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거리 점방 느림보 청소년 1
선안나 글, 고광삼 그림 / 느림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에 끌려 찜했다.
'느림보'라는 출판사 이름도 마음에 들었고.
순전히 느낌에 끌려 책을 사고 영화를 보러 가고
마음속에 친구로 점찍기도 한다.
대부분 기대를 배반하는 법이 없다.

삼거리 점방 앞에는 낡은 나무 평상이 하나 있다.
가족도 직업도 없고 팔도 하나밖에 없는 을수 아재가
점방 주인 아지매의 구박을 받아가며
동네 온갖 일에 참견하고 나서며 낮이고 밤이고 술을 마시는 곳이다.

그 평상에는 또 가수 현철이 골목을 쓸러 나왔다가 눈 마주친 동네 사람이랑
궁둥이를 걸치고 멸치와 새우깡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어느 프로그램에 가수 현철이 나와 일 없는 날은 골목을 직접 쓸고 동네사람들이랑
가게 평상에서 술을 마신다는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무릎 아래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아 기어다니는 붙들이를 보고
"뿔뿔이"라고 부르는 을수 아재가 붙들이는 영 밥맛이다.

"엄마, 내 다리는 와 이렇노? 와 딴 아들하고 다르노?"

"그런 사람도 있는 기제.(...)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딨노?
큰 사람이 있으머 작은 사람도 있고, 기운 센 사람이 있으머 약한 사람도 있제.
그거맨치로, 걸어 댕기는 사람이 있으머 못 걷는 사람도 있는 기라.
그래도 니는 걷지는 몬해도, 맘대로 돌아댕길 수 안 있나."(8~9쪽)

중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손재주가 좋은 붙들이는 도장 기술도 배우고
새로 생긴 오복만물수리점에 가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운다.
"벌어묵어야제, 빌어묵으머 되나."라는 말이 입에 붙은 엄마의 교육 덕분에
자립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소년으로 자랐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는 삼거리 점방 앞의 평상처럼
흐르는 세월 따라 조금씩 낡고 거무튀튀해지는 사람들.
그 정경이 눈에 선하고 붙들이가 세상 한 구석에 간신히 마음을 붙이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켠이 뻐근하지만 그것은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어린이책으로는 오랜만에 재미와 감동을 함께 선사한 <삼거리 점방>.
그 평상에 잠시 앉아보실 생각이 없으신지?



**뒤늦게 생각난 건데 내가 찜한 이책을 산사춘님이 선물해 주셨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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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23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기꺼이 그 평상에 앉겠습니다.^^

mong 2006-06-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초딩2학년부터 5학년까지 살았던 바로 그 집이
삼거리 점방이었지요, 평상도 물론 있구요
버드나무 한 그루도 서 있는 집
갑자기 그집이 그리워 지네요 ^^

치니 2006-06-2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기꺼이.

로드무비 2006-06-2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뭐 좀 드실래요?^-^

mong님, 님의 정서가 우짠지 좋더라니!
점방 집 아이가 어릴 땐 그렇게 부러웠어요.
중국집 딸도 되고 싶었고.;^^;

건우와 연우님, 요즘 자주 와주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평상에 앉기 전에 님, 가볼게요. 후다닥.^^

검둥개 2006-06-2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평상 한 구석에 엉뎅이를 붙여볼려유. ^^

로드무비 2006-06-2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처음처럼' 한 병 깔까요?
두부찌개 한 냄비 끓일게요.^^
 
국민으로부터의 탈퇴 - 국민국가 진보 개인, 반양장
권혁범 지음 / 삼인 / 200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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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모 인터넷 신문에 한 시민기자가 쓴 기사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톱기사로 떠올랐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제목과 내용으로, 변두리 동네 사진관에 근무하던
한 젊은 여성이 정식으로 시험을 쳐 스튜어디스로 뽑힌 것을 칭송하는 글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장하다, 멋지다 등 찬사 일변도의 댓글들이 달리더니 나중엔
동네 사진관은 개천이고 스튜어디스는 용이란 말이냐, 하는 식의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글을 읽으며 나도 찜찜한 부분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나 비판하는 댓글들이 
많이 달릴 줄은 몰랐다.
아무리 부담 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올린다고 한들, 
글을 어디에 발표할 때는 균형감각의 관문을 슬쩍 통과하는 것이 예의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스튜어디스가 될 생각이 꿈에도 없는, 사진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신성한 직장을
'개천'으로 비하한 건 명백한 실수가 아닌가.

