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결혼은 "struggle"이다.  (존 업다이크)

일껏 빌려놓고 자꾸 미루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연달아 두 권 읽었다.
결혼생활 에세이집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는 꽤 쌈빡했는데,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은 내겐 별로였다.

막연히 호감이 안 간다는 이유만으로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작가들이 몇 있는데
저번에 아사다 지로를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그 인기와 명성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에쿠니 가오리도 마찬가지다.
뻔하기 짝이 없는 결혼생활을, 특히 아내 된 자의 마음을 콕 집어서
산뜻하면서도 여운이 남게 표현한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당신의 주말은~>에서 'struggle' 을 '만신창이'로 번역한  작가.
내 생각엔 그렇게 거하게 표현할 것 없이 '몸부림' 정도가 적당한 것 같은데.
아직 만신창이로 싸워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브로티건의 <레스토랑>이라는 시 인용 부분이 특히 좋았다.
('미국의 송어낚시'의 그 리처드 브로우티건?)

서른일곱 살 / 그녀는 완전히 지쳐 있다
결혼반지란 대체 뭘까 / 그녀는 빈 커피잔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마치 죽은 새의 부리를 들여다보듯
 저녁식사가 끝나고 / 남편은 화장실에 갔다
하지만 곧바로 돌아오리라, 그리고 그 다음은 그녀가 화장실에 갈 차례다 ( 70쪽)

아무래도 들키고 싶지 않은 얼굴이나 표정을 원치 않아도 보여주고 또 보게 되는 것이
부부 사이다.(미혼 때는 이것이 '관건'으로 느껴졌다!)
같은 화장실 변기를 볼일보고 1분도 안 되어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부부다.
물리적으로는 너무나 밀착되어 멀미가 나는......

"나 9월에 여행 갈 거야!" 하는 아내의 말에 "그럼, 밥은?"하는 비명에 가까운 남편의 물음이 
첫마디로 돌아온다.
그런가 하면 부부란 싫든좋든 '늘 들러붙어 있다'보니, 별이 쏟아지는 환상적인 밤하늘
'싱그런 초록과 물이 아름다운 5월의 고추냉이밭'을 함께 목격하기도 한다.
그 순간, 세상사람들이 모르는 풍경과 냄새와 단 둘만의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
정말 대단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새벽 세 시의 냉장고'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냄새를 풍기는 
'자동판매기의 캔 수프'  식의 제목은 가볍디가벼우나,
이 작가의 고집을 엿볼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라 애상이 느껴진다.

다음은 내가 제일 재밌게 읽은 부분.

'척'은 편리한 언어의 하나.
예를 들면 동생과 쇼핑을 하러 갈 때,
"동생인 척해도 돼?
사고 싶은 것을 발견했을 때 동생이 하는 말.
나는 언니인 척하면서 그것을 사준다. 반대로 내가,
"언니인 척해도 되겠지?"
하고 물을 때는 여동생의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있을 때.
"너, 최악이다. 그런 남자하고 만나는 거 그만둬."
나는 언니인 척 그렇게 말한다.
(......) 나는 가방에서 반지 두 개를 꺼내 한 개는 내 손가락에 끼고
한 개는 남편에게 건넨다.
"아니, 구속하는 거야?"
남편은 놀랐다는 듯이 허풍을 떤다. 그는 결혼반지를 '구속'이라 부른다.
"그래, 잠시 부부인 척하자는 거지."
(106쪽)

꼭 결혼생활뿐만이 아니라 관계든 뭐든 모든 것이 부담스러워
무작정 뒤로 숨고 보는 사람에게는   그런 식의 '척'이 완충지대랄까,
아무튼 조그만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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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척' 이 말이죠. 로드무비 님의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랑 닮았구나, 싶어요.^^ 충격 흡수를 위해 범퍼를 만드는 거죠.

