 얇은 책으론 바디우의 <사랑예찬>(길, 2010)과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의 <문자라는 증서>(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다. 거기에 소설을 덧붙이자면,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민음사, 2011)과 다시 나온 사드(싸드)의 <미덕의 불운>(열린책들, 2011), 그리고 러시아 작가 사샤 소콜로프의 <바보들을 위한 학교>(문학동네, 2010). 연휴를 맞아 자신이 불운하거나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리스트이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지금, 경계선에서- 오래된 믿음에 대한 낯선 통찰
레베카 코스타 지음, 장세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2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품절
기계, 인간의 척도가 되다- 과학, 기술, 그리고 서양 우위의 이데올로기
마이클 에이더스 지음, 김동광 옮김 / 산처럼 / 2011년 1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품절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
김항.이혜령 기획,인터뷰,정리 / 그린비 / 2011년 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개념사란 무엇인가-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나인호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1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1년 01월 29일에 저장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1-01-29 18:13   좋아요 0 | URL
"연휴를 맞아 자신이 불운하거나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리스트이다..."
저 말씀이신가요? ㅋㅋ
개인적으로는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의 <문자라는 증서>(문학과지성사, 2011)와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민음사, 2011)이 욕심나네요^^
고맙습니다^^

로쟈 2011-01-29 22:24   좋아요 0 | URL
사실 연휴에 책 몇 권 읽을 시간이 난다면 아주 불운하진 않은 거지요.^^; 연휴를 앞두고 눈에 띄는 책이 많이 나왔는데, 온라인 서점 배송은 모두 연휴 이후에나 가능해서 직접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2011-01-30 0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30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oftcell 2011-01-31 13:09   좋아요 0 | URL
연휴의 독서가 구성원간의 갈등을 통해 가정 불화로 거듭나는 일은 피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ㅋㅋㅋ

로쟈 2011-02-01 13:47   좋아요 0 | URL
다같이 읽으면 될 터인데요.^^;
 

신간 리뷰들을 보다가 발견한 '이주의 소설'은 리브카 갈첸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민음사, 2011)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런 제목의 소설이라니! 원제는 그보다는 약간 덜 놀라운데, 그냥 '대기 불안정(Atmospheric Disturbances)'이다(나는 거기에 덧붙여 'and other...'란 식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다. 확인해보니 전체 제목은 정말로 'Atmospheric Disturbances and Other Sad Meteorological Phenomena'이다!). 아무려나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한번 더 놀랍고, '모던 클래식'의 평판을 얻고 있다는 점도 역시 놀랍다. 독서욕을 강력하게 부추기는 소설이다.  

한국일보(11. 01. 29) 아내의 존재를 부정한 남편… 그녀 찾아 떠난 여정의 끝은 

"아내와 똑 같이 생긴 여자가 내 아파트로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는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는 진짜 아내일까, 가짜일까. 미국 작가 리브카 갈첸(35)의 <대기 불안정과 그 밖의 슬픈 기상현상들>이란 심상찮은 제목의 소설은 이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50대 정신분석의사 레오가 젊은 부인 레마를 가짜라고 믿고 진짜 부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1인칭 시점으로 그리고 있는 소설은 자못 기괴하면서 서늘하다. 레오는 정신분석학적, 물리학적, 기상학적 증거를 찾으며 부인이 가짜라고 확신하고, 이는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 하비의 실종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비는 왕립기상학회의 비밀요원으로 기상을 통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고 믿는 분열형 성격장애자로 책 제목처럼 기상학을 인간 심리의 메타포로 변주시키는 매개물이다.

레오는 부인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찾아가 장모를 만나선 레마 남편의 친구로 행세하며 자신이 몰랐던 레마의 과거를 만난다. '가짜 아내'가 레오를 찾아오지만 레오는 이를 피해 다시 남아메리카대륙 남쪽 끝 파타고니아로 떠난다.

소설은 레마의 실체에 대한 미스터리로 시작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레오의 눈을 통한 레마의 정보가 믿을 만하냐는 묘한 긴장감이 일어난다. 레오는"내게는 입원 경력이 없었고 정신 질환과 관련한 병력, 사회력, 가족력도 없었다"며 눙치지만, 차츰 레오의 일그러진 내면 세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레마를 찾아가는 여정은 결국 레오의 숨겨진 마음 속 비밀을 푸는 과정에 다름없다.