<국민으로부터의 탈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 국민 안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해 본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을지도 모른다.

평소 '국가' '진보' '개인'의 의미를 심각하게 고민해본 사람들이나, 그리고 지난 2002년의
월드컵 삼매경이 더 열광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는 요즈음 읽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반세기의 분단체제하에서 우리도 모르게 내면화되고 강화된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안보와 국익이 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우리 사회의 의식에 대한 강력한 의문 제기로부터,
우리 국민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병역 의무의 정치학,
'국가 안보 담론'의 허구성까지 저자는 객관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흥미로웠던 건 '세계화'에 대한 비판 일변도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
,
"민족과 국가에 묶여 있던 우리 국민이 진정으로 해방된 개인으로서 자유롭게
주체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조건과, 다른 국민국가의 개인이나 집단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117쪽)
는 저자의 견해였다.

"세계화를 통해 미키 마우스나 코카콜라도 생기지만 동시에 제임스 조이스나
이사벨라 아옌데도 퍼져 나간다"
는 월든 벨로의 그럴듯한 말을 인용하며,
미국에 대한 적대와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인 자세에 대해 꼭 그럴 일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9.11 이전 혹은 이후의 세계'라는 제목의 글도 흥미로웠다.
사건이 일어난 직접적인 동기와 상관없이 9.11 테러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이를 아우르는 저자의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슬람 일부의 폭력주의가 사실은 "서구의 비열한 분열주의와 이중 정책의 결과"(124쪽)라는
이희수, 장석만의 글을  인용한 부분이나, "테러리스트는 인위적 관념에 자신을 함몰시킨
이데올로기의 광적 실천자일 뿐"(125쪽)
이라는 저자의 규정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고
마음으로 수긍하기가 좀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솔깃한 구절이었다.

엊그제 지하련 전집을 읽으며 한 개인, 특히 감수성 예민한 시인이나 소설가에게는
사상도 생활의 연장선에서 심사숙고하여 받아들이고 선택한 것일진대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에 완전히 휘둘려 개인의 삶이 참혹하게 끝장난  임화, 지하련 부부의 현실이 가슴 아팠다.

온국민이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은 월드컵 응원열기나, 촛불시위, 또 환경문제와
연관지어본 민족주의, 우리 나라 진보 남성 일반이 갖고 있는 젠더에 대한 태도까지
냉철한 저자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더구나 균형감각을 앞세운 그의 섬세한 레이다에는, 시든 논설이든 지식인답지 않게
흥분하여 그만 모자라거나 넘치는 글을 발표한 사람들이 여럿 걸려들었는데,
그 면면이 자못 흥미롭다.(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오오, 아아, 하는 시와 논설들)

--아니 이 사람이 이때 이런 글을 썼단 말이야?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이 부분은 멀리 갈 것도 없이 리뷰의 맨 앞에 내가 구체적인 사례로 들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연결된다.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편향적인 시각 혹은 일시적인 흥분과
도취 상태 속에서의 글쓰기도 독자들 앞에 던져진 순간 책임이 따른다는 엄정한 사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많은 부분 수긍하고 몰랐던 사실도 깨닫고 단숨에 읽었는데, 왠지 통쾌한 것과는 거리가 있으니,
새로운 숙제만 잔뜩 떠안은 기분이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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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6-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권혁범 선생이 실생활은 어떻게 할까가 궁금하더라구요.

urblue 2006-06-2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1등. ^^

로드무비 2006-06-22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블루님, 그러니까요.
너무 많이 알아도 피곤할 텐데. 일일이 실천하려면.....

로드무비 2006-06-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3 1등은커녕 꼴찌로라도 댓글 좀 달아주오.^,.~

건우와 연우 2006-06-2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책과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로드무비 2006-06-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재미없는 책인 줄 알고 계속 미뤘는데
막상 손에 잡으니 금방 읽히네요.^^

2006-06-22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2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06-2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말인데요. 콧구멍이 예뻐요. (보통은 ^_~ 로 예쁘게 쓰던데. 헤헤.)