로드무비 2006-09-14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충격흡수를 위한 범퍼라니, 참.ㅎㅎ
'의도적으로 가볍게'도 요즘은 양에 안 찹니다.
뭐 좀 더 완벽하게 딴청을 부리는 제목 없을까요?^^

건우와 연우 2006-09-1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밤 내내 건강관리하자며 살빼라고 닥달한 남편에게, 날 너무 좋아하는척 하지마...라고 말하면 삐질까요?^^

쎈연필 2006-09-1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가 이 달 안에 곧 출간된다더군요^-^ 저도 읽어 보고 싶네요.

2006-09-15 0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1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청춘에게 고함 님,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아아, 그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전 누군가를 그렇게 미친 듯이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그게 또 열등감 중 하납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이 산문집은 가벼운 선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결혼생활'에 환상을 가진 이나 공포를 느끼는 이라면
읽어볼만합니다.
그 시인이랑은 얼마 전 동네 야시장에서 만나 마시다가
집으로 와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답니다.
시들 괜찮더라고요.^^

또마님, 반가운 소식이네요.
전 오래 전 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번역이 나빴는지
그렇게 빨려들진 않았거든요.
출간되면 바로 사볼랍니다.^^

건우와 연우님, 그래 지난밤 그렇게 말해보셨어요?
"날 너무 좋아하는척 하지마!"라는 말을 저도 해보고 싶어도
책장수님이 좋아하는 척도 안해주니 써먹을 수가 없구만요.^^




2006-09-15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의 행복 님,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쁨을 드리도록 할게요.
제가 감사하지요, 뭐.^^

DJ뽀스 2006-09-22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기억에 남는 구절은 "밥은?" 입니다. ㅋㅋ
어제 일일드라마에서 "내가 홍씨네 밥통이냐?"란 대사가 나오길래 어무이께서 "내가 박씨네 밥통이냐?" 따라하시더라구요.(내가 밥하는 기계냐..나만 보면 밥밖에 안떠오르냐...) 결혼하면 끼니 해대는 게 정말 힘들꺼 같아요.

2006-09-22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J뽀스님, 홍씨군요.ㅎㅎ
우리 어무이 성과 같네요.

DJ뽀스 2006-09-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로드무비님 홍씨는 19순정에 나오는 가족들의 성씨구요. 저는 박씨~ ^^:
(어제 제사 지냈더니 넘 피곤하네요. 설겆이 밖에 안했는데도...다크서클 -_-;)

2006-11-08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 기생뎐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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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읽는 책마다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올리는 리뷰마다 계속해서 별 다섯 개니 내가 너무 헤퍼졌나 하여 별 하나를 깎으려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소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설은 소재가 작가를 선택했다.
기생들이 불현듯 나를 불렀고, 나는 그들이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었다.(254쪽)

살아 있는 캐릭터들을 따라 울고 웃게 되는 이런 소설을 읽으면,
소설가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뒤란의 꽃들도 '라도레미솔~' 계면조 음계로 진다' 는(이 기막힌 표현!),
이 지상의 마지막 기생집 부용각.

어느 날 지방 출장길에 해장할 식당을 찾다가 골목길에 낭자하게 흐르는 어느 여인의 소리와
활짝 핀 능소화에 홀려  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그만 20년을
아침마다 기생들 방 앞에 꿀물을 갖다바치는 삶을 택한 남자.

여덟 살에 권번에 입문, 그때부터 예순이 된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기생이 아니었던 때가 없었다는 소리 기생 오 마담.
'이것이다 저것이다 생각하지 않고 내 마음가는 대로 살았다'(218쪽)는 멋진 여인의
남자를 믿지 않으므로 모든 걸 다 줄 수 있었다는 기막힌 역설이라니!

기생집을 드나드는 정재계의 인사나 문화건달들, 그 중에서도 '자칭 사색형 인간'인
미스 민의 애인이나  '자칭 향토사학자 '같은 이중적인 인간들은 오 마담의 호기를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조차 못 낼  것이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이 소설 최고의 장면은 '소리 기생'으로 정식 입문하는 화초머리 올리는 날,
미스 민이 추는 살풀이춤.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 신명나게 섬세하게 또 에로틱하게 무려 3쪽에 걸쳐 묘사하고 있다.

