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조금 길었다. 아침에 들기름 메밀국수를 해먹고(홍게백간장으로 간 조금 하고 들기름 낫게, 삶은계란, 깨 손바닥으로 부셔서 넣고 열무김치랑) 진하게 드립해주는 커피 한잔 마시고. 습도는 높고 오른발목은 시원찮고 밍기적거리다 벌떡 일어나 머리 감고 준비하는데, 아베, 총, 어쩌고 라디오에서 뉴스가 들렸다. 요즘 참 1분이 멀다하고 놀라운 뉴스가 들리는데 이건 또 뭔가. 마음은 부리나케 발은 더듬더듬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시낭송과 감상 수업이 있는 날이다. 도서관 가는 길에 ebs 북카페 듣는 거 너무 좋다. 김소연, 김상혁 시인이 오늘 소개한 시 두 가지 중, 여는시로 '1분 후의 세계'를 낭송해드렸다. 지긋이 눈 감고 귀 기울이시는 분들 얼굴이 또 참 좋다. 마치고 저녁엔 이곳 광안리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홀에서 한 문학행사에 참여했다. 그간의 사정을 알고 안부와 염려의 말을 주시는 글벗들 덕에 마음 촉촉. 안쓰러운 표정으로 손을 꼭 잡아주신 교수님, 많은 말 하지 않아도 마음이 느껴졌다. 그동안눈에 띄게 여윈 것 같아 마음 쓰인다. 난 반대로 통통해지고. 1분 후의 세계는 잘 모를 일이지만, 다들 오래 건강하면 좋겠다. 집에 들어오니 남편 혼자 앉아 추도예배 간단히 보고 그대로 앉아 있다. 증조부(증조모까지) 기일이었다. 해마다 내가 한 지 좀 되었다. 올해는 좀 생략했으면 싶었는데 그러기 싫어해서 꼭 생선 굽고 탕국 끓여야겠냐고 메뉴를 바꿔도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냐고 아침에 말했더니 쌀밥 짓고 과일에 소고기 굽고 술 한 잔 올려놓았네. 




 1분 후의 세계 / 박용하  

  

 

  사람 만나는 게 돌 만나는 것보다 흥미 없어

  젊은 시인들 시를 읽네

 

  돌에는 무늬라도 있지

  천 년 물결 기억 무늬

  천 년 어둠 추억 무늬

 

  그렇다고 나는 돌 수집가가 아니라네

 

  사람들 만나는 게 커피 만나는 것보다 깊이 없어

  젊은 시인들 시집을 밤늦도록 읽네

 

  거기엔

  하나 마나 한

  제자리 높이뛰기 말들이

  헛바퀴 돌기도 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가

  피부를 뚫고 들어와 피와 함께 돌기도 하네

 

  가장 좋은 시는

  지금 쓰고 있는 시

 

  가장 나쁜 시도

  지금 쓰고 있는 시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을 당신도 모르듯이

  오늘의 삶은 오늘도 모르고

  내일의 시는 내일도 모른다

 

  보이는 풍경 너머

  보는 풍경

  더 멀리

  끝끝내 안 보이는 풍경 앞에서

 

  다음이 없는 만남이

  가장 좋은 만남이라는 것을 두고두고 모르는

  이번 만남처럼

 

  1분 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3분 후의 내가 어떻게 돌변할지

  1시간 후의 저 자두나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듯

 

  내 속으로 들어가는 데만도 일생이 걸리고

  내 밖으로 들어가는데 또 일생이 걸리고

  그렇게 나는 너를 지나가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나 몰라라 하네

 

  매일 초면인 해와 달

  매일 창세기인 바닷가

  매일 새로운 파도

  매일 다른 바다

 

  초록 잎사귀는 다 다른 초록 잎사귀

  빨간 앵두는 제각각 빨간 앵두

  눈물은 제각각 명암 눈물

 

  나무가 자라는 곳까지 가서

  뿌리는 나무를 박고

  나무가 자라는 곳까지 가서

  잎은 나무를 떠나고

  한 번 떠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여벌이 없는 생사처럼

  인생은 한 번조차도 많다

 

  1분이면 과분한가

  헛살았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1분이면 부족한가

  삶의 경이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겨우 아는 것

 

  아무리 멀리 가도

  발바닥에 닿는 것들을 노래하고

  머리카락에 연결된 것들을 상상한다

 

  인간을 말하되

  인간만 말하지 않는다



플라스마 / 임경섭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그의 아내에게 오로라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나고 자란 고장에선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같은 고장에서 나고 자란 아내 역시 한번도 보지 못한 그것을 끔찍이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결혼 3주년이 되던 날 근교로 나간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멀찍이 샛노란 해넘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까페 테라스에 앉아 아내에게 말했다

죽기 전에 너에게 오로라를 보여주고 싶어

그러자 아내는 검붉은 가을 수수밭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아내 혼자서 오로라가 보이는 곳으로 가도 된다는 말이야?