에로이카 2006-06-2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겠네요.. 문제는 그런 것 아닐까요? 국가를 선택할 권리 자체도 경제적 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또 관광객들이나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 (주로 백인들)은 손님(guests)으로 대접하지만,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은 여전히 이방인(aliens) 취급을 하는 이중잣대... 바깥에서 나를 규정하는 국가도 문제지만, 그 국가 안에서 '국민'으로 행동하며, 이 영토 내부의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보내는 것... 시원함이 없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 한 사람인 나 자신이 국가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자성이란 늘 시원하기보다는 익숙한 행동양식에 대해 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보통 이는 자신에 대한 찜찜함을 동반하니까요... 로드무비님 리뷰만 보고도, 여러가지 생각들이 줄줄이 떠올라 댓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죄송.. ^^ 그나저나 리뷰 제목 참 잘 지으셨습니다..

로드무비 2006-06-23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바로 그겁니다.
외국인들에 대한 이중잣대도 빠트릴 수 없네요.
저자도 수시로 언급하고 있는데 전부 다룰 수는 없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통쾌함'이라는 단어를 '시원함'으로 바꿔줄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는데, 샤프하십니다.ㅎㅎ
'자성'이 개인을 좀더 좋은 곳으로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자조로 비틀어지는 것이 아니라.
댓글 고맙습니다.
죄송하긴요, 별 말씀을 다.
이런 댓글 저야 너무 반갑고 좋은 걸요.
그나저나 이 책 정말 재밌더군요.^^

수단님, 오래 전 노파라는 분이 쓴 걸 보고 좋아서 저도
쓰기 시작했어요.
(아이고, 갑자기 떠오르는 두 얼굴. 그리워라.)
^_~보다는 ^,.~가 더 예쁘지 않아요? 헤헤~

뻥일 테지만 님, 말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겠어요.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아무튼 저의 사랑을 확인하셨죠?
믿거라 해서 그랬다는 것도.
님이 말씀하신 그 반발심 저도 이해합니다.
싸잡아 한 보따리로 묶여서 가는 것 재미없는 일입니다.
님이나 저나, 이렇게 소중한 자신인데 말입니다.^^
(평소에는 구박덩어리지만 여차하면 나타나는 희미한 자부심!ㅎㅎ)

치니 2006-06-23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이 시네요 ^-^

로드무비 2006-06-23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헤헤, 제가 하는 짓이 그렇지만,
'지구여 멈춰라 내리고 싶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어요.
최인호 원작이었나?
갑자기 생각나서.^-^;;

플레져 2006-06-2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이상하죠, 아주 잠깐 맛보기만 보고 온 이국의 바람이
여기보다는 더 낫더란 말이죠. 자연풍의 바람에 그나라의 정서가 물들어있나봐요.
잠깐이나마 조퇴 하고 싶어요. 좀 답답해요.
 
지하련 전집
지하련 지음, 서정자 엮음 / 푸른사상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부터 왠지 내가 인생에서 제일 경계했던 것이 '허위의식'과 '허영심'이었다.
세상에는 하고많은 악덕들이 있을 텐데 하필이면 왜 그런 걸 골라들었는지.
덕분에 나는 남 눈치뿐만 아니라 자신의 스쳐지나가는 마음까지 감시하느라
인생을 아주 건전하고 재미없이 살았다.

사소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2년 정도 꽤 마음을 붙이고 글을 올렸던 모 인터넷 신문 때문에
기자시사회에 참석해 달라는 초대장도 메일로 엄청나게 받았지만
맨 처음 딱 한 번('질투는 나의 힘') 가보고는 그만이었다.
잔뜩 부푼 그 시사회장의 분위기가 어색했고, 도무지 영화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개봉된 화제작을 두고 경쟁적으로 빨리 기사를 올리는 그곳 시민기자들의 분위기도
영 마뜩찮았다.
어쩌면 이 또한  또다른 종류의 허위의식과 허영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얼핏했다.
하지만 '내 입맛대로'를 고수하는 것까지 구박하고 의심한다면
도대체 어떤 얼굴로 살아야 할까.

십몇 년 전 회사 서고에서 지하련의 어떤 글을 자료정리 중에 읽고 마음을 빼앗겼다.
 허위의식에 직격탄을 날리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정예는 제 말대로 흉악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거지는 아니다.
허다한 여자가 한껏 비굴함으로 겨우 흉악한 것을 면하는 거라면
여자란 영원히 아름답지 말란 법일까?(<지하련 전집> '가을' 중 62쪽)

정예라는 여자는 아내의 제일 친한 친구로 소설 속 주인공에게 추파를 던져오는 여인이다.
아내는 그녀와 달리 너무 현숙해서 이혼을 하고 연애 소문이 많은 친구임에도
자신의 남편을 소개하고 둘이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왔다는 말을 듣고도 친구를 믿어준다.

