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하루가 참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연휴 후유증인가!


연휴 동안,  혼자 운전해 남도여행을 다녀왔지 

어버이날 콱 막힌 거리를 몇 시간 동안 운전하여 

아버지 계시는 요양원과 엄마 집을 왔다갔다 했지

어제 치과 가서 치료까지 받고나니 몸이 더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수업을 할 때는 좀 낫다.


오늘 국어 수업은 모둠 협력 학습으로 진행하였다.

어제 모둠장한테 광고가 들어있는 전단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구해오라고 하였다.

요즘은 거의 모든 준비물을 학교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집에서 준비물을 가져오라 그러면 펑크 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다행이 이번 주 모둠장이 여자라서 안심이 되었다.


1교시 준비물 점검을 해 보니 역시 모둠장들이 완벽하게 광고지를 준비해 왔다.

모둠이 해야 할 일은

광고지를 분석하여 비판해 보는 것이다.

일단 광고지를 교과서에 붙이고

광고의 의도를 파악하고

과장이나 감추려하는 것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다.

조용조용 활동하는 모둠이 있는가 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하는 모둠

분쟁이 일어난 모둠도 있었다.

활동이 끝난 모둠은 발표자를 뽑으라고 하였다.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반은 착하긴 엄청 착한데 발표력이 약하다.

발표자를 서로 미루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급기야 어떤 모둠은 발표자를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있었다.

헐~~

발표자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역시나 가위바위보로 발표자를 정한 모둠의 발표는 청중에게 전혀 전달되지 못했다. 


나의 폭풍 같은 잔소리가 이어졌다.

" 선생님이 발표자를 정하라고 한 것은 그만큼 발표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발표자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다니!

어떤 모둠은 심지어 모둠장 혼자 알아서 하라고 팽개쳐 버리고...

그럴거면 선생님이 모둠장더러 발표를 하라고 했겠죠.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발표자가 제대로 발표를 하지 못하면 좌중의 마음을 훔칠 수 없습니다.

애플이 전세계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잘했기 때문입니다.

발표자는 언어구사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 다음에는 꼭 이 점을 유념하길 바랍니다. "


서로 발표를 미루고 협력하지 못한  2개 모둠은 망했고

발표력이 우수한 아이를 지목한 모둠은 칭찬을 받았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게 다르기 때문이다. 

발표자는 가위바위보로 정할 게 아니다.

발표를 잘하는 사람을 선정하여 자신들이 협력하여 내놓은 산출물을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랜 만에 모둠 협력 학습을 하였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잔소리를 좀 했다.

다음에는 발표자를 가위바위보로 정하지 않겠지.

적어도 목소리 큰 사람을 내보내겠지. 


2달 동안 아침마다 1분씩 돌아가며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는데도 여전히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친구가 몇 있다.

그만큼 발표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다.

1년이 가도 제자리 걸음인 아이도 부지기수이다. 

중3 딸에게 물어보니

중학교는 발표로 수행평가를 하기 때문에 발표를 잘한다고 한다. 

헉~ 모든 게 점수와 연관되는군!

초등은 그렇지 않으니 발표 안 하고 입 꼭 다물고 있는 아이가 꼭 존재한다. 

경어쓰기는 3일만에 정착이 되었는데

발표력은 향상될 기미가 잘 안 보인다. 

본인 스스로 깨닫고 동기 부여를 하지 않는 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발표의 핵심


1. 큰소리로 말한다.

2. 듣는 사람을 바라본다.

3. 발표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4. 어떤 질문이 와도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5.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6학년이니만큼 될수 있는 대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한다.

그래서 아침독서 끝나고 1분 책 읽어주기를 시키는데

책 읽기조차 목소리가 거의 안 들리는 아이도 있다. 에궁!!!

친구와 놀 때는 엄청 크면서 말이다. 

어찌 됐건 계속 단련을 시켜야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겠나 싶다.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할 장을 마련해 주는 것도 교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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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6-05-11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답답하셨겠어요.
아이들이 깨달을 날이 오겠죠.ㅜㅜ 올 거라 믿어야겠죠.ㅜㅜ

수퍼남매맘 2016-05-11 19:13   좋아요 0 | URL
저희 반은 A 형이 많은가 봅니다. (혈액형과 성격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ㅋㅋㅋ
공부는 잘하는데 표출이 어려운가 봅니다. 수학 성적 높거든요.
좋은 의미로 신중하다?

