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년 담임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가 바로 교우 관계 갈등이 아닐까 싶다.

우리 반도 자잘하게 교우관계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3월을 무사히 잘 지내고

꽃이 만발하니 아이들의 심리 상태도 요동을 치나보다. 

아직까지 여자는 문제가 안 보이는데

남자 쪽이 문제가 계속 생긴다.

 

친구들과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내는 것도 큰 장점이고, 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교실에는 그렇지 못한 아이가 꼭 있다.

대부분 독특하거나 개성이 강한 아이가 그렇다.

아주 특별하게 폭력적이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유형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대부분은 성격 차이 때문에

서로 시비가 붙는 듯하다.


요즘 아이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너무 높고 형제자매가 적은 가정에서 양육되다 보니

우리 때처럼 가정에서 미리 배웠어야 할 관계 형성의 덕목을 훈련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형제자매가 많았던 시절에는 저절로 가정에서 배웠을 사회성 덕목을

훈련 받지 못한 아이들이 제법 있다. 

이런 아이의 경우, 

학년 초에 특히 잡음이 많이 생기는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자꾸 시비가 붙고

서열을 정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내 마음이 여유롭고 안정적이어야 상대를 이해하려고 들 터인데

요즘 아이의 경우, 본인도 힘들고 어지러운 상황이니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

이해까진 못 하더라도

자기랑 성격이 맞지 않으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면 좋을텐데

꼭 참견을 하고, 시비를 걸고, 빈정 상하는 말을 하는 통에

갈등이 생긴다.  남자 아이들이 그렇다.

예전 6학년은 별로 고자질을 안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6학년도 3-4학년 같다.

1명이 누가 거친 말 사용 했다고 신고하면

줄줄이 물귀신 작전처럼 일러바친다.

' 6학년 맞아?'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여자는 6학년 같은데, 남자는 4학년 수준?

 

계속 불거지는 교우 관계 문제 때문에

지난 3월에 유예 기간을 둔

" 경어 쓰기"를 전면 실시하였다.

신체 폭력 보다는 언어 폭력 때문에

상대의 마음이 상하고, 결국 분노 폭발 까지 이어져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

" 경어 쓰기" 가 학교 폭력을 줄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실시 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학교 폭력 예방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시험 삼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대신 어중간하게 해선 이도저도 안 되니

확실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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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2 15: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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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2 1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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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은 오전과 오후 차이가 확연하다.

무슨 말인고 하면

1교시에는 차분하던 아이들이(절여 놓은 배추처럼)

점심 시간을 지나면서 갑자기 흥분도가 올라가

공사장 데시벨을 방불케하는 큰 목소리로 떠드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이고, 몇 명의 남자 아이가 유독 목소리 볼륨이 너무 커진다.

제발 발표할 때 그렇게 목소리가 크면 좋으련만

그건 또 아니다. 

분석해 보건데

아침에는 잠이 덜 깬 상태였다가

점점 신체 리듬이 살아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 수학 시간만 해도 그렇다.

1교시 나랑 국어 하고,

2-3교시 교과 수업을 다녀온 후,

4교시 수학을 공부하였다.

수학 시간에 집중해서 해야 하는데

큰 목소리로 떠들고,

심지어 돌아다니까지...

(이건 미리 선행을 해서 다 아는 내용이라 대충 듣고 놀 생각을 해서라고 짐작한다. )


어쭈 이 녀석들이?

내가 그 동안 너무 친절하고, 민주적으로 대해줬나 싶어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서히 거친말을 사용하는 아이도 나오고...

항상 쓰는 아이가 쓴다. 


이렇게 자꾸 수업 방해를 하면

선생님 체육을 안 한다고 협박을 해도 말이 먹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동안 그렇게 협박하고서도 마음이 약해져

체육을 빼먹지 않아서인 듯하다.

다음 주에독 계속 이런 식이면,  본때를 보여줘야 할 듯.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 높이는 녀석들 때문에 귀가 얼얼하다.

주변 아이들도 수업 방해가 심하다고 하소연 한다. 진짜 자기 말만 한다. 

다음 주에는 교실에서 하지 말아야  할 내지 꼭 지켜야 할 7가지를 회의로 정해봐야겠다.