그의 소설에서 내가 빨려들었던 건 그렇고 저런 스토리의 전개가 아니라
멋을 부리지 않고 불쑥 던지는데 무엇인가를 관통하는 표현이었다.

사람 사는 일이 얼마나 지랄맞은지 나름대로 온갖 자구책을 강구하고 폼을 잡고 살아도
스스로를 "거지같다"고 여기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비굴함"으로 간신히 자신이 두려워하는 "흉악"을 면하는 정도의 삶을 산다는 기분.

다음과 같은 아무렇지 않은 구절도 왠지 나를 소스라치게 했다.

--안해(아내)란 훨씬 늙고 파렴치한 겁니다.('산길' 102쪽)

지하련의  단편소설은 소설로서의 형식적인 완성도를 떠나서
인간의 허위의식과 위선을 비틀고 통렬하게 자조한다는 점에서
일찌기 보지 못했던 아주 독자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지하련이라는 자신의 필명보다는 '임화의 부인 이현욱'으로 원고를 청탁받고
수필이니 편지니 쪼가리 글을 발표하다가, 여섯 편의 단편을 <도정>이라는 창작집에 묶고,
임화의 뒤를 따라 1년 뒤 월북하여 자신의 문학세계를 펼치기는커녕
남편의 몰락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그의 신산한 삶.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던 최정희의 소설 <인맥>은 지하련이 등단하지 않았을 때
찾아와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이야기를 듣고 밤새 써내려간 것이라고 한다.
<인맥>으로 지하련과 최정희는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고, 전혀 다른 시점에서 전개되는
세 편의 단편 '가을' '결별'  그리고  '산길'을 완성한다.
오래 전 <인맥>을 읽고 뭔가 편치 않은 기분을 느꼈는데, 이렇게 해서 의문이  풀어지고...

총명하고 예민한데 어딘지 불안정해 세상 살아가기가 영 어색한 지하련 소설의 주인공들이
자조하듯 내뱉는 말이나 일촉즉발의 날이 선 대화는 이상하게 나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첫 작품 '도정道程'에는 사상범으로 6년을 살고 나와 헤매이는 중 친구들의 종용으로
마지못해 공산당 사무실을 찾았다가 '동무'라는 호칭에 멀미를 느끼면서도
마지못해 입당 수속을 밟는 청년이 나온다.
"계급"란에 자신을 비웃듯 "소뿌르조아"라고 쓰고 도망치듯 나오는데......

인간의 허위와 기만을,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까발렸던  이 예민한 작가에게,
사랑과 사상은 과연  일생을 통해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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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는 허영심과 허위의식이 넘쳐나는데.....
내입맛대로 사는 것은 결코 위의 것들과는 상관이 없을 듯 한데요.? ^^

로드무비 2006-06-20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래봤자 교만한 구석도 있고 시건방지고.
어디 가겠습니까?
아무튼 어릴 때 생각이었다는 거죠.^^

국경을넘어 2006-06-2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임화의 부인이군요. 한번 읽어봐야 겠군요.

sandcat 2006-06-2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지금의 제 상태야말로 늙고 파렴치한 허영덩어리에요.


건우와 연우 2006-06-2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누구의 무엇이라는 것은 때로 예민하고 영민한 사람들에겐 족쇄처럼 느껴졌을지도...

waits 2006-06-2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가 읽는다고 로드무비님처럼 잘 알아듣지 못하겠죠?
어, 어, 어, 하며 읽었어요. 결국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의 인간일 뿐이야...
갑자기 남의 면죄부를 내 품에 안은 느낌이예요. 좋은 글에 감사..^^

2006-06-21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21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를 쓰다 마신 게 아닌지 님, 으윽.
이 리뷰 쓰기 무지 힘들었어요.
임화의 아내로서의 삶을 써야 이야기가 풍성해지는데
왠지 제가 그 삶이 편치 않게 느껴져 피해갔고,
사상 문제도 마찬가지거든요.
이 작가 또한 저런 식으로 암시만 하고 소설 속에서 그 문제와
정면대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처음 만났던 인상적인 한 구절을 붙들고
옹색한 리뷰를 쓰게 된 것인데.
그러려니 하세요.
명쾌하게 대답해 드릴 부분이 없네요.
궁금하시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든가.ㅎㅎ
(그리고 님과는 정반대 상황이네요. 뭐.)

