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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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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카이아" 라는 생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솔직히 이 그림책을 만나기 전에는 이 생물의 존재조차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만희네 집>과 <꽃 할머니>,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등의 우수한 그림책을 여러 권 집필하신 권 작가님이 이번에 새로운 그림책을 쓰셨다길래 무조건 읽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읽게 되었는데 정말 대작을 만났다는 느낌이 단번에 들었습니다.

 

   먼저 " 피카이아"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드리죠.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동물로 생김새는 약간 민달팽이처럼 생겼는데 척추의 근원이 된 척삭이 있는 5cm 정도 되는 작은 생명체예요.  그 당시, 지구에 폭발적으로 여러 종의 동물이 생겨났는데 그들에 비하면 피카이아는 아주 힘 없고 존재감 없는 동물이었죠. 그런데 그 시기, 다른 강자들이 한꺼번에 멸종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카이아는 살아남아 인간의 조상이 되었다고 해요. 참 신기하죠? 다른 강자들은 모조리 멸종당했는데 이 여리고 여린 피카이아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전 그래서 이 책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지금도 피카이아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서 씌여진 거예요. 힘 없고, 연약하고, 언제 어디서 강자에게 잡아 먹힐지 모를 만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고 있는 그런 우리 같은 존재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서 탄생했다는 거예요.

 

 

 

   이 책에는 "키스"라는 아주 멋지게 생긴 개와 그에게 책을 읽어주는 상처 받은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등장합니다. 권 작가님이 순천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에서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보시고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내셨다고 합니다. 개에게 책을 읽어 준다는 것이 참 신선했어요. 상처 받은 영혼들은 아마 사람을 믿지 못할 거예요. 특히 윤이 같은 아이는 더욱 그러하겠죠.  사람을 향해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아이들이 개나 고양이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거죠. 도서관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 집 근처의 도서관에 키스처럼 잘 생긴 개가  있고, 귀를 쫑긋 세우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준다면 도서관 나들이가 정말 즐거워질 것 같아요. 상처 받은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키스라는 개에게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하고, 개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 하고, 아주 오랜 전 그 옛날" 피카이아"가 그랬던 것처럼 힘든 오늘을 살아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살아남는 것 즉 존재 자체야말로 가치있는 게 아닐까요?

 

 

 

 

 

1. 인간과 바퀴 벌레

   자! 여섯 명의 어린이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전 상민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상민이야말로 피카이아거든요.  상민이가 궁금해하고, 상민이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구구절절 옳기 때문에 머리가 끄덕여졌어요. 상민이가 말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오히려 월급도 더 많이 받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데 세상은 그 반대인 것을 알아버린 상민이의 마음은 얼마나 헛헛할까요!

 

 

 

 

   이 장면은 반지하에 사는 상민이가 방에 고양이와 단둘이 남아서 밥을 지으려고 하는 거예요. 어디선가 바퀴 벌레 한 마리가 나타나 고양이가 바퀴벌레를 잡으려 하는 모습이죠. 마지막 고양이 발에 밟힌 바퀴벌레의 모습에서 세상에 짓밟히는 상민이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짓밟히면서도 바퀴 벌레는 살아남았죠.

 

 

2. 인간은 함께 살아간다.

 

   다음은 미정이의 이야기예요. 미정이 이야기에서는 아이들을 경쟁으로만 치닫게 하는 사회의 무정함이 느껴집니다. 이 장면은 조금 섬뜩했습니다. 뜨개질을 하고 싶어 하는 미정이에게 엄마는 소리를 질러 대며 학원을 가라고 다그치죠.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학원 투어에 나서야 하는 미정이의 슬픔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어요. 미정이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뭘 원하는지 아는데 정작 엄마는 미정이가 좋아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알지 못하네요. 아니 애써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부모가 외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부모로서 뜨끔해지는 이야기였어요.

 

3.인간은 치유하며 성장한다.

 

 

   윤이의 이야기에 나오는 장면이에요. 윤이는 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만나는 고등학생 오빠에게 아마도 성폭력을 당한 것 같아요. 그후 다른 사람 앞에 서면 스스로 이렇게 벌레처럼 작아진 듯 느끼게 되죠. 특히 윤이가 좋아하는 혁주 앞에서는 더욱 작아져서 보는 사람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어요.  피카이아 겉표지 그림은 윤이의 모습이었어요. 꽃이 활짝 핀 나무에 기대어 길양이와 마주 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아주 평화로워 보이죠. 지금 이 장면과는 느낌이 아주 상반되죠. 윤이 머리에 얹어진 잘려진 나뭇가지들이 겉표지에 나온 그림처럼 활짝 핀 꽃들이 있는 건강한 나무로 자라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4.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간다.