기생 화초머리 올리는 날보다 내게 더 인상적인 장면은, 홍어와 돼지고기를 삶느라
쾌쾌한 냄새와 훈김으로 자욱한 부용각 부엌에서 어느 날 밤 타박네에게 일어났던 일.
이 기막힌 홍어삼합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며 기어이 주방까지 얼굴을 보러온 취한 남정네는
타박네에게 있어서는 단순한 치한일까, 아니면 그 사건은 일생의 로맨스인 걸까?
그 남자는 기생집 주방장으로 늙고 있는 타박네의 홍어삼합을, 이를테면 그녀의 진면목을
한눈에, 아니 한입에 알아봐준  왕자님인가?

타박네와 오 마담의 잘 삭힌 홍어 같은 우정도 빠트릴 수 없다.
그리고, 부용각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어쩌면 이 땅의 마지막 기생이 될지도 모르는 미스 민이
자신의 어머니와 다름없는 오 마담에게 수치와 모욕을 준 손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세상엔 못 참을 일도 못 볼 꼴도 없다.
모호하면서도 정확하게, 친절하면서도 심술궂게,
교활하면서도 솔직하게, 정중하면서도 무례하게,
민감하면서도 냉정하게 가는 것이 기생의 길일진대.(177쪽)

기생의 길뿐 아니라, 그것은 더듬더듬  내가 지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만약 영화감독이라면 <신기생뎐>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 텐데......
그리고 타박네 역할은 윤여정에게 맡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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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헤퍼지신 것이 맞아요3=3=3=33=3

반딧불,, 2006-09-0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인용하신 구절 참 좋네요. 삶에 참 유용합니다.

Mephistopheles 2006-09-06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지 마시고..로드무비님이 타박네를 해보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3=3=3

플로라 2006-09-06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이나 물건도 자기 주인을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죠. 소재가 작가를 부른다니 정말 얼마나 재밌을까, 하는 기대가 듭니다.^^

조선인 2006-09-06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담으로 한혜숙은 어떨까요?
타박네로 난 박원숙도 생각했구요.

진/우맘 2006-09-0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지금 읽고 있는 '더러운 책상'의 철인동 창녀촌에도 부용이란 이름의 아줌마가 있는데....^^
로드무비님, 요즘 저에게 지름질이 심하다는 걸 아심까? ^^;;

치니 2006-09-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지향하는 바와 제가 지향하는 바도 같습니다만...아 너무 어려워보여요. 아무래도.

urblue 2006-09-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번엔 도서관서 이 책 빌려야쥐~
실은 그동안 살까말까만 계속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건우와 연우 2006-09-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지향하신다는 부분을 보며 끄덕끄덕했습니다....
로드무비님이 이래저래 넉넉하다는 인상을 받았었거든요...^^

국경을넘어 2006-09-0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꿀맛이네요. 요즘은 읽고 싶은 책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당위로 읽는 책이 너무 많아서 힘드네요. 서재질도 그렇고...

마노아 2006-09-06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이 책 넘 궁금해지네요. 책이 로드무비님을 선택했어요. 저는 낚였구요^^

로드무비 2006-09-06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헤헤, 리뷰를 써달라고 부르더군요.
며칠 전에 읽은 책은 제 경우 리뷰 쓰기가 쉽지 않은데
어쩐지 꼭 쓰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잘 낚이셨어요. 소곤소곤...)

폐인촌님, 정말 꿀맛 같은 소설.
어느 날 소리와 꽃에 홀려 그 대문 안에 기어들어가 눌러붙어
집사로 사는 남자도 너무 멋졌어요.
폐인촌님에게서도 약간 풍기는 냄새?=3=3=3

건우와 연우님, 전 하나도 안 넉넉한데......;;
그래서 지향하는 거라니까요.^^

블루님, 사든 빌리든 꼭 보세요.^^
(이왕이면 땡스투 누르고 사서 보시구랴.=3=3=3)

치니님, 그게 참, 어렵지요? 저 또한......^^;

진/우맘님, 부용이란 이름 참 좋지요?
그런 제목의 책도 있군요. 한 번 검색해 볼게요.
그리고 저도 하루에 서너 권 꼭 지름질 당하는데요.^^





로드무비 2006-09-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운되어 날릴까봐 댓글 나누어 씁니다.

