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귀가해 신간들을 훑어보다가 '오늘의책'으로 고른 건 제니퍼 워시번의 <대학 주식회사>(후마니타스, 2011)다. 얼마전에 나온 <대학의 몰락>(동연, 2011)을 바로 떠올리게 하는데, 두 책의 부제를 비교하면 우연은 아니다. <대학 주식회사>의 부제는 '대학의 상업화에 대한 심층 탐사 르포'이고, <대학의 몰락>의 부제는 '자본에 함몰된 대학에 대한 성찰'이다. '자본에 함몰된 대학'이 곧 '대학의 상업화'를 가리키는 것이니 문제의식은 공유하는 셈이다. 미국 대학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클라이드 바로우의 <대학과 자본주의 국가 1894-1928>(문화과학사, 2011)이 거기에 덧븉여질 만하다. 우리의 당면한 현실과 관련해서는 <미친 등록금의 나라>(개마고원, 2011)를 <새로운 대학을 말하다>(매일경제신문, 2011)에서 '새로운 대학'을 말하는 대학 총장님들의 생각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내일부터 개강이고 오늘은 눈이 내리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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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주식회사- 대학의 상업화에 대한 심층 탐사 르포
제니퍼 워시번 지음, 김주연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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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몰락
서보명 지음 / 동연출판사 / 2011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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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자본주의 국가- 기업자유주의와 미국 고등교육의 개조, 1894-1928
클라이드 W. 바로우 지음, 박거용 옮김 / 문화과학사 / 2011년 1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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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학을 말하다- 대학 총장 21인의 혁신 제안
매경출판주식회사 엮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1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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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stitutions Thinking of Their Students as Cash Bags
    from tran/ SLATE 2011-03-01 23:44 
    돈을 좇는 대학들 | 로쟈 선생은 오늘자로 게시한 글에서 「대학의 상업화」를 다룬 신간 서적 2 권과, 같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들을 소개했다. PBS 방송국의 시사 프로그램 「Frontline」에서는 이미 지난 해에 유사한 주제를 다룬 에피소드를 방영한 바 있다. 고맙게도 PBS 측에서는, 굳이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웹사이트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50분의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11-03-01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1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 리뷰기사들에서 문학만을 놓고 보자면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독일의 젊은 작가 다니엘 켈만의 <명예>(민음사, 2011)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여러 층의 실험적 구성을 시도한 작품으로, 아홉 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큰 그림을 그린다." '재능있는 이야기꾼'이란 인상을 주는데, 그래서 같이 떠올리게 된 작가가 최제훈이다. 안 그래도 그의 소설을 '3월의 읽을 만한 책'에 올려놓은 김에 같이 묶어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사실 켈만의 소설은 세 권이 번역됐고, 최제훈은 두 권의 소설을 발표했기 때문에 같이 묶어야 리스트가 채워진다. 동시대 작가들의 재능을 감상해보는 기회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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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최제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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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퀴르발 남작의 성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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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다니엘 켈만 지음, 임정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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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재다
다니엘 켈만 지음, 박계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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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3.1절에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았던 듯싶은데, 며칠 앞당겨본다. 아직 꽃샘 추위를 남겨놓고 있지만 이미 봄은 문턱에 있기도 하고. 한달 넘게 끌던 원고들을 어제 넘긴 터라 잠시(아주 잠시!) 휴식도 취하는 김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 구경에 나선다. 방송용어를 빌리자면 '밧데리 교체 타임'이라고 해야 할까. 언제나처럼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선정도서 목록에 두 권씩 보태놓는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고른 책은 지난해 우리 곁을 떠난 이윤기 선생의 유고 산문집/소설집이다. <위대한 침묵>(민음사, 2011)와 <유리 그림자>(민음사, 2011). 번역서를 보태자면 <천로역정>(섬앤섬, 2010)도 있다. 정 교수는 고인이 무엇보다도 '후각적인 존재'였다고 평하고 이렇게 적었다. 

이윤기의 고유한 문체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이의 문장 한 줄만으로도 독자의 머리 속에 꽤 특별한 글 세상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게다가 후각은 또한 깊이 스며드는 감각이다. 그래서 거기서는 “정신과 감각의 혼융”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윤기의 글은 느낌이 곧 지성이고, 지성이 곧 느낌인 글이었다. 그래서 그이는 없어도 있었고, 조금 있어도 많이 있었다.