이름하여 "교실 칠거지악".


6교시에는 다시 좀 차분해졌다.

5교시 땡볕에서 발야구(처벌 차원에서 나가지 말았어야 하나?)를 하고났더니 힘이 좀 풀렸는지

6교시 사회 발표 시간에는 친구의 발표를 대부분 잘 귀담아 들었다.


3번째로 하는 1분 발표 시간이었는데 점차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오늘 발표 주제는 "조선 후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여성" 이었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김만덕은 교과서에 나와있으니 

새로운 인물을 조사해오라고 했더니

여러 인물이 나왔다.

그 중에는 나도 전혀 모르는 인물도 있어 새로운 지식이 쌓였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시 당하고, 배움의 기회 조차 없었던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여인을 보면서

분명 뭔가 뭉클한 게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발표 내용을 보니 똘똘하고 말도 알아먹는 것 같다.

아무때나 크게 떠드는 몇 명만 절제하면 교실 면학 분위기가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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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15: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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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6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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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마지막날이다.

출근 길에 보니 단단한 콘크리트를 뚫고 여린 민들레잎이 올라와있다.

정말 대단한 녀석들이다.

알록달록 꽃들이 서로 자기가 이쁘다며 뽐내듯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였다.

모처럼 내복을 벗고 얇은 옷차림을 했는데도 춥지 않은 완연한 봄날씨이다. ㅎㅎㅎ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미세먼지가 없다면 더 좋을텐데 말이다.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딱 1시간 뿐이다.

대박이다.

1교시 국어 시간이었다.

교과서에 "헬렌 켈러" 가 쓴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글을 가지고 헬렌 켈러의 마음을 공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먼저 헬렌 켈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쏟아내는 브레인 스토밍을 돌아가며 해봤는데

헐~

2/3 이상의 아이들이 헬렌 켈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무하였다.

그나마 알고 있는 아이가 말한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어릴 때 열병에 걸려 눈이 멀고, 귀가 멀고, 말을 못하게 되었다.

여동생이 하나 있다.

청각 장애인 중에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여자이다.

 

6학년인데 너무 했다 싶다.

쓴소리를 좀했다.

"여러분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자각해야 합니다.

읽은 책보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도 헬렌 켈러의 전세계의 여성 중에 아주 유명한 인물인데

어찌 이리도 모르고 있었을까?

해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였을 거고,

여러 매체를 통해 헬렌 켈러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을 터인데 말이다.

 

가끔은 요즘 아이들이 예전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

정말 배경 지식이 없구나 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오늘 국어 시간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헬렌 켈러"의 삶을 간추린 짧은 동영상을 함께 시청한 후,

교과서 본문을 읽었다. 본문 내용이 쉽지 않다.

읽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수업 종료종이 울려 끝까지 못 읽었다.

 

그녀의 삶을 어느 정도라도 알아야

왜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글을 썼는지 알수 있지 않을까!

 

이와 연결지어

" 내가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상상해서 써오는 글쓰기"숙제를 내주려고 한다.

 

헬렌 켈러는 본문에서

" 저는 우리가 하루하루를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훌륭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쓰고 있다.

그렇다.

이런 마음 자세로 산다면

지금보다 훨씬 감사가 넘치는 삶이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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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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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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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퍼남매맘님 ,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

수퍼남매맘 2016-04-02 10:13   좋아요 1 | URL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댓글 다네요.
서니데이 님,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어쩌다 수학 진도가 느려졌을까? 쉰 적이 없는데...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수학 2차시분을 1차시에 몰아서 할 순 없다.

수학을 선행한 아이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아이도 있을 지 모르니까.

 

어제 수학 1단원 시험을 보고 채점하는데 깜짝 놀랐다.

너무 평균 점수가 높아서 말이다.

3학년 아이들은 이렇게 평균이 높지 않았다.

아마 내년 중학교를 대비해서 엄청 공부하는가 보다 짐작한다.

우리 학교가 이 정도면 중계동 또는 강남은 평균 90점이 넘겠지?

이게 좋은 징조인지 모르겠다.

 

2단원은 분수 단원이다.

진단 활동에서 유난히 분수가 약한 아이가 몇 눈에 띄었다.

부디 잘 쫓아와야 할 터인데...

