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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에 매달려 ㅣ 꿈터 지식지혜 시리즈 25
최정현 글, 대성 그림 / 꿈터 / 2014년 3월
평점 :
이 그림책은 방과후에 여러 가지 학원 투어로 고단한 아이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라 아이들처럼 바쁜 아이들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나라 아이들은 삶의 여유가 어른만큼, 아니 어른보다 더 없어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아이들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통계 결과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 터이다.
주인공 예나는 매일 여섯 시에 일어나 엄마 손에 동동 매달려-자신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여기 저기 학원에 다닌다.
영어 끝나면 피아노 학원, 피아노 끝나면 미술 학원, 그림 끝나면 수영 학원.
와! 진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예나이건만 이렇게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한창 놀아야 할 나이인데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예나가 영어, 피아노, 그림, 수영에 재능이 있어서일까?
아니라고 본다.
까놓고 말해 엄마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본다.
물론 예나 엄마는 예나를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예나를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내 아이가 남들보다 한 발 앞서기 바라는 엄마의 욕심 때문이 아닐까?
내 아이가 최고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욕심 말이다.
하지만 정작 예나의 현재는 이렇게 고달프다.
한 마디로 엄마 손에 매달린 예나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이 그림책에서 아쉬운 점은 예나 엄마가 갑자기 회심한 것이 너무 작위적이라는 점이다.
예나가 학원 투어에 그렇게 파김치가 되어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던 엄마가
휑해진 두 눈으로 " 오늘 집에서 엄마와 놀면 안 돼?" 라는 예나의 간절한 한 마디에
따뜻한 엄마로 돌아와 예나와 놀아주는 설정은 내가 보기에 너무 억지스럽다.
그렇게 아이의 말 한 마디로 돌아올 엄마였다면
애초부터 학원을 네 개씩이나 보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어떤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그림책을 썼는지는 이해하나
보는 사람, 특히 엄마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려면 좀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난 그림책은 첫째 번 독자가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이 이 그림책을 읽고 자신을 돌아보고, 예나의 마음에 공감하고, 아이들을 놀게 놔두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좀더 갈등이 극대화되고, 갈등 해결도 뭔가 더 극적이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현재 행복한 아이가 미래도 행복할 수 있다고 난 생각한다.
오지도 않는 미래 때문에 현재를 저당잡히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가 <신의 선물>이다.
이 드라마는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기 전, 엄마는 겉으로는 진보적인 엄마였지만 그녀 역시 남들과 똑같은 속물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가슴 아프게 잃어본 엄마는 이제 안다.
무엇이 아이를 위하는 것인지 말이다.
신의 선물로 주어진 14일, 그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죽음도 불사한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영어, 피아노, 미술, 수영이 중요하다고 하여 아이를 닦달할까!
아닐 것이다.
그냥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서 내 옆에 있는 자체가 감사할 것이다.
부모라면 아이의 존재 자체만으로 온전히 감사하던 때가 있다.
아이 자체가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분명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부모의 욕심이 스멀스멀 자라 아이를 위한답시고,
아이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번 나를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