작가가 모티브를 얻은 것은 카그라스(Capgras) 증후군이다. 자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동물, 사물이 똑같이 생긴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고 믿는 망상이다. 소설은 젊고 매력적이며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부인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병들어 간 50대 남성의 고독과 불안 등 불안정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듯 보였던 중년의 남성이 느닷없는 폭풍우에 불안정해진 대기처럼 무의식적인 광기에 흔들리고 부유한다.

이를 미친 사람의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 가까운 이가 문득 낯선 타인으로 느껴지는 경험은 누구나가 한번쯤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잃고 사랑이라는 감정만이 둥둥 떠다니는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인간관계에 대한 쓰린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셈이다. 작가는 도플러 효과나 기상학 이론을 활용해 이런 심리를 풀어내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기상학자 츠비 갈첸은 작가의 실제 아버지다. 



책은 2008년 미국에서 출간된 작가의 첫 소설이다. 포스트모던 소설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리브카 갈첸은 한 편의 소설로 주목 받는 신인 대열에 합류했다. 옵서버지는 미국 포스트모던 소설의 대부인 토머스 핀천의 후계자라고 평했다.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40번째 책으로 나왔다. 

11. 01. 29.  

P.S. 옮긴이의 말을 보니 저자는 다니엘 파울 슈레버 박사의 회고록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자음과모음, 2010)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사에서도 언급되지만 기상학자 츠비 갈첸이 그녀의 아버지이고, 그의 여러 논문 또한 이 작품에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고.  

  

갈첸 가의 가족사진이다. 엄마의 무릎 위에 앉은 아이가 작가가 된 리브카 갈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책이건 저자와 제목, 그리고 부제만 보면 대략 '견적'을 낼 수 있다고 나름대로 자부하지만 때론 종잡을 수 없는 책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지난주에 구입한 레베카 코스타의 <지금, 경계선에서>(쌤앤파커스, 2011)가 그런 경우다. '토머스 프리드먼, 제레드 다이아몬드, 말콤 글래드웰의 전통'을 잇는 저자라고 소개되지만, 제레드 다이아몬드와 말콤 글래드웰이 대체 어떤 계보로 연결되는 건지 알지 못하는 나로선 그들의 '전통'이 막연하다. 게다가 레베카 코스타란 이름이 떠올려주는 것 역시 전무하다. '지금, 경계선에서'란 제목은 또 어떤가. '오래된 믿음에 대한 낯선 통찰'이란 부제도 불친절하긴 마찬가지다. 내가 유일하게 기댄 건 에드워드 윌슨의 추천사였다. "레베카 코스타는 이 책에서 우리 인류가 처한 위태로운 상황에 관해 전적으로 공감 가는 견해를 제시한다."는 게 추천사의 첫 문장이다. 아무튼 그래서 어떤 책인가 궁금하던 차였는데, 주말 북리뷰들에서 제법 크게 다뤄졌다. 

    

경향신문(11. 01. 29) ‘슈퍼밈’을 넘어… ‘통찰’의 세계로

고도로 문명이 발전했던 마야제국(BC 2600~AD 900)이 왜 붕괴했을까. 학자들은 가뭄, 식량 부족, 바이러스 확산, 인구 증가, 전쟁 등을 원인으로 꼽아왔다. 그런데 저자는 “모든 것이 맞지만, 그것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말한다. 선행하는 어떤 원인이 있었기에 마야인들은 기후변화나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멸망을 자초할 정도의 전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근본 원인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사회의 복잡성이 커지는 데 비해 인간의 뇌는 그것을 감당할 만큼 빠르게 진화하지 못해 간극이 생긴다. 저자는 이를 ‘인식한계점’이라고 부른다. 역사를 살펴보면 문명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진보를 둔화시키는 어떤 장애에 봉착한다. 장애는 두 단계로 나타난다. 먼저 정체에 빠지고, 이어 믿음이 지식을 대체한다. 다시 마야의 가뭄을 살펴보면 마야인은 강우량이 적은 해에 재배할 작물의 종류를 정하고 공공용수 사용량을 규제하는 등 물 보존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강우량이 계속 감소하는데도 보존 외에 근본적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이어 두번째 단계로 진입하면서 어린아이를 죽여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해결책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이런 붕괴 과정은 과연 고대문명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현대사회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지구는 천연자원 고갈, 기후변화,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여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이것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나머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데다 설사 해결방법을 발견하고도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즉 인식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저자는 현대문명의 전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밈(meme)이란 개념으로 정리한다.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정의한 밈은 사람들에게 널리 받아들여진 정보, 생각, 느낌, 행동, 상식, 전통, 학설, 편견 등을 뜻한다. ‘가위를 들고 뛰지 말라’, ‘식사한 지 1시간이 지난 뒤 수영하라’ 등이 밈의 사례다. 밈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기도 하고, 동시대에 유행성 바이러스처럼 퍼지기도 한다.