꿈꾸는섬 2016-05-11 19:1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앞으로 발표할 일이 더 많아지잖아요.
ㅎ저 A형인데 발표 잘해요.ㅎㅎ

꿈꾸는섬 2016-05-11 19:15   좋아요 0 | URL
스스로 잘한다고하니 좀 우습지만요ㅎㅎㅎ
필요하니까 하게 되던데요.ㅎㅎ

수퍼남매맘 2016-05-11 19: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지금은 아이들이 발표 필요를 못 느끼는가 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입을 꼬옥 열쇠로 잠그고 있거든요.
중학교처럼 수행으로 점수를 가산하거나 감점하는 것이 아니니 꾹 다물고 있는가 봅니다.
기질적인 문제도 있고요.
일반적으로 A형을 소심하다고 해서 그렇게 적었네요.
화 안 나셨죠?
다른 분들도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6-05-11 19:25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소심하지만 신중하기도 하고 저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꼭 나서진 않는데 필요하니까 저절로 하던데요. 무엇보다 발표할때마다 두근거리지만 예전에 한 선생님께서 특급칭찬하신 이후 자신감이 붙은 것도 같아요. 말을 이쁘게 조근조근 잘했다는 구체적인 칭찬요ㅎㅎㅎ

수퍼남매맘 2016-05-12 10:15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경험처럼 저도 아이가 발표한 경우, 구체적으로 특급칭찬을 해 줘야겠어요. ㅎㅎㅎ
중요한 tip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05-12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2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5월이 되었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어린이날 기념 소체육대회를  내일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비가 온다는 예보에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

동학년 샘들과 의논한 결과, 오늘 5-6교시에 하기로 하였다.


5교시에는 우리 6학년이 체육관을 사용하고,

6교시에는 5학년이 사용하기로 하였다.

운동장은 바꿔 사용하여 2개 학년이 동시에 소체육대회를 하게 된 셈이다.


우리 6학년은 지난 주 1시간, 연습을 잠깐 한 경험 밖에 없는데

그것 치고는 아주 질서 있게 소체육대회를 하였다.

역시 6학년답다 싶었다. 

소체육대회만 한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육상대회도 하였는데

질서정연하게 잘 치뤘다.


어린이로서는 마지막으로 치르는 소체육대회,

지난 번 연습 시간 때 너무 의욕이 없어 

동학년 샘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재료가 새롭게 바뀌고 청백으로 경쟁이 붙으니 잘하였다.

단체 경기 2개를 하는데 하나는 운동장에서 줄다리기를 하였고

나머지 하나는 커다란 바를 넘는 경기를 체육관에서 하였다.

후자 경기를 연습 할 때, 긴 줄넘기로 하였더니 애들이 너무 재미 없어 하여

할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이번 실전에서는 멋진 자료를 제작하여 투입하였더니 재밌다고 하여 다행이었다.

(두 남자 샘이 협력하여 제작하였다. )


각반을 청백으로 나눈 것도 좋았다.

학년이 지금 우리 6학년처럼 홀수반인  경우, 매번 끝반만 아이들이 두 패로 나눠 좀 그랬는데

이렇게 각반을 모두 나누는 게 번거롭긴 해도 합리적인 듯하다.

하여 우리 반도 청백을 나누는데 제비뽑기로 공정하게 하였다.

난 백팀 지도교사였다. 


바 뛰어 넘기 단체전에서는 청팀이 2대 0으로 이겼고

줄다리기에서는 반대로 백팀이 2대 0으로 이겨 둘 다 승리의 짜릿함을 느꼈다.

중간중간 개인 육상대회를 구경하는 것도 나름 좋았다.

아이의 재능을 엿볼 수 있고,

스탠드에서 쉴 수 있어서 말이다.


작년까지는 육상 대회 참여하고 싶은 사람만 하였다는데

올해는 모두 참여하는 걸로 바뀌어서

100미터 달리기, 800미터 달리기, 높이뛰기, 멀리뛰기 중에서 하나씩 선택하여 경기에 참여하였다.

멀리뛰기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 하여

지난 주 미리 대회를 하여 순위를 결정하였다.

이번 5-6교시에는 100미터와 800미터 달리기를 하였다.


6교시 가장 더울 때, 800미터를 (트랙 5바퀴)를 달리는 아이들이 가장 고생이 많았던 듯하다.

우리 반 남자 아이 2명이 2위, 3위를 기록하였다. 둘 다 축구부다.


2교시 연속으로 운동하며면  너무 더울 듯하여

아까 미리 쮸쮸바를 사서 교무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교실로 올라갈 때쯤, 

여자 임원들한테 찾아오라고 하니 

우리 반 아이들이 

"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 라고 외쳤다.