 

 

 

   채림이의 이야기에서는 정리 해고된 채림이 아버지를 통해 인간은 사회를 이루며 산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해요. 여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유일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있어서 읽을 때 가장 마음이 편했어요. 지난 IMF 때 정말 많은 분들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정리 해고를 당하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정리 해고와 비정규직 등으로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요.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사측과 노측이 상대의 입장이 되어 조금 더 이해하고 양보한다면 다같이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1%가  나머지 99%의 것들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죠. 상민이의 말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존경 받고 월급도 많이 받는 세상, 그런 세상은 진짜 오지 않는 걸까요!

 

5. 인간도 동물이고 자연이다.

 

 

 

   강안이의 이야기에서는 몇 년 전 구제역으로 자식처럼 기르던 소, 돼지들을 생매장시켜야 했던 그 엄청난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그림을 가장 불편하게 그릴려고 했다는데 생각보다 착하게 그렸다고 하시네요. 이 장면은 외식을 좋아하는 강안이네 가족이 고깃집에 가서 아빠는 생간을 먹고, 엄마는 생피를 마시는 장면이에요. 보편적으로 누구나 먹는 것 말고  진짜 이상한 것들을 먹는다는 뉴스를 들어 본 적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환경을 생각해서 채식만 한다고 들었어요. 강안이의 친구인 혁주도 심장이 있는 짐승은 먹지 않는다고 선언을 했대요. 인간들이 육식을 많이 하면서부터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들어봤을 거예요. 강안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하게 즐겨 먹는 육식에 대해서도 또 한 번 물음표를 던지게 합니다. 더 나아가 인간도 동물이면서 다른 동물들에게 너무 심한 짓들을 하고 있지는 않나 자문하게 합니다.

 

6. 인간의 먼 조상, 피카이아

 

 

 

   앞서 이야기한 다섯 명의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 한결 같이 등장하는 아이가 바로 혁주예요. 정신적인 지주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혁주가 피카이아 화석에 대해 알게 된 후 문제아(?) 친구들에게 알려 준 거예요. 상처를 하나씩 가진 아이들은 자신들보다 더 약해 보이는 피카이아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겠죠. 강해 보이지만 혁주 자신도 피카이아랍니다. 혁주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매일 엄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지만 엄마와 대면하지는 못한 채 꿈에서 깨곤 합니다. 꿈에서라도 한 번 엄마와 눈을 맞추고 손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혁주는 우연히 책에서 피카이아 화석에 대해 알게 되고 어른이 되면 엄마를 찾아가는 대신 피카이아 화석이 발견된 버제스산을 찾아가리라고 결심합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도 엄마와 함께 한 추억 한 방울도 없는 혁주지만 혁주 또한 살아남은 피카이아임에 틀림 없습니다.

 

   권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힘든 하루하루를 사는 수많은 피카이아들에게 " 살아남는 것" 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으며 미래를 창조해 낼 수 있는 근원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이건 힘든 세상 속에서 나만 정신 무장 똑바로 하고 " 무슨 일이든지 무슨 상황에서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돼" 하는 힐링 멘트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일들을 만날 때가 있을 겁니다. 뉴스를 보니 자살 고민을 해 본 초등학생이 2.2%라고 하네요.  내가 어릴 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떠올려 보니 마냥 즐겁게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기억만 납니다. 하여 자살 고민을 해 봤다는 초등학생들의 대답이 더 안스럽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과 비교하여 훨씬 더 풍요롭게 사는 아이들인데 지금의 아이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도 학생들이 살아가기 힘든 우리 나라에서는 이 책이 정말 위로가 될 것입니다.  고생대 캄브리아 때 멸종되지 않고 살아남았던 것은 그 시대를 장악했던 센 놈들이 결코 아니라 우리처럼 약하디 약한 피카이아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임을 늘 되뇌였으면 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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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09-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리뷰 너무 잘 보고갑니다.

수퍼남매맘 2013-09-25 14:40   좋아요 0 | URL
아! 파트장심이시죠. 수고 많으세요.

예원&예준맘 2014-04-29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한권이 이렇게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네요...
리뷰를 생각하며 꼭 한번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요즘처럼 뒤숭숭한 이런때에...
오늘은 또 북한이 서해부근에서 사격훈련을 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대피를 했다는 보도가 있네요ㅠㅠ
괜시레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생명은 이렇게도 귀한것인데...
권정생 작가님의 책을 보며 울었습니다.
권정생 할아버지는 다시 환생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요..ㅠㅠ

감사하게도 전쟁이란걸 모르고 살아온 세대인데...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산다는게 새삼 감사할 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