FTA반대 조선인님, 한혜숙? 생각해 보니 괜찮을 듯.
그런데 좀더 적역인 배우가 없을까요?
요염하면서도 퇴폐미가 물씬한.......
박원숙은 그림이 잘.....=3=3=3

플로라님, 무르익어서 저절로 꽃을 피운 소설 같아요.
억지로 쥐어짜낸 게 아니라.^^

메피스토님, 저도 그러고 싶사오나 타박네는 삐쩍 마른 사람이
맡아야 하는데요.
전 소설에서 타박네에게 구박받는 주방 보조 뚱땡이를.=3=3=3

반딧불님, 그렇죠? 저런 구절.
저같은 찔찔이에게는 아주 유용합니다.
그리고 요즘 제가 아무래도 가을을 타나보아요.(이혁재 버전)
헤퍼진 것 맞습니다.^^

미완성 2006-09-07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죠? 꼭 이 책이 동인문학상;을 탔음 좋겠는데....
열심히 기원하고 있슴다.

플레져 2006-09-07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라 말할 수 없을만큼 인상적인 소설이었어요.
로드무비님과 잘 통할 줄 알았습니다 ^^

로드무비 2006-09-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리뷰와 사야님 리뷰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더군요.
기생 이야기와 저는 안 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낚였어요.
님 덕분입니다.^^

미완성님, 아이고, 반가워라.
동인문학상 후보에 올랐나요?
저도 정한수 떠놓고 빌어야겠군요.^^

2006-09-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월에 좀 한가해진다는 님,
그때 책 한 보따리 보낼게요.
소파는 안 살 겁니다. 껍데기만 새로 씌워 쓰려고요.
바쁜 때일수록 건강 조심하기를!^^

2006-09-12 0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2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12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13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도 안하고 님, 헤헤, 저도 그 무렵 하던 일 밀쳐놓고
밤낮으로 탐독했던 기억.
언젠가 대형 리뷰 하나 쓰겠다고 포스트잇꺼정 붙여가며.
불발에 그쳤지만.ㅋㅋ
아이고, 고맙습니다.
부담을 크게 드렸군요.
하지만 좋아서 입은 찢어지고 있습니다.^^

2006-09-14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 캐러멜!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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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모로코의 침략을 받고 조국을 떠나, 뜨겁고 삭막한 알제리의 사막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민족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코리는 여덟 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인데, 그 난민촌의 한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본 거라곤 끝없이 펼쳐진 자갈들과 모래, 진흙집, 낙타......
시집 간 큰누나가 가끔 가지고 와 읽어주는 책들이 큰 즐거움이랍니다.

언제부턴가 몰라볼 정도로 뚱뚱해졌다가 어느 날 요술처럼 날씬해진,
코리가 제일 좋아하는 삼촌 집의 낙타.
털이 보드라운 캐러멜 색의 아기 낙타는 그렇게 코리 곁에 왔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장애아와 어린 동물의 우정이라니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딘지 좀 식상해서
흥미를 끌지 못하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나가는 중에 남은 페이지가 얼마인지 눈대중으로 자꾸 확인해 볼 정도로
마음을 잡아끄네요.
사탕 한 개를 새로 깔  때마다 남은 사탕이 몇 개인지 세어보는 아이처럼......

낙타가 입을 오물거리는 걸 자기에게 뭔가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책에 받아적는 소년.
그런데 그 시들이 참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42쪽)

어느 날 학교에서 하늘이 깜깜해지는 '일식'을 경험하고
코리가 처음으로 쓴 시입니다.
코리는 캐러멜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고요.
그렇게 낙타가 소년에게 불러준 시들이 단정한 활자 속에 삐뚤빼뚤한 아이의 글씨로
적혀 있어, 진짜 아이가 쓴 시를 아이의 낭송으로 듣는 것 같습니다.

'쫓겨난 난민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주눅 들고 가엾은 아이였던 코리'가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어른이 되어 시인으로 우뚝 서는 것처럼, 
멀쩡한 제 땅을 두고 26년 넘게 사막에서 고된 난민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이
자기 땅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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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9-0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기를 저도 빌어봅니다.