나어릴때님, 알아듣고 말고는 오로지 관심이 닿았느냐 아니냐
하는 부분에 의해서.
그게 뭔지는 자기자신만이 알겠지요.
좋은 글이라고 해주셔서 감사.^^

건우와 연우님, 지하련이란 작가를 더 알고 싶어졌어요.

샌드캣님, '늙고 파렴치한'만 할래요. 저는!=3=3=3
(님도 하나는 빼세요.ㅎㅎ)

폐인촌님, 모르긴 몰라도 그로서는 임화의 아내라는 소리가 지겨울 거예요.
이상하게 끌리는 소설가.^^

buru 2019-08-0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리뷰 감사합니다 여쭤볼 것이 있어 댓글 남겨요
최정희가 지하련과의 대화를 토대로 인맥을 썼다는 이야기나 그 후 관계가 틀어졌다는 등등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어디서 더 자세히 읽을 수 있을까요?

로드무비 2019-08-04 23: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뒷이야기에 저도 관심이 꽤 많았는데 지하련과 최정희의 모든 글을
읽은 것도 아니고...저도 아는 게 없어요.
소문은 듣고 있다가 지하련의 저 책에서 알게 된 것 같은데...
(지하련을 읽고 최정희의 <인맥>은 다시 읽었어요.^^)
 
시마이사 1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시마 계장이 어느덧 55세로 시마 이사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감원이나 조기퇴직의 칼바람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며
납짝 엎드려 사는 것과는 달리, 안 되는 일도 그 특유의 낙관과 유능과 매력으로
되게 하며 승승장구, 이사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가 활약할 무대는 이제 중국 상하이다.

시마 과장이 너무 재밌어서 전부 사모으고, 시마 부장도 두 권인가까지 읽다가
어느 순간 그의  유능과 매력과 여자관계에 질려서 내팽개쳤다.
처음에는 어떤 어려운 일도 모두 헤쳐나가는 그의 씩씩한 모습에 반했다면,
나중엔 그 모습에 싫증이 났다.

객관적인 체하면서 교묘하게 일본의 입장을 두둔하고 나서는 자세도 그렇고,
술집의 여인이든 비서든 재벌 딸이든 그를 만나는 여성들은 첫날 전부 그의 포로가 되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유혹하는 장면도 다소 역겨웠다.

그런데 역시나, 오랜만에 읽어도 재밌다.
여자들이 모조리 그에게 반하는 것, 그리고 현실의 어려운 문제를
날카로운 현실 인식 위에서, 어디까지나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풀어나가고 '어렵사리'(이게 중요하다!) 승리하는 장면은 여전하지만.

어제 모 방송 뉴스에서 얼핏 들은 바로는  중국 정부에서 한류 바람을 막기 위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수입과 방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역시 중국, 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정부는 과연 어떻게 대처할까?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상하이는 아주 매력적인 도시다.
그런데 시마 이사는 상하이 진출 직전,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건을 겪는다.
그의 입사동기이자 연수 때 같은 조였다가 시마와의 토론에서 28 : 0으로 패하고
원치 않는 부에 배속되어 근근이 지내다 얼마 전 정리해고 당한 하마사카가
고위급의 회의가 열리고 있는 본사의 로비에서 할복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다
시마 이사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35년 전,  동기 연수생들이 토론 내용을 듣고 전부 시마의 손을 들어준 것이
잊을 수 없는 치명적인 굴욕이었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삐그러지기 시작한 인생, 일도 가족도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고,
그게 모두 너때문이기도 하니 같이 죽자고 거품을 무는데.
그 장면에서 마치 내가 하마사카의 누이라도 되는양 가슴이 아팠다.
시마 이사, 너는 뭐가 그리 잘났지?
어이하여 당신은, 어쩌다 겪는 마음의 낭패나 그 고독이란 놈마저도
감미롭게만 느껴지냐고!

새로 부임해온 일본인 상사를 상하이의 뒷골목에 안내하여
서민층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하고, 싸구려 음식을 맛보고,
상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밥값을 따로 칼같이 계산하는 똘똘한 중국 여비서는
제발 시마에게 반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2권을 보니 다 글렀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중에 컴 앞으로 달려와 몇 마디 끄적이게 만드는 힘이라니.

