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권을 읽으면 '자기 자랑'이란 어느 이웃님의 말도 있고, 날씨도 좋고해서 5월엔 산으로 들로 나돌아다녔건만
허걱, 마흔 네 권을 읽었을 줄이야. 왜 이렇게 많이 읽은 걸까?
첫 번째 추측, 리뷰 쓰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대개 리뷰 쓰는 책은 사실 두 번 읽는다. 그런데 문장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거나, 이해가 잘 안 가는 책들은 필사를 하게 되는데 이런 책들은 대개 리뷰 전에 세 번 읽는다. 지난 달 같은 경우 <똑똑한 사람들의 선택>과 <도덕적 불감증>, 일주일 내내 이 두 권의 책에 붙들려 있었다. 사회학과 경제학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리라. 두 책 다 필사를 했는데 각각 A4지 50장이 넘어두 책을 합하면 100장이 넘는다. (쪼개서 올렸으면 싶은데 민폐가 될까봐 페이퍼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근데 이 달엔 소설이나 가벼운 인문학 책을 읽어 딱히 읽기 어려운 책들이 없었다.
두 번째 추측, 다독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책을 매달 서른 권 이상 읽어 버릇했더니 시간 감각이 약간 달라졌다. 나이 먹으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책에 완전히 몰입할 경우 시간이 더디 흐른다. 어떤 책에 빠져 읽다가 핸드폰이나 기타 다른 이유로 책에서 빠져 나와 '한 시간 쯤 지났겠지' 하고 시계를 보면, 고작 15분에서 20분 정도가 흘렀던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지난 달에 읽었던 책의 경우, 겨우 한 달 전임에도 불구하고 흡사 4~5년 전에 읽은 것만큼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왜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 시간이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혹시 이렇게 시간 감각이 느려지는 과학적 이유를 아시는 분이 있으시면 가르쳐 주세요 ^^)
이 달에도 스르자 포포비치의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 등
이달의 책 후보가 많지만 역시나 한홍구 선생님의 <사법부>를 뽑는다. 이 책 읽으면서 참 담배 많이 피웠다. 한홍구 선생님, 존경합니다. ^^ 오래 오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