로드무비 2006-09-0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어여쁘셔라.^^

건우와 연우 2006-09-04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이 빌께요...

로드무비 2006-09-04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우리 같이......^^

국경을넘어 2006-09-0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꾸욱 누르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09-0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인촌님, 꾸벅, 고맙습니다.^^

sudan 2006-09-0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으면서 아름답지만 좀 식상한 얘기인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에 어떻게 알고 딱 꼬집어서 그렇지 않다고 말씀해주시네요? 요쯤 읽었으면 그런 생각이 들겠지,하고 예상하신 것 처럼요. ^^

로드무비 2006-09-0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udan 님, 조금 시들한 기분으로 집어들었는데
이 책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아름답지만 식상한 이야기들'에 대해 님과 밤새워
얘기 나누고 싶군요.
아니, 다문 30분이라도.^^
(언젠가 마음 내키는 날 페이퍼로 쓸게요.
이런 약속은 제가 좀체 잘 안 잊는 것 아시지요?)

poptrash 2006-09-05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좋아해요. 울뻔했어요. 사실 조금 울었는지도 ;

2006-09-06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optrash 님, 우와, 이 책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읽다가 깜짝 놀랐답니다.
너무 좋아서.

저도 조금 울었는지도 몰라요.( '')

산사춘 2006-09-0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리뷰만큼 쌉쌀뜨뜻해요.

urblue 2006-09-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에 이름 올리셨네요. 축하. ^^

반딧불,, 2006-09-1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mong 2006-09-11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짝~ 축하드립니다~ ㅎㅎ

마노아 2006-09-11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주의 마이리뷰가 되었어요. 따뜻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

해리포터7 2006-09-1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로드무비님..저도 담아갑니다^^

2006-09-12 0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09-12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이 책 좋은 책으로 추천된 도서더군요. 추천되었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책 같아요^^

paviana 2006-09-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울보 2006-09-1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로드무비 2006-09-1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산사춘님, 블루님, mong님, 마노아님, 해리포터7님,
배혜경님, 파비아나님, 울보님,
축하해 주셔서......
알라딘은 가끔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주는군요.^0^

저도 나중에 님, 수첩에 적어놨습니다.
아시죠?^,.~
이 책 정말 예뻐요.^^

아영엄마 2006-09-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역시!! 리뷰당선 축하드립니다~ ^^ (음.. 좀 늦게 발견. ^^*)

로드무비 2006-09-13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 님의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하늘바람 2006-09-1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리뷰당선^^

로드무비 2006-09-15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무슈 장 1 - 서른이 된다는 것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필립 뒤피 외 지음, 황혜영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 필요에 의해 한 포털에 새 메일 주소를 만들었다.
그런데  '나에게 보내는 메일'이라는 단추가 눈에 띄었다.
지금은 메일로 살뜰하게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도 하나 없는 형편,
기념으로 짤막한 편지를 한 통 나에게 보내기로 했다.

로드무비야, 사는 거 힘들제?
애 많이 쓴다.

그런데 세상에, 딱 두 줄 쓰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도는 거다.
애를 쓰기는커녕 게으르고 방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사는 주제에......
너무나 같잖아서 편지 쓰기를 중단하고 왼쪽 팔뚝을 세게 꼬집어주었다.

그 멍의 푸른빛이 아직 남아 있는데 여태까지 보지 못한 프랑스 만화를 한 권 읽게 되었다.
<무슈 장 1권, 서른이 된다는 것>.
서른 살 생일을 며칠 앞두고 친구 앞에 오만상을 찡그리고 있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다음주면 서른 살이 된다며 툴툴거리자,
"서른 개 이상은 케이크에 초를 꽂기가 싫다는 거냐?"
라며 핀잔을 주는 가난뱅이 친구 팰릭스.
장에게 빈대 붙어 살다시피 하면서도 도무지 은공을 모르는 놈이다.