문명 정체의 조짐이 나타나는 우리 시대의 ‘슈퍼밈’은 불합리한 반대, 책임의 개인화, 거짓 상관관계, 사일로(분리용기)식 사고, 극단의 경제학 등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불합리한 반대는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다. 이라크전을 반대하는 미국 시위대에게 어떤 철수계획을 선호하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그런 건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다. 탄소배출 문제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휘발유값을 올리거나 소형차를 사도록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저자는 “무조건 싫다고만 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에 조정당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책임의 개인화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모두 나타난다. 알카에다 요원의 여객기 폭파 시도, 자동차 산업의 붕괴,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인한 금융위기 등은 시스템의 문제임에도 불구, 그것을 고치기보다 여론에 편승해 몇몇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난다. 비만, 우울, 중독 등의 문제를 개인의 무절제나 의지박약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짓 상관관계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동등하게 여기는 것이다. 정확한 원인과 결과를 밝히는 대신 추측, 의견, 학설 등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는 시기에 권총 소지자가 늘면 지구 온난화가 권총 소지를 불러온다는 식이다. 포도주와 심장병, 백신과 자폐증,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세계적 불황, 교사 봉급과 공교육 등 일견 상관있어 보이는 문제도 뚜렷한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사일로식 사고의 사례는 미 우주항공국(나사)이 개발한 태양에너지 집광판이다. 접시안테나 같은 간단한 장치로 얼마든지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 이는 10년이 넘도록 에너지부에서 퇴짜를 맞았다. 나사의 업무는 우주개발이라는 이유에서다. 에너지부는 이미 청정기술 벤처자본가들과 함께 태양열 발전보다 못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극단의 경제학은 모든 일에 ‘경제’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저자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마리화나 유통을 합법화하고 이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일화를 든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폐기됐는데, 그 이유는 주민의 건강이나 사회적 폐해가 아니라 합법화하면 마리화나 가격이 폭락해 증세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슈퍼밈은 복잡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너무 많은 지식이 필요하고, 시스템이 복잡해 고치는 게 어려우니까 개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거짓 원인을 믿는 것은 혼란 상태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동물적 반응이다. 돈이란 잣대 역시 그것이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믿음’을 무조건 폄훼하지는 않는다. 보행자 신호가 켜지면 차가 멈춘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교통체계가 유지되듯이 믿음이 지식과 질서를 낳는다. 문제는 균형인데, 시계추가 지식보다 믿음으로 너무 기울어졌다.  

 

<지금, 경계에서>의 원제는 <파수꾼의 딸랑이(Watchman’s Rattle)>이다. 한밤중에 깨어있는 파수꾼이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딸랑이 소리처럼 현대문명의 위기를 경고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는 문명 붕괴의 징후를 제시하는 것과 함께, 희망과 대안을 보여준다.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마야인과 달리 우리가 문제를 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부터 패턴을 발견했다. 또 붕괴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해결책을 시도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는 통찰력이 있다는 점이다.

통찰은 ‘유레카’(알았다)라는 외침,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소방관 왜그 닷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불을 피하기 위해 자기 주변에 작은불을 놓아 위험을 피한 것, 미국 FBI가 전설적인 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을 감옥에서 썩히는 대신 사기범을 잡는 요원으로 활용한 것 등이다. 특히 모범적 사례는 무하마드 유누스의 그라민 은행이다. 빈민대출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반대, 개인화된 가난의 책임, 가난한 사람은 대출을 안 갚는다는 거짓 상관관계, 금융기관과 지역사회라는 사일로, 사람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금융관행 등 다섯 가지 슈퍼밈을 보기좋게 뛰어넘었다.