아내의 질문에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한쪽 머리가 아파왔다

그렇지 나는 분명 아내에게 오로라를 보여주고 싶었지

그렇지만 일찍이 스스로 오로라를 보고 싶단 마음도 갖고 있었어

그렇다면 내 말은 내가 오로라를 보기 위한 수단으로 아내를 이용하겠단 뜻일까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꼬았던 다리를 반대로 다시 꼬는 동안 상체를 아내 쪽으로 은근히 숙이며 말했다

죽기 전에 너와 오로라를 보러 가고 싶어

그러자 아내는 푸르르 떨리는 진보랏빛 유성 같은 입술로 물었다

당신은 오로라가 보고 싶은 거야, 오로라가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은 거야?

아내의 질문에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 오로라를 보는 일은 검색으로도 가능한 일이지

그래도 나는 태양의 입자와 지구의 자기장이 부딪는 곳에 서서 그것들의 발광을 목격하고 싶은 마음이었어

그래서 내 말은 오로라가 보이는 곳으로 가되 거기서 오로라를 보지 못해도 된다는 뜻일까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의자에서 일어나 아내에게로 걸어가 그녀의 팔걸이에 걸터앉으며 다시 말했다

죽기 전에 오로라가 보이는 곳으로 가 너와 함께 오로라를 바라보고 싶어

그러자 아내는 북극점으로부터 불어오는 텅 빈 바람 같은 눈빛으로 물었다

생애 단 한번 맞이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왜 당신과 함께해야 하지? 지치도록 평생을 함께할 당신과 말야

아내의 말에 헤르베르트 그라프는 한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내리치며 웃기 시작했다

다시없을 이 밤 아내와의 귀갓길은 그에게 아프지도 않았고 기쁘지도 않았고 허전하지도 않았고 가득하지도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헤르베르트 그라프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나가버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 임경섭 시집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에서



임경섭 시인 

1981년 강원도 원주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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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9 0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애 단 한번 맞이할 아름다운 순간을 왜 당신과???? ㅎㅎㅎ
덕분에 아침에 뿜 터졌습니다. ㅎㅎ
들기름 메밀국수 저는 사먹어만 봤는데 독특한 맛이 좋더라구요. 집에서 해먹어도 되는구나하면서 레시피에 관심 집중....^^

프레이야 2022-07-09 07:57   좋아요 2 | URL
저도 그 대목에서 웃었어요 ㅎㅎ
웃픈 ㅎㅎ 김소연 시인의 해석이 좋았어요.
오로라 볼 수 있는 곳에 가보고 싶은건지
너를 핑계로 ㅎㅎ
메밀면 국산 100프로로 있어요.
면 삶고 난 후 면수도 마시고요.
저칼로리에 레시피 완전 간단요 .

기억의집 2022-07-09 09: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남편한테 일분 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네, 했어요. 아베가 다시 정계에 등장하려해서 죽였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가 봐요. 게장간장으로 간한 국수는 맛았을 것 같은데요. 특히나 들기름으로 해서.. 전 무짱아찌(철자가 맞나요?)를 고추가루와 마늘에 살짝 볶아 들기름으로 마무리할 때 풍기는 그 향을 좋아하는데… 메밀국수도 들기름으로 넣어 먹는 것도 맛있을 것 같어요!!!

프레이야 2022-07-09 10:45   좋아요 2 | URL
네. 정치적인 사유는 아니라고 하는데 모르죠. 일 분 후는 고사하고 일 초 후도 모르겠더라고요. 게장간장 아니구 홍게백간장ㅎ 흰색 간장요. 무장아찌 들기름에 맛나겠어요. 제가 들깨 들기름 이런 거 좋아해가지고 홀릭입니당. 더운데 여름 잘 지내세요 기억님

잉크냄새 2022-07-09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번 떠나간 머리카락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탈모인들의 분노를 부를만한 시군요.

프레이야 2022-07-09 11:35   좋아요 2 | URL
ㅋㅋ 이 부분에서 저도 큭 했어요.
박용하 시인도 실제 그럴까요. 아까운 머리카락 ㅠ 웃프네요 ㅎㅎ 그나저나 오로라 보러 언제 가볼 수 있을지요. 우리나라에도 강원도에 있던데 거기라도 가는 걸로 해도 지금은 어렵고요