집에 돌아왔더니, "생일에 전기오븐을 선물할까?"라고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엄마의 목소리.
외로워는 죽겠는데 아직 누군가 자신의 삶에 깊이 개입하는 걸 참을 수 없어
여자도 귀찮고,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가슴을.

생일날 오후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다 실패하고 결국 풀 죽은 모습으로
부모님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는 장.
부모님은 생일선물이라며 '드릴'을 내민다.
콘크리트 벽에도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서른 살이 되면 전기오븐이나 드릴 같은 것들을 생일선물로 받게 된다.
슬퍼해 봤자 소용없다.
나 또한 2년 전, 포천에서 농사 짓고 사는 고모의 생일에 맞춰 고등어를 한 상자 주문하면서
 '실용성'과 엿 바꿔먹은  '낭만'을 생각했다.

어느 날, 자신이 번역한 책이 리스본의 한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초청을 받는데,
며칠 집을 비운 사이 도둑이 훔쳐갈까봐 그가 상자에 챙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른 여인 빌리 홀리데이의 음반이며
할아버지에게 열다섯 살 생일에 선물받은 한 권의 시집이다.
서른 살이 되었다고 재산목록 1호가 바뀌겠는가!

그리고 그가 애타게 찾는 건, 서른 살의 자신을 수신인으로 하여
자신이  열다섯 살 때 쓴 편지.
잘 간직한다고 한 그 편지는 도대체 어디에 숨었을까?

책의 뒷부분, 냄새의 기억과 관련한 프로스트의 마들렌빵에 대한 언급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바로 2, 3일 전 바로 그 부분을 길게 인용한 책을 읽으며 밑줄을 쳤던  것이다.
(나의 가을은 마들렌빵 냄새와 함께 왔다.)

먼 옛날의 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모두 죽고,
물건들이 모두 깨어져 흩어져버린 후에도, 그보다 더 연약하지만 더 활기차며,
더 끈질기고, 더 충실한 냄새와 맛만이 오랫동안 자세를 갖추고 있다.
마치 다른 모든 것들의 잔해 속에서 자기들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우리 기억을 일깨워 주려고 준비를 갖춘 영화처럼.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중에서.



무슈 장이 막연하게 기대하는 인생의 그 순간은 과연 언제 도래할 것인가?
올컬러의 코믹한 그림과 말풍선 속의 빽빽한 대사들이 마치 박영규 선우용녀가
등장하는 장면의 옛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2권, 3권을 함께 주문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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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9-0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님은 낭만을 실용성과 엿 바꾸듯 교환하지 않으실 분이세요.
가만 보면, 어찌나 낭만적이신지.
부러 그렇지 않은 척 너스레를 떠시는 것 같은데요. 감추기 위해서죠.^^
신랄한 생의 감각과 허무한 낭만을 늘 함께 품고 계시죠.
2, 3권은 제가 나중에 선물해드릴게요.

진/우맘 2006-09-01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지하게 땡기게 만드는.....흠........역시, 로드무비님의 리뷰, 여전하십니다.^^

urblue 2006-09-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점심에 혼자 밥 먹으면서 이 책을 봤더랍니다. 2,3권도 재미있을 듯. 저런 무슈 장이 아빠가 된다잖아요. ^^

BRINY 2006-09-0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날이라고 케익에 나이수대로 초 꽂아본 게 3년쯤 된 거 같아요. 그후로는 케익 사도 먹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케익도 안사고...내년에 다시 한번 해볼까요~

waits 2006-09-0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선물 받은 전기오븐에 머리를 처박나 했어요. 다행히, 아니군요.
바뀌지 않는 재산목록 1호에 왕공감...^^

로드무비 2006-09-01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니님, 저는 케이크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이가 좋아해서 케이크는 사게 됩니다.
초 꽂고 생일축하 노래 안 부르면 생일잔치 아닌 줄 알잖아요.
요즘 작고 예쁜 케이크 많던데 내년에는 꼭 기분 내세요.
이왕이면 멋진 분과 함께......^^

블루님, 이 책 읽으며 엊그게 블루님이 단 댓글 뜻을
뒤늦게 이해했다우.
아빠가 된다니 기대되네요.^^

진/우맘님, 헤헤, 무지 재밌는 만화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읽는 동안 유쾌해요.)