(히로카네 켄시 양반, 독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지만 ,
연애에 대한  자신의 로망을 꼭 그렇게 시마에게 대입시켜야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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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6-1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구불만이 예술로 승화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욕구불만(켄시의)이 또 다른 사람(독자)에게 욕구불만을 부르는듯...ㅎㅎ

릴케 현상 2006-06-17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마이사 2권까지 보다 말았는데^^

로드무비 2006-06-17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그렇게 심술은 안 나요.
시마가 너무 매력적이라.ㅎㅎ
그래도 리뷰는 좀 이성적으로 써야 하니 짐짓 심술을
부려봤지요.^^

산책님, 책장수님이 웬일로 이 만화를 무더기로 사왔네요.
뭘 좀 배우고 싶은 부분이 있능가?ㅎㅎ

Mephistopheles 2006-06-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마이사의 가장 큰 능력은 여자를 후리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속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것만큼 딱 맞아 떨어지는 표현을 못찾겠습니다.)

2006-06-17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그건 절대 배우면 안 되는 능력인데 말입니다.
하긴 배운다고 될 것 같으면.=3=3=3

속삭이신 님, 님은 그의 교활함(?)을 아주 조금만 가져다 쓰시면 좋겠어요.^^

mong 2006-06-1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느새 이사로군요
보다 말아서 이제 가물가물한 시마,
그래도 얄미웠던 기억이 모락모락 떠올라요 히히

로드무비 2006-06-17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ng님, 얄밉죠?ㅎㅎ
그런데 뒷부분 읽다보니 인간이 좀 더 나쁘게 변했네요.
인재 중심 교육론을 역설하지 않나,
일본에 대한 자기연민은 도가 좀 지나치고,
이 부분까지 읽지 않고 리뷰 후딱 써올리기 잘했다는 생각이!^^;;

BRINY 2006-06-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핫핫, 정말 '로망'이네요~ 혹시 작가의 대리 만족??

페일레스 2006-06-1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누님, 이 만화도 보시는군요! 시마과장은 좀 보다 말았는데. 근데 일본 만화 중에는 저런 시각(객관적인 체하면서 그렇지 않은)의 만화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로드무비 2006-06-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 동상, ㅎㅎ
저 정도면 사실 양호한 거지요.
시마 이사는 8권으로 끝나네요.
상무인지 전무인지 되었는데 이젠 끝이겠지요?^^

브리니님, 유력합니다.^^

검둥개 2006-06-2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을 보니 다 글렀다."
에서 제 가슴이 다 무너집니다. ^^;;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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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화가와 사진작가를 대동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날아간
요시모토 바나나의 남미 기행과 일곱 편의 단편이 잘 어우러진 소설집을 단숨에 읽었다.

"투명하고 묵직한 아르헨티나의 공기를 멋지게 그려준" 하라 마스미의 유니크한 그림,
왠지 허영이 없을 것 같은 사진작가 야마구치 마사히로의 남미 사진과 바나나의 글은
삼박자가 너무 잘 맞아서,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아르헨티나 혹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하면 머리에 자동점화장치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에바 페론과 피아졸라의 탱고 곡, 이과수폭포가 떠오른다.
노출이 심한 원색의 드레스를 입은 화장이 화려한 남미의 여인들도 빠트릴 수 없다.
그런데 무슨 사정으로인가 남미를 여행하고 있는 일곱 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격렬하고 비장한  멜로디의 탱고나 선 굵은 미인들의 열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다.

도시의 번잡함이 싫어 '멘도사'라는 도시의 오래된 호텔에 머무는 젊은 여인은
평소 청년들의  활기와 박력에 멀미를 느껴 아버지 뻘의 노인과 결혼하고
낯선 도시를 여행중 적막한 풍경을 남편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일곱 편 중에서도 이 '플라타너스'라는 작품이 나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돈이 꽤 많은 노인네인 듯 결혼할 당시 살던 아파트 외에는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했던 노인의 누나.
그런데 어느 날 시누이와 둘이 산책을 하고 포장마차에서 다코야키(문어구이빵)를 사서 먹은 후
불현듯 그녀의 탐욕을 이해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날부터 누나는 반대를 접고 심심하면 내게 전화를 걸게 되었다.
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마음속의 어둠을 드러낸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눈을 돌려버리기는 쉽지만, 더욱 깊은 곳에는
갓난아기처럼 사랑스러운 것이 숨어 있다.(101쪽)

갯수가 많은  다코야키 도시락을 탐하는 남편 누나의 모습에서, 그리고 너무나 맛나게
그걸 먹는 모습에서 젊은 주인공은 결혼 당시 이해할 수 없었던 시누이의 탐욕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남동생의 재산도 그에게는 다코야키 도시락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날 산책 끝에 다코야키 도시락을 사서 함께 먹지 않았으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쳤을 
늙은 여인의 사랑스러움이었다.