이 책은 다양한 실례를 인용하면서 현대문명의 위기를 설득력 있게 경고한다. 통찰력을 높이기 위해 두뇌훈련, 운동, 휴식, 식사와 수면을 권유하는 대목에서는 자기계발서의 한 대목을 추려놓은 듯한 느낌도 준다. 저자는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를 거쳐 애플컴퓨터, 휴렛패커드, 스리엠, GE 등과 함께 일했으며 인간진화, 글로벌시장, 신기술 등 최신 조류를 연구하는 사회생물학자다. 리처드 도킨스와 에드먼드 윌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10년작.(한윤정기자) 

11. 01. 29.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hilocinema 2011-01-30 16:01   좋아요 0 | URL
근 6년을 드나들면서도 'thanks to'라는 것을 몰랐답니다.
오늘 처음 'thanks to'를 해봅니다.
로쟈님을 통해 소개 받아 산 책도 많았었는데,
그동안 적립되지 못한 마일리지가 많이 아쉽네요.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thanks to'해 보려고 합니다.

로쟈 2011-02-01 14:44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저도 이용해본 적이 없는 기능입니다.^^;

雨香 2011-02-01 16:37   좋아요 0 | URL
다양한 실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토머스 프리드먼, 제러드 다이아몬드, 말콤 글래드웰을 엮은 듯 한데 세 저자가 어떻게 엮일 수 있는지는 저도 의문입니다.

로쟈 2011-02-01 17:24   좋아요 0 | URL
말콤 글래드웰도 '문명'론을 얘기하는지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어요...
 

연휴를 앞두고 '다량 입하'하듯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눈에 띄는 책들을 꽤 챙겨놓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다(읽기는커녕 그냥 입수하는 것도 만만찮다, 비용면에서).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느새 2월이 코앞이다. 2월이 오기 전에 넘겨야 할 원고들이 또 줄지어 있건만, 여하튼 그래도 '2월맞이'는 해놓는다. 연휴에 뒤이어 '휴가' 일정이 있어서 정작 책을 손에 들 시간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외양'은 갖춰놓아야겠기에...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최일남 선생의 <풍경의 깊이 사람의 깊이>(문학의나무, 2010)다. 소설집이 아니라 에세이집. "한국에 수많은 글쟁이가 있지만, 한국어의 풍부한 어휘 자원을 자유롭게 골라가며 생각과 마음의 결과 꼴을 섬세하게 빚고 잣고 다듬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일남 선생은 그 드문 이들 중의 한 분이다."라는 게 추천의 큰 이유다. 찾아 보니 이 문단 원로의 작품집이 근래에는 별로 나온 것이 없다. 산문집으론 <어느 날 문득 손을 바라본다>(현대문학, 2006)가 마지막 책이었다. 지난주 세상을 떠난 박완서 선생이 1931년생이고, 최일남 선생이 1932년생이다. 일테면 같은 세대다. '박완서 산문 읽기'를 최근 마이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는데, 남성 산문으로 '최일남 에세이'를 잇대놓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분야의 책은 손영호의 <다시 읽는 미국사>(교보문고, 2011)다. 미국사 개요 정도의 책으로 보이는데,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통합의 역사 USA, 신화의 역사 아메리칸 드림, 정복의 역사 총, 차별의 역사 아미스타드’라는 목차에서 보듯이, ‘통합’과 ‘신화’ 그리고 ‘정복’과 ‘차별’이라는 키워드로 미국사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이 주제가 미국사 전반을 포괄하지는 못할 것이며, 다시 나누어진 각각의 소주제들은 서술이 다소 짧아서 심도 있는 분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일반인을 위한 미국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해 줄 수 있겠다." 물론 조금 '긴' 걸 원한다면 강준만의 <미국사 산책>(2010)이 제격이다. 17권 분량이 오롯하니까.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원한다면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의 자료집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이후, 2011)을 더 얹을 수 있겠다.   

  

미국사도 미국사지만 개인적으론 '읽기의 역사'도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여서, 스티븐 로저 피셔의 <읽기의 역사>(지영사, 2010)가 반갑다. 이 참에 로제 샤르티에 등의 엮은 <읽는다는 것의 역사>(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6)도 구해놓으려 했지만 이미 품절 상태여서 유감이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세종서적, 2000)까지 내 딴에는 '3종 세트'로 모아두려고 했기에.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제이미 화이트의 <나쁜 생각>(오늘의책, 2010). 부제가 '논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위한 안내서'이다. '비판적 사고'를 키워드 한 책을 더 찾아보니 <피셔의 비판적 사고>(서광사, 2010)도 눈에 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교재라고 한다(아마도 교양 논리학 수업에서). 한때 논술시험이 강조되면서 그런 교재들이 다수 출간됐었는데, 짐작에 '원조' 격으로는 김광수의 <논리와 비판적 사고>(철학과현실사, 2007)가 있었다. 논리학 입문서. 이미 예전 판은 절판됐고 현재 나와 있는 건 '쇄신판'이군...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강미현의 <비스마르크 평전>(에코리브르, 2010)이다.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의 주역이고 독일제국을 일약 유럽의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전쟁과 피에 의존하고 민주주의에 역행한 독재자로서의 모습으로 인해 독일역사에서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인 인물이다. 초등학교 시절 세계위인전집에서 읽은 '비스마르크'의 인상이 다시금 떠오르는데, 언제 한번 일독해봐야겠다.    