namu님, 아니 제가 뭘 감췄다고.
그렇게 보아주시니 너무 황홀합니다.
그리고 2, 3권을 선물해 주신다고요?
책값이 너무 비싸서.=3=3=3




mong 2006-09-0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 리뷰도 어쩜 이렇게 짠하시게 쓰시는지~
로드무비님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

로드무비 2006-09-0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무슨 그런 무서운 말씀을!
님의 재산목록 1호는 음반들인가요?^^

mong님, 아침에 난간에 매달려서,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데 가을이더군요. 정말.
낮에는 아직 좀 덥죠?^^

2006-09-01 1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1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09-01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제가 선물해드리고 싶었는데 나무님에게 선수를 빼앗겼네요.
책값이 비싸다는 로드무비님 댓글을 보니, 나무님하고 저하고 2권, 3권 나눠서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

sandcat 2006-09-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집어넣으면서 왜, 메세지 넣을 수 있잖아요. 상품 주문할 때. 저도 스스로에게 뭐라고 써볼까, 하다가 그만뒀어요. 쓴다 해도 "책 좀 읽어라", "밥은 먹었냐?" 정도겠지만..

로드무비 2006-09-01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전 그런 생각 한 번도 못해봤는데.....
책 주문할 때마다 한 마디씩 써넣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치니님, 무슨 말씀을요. 헤헤~~
그렇게 말씀해 주신 것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다음 주 양식 벌어놓은 님, 야곰야곰 읽기 좋은 책입니다.
앞의 책에 대해선 두어 번 페이퍼에 썼는데.
그 작가의 책 리뷰도 썼고요.^^

귀엽기도 하고 님, 주하와 함께 읽을게요.^^*

건우와 연우 2006-09-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들렌빵 냄새가 궁금해지네요...^^
로드무비님덕에 읽고 싶은 리스트가 자꾸 길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09-0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유님, 버터와 우유가 섞인 스몰 쎄미 카스테라.ㅎㅎ
사실 그 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전 옥수수빵(술빵) 넙적한 것이 더 좋아요.

에로이카 2006-09-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이 페이퍼를 이제야 봤을까요? 별로 할 일없고 찾아주는 사람도 없다면, 생일날, 10년 후 생일을 맞이하는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아주 좋겠네요... 만약 그렇다면 올해 생일에는 서른다섯의 에로이카에게... ㅎㅎㅎ...

로드무비 2006-09-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그럼 님의 나이가 지금 25세?
아구구구, 청춘의 초입에 서 계시는군요. 부럽사옵니다.
생일 언젠지 알려주시면 카드 한 장 보낼게요.

전 10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그런 거 낯간지러워서 몬하겠어요.
멋과는 담을 쌓은 인간.=3=3=3

2006-09-05 0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9-06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9-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썽......
고맙습니다, 귀한 글 보여주셔서.

산사춘 2006-09-07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 많이 쓰시며 사셨군요. 왼쪽 팔뚝 호호~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박찬욱의 오마주
박찬욱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시드니 루멧은 최소한의 것에서 최대한의 감동을 이끌어낸다.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기보다는 '정의가 이길 때도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깨달음이 이렇게 소박할수록 감동은 절실하다.
(
364쪽, <폴 뉴먼의 심판>,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박찬욱의 <오마주>를 재밌게 읽었다.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과장하지 않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명쾌하게, 또 통찰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책은 뭐니뭐니 해도 독자에게 미지의 감독과 영화를 소개하거나,
눈 뻔히 뜨고 놓쳤는데 까맣게 잊고 있던 영화를 다시 상기시켜 준다는 데
최대의 효용가치가 있다.
<박찬욱의 오마주>를 읽고 내가 수첩에 기록한 영화는 다음과 같다.

<가르시아> <'84 찰리 모픽> <제3의 기회>, 록 허드슨 주연의 <세컨드> ,
<이브의 모든 것> <죽음의 카운트 다운> <섹스의 반대말>

그런가 하면 한 번 본 것인데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한 영화들도 있다.

