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등교시각이었다.
원래 반별체험학습을 가야 했으나 메르스 때문에 취소된 날이기도 하였다.
교실에 도착하니 두 명의 아이가 케일 화분 앞에 붙어 있었다.
" 선생님! 나비 되었어요"라고 하였다.
진짜 번데기가 나비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기특한 녀석들! 그 힘든 과정을 모두 통과하여 어여쁜 나비가 되었다.
정말 축하한다.
체험학습 못 간 대신 우리에게 큰 선물이 온 셈이다.
최초발견자와 둘째 번 발견자는 신이 나서 오는 아이한테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초발견자가 나비 날개가 젖어 있는 상태에서 자석으로 집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젖은 상태에서 날개를 건드리면 다칠 수도 있다는데...
다른 애들이 왜 만졌냐고 최초발견자한데 항의를 했다.
나비는 오랫동안 얌전히 날개를 말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번데기 하나가 더 보였다.
번데기 속으로 고스란히 날개 무늬가 보여 아이들한테 돋보기로 살펴보라고 시간을 줬다.
정말 신기했다.
아침독서를 끝내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책을 읽는데
아까 번데기였던 것이 어느새 나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 책 읽는 사이 날개돋이를 하다니....
나비 밑에 번데기 껍질이 그대로 있었다.
그 나비는 1-2교시 동안 날개를 말렸다.
4교시 쯤 보니 또 한 마리 나비가 붙어 있었다.
다행이도 세 마리 모두 날갯짓을 제대로 잘했다.
나비가 호기심이 많아 자꾸 창문에 달라 붙으려고 해서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겨우겨우 유인하여 나비를 운동장으로 날려보냈다.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 나비야, 잘 가. 우리가 너희 엄마, 아빠야"라고 인사를 했다.
그렇다.
우리가 너희 부모인 셈이야.
너희 동족 있는 데로 가서, 건강하게 잘 지내야 돼.
아이들의 일기를 보니
어제 나비가 된 사건을 쓴 아이들이 많았다.
알, 애벌레, 번데기, 나비로 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에게
나비는 그냥 나비가 아니었다.
우리의 가족이자, 자식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6마리의 나비가 태어났다.
한 두 마리는 꾸러기들 때문에 밟혀서 다치거나 죽기도 하였다.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이 왜 그랬냐고 언성 높여 꾸지람을 하였다.
애벌레 시기에는 수 십 마리가 있었는데
중간에 식량 부족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번데기가 되고, 이렇게 아름다운 나비가 된 녀석들은
정말 생존능력이 탁월한 녀석들인 듯하다.
오후에 아이들 관찰기록장을 살펴보니
그동안 배추흰나비 알을 키우면서 참 정이 많이들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배추흰나비 한살이를 체험하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한층 더 자란 듯하여 뿌듯하다.
지금도 한 마리 나비가 창문에 살포시 앉아 있는데
쓰는 걸 멈추고 운동장으로 내보내야줘야겠다.
나비야, 잘 가.
건강하게 잘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