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들 데리고 보건 선생님이 공개 수업을 하신다고 하셨다.
우리 반이 특별히 수업을 잘해서가 아니다.
그 날 수업 든 반이 우리 반이라서 선택된 것이다.
수업 분위기 좋은 반은 매번 교과 선생님한테 간택되고 있다.
(그 반은 아주 적극적이고 발표를 잘한다. )
우리 반 아이들 발표 잘 안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 보지만
발표 안 하는 애는 무슨 수를 써도 안 한다.
오죽 하면 내가 20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발표하면
쭈쭈바를 사 준다고 하였을까!
그래도 안 하는 녀석이 있다.
부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면 속 터질 거다.
5교시 보건교육실에서 보건 수업이 시작되었다.
벌써 점심 시간부터 흥분한 몇 명이 보였다.
수요일이라서 특별한 급식이 나와서인가!
오전에는 기력이 없다가
점점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몇 있다.
목소리 커지고, 행동 커지고...
이 상태로 수업이 잘 진행될까 염려스러웠다.
다행이 오늘 1학년 공개 수업이 있어서 대부분의 선생님은 1학년 수업을 보러 가셨다.
1학년 수업은 참관자도 참 재밌다.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ㅎㅎㅎ
작년에는 어떤 아이가 공개 수업 중에 윗옷을 벗어던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자기 엄마만 안 왔다고 난동을 부린 거다. )
교사 입장에서는 그래도 준비한 수업인데
별로 손님이 없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보건 선생님도 참관자가 별로 없어 좀 맥이 빠졌을 듯하다.
어떤 모둠의 2명의 남자아이가 서로 장난을 하고, 전혀 집중을 하지 않았다.
담임이 있으니 보건 선생님은 뭐라 제지도 못하고
내가 나서서 집중하라고 해도 그 때뿐이다.
둘이 바짝 옆에 붙어 앉아 있으니 사사건건 장난을 한다.
앉아 있는 자세도 삐딱하고 말이다.
마침 도움반 공개 수업도 있어서
중간에 도움반으로 갔다.
우리 반 친구도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
그 친구 부모님만 수업 참관을 오시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을 법하다.
담임도 쭈욱 붙어 있지 못해 미안했다.
도움반 친구들이 재미나게 수업 하는 것 보니 두 녀석한테 화났던 마음이 좀 수그러들었다.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우리 반 친구와
눈이 마주쳐 화이팅! 이라고 말해줬다.
6학년이라서 부모님 안 계셔도 의연하게 잘하고 있었다.
클라이막스를 보고 다시 보건교육실로 올라왔다.
여전히 그 두 아이는 수업에 집중 안 하고
자기들끼리 투닥거리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이 모둠이 아직 면담하기 날짜도 정하지 못한 그 문제 모둠이다.
나 외에 3분의 선생님이 수업을 보고 계셨다.
한 선생님이 나보고
" 선생님! 저기 저 아이 졸고 있어요" 한다.
진짜 눈을 감은 채 꿈나라를 여행하고 있었다. 호호호
많이 피곤한가 보다. 아님 식곤증일지도.
차라리 조는 게 낫지.
"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수업이었는데
약을 복용할 때는
따뜻한 물이나 미지근한 물과 마셔야 흡수가 잘 된다고 한다.
좋은 것을 배웠다.
수업이 다 끝나고 그 두 명한테
" 내일 교실에서 봅시다" 라고 말했다.
" 교장 선생님 오셨다 가셨어요?" 하니
여자애들이
" 네~~ 교장 선생님이 검정색으로 염색하셨어요" 한다.
'음~ 내가 도움반 간 사이, 왔다가셨군! 여자애들은 역시 헤어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
하필 내가 자리 비운 사이, 왔다가시다니... 하는 수 없지.
그 때는 두 녀석이 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자세라도 제대로 앉아 있었으면 다행이군.
차라리 내가 수업하는 게 낫다.
교과 선생님 수업에 협조하는 게 더 가시방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