책읽는나무 2022-07-09 1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애 단 한 번 맞이할 아름다운 순간은 누구와 함께해야 할까요?ㅋㅋㅋㅋ
약간 그런 질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남자들은 아내와 다시 만나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아내들은 그런 질문의 그런 대답에 기겁하는 아내들이 많잖아요. 아니 내가 왜? 굳이 다음 생에서까지 당신을 만나?? 그런 뜨악한 표정!!!
갑자기 그런 표정들이 떠올라서 저도 웃었어요^^
증조부님의 제사까지 따로 지내신다면 제사가 좀 많으시겠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도 다음 달에 시아버님 제사가 있네요.
한 여름의 제사는 더워서 정신이 없으니, 매번 얼렁뚱땅 지내고 넘어 갑니다.ㅜㅜ
너무 더워서 올 해, 내년 더 지내고 딱 10 년이 되면 봄에 있는 시어머님 제사와 합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제사는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느냐란 생각으로 많이 마음을 바꾸고 있어요.
마음과 정성이 있다면, 메뉴도 좀 간소화 해도 괜찮지 싶어요. 여름 제사이니 조상님들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증손주님들이 챙겨서 기려 주시는 모습.
그게 어딘가요..^^

프레이야 2022-07-09 12:20   좋아요 2 | URL
진짜 웃픈 ㅎㅎ 혼자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각자 혼자요 ㅎㅎ그런 틈을 서로 용인하고 거리를 두면서 바라보는 사이 그게 어른의 사랑일 거라는 생각도 들구요. 헤어질결심 영화 때문에 어른의 사랑이라는 말이 맴돌아요. 제사는 진짜 축소한거에요. 부부 모았구요. 오래 해오신 시어머니도 이제 지겨우실 만하죠. 남편 증조부는 독립운동하신 분이라 특히나 나름 자부심 같은 게 있고 좀 그러네요 ^^ 책나무님도 맏이라 수고가 많군요. 간단하게 하라고 말은 그래도 그게 또 그런 게 아니라 하는 사람 아니면 그 수고를 다 모르죠. 더위에 건강히 지내세요 ^^

감은빛 2022-07-09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누구에게나 공평한 단 한 번의 인생을 같이 살면서, 누군가는 더 살고 싶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만 살고 싶어하죠.

˝인생은 한 번조차도 많다˝는 문장은 오래 가슴에 남을 듯 해요.

˝북극점으로부터 불어오는 텅 빈 바람 같은 눈빛˝이란 표현도요.

프레이야 2022-07-10 00:08   좋아요 2 | URL
감은빛 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에요.
저 시 참 좋지요. 한번 듣고 바로 가슴에 바람을 일렁이는 시구들.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도 제법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합니다. 좋은 시를 하루에 한 편씩 입으로 읽는 삶, 실천해보고 싶어요.

mini74 2022-07-11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이 소개해주신 시 읽으니, 쉼보르스카의 두 번은 없다란 시가 떠올라요.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하면 제사 안지낸다고 하던데. ㅠ오로라 글도 시도 참 좋아요 프레이야님,게간장 저번에 코스트코갔을때 봤어요. 맛있나 보군요..한번 사봐야겠어요..메밀국수 레시피도 담아갑니다.~~~

프레이야 2022-07-11 14:19   좋아요 2 | URL
백간장 요리하기에 좋네요. 색이 검지 않으니. 홍영의 백간장이옵니다 ㅎㅎ
제사. 그렇군요. 굳이 고집을 안 꺾으니 ㅠ
더워도 입맛 잃지 않고 잘 드세요. 저야 워낙 잘 먹어요 ㅎㅎ
쉼보르스카 두번은 없다. 그렇네요. 좋아하는 시인이에요. 작년에 소개도 해드렸던 시에요 ^^

희선 2022-07-12 0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분이 짧은 것 같아도 어느 때는 길기도 하네요 1분 1초... 영원 같은 1분도 있겠습니다 좋은 걸 누군가와 함께 보러 가도 좋겠지만, 혼자 봐도 괜찮겠네요 함께 있을 때 나타난다면 그때 같이 보면 되겠습니다

프레이야 님 장마철이지만,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가기를 바랍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7-12 08:31   좋아요 3 | URL
영원 같은 일 분, 넘 좋아요 그런 순간이 있지요. 좋은 건 혼자 봐도 같이 봐도 좋은 걸로 할까요 ^^ 오늘도 습도가 높아요 희선 님 건강히 지내시길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2-07-18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구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가장 좋은 시는
지금 쓰고 있는 시
가장 나쁜 시도
지금 쓰고 있는 시˝
- 제가 글을 쓰고 나서 자주 해 본 생각입니다.^^

프레이야 2022-07-18 14:48   좋아요 1 | URL
동감이에요 페크 님
지금 순간 반짝반짝하는 걸 쓰니 좋은 시
다음에 더 좋은 시를 쓸 거니 지금 쓰는 시는 어쩌면 가장 나쁜 시. 우리의 서로 생각도 그렇게. 일 분 후 하루 뒤 다르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석주 시인 특강 요약

_ 나를 살리는 글쓰기 (2018. 7. 4. 부산예술회관)

 

 

<개인역사>

 

- 대학 진학 대신 도서관 자료실에서 살며 수많은 독서를 통해 책의 세계로 진입.