 

공부 들어가기 전, 수학 선호도 조사를 해 봤다.

생각보다 수학 좋아하는 아이가 몇 명 나왔다.

역시 수학을 잘하는 아이였다.

나머지는 중간 정도이고,

특별히 싫어하는 아이도 2-3명 있었다. 여학생이다.

 

처음부터 싫어했는지

아님 언제부터 싫어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하였다.

그리고 책에서 읽은 내용을 말해줬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싫어한 게 아니란다.

수학을 어느 순간 잘 못하게 되니 싫어하게 된 거란다."

그렇담 의외로 해결책이 간단하다.

수학을 잘하면 된다. 잘하는 게 꼭 100점을 맞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성취 기준을 통과하면 되지 않나?

 

수학을 잘하는 비법을 말해주자면

오늘부터 당장 30분씩 매일 수학 복습을 하는 거다.

연산 5-10분 정도, 나머지 20분은 학교 진도에 맞춰 종합 문제집 풀기.

이렇게 시간 배정을 한다.

 

수학을 잘하기 위한 비법은 이렇다.

수많은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연산은 가능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

매일 꾸준히 해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내가 진도를 빠르게 휘리릭 나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이다.

아이들도 수학이 중요하고, 잘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본인이 수학이 약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고, 그래서 더 수학이 두렵고 싫어지게 된 것이다.

못해서 싫어하게 된 것이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딸이 그랬으니까.

어느 정도 실력이 붙게 되면 수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학만큼 심은 대로 거두는 교과가 없다.즉

수학은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분수의 나눗셈 첫 시간을 하였다.

학습 목표는 1 나누기 1/4 의 계산을 하는 것이다.

1 나누기 4 선지식을 통해

1 나누기 4와   1 나누기  1/4 의 답이 같을 수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수학적 개념이 약한 아이는 1 나누기 1/4를 보고

" 이게 말이 돼?"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자신이 실물로 직접 조작해 보는 게 개념 형성에 도움이 되는데...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실제로 해 볼 시간의 여유가 없다. 에궁!!!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진도를 휘리릭 나가야 한다.

하여 내가

실물로 보여줬다.

색종이 한 장을 1/4씩 나누면 몇 개가 되는지 말이다.

답은 4개이다.

 

알고보면 분수가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말이다.

수학을 싫어한다는 아이가

이번 6학년을 통해-결국 나를 통해- 조금이라도 수학 싫어하는 마음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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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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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2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회 시간에 조선 여인의 삶에 대해 알아보는 공부가 있었다.

교과서는 스토리 텔링이 아니니

용선생을 읽어주는 게 낫겠다 싶어

조선 한씨(가상의 인물) 여인의 삶을 쭈욱 읽어줬다.

 

초반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던 아이도

조금 시간이 지나자 급 관심을 보이며 잘 들었다.

 

신랑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혼례를 치르고

혼례 하자마자 매운 시집살이를 하고

1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시부모님이 첩을 들이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한씨 부인.

 

조선 여인이 지켜야 했던 삼종지도,

칠거지악 부분이 나오자

조금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조선 여인의 삶은 지금에 비해 너무 힘들었겠구나 하는 공감대였으리라.

어떤 아이는 너무 분하고 화가 난다고 표현하였다.

 

조선 전반, 중반기 까지만 해도

고려 시대의 풍습이 남아 있어서

결혼을 하고서도 친정살이를 하거나

재산 분배도 남녀가 비슷하게 받았다고도 한다.

(신사임당이 친정 강릉에서 살았던 것도 이런 풍습이 남아 있어서란다. )

하지만

두 개의 대란을 겪고 나서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고자

가부장제도가 더 강해졌고,

이에 의해 여성의 삶은 더 제한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여성의 고통(?)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씨 부인의 삶을 듣고나자

지금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삶을 개척한 여인이 있었으니...

(어느 사회이던지 간에 송곳 같은 존재는 있기 마련이다.)

 

교과서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여인으로

신사임당. 허난설헌, 김만덕이 소개되어 있다.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에서도 꿋꿋이 자신만의 꿈을 꾸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한 멋진 여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다른 여인을 소개해 주고,

그 여인의 삶은 각자 조사해서 금요일날, 1분 발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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