<아이스 스톰> <로드 투 웰빌> <네트워크> <사랑과 경멸>  <글로리아>

<아이스 스톰>의 경우, 출장에서 돌아온 아빠가 "나 왔다!" 하니까 아들놈은,
"언제 가셨더랬어요?" 하질 않나,
또 추수감사절의 식탁에서 감사기도를 시키니까  마지못해 딸아이가 기도를 하는데,
"인디언과 민중이 학살당할 때 이렇게 잘 처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읊었다는 것이다.
화면이 하도 컴컴해서 아주 어렵게 본 영화로 기억되는데, 그런 주옥같은 대사가 있었다니.......

--과연 고다르는 고다르, 그는 적의 총으로 적의 심장을 겨눈다.
(159쪽 영화 <사랑과 경멸>)

다른 사람 같으면 200자 원고지 두세 장으로 지껄이고도 남았을 내용의 글을 
딱 한 줄로 처리하는 능력이라니!
그나저나 보느라고 챙겨 봤는데, 세상에는 왜 그리 모르는 작가와 영화들이 많은지......

박찬욱이 생각하는 그동안 과대포장되어 소개된 감독과 영화들을 살펴보는 일도
무척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왕가위의 <중경삼림>에 대해,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를 쓰는 태도가 거북하다'(491쪽)

고 써서 나를  한참 동안 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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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가르시아가 샘 페킨파의 가르시아라면..어제 봤습니다....^^

건우와 연우 2006-08-3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경삼림에 대한 글을 보니 저도 저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08-30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무지 웃기죠?ㅎㅎ

메피스토님, 왜 아니겠습니까.
그 가르시아입니다요.^^

국경을넘어 2006-08-3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화가 거의 예술이군요. 갑자기 머리가 환해집니다 (대답을 찾기가 어려워) ^^*

비자림 2006-08-3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박찬욱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이 땡기는군요.
그런데 언제 살라나?~~~~~~ 아이들 책 위주로 문화비를 지출하는 비자림 올림

치니 2006-08-3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 일반적인 루트로는 너무 찾기 힘든 영화들이네요, 골라놓으신 것들이...
혹시 어디서 찾아보시는지요...? 저도 보고싶은데...

Mephistopheles 2006-08-30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참..묘하네요..어제밤에 본 영화를 오늘 로드무비님 페이퍼에서
언급을 하시다니..?? ^^

2006-08-30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8-30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 여기서 보게 되었어요. 헌데 이 책을 보고나면 자동으로 그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는 순서죠? ^^;;;

waits 2006-08-31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스톰"의 대사는 기억 안나지만, 영화 분위기로 봐서 충분히 그럴 법도 하네요.
왕가위를 특별히 좋아하진 않지만 자기는 소시 적에 '달은 해가 꾸는 꿈' '삼인조' 같은(?) 것도 찍었으면서, 좀 박하군요...^^;;;

로드무비 2006-08-3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님, 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달은 해가 꾸는 꿈>은 정말 의외였지 않습니까?
나현희와 이승철의 불협화음이라니......
삼인조 때만 해도 저 이경영 무지 좋아했어요.
보고 싶어라.^^

마노아님, 두어 편은 꼭 챙겨 보려고요.
이런 식으로 영화 소개 받는 것 재미있어요.^^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님, 님의 그 이야기 기대하고 있을게요.
누군가 기대한다는 게 부담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동력도 되더라고요.
모쪼록 멋진 시간 되시기를......^^

메피스토님, 희미한 인연의 그림자가...=3=3=3

치니님, 저도 뭐 일단 적어놓는 것에 불과합니다.
기억해 놓으면 두어 편은 얻어 걸리겠지 싶어서.
전 옛날에 홍은동 영화마을에서 대부분의 영화들을 빌려봤는데,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어요.^^

비자림님, 전 제 책 열 권 살 때 아이 책 한 권 사는데.ㅎㅎ
박찬욱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그의 영화 얘긴 재밌어요.^^

폐인촌님, 저 대사가 없었으면 이 책 리뷰를 안 썼을 거예요.^^*

2006-08-31 0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3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다행이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