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뜨는 밤에 가부와 메이 이야기 7
기무라 유이치 글, 아베 히로시 그림,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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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와 메이 마지막 이야기 <보름달 뜨는 밤에>를 드디어 봤다.

펴낸 날을 보니 3월 25일이다. 완전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금요일 오후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오른쪽에 딸, 왼쪽에 아들을 두고 그림책을 읽어줬다.

겉표지를 넘기자 분홍색 면지가 나왔다.


" 얘들아, 혹시 해피엔딩 아닐까? 면지가 분홍색이잖아.!"내가 말했다.

새드 엔딩으로 끝난 6권의 마지막을 알기에

우린 가부와 메이가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그림책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첫 장면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표현기법이 나왔다.

한지로 구겨서 눈사태가 난 장면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뭔가 움직임이 있었다.

바로 가부였다.

'아! 가부가 살아있었구나!'

하지만 그것은 메이가 매일 꾸는 꿈이었다.


푸른 숲에 혼자 온 메이는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메이는 자책을 하고

점점 말이 없어지고, 쇠약해진다.

'이러다 메이도 죽는 거 아니야?'란 걱정도 들었다.


점점 기력이 없어져 나무 밑동에 누워 있던 메이에게 숲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남아있었는지

메이는 있는 힘을 다해 번개처럼 빠르게 늑대가 나타났다는 연두 들판으로 달려갔다.


한편 눈사태에서 살아남았다는 늑대는 가부가 맞았다.

하지만 눈사태는 가부로부터 건강과 함께 메이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렸다.

이런 경우 살아있어서 다행인건가! 싶기도 하다.

더 이상 메이의 친구가 아닌 가부는 늑대 본성대로 닥치는 대로 잡아 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맛있는 염소 냄새가 나는 게 아닌가!

자신이 예전에 염소 고기를 아주 좋아했던 기억은 남아 있었다.


그렇게 가부와 메이는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연두 들판으로 달려갔다.

이 장면은 두 쪽 가득 표현되었다.

가부와 메이가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달려오는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면서 압권이었다.

암전 같은 장면이 이어지고  "퍽" 소리만 들린다.

메이가 잡아먹혔나?


이번 7권은 여러 가지 표현 기법들이 나와 있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더 솔솔하다.

스크래치 기법은 1권부터 쭉 나오는 것이고,

수채화도 나오고,

크레파스와 수채 물감으로 채색한 장면도 나오고,

좀 더 진한 채색(아마도 유화?)도 나오고,

첫 장면처럼 한지를 구겨 표현한 것도 있다.

가부가 먹잇감을 찾아 숲을 헤매는 장면은 흑백으로만 표현되었다.

그림책을 다 읽고나서 다시 글자가 아닌 그림을 읽어봤다.

그래도 이해가 되는 것을 보니 그림의 서사 구조가 잘 짜여져 있다고 보겠다.

이 그림책이 생각보다 글밥이 많은 편이라서

그림 위에 글씨가 써져 있는 부분은 좀 아쉽긴 하다.

 

7권은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상실감과

기억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메이는 자책감에 시달리며 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메이는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에 점점 건강도 나빠지게 되고

결국 "폭풍우 치는 밤에 만나지 말았을 걸"하는 후회를 하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다는 것은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힘든 일임을 메이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 못해 연인과 이별을 해도 우린 이런 생각의 과정을 겪는다.

행복했던 일들을 추억하기 보다 "차라리 만나지 말 걸"이란 후회를 하곤 한다.

 

죽었다고 생각한 가부가 살아 있음을 알고 만났지만

자신과 함께했던 그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때

메이는 또 한 번 절망한다.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떤 것이 더 절망적일까!

후자에서 느끼는 절망도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 예를  어떤 영화에서 보았다.

 

캐나다에 사는 어떤 노부부가 있다.

아내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상태가 심해져 요양원에 가게 된다.

얼마 만에 문병을 간 남편은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게 된다.

아내는 그 동안 남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요양원에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요양원에 아내를 보낼 때보다 남편은 더 깊게 절망한다.

자신에 대한 추억을 다 잊어버린 아내,

그런 아내가 자신의 첫사랑을 돌봐주는 모습을 바라보는 남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치매가 정말 무서운 병이구나 생각했었다.

본인에게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가족에게 있어서 정말 큰 고통을 안겨주는구나 생각했었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가부, 늑대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가부, 한낱 멋잇감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는 가부를

바라보는 메이의 마음이 더 아프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별""기억상실"등은 아이들이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7권은 상실감과 절망에 대한 메이의 심리 묘사를 통해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곰감하게 도와준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이구나!

마음이 아프면 몸이 덩달아 아플 수 있구나!

그 존재가 살아 있다는 것이 기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가부를 바라보는 게 이렇게 절망적일 수 있구나!

 

가부와 메이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한층 더 자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은 이 그림책의 결말을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얘니메이션은 7권까지의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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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4-03-30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것 또한 슬픈 결말인 건가요?

수퍼남매맘 2014-03-30 09: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비밀이에요.

꿈꾸는섬 2014-04-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나왔다는 소식에 애들이 보고 싶다고 난리여요. 궁금하지만 조금만 참았다가 구매해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04-01 17:23   좋아요 0 | URL
그쵸.
예약 구매하고나서 언제 오나 우리 가족 모두 눈이 빠져라 기다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