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박현주 글.그림 / 이야기꽃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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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온이와 닮은 고양이가 그려진 이 그림책이 정말 궁금하였다.

"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이 고양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면지에는 아주 슬픈 표정을 한 고양이가 주차장에 유기되어 있는 장면이 있다.

고양이 집이 있는 걸로 봐선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임에 틀림 없다.

고양이 맞은 편에 길게 드려진 두 개의 그림자가 보인다.

바로 조금 전까지 고양이와 함께했던 가족들이다.

그림자로 봐선 아이들이다.

한 장을 넘기면

고양이 눈 속 가득 흐느껴우는 두 남매의 모습이 들어있다.

이 남매가 우는 것은 " 나 때문에"란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오빠와 여동생이 아주 슬픈 표정으로 고양이와 고양이 집을 각자 껴안고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그림책은 특이하게도 시간이 거꾸로 간다.

즉 고양이가 왜 주차장에 버려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그림책은 처음이다.

추리 소설처럼 왜 고양이가 유기되었는지 역으로 편집되어 있다.

 

고양이는 자신이 집에서 쫓겨난 것이 결국 " 나 때문에"라고 말한다.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아빠, 엄마 탓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꽃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나 때문에"란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도 자신이 겪는 불행에 대해 "나 때문에"라고 쉬이 말하지 못한다.

" 너 때문에"라고 흔히들 말한다.

인간이 속한 어느 사회에서건

시시비비가 생기는 이유가 " 나 때문에"는 없고 오직 " 너 때문에 "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

" 나 때문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사회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더불어 이 그림책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버려진 유기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해마다 유기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기묘의 평균 주검을 해부해 보면 비닐 봉지만 가득 들어차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난다.

길고양이들이 주로 종량제 봉투를 뒤져서 먹곤 하는데

거기에 비닐이 많이 들어 있어서 탈이 나 죽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해에는 강남의 모 아파트에서 지하에 길고양이들이 드나드는 것이 보기 싫고 냄새 난다 하여

아파트 주민들이 문을 봉쇄하여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말라서 죽은 일이 있었다.

그 사건 때문에 동물 애호가들이 분노한 적이 적이 있었다.

나도 뉴스를 접하고 고양이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아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고양이의 말라비틀어진 시체는 참혹하였다.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길고양이들을 그렇게 가두고 말라 죽게 할 권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몰살시키고 싶을 정도로 길고양이들이 인간에게 큰 해를 끼쳤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이 중요한만큼

동물들도 중요한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다시 그림책 이야기로 넘어가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끝까지 책임진다는 일이다.

인간의 기분에 따라 반려동물의 일생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에서 하루아침에 길고양이가 되어 버린 고양이가 받은 상처도 그렇지만

그림책에 나온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는 어땠을까 싶다.

부모가 " 그 고양이 당장 버려!" 라고 했을 때 거역하지도 못하고

주차장에 고양이를 버리고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아이들의 상처는 누가 치유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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