비스마르크가 비록 정치가이긴 하지만 평전으로 정치/사회 분야를 대체하는 게 멋쩍다면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폴리테이아, 2011)를 더 얹어도 좋겠다. 부제는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올해는 큰 선거가 없는 해이니만큼 '공부'에 더 많은 투자를 해도 손해는 나지 않을 듯싶다. 박명림, 김상봉 교수가 공화국의 조건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 <다음 국가를 말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마찬가지다. 그 '다음 국가'의 상이 내년 대선의 화두가 될 거라는 '복지국가'이기도 하다면, 신필균의 <복지국가 스웨덴>(후마니타스, 2011)도 미리 읽어볼 만한 책이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시대의 경제학>(부키, 2010). 제목 그대로, 저자는 "저출산 · 고령화로 전 지구적으로 부동산 등 자산가격과 물가, 저축, 정부재정적자 등 거시지표는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선진국들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일 것인가? 고령화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 해결해야 할까 아니면 정부가 개입해야 할까? 저출산의 원인을 종교적 신념의 약화와 세속적 자본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까?" 등의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낯익은 문제들인데, 그 해법은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늙어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진단도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0)도 덩달아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6. 과학 

장경에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추천한 책은 조나단 실버타운의 <씨앗의 자연사>(양문, 2010)이다. '씨앗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는 책. "씨앗의 생존방식을 비롯해 무엇이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지, 어떤 씨앗에는 기름이 많고 어떤 씨앗에는 녹말이 많은 이유, 먼지처럼 가벼운 난초의 씨앗에서 20kg에 이르는 쌍둥이코코넛 씨앗, 식물들이 힘겹게 유성생식으로 씨앗을 만드는 이유 등 씨앗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변화하는 환경에 자신을 적응해가는 진화의 힘으로 설명한다." 책 또한 그런 씨앗들만큼이나 탐스럽다. 그 씨앗들의 많은 수는 자라서 나무가 될 터인데,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김영사, 2011)은 그 또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우리 나무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개는 이렇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 우리 민족의 삶이 담긴 역사서와 고전소설, 옛 선비들의 문집, 시가집 등 고전문헌의 명확한 해석을 통해 나무의 삶을 재조명하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탐구한 책이다. 나무들의 다채로운 삶과 생태를 생생히 담은 700여 장의 사진과 50여 장의 옛 그림을 통해 우리 나무의 세계를 완성하였다.

 

사실 '씨앗'이나 '나무'에 관한 책은 3월에 더 읽을 만한 책이고, 재앙 수준의 구제역 파동을 상기하자면 <바이러스 습격사건>(알마, 2011) 같은 책이 관심도서가 될 만하다. <대혼란>(알마, 2010)과 <조류독감>(돌베개, 2008)까지 한번 더 떠올려보게 된다. 한데, 대체 구제역은 언제 종결되는 것일까? 근본적인 대책은 있는 것일까?..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쉬레이의 <집, 예술이 머물다>(시그마북스, 2011). 짐작이 갈 듯 말 듯한 제목인데, 소개에 따르면, "중국의 예술가이자 인문학자인 쉬레이가 편집한 이 책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에 깃든 일상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책장을 넘기면서 중국 황제의 침실에서부터 문인들의 우아한 정취, 유럽 명문가의 장원, 이슬람식 샹그릴라 풍으로 지은 집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뒤편에는 중국의 현대미술작품 속에서 어떻게 집의 개념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그런 종류라면, 여전히 왕성하게 책을 내고 있는 임석재 교수의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인물과사상사, 2010)도 챙겨놓을 만하다. 잘 아는 듯하면서도 낯선 서울의 모습과 조우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폴 존슨의 <위대하거나 사기꾼이거나>(이마고, 2010). 영국의 저명한 언론인의 유명 인사 인물평이다.  