- 시와 문학평론으로 데뷔, 출판사 편집자로 입문 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독립, 청하 출판사를 오래 꾸리며 <홀로서기>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키고 경제적으로도 성공.

- 1992. 10.29 - 12.30.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출판으로 구속, 2개월간 구치소 수감 후 나와 출판사 일을 그만두고 그동안 일에 매달려 읽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고 가치 있게 살기 위한 다른 방향을 궁리.

- 본격적으로 독서하며 읽고 쓰는 일에 매달림. 특히 이 시절에 읽은 책, 고전 중, 노자의 <노덕경>이 정신적 힘이 됨. 당시에 매일 거듭하여 읽었다고.

- 다시 2005<느림과 비유> 발간.

 

 

<쓸모없는 것들을 향한 열정, 몰입, 질주>

 

기원전 5세기 장자는 무용지대용을 말했다. 쓸모없는 것들의 큰 쓸모.

천년 묵은 거목의 예를 들며, 곧은 나무는 일찌감치 베어져 어떠한 용도로 쓰였으나 굽은 나무는 오래 묵어 나중에 거목이 됨.

- 독서가 힘이다. 책 읽는 뇌가 책 쓰는 뇌가 됨.

- 시는 미래를 투시(예지, 예언)한다. 시의 직관력.

) 고정희 독신자’, 기형도 빈집

실제 시인의 삶이 시와 같이 되다. 시인은 자신의 삶을 시를 통해 예언하는지...

- T.S. Eliot 은 이미 시의 예언성을 언급했다.

시는 몸으로 쓰는 것, 겉뇌가 아닌 속뇌로 쓰는 것.

겉뇌는 실제 경험으로 얻는 피상적인 내용

속뇌는 선험적이고 잠재성이 있는 경험. DNA적이랄까.

- 시는 인간의 위대성(존엄성)을 발현하는 통로다.

가난은 물리적이라기보다 정신과 영혼의 문제다. 자기존엄성을 아는 자는 가난하지 않다. 거리의 인문학은 그래서 필요하다. 슬럼가의 인문학이 실제로 사람들의 영혼을 살찌운 예는 많다. 미국 슬럼가에서 실제로 범죄율도 낮아짐.

- 4차산업이 융성할 미래시대에는 대체되지 않는 재능이 유효하다. 글쓰기, 시 쓰기는 대체되지 않을 재능이다. 고전 읽기, 즐거운 책 읽기로 뇌 근육을 키우자. 말 랑말랑한 시보다 은유가 많은, 모호성을 많이 담은 고급시를 읽어야 뇌 근육이 탄탄해짐.

- 시의 Ambiguity

에즈라 파운드 왈 시의 1/3은 해석되지 않는 부분으로 남아야 한다.”

시의 모호성, 다의성, 애매성. 다시 말해 해석불가한 시가 고급한 시다.

장석주 <은유의 힘> 참고.

- “시인은 잠수함에 탄 토끼다.” - 게오르규 <25>

시인은 시대, 사회의 위기상황을 알리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질의응답>

 

1.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쓰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실제로 장 시인은 일 년에 평균 7권의 책을 쓴다)

---> 뇌를 자극하는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뇌 근육을 발달시킨다. 읽는 뇌 로 단련. 읽는 뇌가 쓰는 뇌가 되고, 쓰는 뇌가 또 읽는 뇌가 된다.

2. 주어진 시간은 같은데 그렇게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생활 속 구체적 비결?

(실제로 일 년에 천 권의 책을 구매하고 천 권의 책을 여기저기서 받는다고 함. 장서가로 유명함)

---> 낯선 환경 찾기(여행)로 뇌를 긴장시킨다.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로 건강 유지 (하루 사과 1, 하루 만보 걷기, 저녁모임 자제, 10시 취침 4시 기상 규칙적 수면, 균형 잡힌 식사 등 건강한 생활을 잘 쓸 수도 있다)

3. 좋은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동력이 혹시 사랑에서 오는가?

(실제로 그는 시인 박연준과 10년의 사랑 후 결실을 맺어 작년에 책결혼식을 올렸다. 공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며 걸었다>는 그들의 책결혼식이다. 결혼식 대신 책으로 세상에 공표. 시드니에서 한달살기를 한 이야기)

---> 여행 후의 글쓰기!!
--> 그렇다. 박연준 시인과는 25세 차이.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인정하고 이해하 고 배려하며 함께한다. 박연준은 나보다 늦게 2시에 잠이 든다. 자작시 <사랑에 대하여>

그리고 하나 더!

퇴고가 중요하다. 많이 고치고 다듬을수록 좋은 문장이 나온다. 소설가 김연수는 퇴고를 토고라 부른다. 토할 때까지 퇴고한다고.

---> 자작시 <대추 한 알>은 지금도 계속 저작권료를 거둬들이는 효자시.