쮸쮸바 하나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다른 반한테 소문 내지 말라고 입 단속을 시켰다. 


작년 울  딸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이 에너지를 많이 쏟을 때마다

여러 번 쮸쮸바를 사줬다는 말을 딸에게 전해 듣고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감사했었다.

(돈을 떠나서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

요즘엔 학부모 찬조 전혀 안 받기 때문에 선생님 사비로 쏘셔야 간식을 먹을 수 있다. 

딸 아이 담임 선생님을 본받아 나도 그렇게 해 봤더니 역시 아이들이 좋아했다.

물론 어떤 아이는

" 선생님, 더 큰 걸로 쏘세요. " 하는 예의 없는 녀석도 있지만

" 선생님, 진짜 맛있어요" 라고 말하는 이쁜 아이도 있다. 


교실에 들어와서 시원한 쮸쮸바 먹으며 알림장을 썼다.

6학년은 이번 소체육대회가 어린이로서 마지막 소체육대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나도 6학년 때, 여자 전체가 부채 춤 추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보통 6학년 정도 되면 여자 아이들은 체육을 정말 싫어하고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6학년 아이들은 안 그래서 이쁘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언제든 이쁘다. 


가을에는 대운동회가 예정되어 있다.

예전처럼 부채춤 추고, 차전 놀이하는  그런 운동회는 아니지만서도

동학년 샘들과 아이디어를 모아  초등학교 마지막 대운동회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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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03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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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어제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져 조금 두꺼운 외투를 껴입었다.

손이 계속 시리다.

봄날씨 진짜 변덕스럽다.

 

국어 시간에 " 광고 읽기"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제부터 시작되었는데

도입 부분에 공익광고 2편을 보여줬다.

하나는 배려

하나는 부모VS학부모 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2pl_kBf9W8

https://www.youtube.com/watch?v=nTJRuWZoQkw

짧은 30초 동안 우리 마음을 숙연하게 만드는 그런 광고이다.

아이들도 두 광고를 보고 느끼는 게 많았던 듯하다.

 

왜 "광고 보기" 라 하지 않고 "광고 읽기" 라고 단원명을 정했을까? 아이를 향해 질문을 던져봤다.

본다는 것을 넘어서서 광고 그 자체에 담긴 의도와

비판까지 해보는 게 이 단원의 학습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재미나게 수업할 것 같다.

 

숙제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오라고 하였다.

5명의 남자 아이가 숙제를 안 해 왔다. (재적의 1/4 이다. )

엄청 혼을 내 줬다.

점심 시간에 2배로 쓰라고 하였다.

여자 아이들은 100% 해 오는데 남자 아이들은 조금만 신경 안 쓰면 이렇게 된다.

이게 습관으로 굳어져 중고등학교 가면

남자 아이들이 수행에서 바닥을 깐다고 한다.

지필 시험을 행여 잘 볼지 몰라도 수행이 엉망이라 전교 30등 안에는

거의 여자가 다수라고 한다.

 

많은 아이들이 뽑은 광고는 단연코 " 금연공익광고" 였다.

" 페암 하나 주세요. 뇌졸중 하나 주세요" 이렇게 하는 광고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8ZjoqoZoUg

나도 그 광고 보면서 인상적이다 못해 너무 끔찍하다 싶었는데

아이들이 받은 느낌도 그랬던가 보다.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는 아이도 있었고,

담배 값을 지금보다 엄청 올려서 (1갑당 10만원) 사람들이 백해무익한 담배를 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한 아이도 있었다.

 

아! 어제 하나 더 본 광고가 있는데

광고 문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이 광고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_xMxSCd9DbM

 

환경보전에 대한 공익광고였는데

초반에는 비록 이 광고를 보더라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약간 염세적으로 말한다.

중반 이후, 남이 변하기를 바라기 전에 나부터 변하자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해 보여준다.

이 광고를 가지고 글쓰기를 한 아이도 있었다.

 

30초 짧은 광고 속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광고를 공부하니 이 책이 떠오른다.

수많은 유명 광고 카피를 생산해 낸 박웅현 씨의 "책은 도끼다 " 이다.

좋은 문구를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참 멋졌다.

저절로 이뤄지는 성공은 없다.

아이들도 그걸 깨달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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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9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보건 선생님이 공개 수업을 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반이 특별히 수업을 잘해서가 아니다.

그 날 수업 든 반이 우리 반이라서 선택된 것이다.

수업 분위기 좋은 반은 매번 교과 선생님한테 간택되고 있다.