 

이윤기 소설집 얘기에서 신예 작가 최제훈이 떠올려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데뷔작 <퀴르발 남작의 성>(문학과지성사, 2010)이 뛰어난 '번역소설'이란 평을 들었던 기억 때문인가. 새 소설집 <일곱 개의 고양이 눈>(자음과모음, 2011)도 그가 여간한 작가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요즘 소설의 트렌드도 확인할 겸 독서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의 추천도서는 김인희의 <1,300년 디아스포라, 고구려 유민>(푸른역사, 2010)이다. 요지는 이렇다고 한다. 간추린 요지에서도 저자의 발품이 느껴진다.

668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한 후 669년 20만 명에 이르는 고구려 유민이 중국으로 강제이주를 당했다. 그 중 10만 이상으로 추정되는 고구려인은 강회, 산남과 같은 중국 남방으로 이주해야 했다. 이 책은 그 중국 남방으로 이주한 고구려 유민이 현재 중국의 56개 민족 중 인구수가 5번째로 많은 먀오족을 형성한 중심세력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복식, 장식품, 축제, 혼례, 상례, 체질인류학 등 19가지의 증거를 들고 있는데, 그것은 그대로 이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최근 설문조사에서 한국 성인의 35% 가량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역사책을 읽은 적이 없다고 한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전5권)>(웅진지식하우스, 2011) 시리즈로 기억을 돌이켜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줄리언 바지니의 <가짜 논리>(한겨레출판, 2011)다. 어떤 내용의 책인가는 아래의 사례가 잘 말해준다.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었던 칠면조는 “나는 늘 해가 뜰 때마다 모이를 먹는다”는 보편법칙을 수립한다. 그러나 어느 날 목이 비틀려 죽고 만다. 버트런드 러셀의 귀납적 오류에 관한 이야기다. 오랫동안 일정한 현상을 반복 경험하면, 그것이 일반화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류라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오류로부터 해방될 때 우리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줄리언 바지니는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의 해제를 쓰면서 알게 된 철학자인데, 의외로 국내에 책이 많이 소개돼 있었다. 영국에선 '가장 대중적인 철학자'란 평판을 얻고 있다고(음, 알고 보니 나와 동갑내기다). 개인적으론 수다스럽지 않은 <빅 퀘스천>이나 <무신론이란 무엇인가>(동문선, 2007) 등에 더 끌리지만 <가짜 논리>에 구미가 당긴다면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웅진지식하우스, 2009)를 연이어 손에 들 수도 있겠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책은 박명준의 <사회적 영웅의 탄생>(이매진, 2011)이다. "독일에서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직접 인터뷰해서 그들의 성장과 활약상 및 비전을 소개"하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사회적 기업에 관한 책이 최근 몇년간 꾸준히 나온 듯싶다. 정인철의 <빅 소사이어티>(이학사, 2011)과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2011)이 최근에 같이 나온 책들이다.   

더듬어 올라가면, 기억엔 유병선의 <보노보 혁명>(부키, 2007)이란 책이 있었다. 그리고 데이비드 본스타인의 <달라지는 세계>(지식공작소, 2008)이 화제를 모았고, 전 세계 사회적 기업가들과의 만남을 다룬 <아름다운 거짓말>(북노마드, 2008)도 나왔었다. <사회적 영웅의 탄생>의 전사라 할 만하다. 어느 책이 가장 요긴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테마 서평거리로 한번 고려해봄직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댄 애리얼리의 <경제심리학>(청림출판, 2011)이다. 저자는 <상식 밖의 경제학>(청림출판, 2008)으로 소개된 바 있는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심리와 행동 패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관심사인 듯하다. <경제심리학>의 원제도 'The Upside of Irrationality'이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2008년에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상식 밖의 경제학>을 출간하여 인간 행동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책에서도 비합리성을 강조하지만 앞선 저서와는 달리 비합리성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려 한다. 인간의 비이성이 우리의 습관, 데이트 상대의 선택, 일터에서의 동기의식, 기부행위, 물건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애착, 적응력, 복수욕 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 있는 실험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경제학에서 (비합리적) 감정을 변수로 다룬 책이 또 없는 건 아니다. 아예 이 분야를 '이모셔노믹스'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댄 힐의 <이모셔노믹스>(마젤란, 2011)란 책을 보건대 그렇다. 이건 원제 자체가 'Emotionomics'이다. 저자는 소비자 행동에서 감각(바디)의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마케팅전문가라고.   