최근 재미있게 읽은 책으로, 강헌 <명리, 운명을 읽다>(2015)

 

결론 : 쓸모없는 것들을 향한 열정은 쓸모없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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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7-07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 년에 천 권의 책을 구매하는 분이라... 대단하네요. 집 보관도 쉽지 않겠어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고 새벽에 일어나는 작가들이 많네요. 저는 아침엔 일어나기 싫던데 아직 젊다는 증거일까요?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아직까진 아침잠이 달아요. 밤에 잠자기 싫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용...

프레이야 2022-07-07 18:31   좋아요 1 | URL
장서가들의 서재는 특별한 분류가 필요하겠어요.
야행성 페크님 저랑 같아요 ㅎㅎ
아침엔 일어나기 싫고요. 그레이엄 그린의 사랑의 종말, 에 주인공 모리스도 작가인데 오전에 규칙적으로 딱 500단어만 쓰는 걸로 나와요. 더도 덜도 말고 딱. 하루키 생각이 났어요. 규칙적인 걸 스스로 강요하지 않는 저는 게으름 탓이겠죠 ㅎㅎ 대가는 뭔가 달라요.
수학자 허준이 교수도 하루 네 시간 연구하고 나머지 시간엔 육아와 청소 등 가사일을 한다죠. 시간을 정해두고 뭔가 한다는 장점이 확실히 있겠다 싶어요.
 
내 방 여행하는 법 - 세상에서 가장 값싸고 알찬 여행을 위하여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지음, 장석훈 옮김 / 유유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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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적인 너무나 물질적인 삶에 거부감이 부쩍 든다.
오래 봐온 친구들 대화도 온통 물질적.
이 허전함을 어디서 채우나…
주변에 이런 소리 하면 또 특이하다는 말이나 듣는다.
완미가 필요하다.
완미라는 한자어는 탕웨이가 박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현장을 두고 표현한 말.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96746

마침내, 붕괴, 미결… 완미. 뭔가 귀결되는 느낌.
완전함이란 있기 어렵고
아름답기까지 하기란 어려운 일이겠지만…
아름다운 사람은 특별함이 있구나 느껴지는
인터뷰를 좀전에 읽었다. 역시라는 생각에 기쁨에
조금은 채워지며
그냥저냥 이런 생각이 부쩍 들 때 펼치는 이 책
내 방 여행하는 법,의 저자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1763년 샹베리에서 태어났다.
직업군인이었던 그는 1790년 어느 장교와 토리노에서
결투를 벌여 42일간의 가택연금형을 받았다.
그동안에 쓴 글이 이 책.
그림에도 조예가 깊고 러시아에서 화가로도 활동했는데
이 책을 쓰며 작가가 되었다.
이 책 속 삽화는 직접 그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42개 챕터마다 소제목을 달고 길지 않은 글에
여러 갈래 생각의 여행으로 이끈다.
위트와 재치, 비유가 번뜩이며…
동물성에 대한 문장들, 좋아한다.

8. 동물성

물질에서 벗어나 영혼이 언제든 홀로 여행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하고도 유용한 일이다. 하지만 거기엔 안 좋은 점도 있다. 앞서 언급했던 손가락 화상이 그 예다.
평소처럼 난 나의 동물성에게 아침 준비를 맡겼다. 빵을구워서 자르는 건 그의 몫이다. 그는 커피도 훌륭히 끓여 내는데 이 모든 일을 대부분 혼자서 한다. 영혼으로서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볼밖에 달리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어떤 장치를 다룰 때 보면, 우리는 쉽게 딴생각에 빠져 정작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는 주의를 잘 기울이지 - P37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나의 형이상학적 체계에 의거하여 좀 더 부연하자면, 나의 영혼에게 나의 동물성이 하는 일을 주시하면서 그가 하는 일에 끼어들지는 말고 그냥 바라보게만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수행하기엔 경악하리만치 어려운 형이상학적 과제다.
나는 빵을 굽기 위해 화덕 위에 부집게를 올려놓았었다.
잠시 뒤, 나의 영혼은 홀로 여행을 떠났고, 그 틈에 나의 동물성은 달구어진 장작을 화덕 안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우둔하기 짝이 없는 나의 동물성은 손을 뻗어 뜨거운 부집게를 그냥 잡아 버렸고 결국 나는 손가락을 데었다. - P39