"저자는 기자 출신으로 100여 명의 유명 인사를 실제로 만난 이야기를 아주 짧지만 인상적으로 전해 준다. 피카소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 가장 사악한 사람이었다거나 로널드 레이건은 유머에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었다거나 사르트르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어서 죽을 때는 무일푼이었다는 것 등이다.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유명 인사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이 있다. 하지만 모두 가벼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왜 토인비가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가인지 혹은 리처드 닉슨이 얼마나 통찰력이 대단했던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미 <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그의 '독설'을 만끽한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0). 요즘 청춘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책인데, 추천의 변은 이렇다.  

저자의 신실함은 방법론을 전하는 데서 빛난다. 이를 테면 꿈을 위해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야 하고, 정체성은 성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성찰에 이르는 길로서는 독서, 대화, 여행을 꼽는 식이다. 길을 먼저 걸어간 선험자의 내비게이션은 구체적인 지시어로 이어진다. 시간을 잘 관리하라, 신문을 제대로 읽어라, 글쓰기 능력은 힘이 세다….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선다. 저자는 한국인의 평균연령을 80세로 잡는다면 24세는 아침 7시 12분이라고 셈했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재학 중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책은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2010). 그리고 20대 청춘의 압도적 현실을 가리키는 키워드로서 대학 등록금 문제를 파헤친 <미친 등록금의 나라>(개마고원, 2011)이다. '독서' '대화' '여행' 말고도 해야 할 일을 찾아볼 수 있을 듯싶다.   

10. 동아시아  

최근 개인적인 관심사 중 하나는 중국인데, 그건 워낙에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면도 있다. 중국 문학 번역서도 넘치고 중국 경제를 다룬 책들도 거의 매주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중국을 이해하는 한 가지 시각은 '동아시아'라는 문맥 속에서 바라보는 것인데,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 출간돼 읽어볼 참이다.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창비, 2011)가 그것이다. 아울로 개정판으로 나온 <동아시아인의 '동양' 인식>(창비, 2010)도 지난 연말에 챙겨둔 책이다. 한국사가 다시금 고등학교 필수 교과목으로 채택된다는 얘기가 나오던데, 세계화시대에 보조를 맞추자면 '동아시아사'나 '세계사'가 필수 과목이 돼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11. 01. 29.  

P.S. '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이번에 다시 나온 E. H. 카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열린책들, 2011)을 고른다. 평전이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되는 책이고, 개인적으론 오래 전 학부시절에 홍성사판으로 읽은 기억도 새로워서 골라놓는다. '이달의 고전 작가'로 도스토예프스키를 고른 셈 치면 되겠다. 마르끄 슬로님의 <도스또예프스끼와 여성>(열린책들, 2011)도 같이 나왔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세 여인'(http://blog.aladin.co.kr/mramor/1120144)이란 페이퍼에서 다룬 바 있다. 일본 비평가의 <도스또예프스끼가 말하지 않은 것들>(열린책들, 2011)까지 다 챙겨놓으려 한다. 

 

만약 카의 평전을 손에 들었다면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들도 같이 책상에 올려놓으면 좋겠다.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과 두번째 소설 <분신>, 그리고 시베리아 유형 이후의 복귀작 <죽음의 집의 기록> 등이 추천하고픈 작품들이다. 음, 나도 다시 읽고픈 작품들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6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1-01-2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 카의 러시아 혁명사 같은 책은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오히려 그가 쓴 평전이 더 많이 읽힌다고 합니다.그가 쓴 도스토예프스키 평전은 러시아 문학연구가들도 높이 평가한다니 고전이라고 해도 되겠지요.

로쟈 2011-01-29 22:27   좋아요 0 | URL
그런 의미에서 <바쿠닌 평전> 등도 다시 나오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1-30 14:45   좋아요 0 | URL
바쿠닌 평전도 절판되었나요? 카의 책 중 절판된 게 많군요.

misungkid 2011-02-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덕분에 저의 보관함이 꽉찼습니다.
언제 다 사서 다 읽나 걱정이 되지만 좋은 책을 많이 만나게 되어서 기쁩니다.

로쟈 2011-02-01 17:24   좋아요 0 | URL
^^

雨香 2011-02-01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에 이어서 스웨덴이 바람을 한번 타겠군요. (핀란드, 스웨덴 독서목록으로..)
작년부터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던 동아시아에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앞으로 좀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함께 읽는 동아시아 근현대사>가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습니다.

로쟈 2011-02-01 17:25   좋아요 0 | URL
'복지 바람'이 분다고 하니 내년 대선은 흥미로울 거 같습니다. 지난번이 최악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