6. 과학 

과학분야의 책은 최준곤의 <행복한 물리여행>(이다미디어, 2011)이다. 이런 '여행' 시리즈는 워낙에 많이 나왔었기에 어떤 특징이 있는 건지 궁금한데,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에 따르면 "이 책이 기존의 과학 상식 책과 다른 점이 바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이다. 학생들에게 현상을 설명하려고 글을 썼다기보다 개인적인 관심과 흥미를 덧붙여 ‘자신이 궁금한 것을 해결한 비밀노트’ 같은 느낌이다." 일간지에 연재한 '생활 속의 과학' 칼럼을 묶은 것이라고.  

<행복한 물리여행>은 청소년 과학도서로도 분류되는데, 서울과학교사모임에서 지은 <시크릿 스페이스>(어바웃어북, 2011)도 학생들이라면 챙겨둘 만하다. "지퍼, 전자레인지, 프린터, 바코드, 3D영화 등 늘 사용하는 물건과 그 물건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함으로써 어려운 과학원리를 쉽게 풀어내고 있다." 거기에 보태자면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웃음의 과학>(사이언스북스, 2011)도 부담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개그맨이자 신문방송학 박사인 저자가 '웃음의 과학'을 총정리했다.  

 

한편 개인적으로 '웃음'하면 떠올리게 되는 책은 베르그송의 <웃음>인데, <웃음의 과학>의 참고문헌에 빠져 있어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국내에 3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어느 사이엔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돼버린 듯하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고연희의 <그림, 문학에 취하다>(아트북스, 2011)이다. 부제는 '문학작품으로 본 옛 그림 감상법'. 저자는 우리 옛그림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몇 페이지만 둘러봐도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 자체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그림을 읽어보기로 '작정'한다면, 인상파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이택광의 <인상파, 파리를 그리다>(아트북스, 2011)로 '산책'의 걸음을 떼고 존 리월드의 <인상주의의 역사>(까치글방, 2006)로 무게를 보탠 다음에 홍석기의 <인상주의>(생각의나무, 2010)으로 '학술'까지 카바하는 여정이 한 가지 코스이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의 교양서는 토마스 크로웰의 <역사를 수놓은 발명 250가지>(현암사, 2011)이다. '250'가지나 다루고 있으니 '527쪽'의 분량이 오히려 '겸손'해 보인다. 추천의 이유는 이렇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수많은 발명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너무나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를 잡아 이제는 그것이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것도 잊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면 에어컨, 안전면도기, 파리채, 손목시계, 포스트잇 등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이런 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것 아닌가. 네모난 종이 봉지를 마거릿 나이트가 발명했다는 것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빵을 살 돈이 우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굳이 인용한 것은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식'이 추천자의 교양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교양/지식을 편애한다(그렇게 치면 사실 '목숨 걸고' 읽어야 하는 책은 많지 않다).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모멘토, 2011)도 '알라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까? 혹 아는 게 유익하다 싶다면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살림, 2011)에 대해서 좀더 읽어봐도 좋겠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책은 박상진의 <우리 나무의 세계 1,2>(김영사, 2011)이다. 이미 지난달에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은 책이다. 저자는 <궁궐의 우리나무>(눌와, 2001)의 저자. 추천자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는다. 

이 책에는 목재조직학자, 수목학자로서 40년을 보낸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담겼다. 1000여 종이 넘는 우리나라 나무 가운데 일반인들이 접할 수 있는 242종의 나무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에다 문화적 의미를 보탰다. 그래서 우리는 또 하나의 든든한 텍스트를 곁에 두면서 알뜰살뜰 나무 공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달의 책'을 고를 때마다 '실용'이란 범주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데, 소설가 김연수의 말대로 '모든 책은 실용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이렇게 나가다가 '모든 책', 이런 게 말이 되는 건가? 그런 시비를 가리는 게 내 소관은 아닐 터이므로 나대로 '실용서'를 보태자면 폴 콜린스의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양철북, 2011)을 들겠다.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가 부제. 며칠전 관련기사를 포스팅해놓기도 했지만 덕분에 페인의 <상식, 인권>(필맥, 2004)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내겐 '실용'이 있는 셈. 덧붙에 유골 훔치기에 관한 책으로 패트릭 기어리의 <거룩한 도둑질>(길, 2010)에도 관심을 갖게 했다. '중세 성유골 도둑 이야기'이다. 한때 도굴범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했고 그걸 소재로 한 영화도 만들어진 나라에서 재미있는 '유골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내가 모르는 책이 있는 건가..  