내 영혼이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내가 없는 동안, 내가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단잠으로 기력을 보충하지 않고 감히 건방지게(다소과격한 표현이다) 내가 허락하지도 않은 향락에 빠져 있었단 말인가요?"
이렇게 고압적인 언사를 들어 본 적이 없는 타자 역시 화가 나서 대꾸했다.
"말씀 한번 잘하시네요, 부인(정색하고 말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이런 식의 표현을 쓰는 것이다). 덕성과 품위가 뚝뚝 흐를 만큼 말씀 한번 잘하시네요. 당신이 나를 못마땅해하는 건 내게는 없는 당신의 몽상과 망상 때문 아닌가요?
당신은 왜 그 자리에 없었나요? 혼자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나를 빼놓고 즐길 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난 겁니까? 당신이 천국이나 엘리시온의 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머리에 든 거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고, 홀로 심오한 사색(알다시피 이건 비아냥이다)에 빠진 것을 두고 제가 뭐라 한 적이 있나요? 공중누각과 같은 당신의 고상한 사고 체계를 가지고 뭐라 한 적이 있느냔 말입니다. 당신이 나를 그렇게 내팽개친 동안 자연이 허락한 호의와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내게 없다는 말인가요?"
-39.영혼과 동물성의 대화, 중

*영혼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는 여성형 명사이므로 ‘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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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2-06-3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네요 ㅋ 영혼 부인 매너 있는 저자입니다~ㅎ

프레이야 2022-06-30 20:47   좋아요 1 | URL
넵. 이 책 재미있어요. 읽으시면 챕터마다 이어지는 생각들이 많을거에요. 특이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

잉크냄새 2022-06-3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는 완전이나 완벽이란 말은 잘 안쓰고 완미(완메이)나 완선(완산)을 주로 사용하더군요.

프레이야 2022-06-30 21:15   좋아요 0 | URL
완미라는 단어가 그렇게 쓰이군요.
참 좋은 의미로 느껴집니다. 미와 선. 그 영화 자체를 그리 말했다기보다 현장을 그리 표현했어요. 기사 링크 추가했어요. 언어를 곱씹으며 보게 되어요 이 영화는 특히. 주인공 배우 먼저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완료해갔다니.
 

한 해에 두 번 하는데, 올 상반기에 선정되었던 도서다.
며칠전 최종심사를 보며 또 몇 가지 기준을 기본적으로 두고 골랐다. 특히 리뷰 성격의 독후감은 배제하게 된다. 리뷰 또는 서평과 독후감은 다른 성격의 글이다. 독후감은 크게 보아 에세이 장르이니 문학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한 구성과 정확한 문장, 자신만의 생각과 온기가 전해지는 글을 고르게 된다. 이런 글은 결미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이 밀려오고 온후하다. 그리고 경험을 반영해 진솔하게 자신이 드러나는 글이 진실성에 더 가깝다고 여긴다. 뽑고 보니 수상작이 다 다른 도서에 대한 글이다. 시각장애인 전자도서나 녹음도서, 점자도서를 읽고 경험에 비추어 생각을 나누고 표현하는 데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글도 있지만 매번 마음이 가는 글을 만난다. 총평과 함께 한 분 한 분에게 개인평을 성심껏 써드렸다. 정진하시길 응원하며…

어디서 살 것인가,는 몇 년 전 부산 원북원 선정도서로 내가 녹음했던 음성도서로 들었을 것이다.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도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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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3 2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쓰셨을까 궁금하네요^^

2022-06-23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6-24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생많으셨고 보람도 있으셨겠어요. 프레이야님 *^^*

프레이야 2022-06-24 16:52   좋아요 2 | URL
아픔이 있는 분들 글이라 더 의미 있게 읽게 되어요. ^^ 독서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힘든데도 부단히 읽고 쓰시는 분들,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2-06-25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

프레이야 2022-06-25 12:22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
 
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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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와 고래, 손, 저만치 혼자서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세월이 지나니 견딜 수 있게 된 일들과
갈수록 드러내기 어려워지는 연약한 감정과
흐르는 시간 앞에 겸허해지는 인간 존재에 대하여}
- 책뒷표지 중

그리고 저자가 소설 뒤에 단, 스스로 객쩍은 소리라고 쓴 “군말”에서 이야기들의 실제 배경, 저자가 소설로 옮기고픈 이유와 마음이 느껴진다. 단편마다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혹은 우리 이웃에 사나 눈여겨보지 않았던, 삶을 견디며 묵묵히 이어가는 개별의 이웃을 끌어낸다. 그 한 사람으로 여러 사람을 대변한다. 결국 함께 이 땅을 사는 우리를 포함한다. 담담하나 우울한 이야기이고 어쩌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야기다. 해결되지 않았거나 해결되지 못할 문제들, 국가적 폭력과 여전한 치욕을 감당하며 사는 이웃과 함께 살면서도 기어이 못 본 척하기 쉬운 또 한 사람의 이웃으로서 이 글을 썼다, 김훈은.
오래 살아온 정발산 아래 일산 호수공원 장기판 이야기는 에세이집 “연필로 쓰기”에서도 등장하는데 이 책에선 “저녁 장기 내기”로 그만의 느낌을 단조롭게 그려낸다. 구체적 풍경도 김훈의 손에 가면 추상적인 저너머의 어떤 것으로 흘러나온다. 그게 참 묘하게 서늘하고 슬퍼서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손”은 영화 “시”가 떠오르는 사건이다. 실제로 오영환 소방사의 글을 읽고 나서 손에 사로잡혔다는데 김훈은 “공무도하”에서도 장철수의 앙상한 손과 악력을 문장으로 말했다. 그 문장이 좋았고 동시에 내가 본 손을 여럿 떠올렸던 기억을 다시 데려왔다. 손은 조용히 많은 걸 말해주고 꾸미기 어려운 신체 부분이다.
늙어가는 몸은 누구든 피할 수 없으니 김훈도 심장에 이상이 와 입원도 하고 그랬나 보다. 문장은 힘이 좀 덜어지고 더 간결해졌다. 행간에서 읽어야할 심정이란 게 더 늘어간다, 주름살 늘어가듯. 건강 잘 살피며 독자 곁에서 오래 글을 쓰면 좋겠다.
아래 밑줄은 모두 따끈한 군밤 같은 “군말” 중 일부다.