(그 반은 아주 적극적이고 발표를 잘한다. )

우리 반 아이들 발표 잘 안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 보지만

발표 안 하는 애는 무슨 수를 써도 안 한다.

오죽 하면 내가 20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발표하면

쭈쭈바를 사 준다고 하였을까!

그래도 안 하는 녀석이 있다.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면 속 터질 거다.

 

5교시 보건교육실에서 보건 수업이 시작되었다.

벌써 점심 시간부터 흥분한 몇 명이 보였다.

수요일이라서 특별한 급식이 나와서인가!

오전에는 기력이 없다가

점점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몇 있다.

목소리 커지고, 행동  커지고...

이 상태로 수업이 잘 진행될까 염려스러웠다.

다행이 오늘 1학년 공개 수업이 있어서 대부분의 선생님은 1학년 수업을 보러 가셨다.

1학년 수업은 참관자도 참 재밌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ㅎㅎㅎ

작년에는 어떤 아이가 공개 수업 중에 윗옷을 벗어던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자기 엄마만 안 왔다고 난동을 부린 거다. )

 

 

교사 입장에서는 그래도 준비한 수업인데

별로 손님이 없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보건 선생님도 참관자가 별로 없어 좀 맥이 빠졌을 듯하다.

 

어떤 모둠의 2명의 남자아이가 서로 장난을 하고, 전혀 집중을 하지 않았다.

담임이 있으니 보건 선생님은 뭐라 제지도 못하고

내가 나서서 집중하라고 해도 그 때뿐이다.

둘이 바짝 옆에 붙어 앉아 있으니 사사건건 장난을 한다.

앉아 있는 자세도 삐딱하고 말이다.

 

마침 도움반 공개 수업도 있어서

중간에 도움반으로 갔다.

우리 반 친구도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

그 친구 부모님만 수업 참관을 오시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을 법하다.

담임도 쭈욱 붙어 있지 못해 미안했다.

도움반 친구들이 재미나게 수업 하는 것 보니 두 녀석한테 화났던 마음이 좀 수그러들었다.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 반 친구와

눈이 마주쳐 화이팅! 이라고 말해줬다.

6학년이라서 부모님 안 계셔도 의연하게 잘하고 있었다.

클라이막스를 보고 다시 보건교육실로 올라왔다.

 

여전히 그 두 아이는 수업에 집중 안 하고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이 모둠이 아직 면담하기 날짜도 정하지 못한 그 문제 모둠이다.

나 외에 3분의 선생님이 수업을 보고 계셨다.

한 선생님이 나보고

" 선생님! 저기 저 아이 졸고 있어요" 한다.

진짜 눈을 감은 채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호호호

많이 피곤한가 보다. 아님 식곤증일지도.

차라리 조는 게 낫지.

 

"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약을 복용할 때는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과 마셔야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좋은 것을 배웠다.

 

수업이 다 끝나고 그 두 명한테

" 내일 교실에서 봅시다" 라고 말했다.

" 교장 선생님 오셨다 가셨어요?" 하니

여자애들이

" 네~~ 교장 선생님이 검정색으로 염색하셨어요" 한다.

'음~ 내가 도움반 간 사이, 왔다가셨군! 여자애들은 역시 헤어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하필 내가 자리 비운 사이, 왔다가시다니... 하는 수 없지.

그 때는 두 녀석이 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세라도 제대로 앉아 있었으면 다행이군.

 

차라리 내가 수업하는 게 낫다.

교과 선생님 수업에 협조하는 게 더 가시방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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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8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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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9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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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었다.

본교는 해마다 가까운 장애센터에서 오셔서 6학년을 대상으로 장애인인권교육을 해 주신다.

금요일 5-6교시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강사 2분이 교실에 직접 오셔서 수업을 해 주셨다.

나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해서

수업을 들을 수는 없었다.

책이나 동영상으로 하는 장애인권교육도 좋지만

이렇게 직접 장애센터에서 강사가 오셔서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신 분 중에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도 있었으나

우리 교실에 오신 분은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장애 정도가 심해도 너무 놀라지 마라고 미리 언질을 줬다.

아이들 놀라는 표졍에서 상대방이 상처를 받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 날, 장애인인권교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몇 명이 대답을 하였다.

 

" 장애센터에서는 모두가 친구래요"

"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어린이인권처럼 장애인인권이 따로 있다는 걸 알았어요."

" 초2인데 밤 10시, 늦게까지 공부한다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장애인인권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권도 다룬 듯하다.

 

우리 반에는 도움반 친구가 있으니

매일 장애인인권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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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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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25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