 

10. 세계철학사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은 주제를 '세계철학사'로 잡았다. 물론 이번에 나온 이정우의 <세계철학사1>(길, 2011)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체 3부작으로 기획된 '세계철학사' 시리즈의 1권이 나온 것인데, 부제가 '지중해세계의 철학'이다. 연이어 나올 2권은 '아시아세계의 철학', 3권은 '근현대 세계의 철학'이 될 것이라고 한다. 완간된다면 그 시도만으로도 기념비적인 저작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저자가 '여는 말'에 적고 있듯이 <세계철학사>란 타이틀 달고 나와 있는 기존의 책들, 가령 한스 요아힘 슈퇴리히의 <세계철학사>(자음과모음, 2008)이나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의 <세계철학사>는 '서구철학사'에다 중국과 인도 철학사 정도를 '얹은' 형태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세계'를 다루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철학사' 기술 시도는 흥미를 끈다. '지중해철학'을 부제로 내건 만큼 클라우스 헬트의 <지중해 철학기행>(효형출판, 2007)과 같이 읽으면 더 '입체적인' 독서 여행이 될 듯싶다. 

11. 02. 26.  

P.S. '3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고른다. 세계문학전집류 쪽에서는 아직 새 번역본이 나오지 않고 있어서 현재로선 김석희 번역의 <모비딕>(작가정신, 2010)이 가장 신뢰할 만한 듯싶다. 부피와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3월에는 '바다 구경'을 좀 할 수 있을 듯싶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한다. 바닷바람 좀 같이 쐬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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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책들이 연이어 나온다고 며칠 전에 적었는데, 한국문학에서 동물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읽어주는 칼럼이 있어서 옮겨놓는다. 지난주 한겨레21의 '신형철의 문학사용법'이 다루고 있는 주제다. '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를 한번 더 묻는다. 

한겨레21(11. 02. 25) 생명경시 시대를 향한 탄원서

구제역 얘기다. 지금까지 300만 마리가 넘게 파묻혔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나. 첫째, 더 싼값에 더 많은 고기를 먹겠다는 인간의 욕망(주요 육류 소비량은 20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둘째 동물을 대규모로 사육하고 도살하는 이른바 ‘공장식 축산업’의 전면화(그 탓에 구제역은 빠른 속도로 퍼진다), 셋째 잡아먹기 좋은 동물만을 기르기 위한 선별 교배와 품종 개량(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어 바이러스에 약해졌다)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구제역 사태를 낳았다고 알고 있다(844호 초점 ‘육식인간의 탐욕이 부른 재앙’ 참조).

예방 체제 확립이나 사후 관리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육식’이라는 필요(욕망)에 대한 성찰일 것이다. 멜라니 조이는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육식주의’(Carnism)라는 신조어를 제안한다. 채식주의라는 말은 있는데 왜 육식주의라는 말은 없는가? 채식은 특별한 신념이고 육식은 당연한 것이라는 오도적인 전제 때문이라는 것. 육식주의에 대한 논의보다 더 근본적인 것도 있을까? 그것은 아마 인간이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윤리학적 논제일 것이다. 문학은 이 층위에 개입한다.  

“이 몸은 다섯 번 죽고 다섯 번 살아났다.” 황정은의 단편소설 ‘묘씨생’(猫氏生)(<2011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첫 문장이다. 죽어도 자꾸만 다시 태어나는, 이름이 ‘몸’인 특별한 길고양이의 자전적 고백이 소설을 이끈다. 길고양이의 천적은 인간이라서 ‘몸’ 역시 세 번 이상을 인간 때문에 죽었다. 그래서 ‘몸’의 묘생(猫生) 역정 고백은 고스란히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폭로가 된다. 소설 후반부에서 ‘몸’은 결국 인간의 잔혹한 손에 붙들려 또 한 번 죽음을 맞는다. 목숨이 곧 저주인 생이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은 마음이 아파 차마 옮기지 못하겠다.