호수공원 장기판에서 나는 해체되는 삶의 아픔을 느꼈다. 저마다의 고통을 제가끔 갈무리하고 모르는 사람끼리 마주앉아서 장기를 두는 노년은 쓸쓸하다. 삶을 해체하는 작용이 삶 속에 내재하는 모습을 나는 거기서 보았다.
「저녁 내기 장기」는 대상에 바싹 들러붙어서 쓴 글이다. 형용사를 쓰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바싹 붙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바싹 붙고 나면 글을 데리고 물러서기가 어렵다. 나는 날마다의 불완전 속에서 살고 있다. - P260

오영환 소방사의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 그때의 손의 느낌을 더 자세히, 더 육감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는데 그는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세 마디를 반복할 뿐이었다.
나는 글을 써서 그 빈자리를 메꾸기로 했다. 나는 오영환 소방사가 전한 느낌을 등대처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의 이야기를 이리저리 지어내서 그 등대에 연결시키려고 애썼다. 십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보니, 나의 이야기는 꿰맨 자리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이 세 마디를 이겨낼 도리가 없다. 글은 삶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손은 여전히 나의 소중한 테마다.
노동하는 손, 사랑하는 손, 쓰다듬는 손, 주무르는 손, 주는 손, - P262

받는 손, 부르는 손, 보내는 손, 기도하는 손, 연장을 쥐는 손, 악기를 쥐는 손, 무기를 쥐는 손, 고운 손, 부르튼 손, 그리고 이 세상의 수많은 손잡이에 남아 있는 손들의 자취와 표정에 대해서 나는 쓰고 싶다. 나의 ‘손‘은 오영환 소방사의 ‘손‘에 미치지는못하지만 ‘손‘이라는 제목은 내 마음에 든다.
2022년 여름 김훈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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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2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김훈 선생의 글들에 대해서는 항상 이중적인 복잡함을 느껴요. 뭐랄까 너무 싫은데 너무 좋다 딱 이런식으로 표현하는게 말도 안되는거 같은데 진짜 제가 김훈이라는 작가의 글을 읽을 때마나 느끼는거거든요. 언젠가는 여기에 대해서 글을 한 번 써보고 싶기도 한데 마음만요. ㅎㅎ

프레이야 2022-06-22 23:00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답니다 ^^ 그럼에도 손 내밀어지는 강한 끌림. 떨칠 수가 없는 매력이 있어요. 문장도 사유도. 소설보다는 에세이 문장이 더 좋지만요. 긴 활같은 서늘한 눈매를 좋아해 흠모했던 예전 알라디너 기억하시나요? 다섯자 닉이었지요. 속닥속닥 자주 이야기하곤 했죠. 그분, 한강도 좋아했어요. ^^

얄라알라 2022-06-23 01:21   좋아요 1 | URL
이중적인 복잡함...뭘까? 바람돌이님께서 느끼셨다는 그것..궁금하면서

더 궁금한 것은 항상 느끼신다는 점이요...음...저도 같은 질문은 제게 던져 봅니다. 어떤 특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일관된 정서적 반응이 올라오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가?....흠...저는 그 정도로 한 작가의 작품은 파본 적이 없다는 걸 알겠어요.

프레이야님께서는 바람돌이님 말씀 바로 아시네요..부럽습니다

프레이야 2022-06-23 11:11   좋아요 2 | URL
얄라 님^^. 김훈의 문장은 곰곰이 씹어 읽어야 사유의 맛과 문장의 말맛이 느껴진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서사 중심의 소설읽듯 휘휘 읽어내려가면 별로로 느껴질 수 있고요. 구체성이 다소 부족하나 싶다가도 치열하게 구체적이고 모호하다 싶다가도 자명하고요. 철저한 자료조사로도 유명하죠.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제겐^^

바람돌이 2022-06-23 11:36   좋아요 2 | URL
헉 누구였죠???? 그분은 저랑은 속닥속닥 안하셨나봐요. ㅠㅠ
저도 김훈은 에세이를 더 좋아해요. ^^

프레이야 2022-06-23 12:07   좋아요 2 | URL
춤추는인생 님이에요. ^^
공개페이퍼로도 가끔 언급하셨어요.
참 고운 분,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걸요.

바람돌이 2022-06-23 12:23   좋아요 3 | URL
앗 춤추는인생님. 당연히 기억나죠. 아 진짜 섬세하고 다정하신분. 예전에 뵙던 분들이 많지않다보니 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그립네요. ^^

페넬로페 2022-06-22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훈 선생의 신작 기대됩니다^^

프레이야 2022-06-22 23:02   좋아요 3 | URL
기대가 너무 크면 괜히 …
실망하시진 않아야 할 텐데요.
양장본으로 참하게 나왔어요. 독서대도요^^

scott 2022-06-23 0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첫장을 읽자마자
김훈 작가의 문장으로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프레이야 2022-06-23 11:21   좋아요 1 | URL
김훈의 배경묘사 문장에는 특별함이 있지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칼의노래 첫문장, 이 주격조사를 다른 언어로는 어떻게 번역할지) 싫어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한글판을 읽어보시길 뽐뿌질합니다. 번역되어 나가 기쁜 일이고요. 우리말맛이 어떻게 잘 전달되었을지요.

서니데이 2022-06-23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산에 가끔 가는데, 한번도 호수공원에 가본적이 없어요.
정발산 근처로 가지만, 시내라서 그런지 보이지도 않고요.
그런 호수공원의 장기판이라니.
그게 쓸쓸해질 수도 있구나. 했습니다.
오랜만에 김훈 선생님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 좋아하는 분들 많으실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덥고 습도 높은 날씨예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2-06-23 10:30   좋아요 2 | URL
전 호수공원 가보았어요 두 번 ㅎㅎ
물도 좋고 장미정원도 좋고 한바퀴 걷기에 좋은 곳이어요. 전 장기 두는 늙은 사내들을 보진 못했지만 김훈은 매일 그 또래의 사람들을 보고 장기판을 보나 봅니다. 쓸쓸함이 잔뜩 묻어나요. 해가 지면 판을 덮고 제각각의 집으로 들어가겠죠. 비가 오기 시작하네요. 좋은 하루^^

별족 2022-06-23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을 저렇게 많이 보니, 손님도 (내)손(手)이 많이 가서, (남의) 손(手)이 와서 손인가,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ㅋ

프레이야 2022-06-23 10:34   좋아요 2 | URL
별족 님 오랜만 안녕하세요 ^^
손에 대한 다른 생각 넘 좋아요. 손이 많이 간다는 건 서로의 관계를 잘 말해주네요. 얼굴은 꾸며도 손은 그럴 수 없이 사람을 보여주는데 희한하게 그게 또 딱 선입견 갖기 좋기도 하구요. 사람 보면 손을 보게 되어요. 손이 많은 걸 말해주지만 그 한계가 있더군요. 장마 시작되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stella.K 2022-06-23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좋긴한데 뭔가 홍상수 풍이란 생각을 했어요. 이 비슷한 영화있지 않나요? 김훈 좋아하는데 꽤 오랫동안 읽지않고 있네요. 저는.ㅠ

프레이야 2022-06-23 11:23   좋아요 1 | URL
제목은 소월 시 산유화에서 한 구절을 따왔다고 명시했어요. 오래된 에세이 풍경과 상처, 에서도 산유화를 전문 인용하며 썼는데 그 책이 1994년판이니 진짜 세월 많이 흘렀죠. 독보적 여행에세이. ^^ 그 책 책날개에 젊은 얼굴이 있는데 이제 늙어진 작가의 얼굴을 보면 … ㅠ 오래 글 쓰시면 좋겠어요.

mini74 2022-06-2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 정말 좋네요 프레이야님 저도 에세이 좋아합니다 갑자기 제 손을 바라보게 되네요 ㅎㅎ

프레이야 2022-06-24 17:27   좋아요 1 | URL
ㅎㅎ 미니 님 손 티비에 언뜻 비쳤던 거 같은데 이뻤던 기억이 … 자세히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희선 2022-06-25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훈 님 책을 조금 읽기는 했지만, 뭐라 말하기는 어렵네요 잘 몰라서... 책을 읽고 안 쓸 때였을지도... 라디오 방송에 나왔을 때 들었습니다 그 방송엔 작가 별로 나오지 않는데, <음악캠프>예요 그러고 보니 그렇게 들은 거 처음이었나 봅니다


희선

프레이야 2022-06-25 02:00   좋아요 1 | URL
배철수의 음악캠프였나요? 전 전혀 몰았어요. 오호 이야기도 천천히 은근 유머러스하게 해서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