모든 좋은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의 호소력도 정의로운 메시지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소설 미학의 측면에서 이 작품의 포인트는, 흔히 비천하다 여겨지는 길고양이의 내레이션을, 고귀한 이의 일생을 기록하기에 적합한 고전한문학 문투에 얹었다는 점에 있다. 덕분에 독자는 길고양이에 대한 편리한 통념이 궁지에 몰리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 고양이 화자의 목소리가 기품 있고 의연할수록, 그를 파괴하는 인간의 비천함은 더욱 도드라지고, 이 소설을 인간으로서 읽는 독자의 수치심은 가중된다. 이렇게 어떤 미학은 윤리학이 된다.  

한편 허수경의 새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에는 어느 양(羊)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 ‘카라쿨양의 에세이’라는 장시(長詩)가 있다. “아기의 연하고도 부드러운 가죽털을 얻기 위하여 인간들은 이제 수태 시기가 임박한 어미를 죽여 그 자궁에서 아기를 끄집어낸다. 그 아기의 털가죽을 벗긴다. 그 털가죽은 페르시안이라고 불리우는 고급 가죽이 된다. 검은 아기 털가죽. 아직 양수가 묻어 촉촉한 그 가죽. 그 가죽을 위하여 어미와 아기는 도살되는 것이다.” 시집에서 가장 긴 이 시를 시인은 한달음에 썼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게 한 에너지는 슬픔과 분노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문장은 냉혹한 인간 경제학의 언어를 되비추듯 건조하다. “그 산 작은 풀밭에서 봄과 여름, 가을을 났던 채식하는 포유류는 이제 목으로 들어오는, 그리고 정확히 자궁 근처를 지나가는 날카로운 칼을 받는다.// 뱃속에 든 아가는 더운 숨을 품어내며 이 지상으로 나와서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젖꼭지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는 젖꼭지를 찾기도 전에, 그리고 단 한 번도 젖꼭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한 생명이었다는 본능적인 원기억만을 지니고 죽는다.” 폭력이 반복되면서 죄의식이 망각되는 사태에 대한 시인의 아연함이 ‘칼을 받는다’라는 현재형 문장에 응축돼 있다.

우리에게 동물이란 무엇인가. 그간 한국 문학은 이 물음을 충분히 묻지 못했다. 앞의 두 작품은 예외적인 고투다. 그러나 이 작품들의 의의가 저 물음에 갇히는 것은 아니다. 동물을 깊이 성찰하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성찰하게 된다. 동물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가 인간의 생명을 귀하게 여길 리 없는 것이다. 위기는 늘 생명 일반의 층위에서 발생할 것이다. 두 작품은 동물에 대한 절박한 동일시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에 대한 진지한 근심이고, 결국 우리 시대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탄원이라고, 나는 읽었다.(신형철_문학평론가)  

11. 02. 24.  

P.S. 구제역 사태와 최근 출간된 동물/육식주의 관련 서적을 중심으로 돼지와의 가상인터뷰를 꾸민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의 기사도 필독할 만한다.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10225141920&Section=0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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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3월이면 개강이니 코앞이다. 마음은 분주하지만 머리는 둔하고 몸은 무겁다. 강의준비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견적'이 안 나오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지천이다. 미리부터 진이 빠질 일이지만 이번 주말에는 쉬면서 마음이라도 추스려봐야겠다. '동양고전강의'를 읽는 게 혹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중국의 명강의들을 묶은 것이니 고전에 대한 지식 외에 강의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 '계산'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아, 이 분야의 고전으론 신영복 선생의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2004)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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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1-02-23 00:10   좋아요 0 | URL
목차를 훑어보니 <사기 교양강의> 정말 재미있어뵈는데요.

로쟈 2011-02-23 22:55   좋아요 0 | URL
네, 중국에서 명강의로 꼽힌다면 나름 뭔가 있지 않을까 해요...

빵가게재습격 2011-02-23 16:05   좋아요 0 | URL
목록을 보니 강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지는데요.^^ 강의를 나가는 친구 중 한 명도 로쟈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더군요. 신학기, 학생들의 가벼운 웃음소리에 질리시지 않기를. 그리고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로쟈 2011-02-23 22:56   좋아요 0 | URL
잘 안 웃는데요.^^;

philocinema 2011-02-23 19:07   좋아요 0 | URL
'환절기 감기 조심'에 밑줄입니다!

로쟈 2011-02-23 22:56   좋아요 0 | URL
네, 아직은 감기에 걸릴 여가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