한편 일 때문에 만나 어쩌다 사귀게 되고 남미를 함께 여행하게 된 덤덤한 중년의 커플은
이과수폭포를 여행하고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점원이 권하는 대로 함께 파란색 운동화를 사 신는다.

"돌아가면 같이 살까?"('창밖' 174쪽)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질문과 별 다를 바 없는 남자의 프로포즈 장면이다.
남자의 손에 낀  반지가 부담스러워서 쭉 외면하면서 한 번도 그의 아내에 대해 묻지 않았던 여인은
그제서야 남자의 손에 반지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래 전 <키친> 이후 처음 읽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 소설집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편의점 파라솔 밑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읽는 것같은 엽서 한 장 정도의  다음 문장도.

--그냥 한가하니까 바깥구경이나 하자  싶어 나온 사람들의 표정에는
사람을  푸근하게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파리의 해거름,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과도 비슷하다.
희미한 햇살이 비치고, 오늘의 첫 알코올을 주문하고,
하루의 피로가 서쪽으로 기우는 반짝임 속에 녹아드는 느낌이다.('창밖' 171쪽)

파리의 해거름이 어쩌고 하는 장면을 읽는데 엉뚱하게도 나는 운주사로 가기 위해
십몇 년전 엉덩이를 잠시 걸쳤던 화순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긴 의자가 생각났다.

한 할머니가 내 옆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다가 차가 너무 오래 오지 않자
낡아빠진 가방에서 부스럭 부스럭 뭔가를 꺼내는데 봤더니 막걸리병이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술냄새가 난다 했더니.......
그런데 뚜껑은 어디로 갔는지 신문지를 함부로 구긴 것이
막걸리병 주둥이를 틀어막고 있었다.
혼자 드시기가 미안했는지 할머니는 우물쭈물 나에게 한 모금 할라느냐고 물었는데 
얼떨결의 질문이라 나는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때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그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켜시더니 할머니는 아주 소중한 것인양 그 플라스틱 병에
다시 신문지 구긴 엉성한 뚜껑을 틀어막고 가방 한쪽에 조심조심 세우는 것이었다.

이런 해거름이면 꾀죄죄하기 짝이 없던 할머니의 그 가방과 막걸리병이 가끔 생각난다.
무슨 조화속인지 모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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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6-14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거름이면 쇠락해가는 것들이 가끔 번쩍거리며 슬프게 아름답기도 하지요.
저는 해거름에 빨래를 거둬들일때면 기차에 태워져 낯선곳에 끌려와있는것같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로드무비 2006-06-1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해거름, 쇠락, 한 편의 시 같은 문장이어요.^^

플레져 2006-06-14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지만 여운이 긴 소설과 로드무비님의 여행길이 잘 어울리는데요 ^^
문득 생각나는 소설들인데 죄다 느낌이 일몰의 느낌이어요.
막 일몰이 질 때의 느낌.
어. 리뷰 제목을 염두에 둔 글은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나와버렸네요^^
핵심도 잘 잡으셔라~

로드무비 2006-06-1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딴청 부리다가 오늘 오후에야 단숨에 읽었어요.^,.~
비도 오고 책 내용도 그렇고 술이 땡길 시간인데 말임돠.
핵심을 잘 잡았다니 기분이 좋은데요? 호호~~

새벽별님, 역시 풍류를 아시는 분이랑게요.^^

nada 2006-06-1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은 종류를 막론하고 존경합니다. 그것이 선사하는 취기와 풍류와 약간의 광기를요. 로드무비님과 바나나는 또 새로운 조합입니다.^^

비로그인 2006-06-15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제목보다 리뷰 제목이 더 멋들어져요..;;;

치니 2006-06-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조화속이긴요, 뛰어난 감수성이시죠 ^-^

Mephistopheles 2006-06-15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말머리(최종수비)부터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는군요.

sandcat 2006-06-15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이미지와 제목은 원래의 남미 이미지가 팍팍 풍기는데 소설은 다르군요. 뛰어난 화가와 사진작가를 대동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날아간 바나나라니, 부러워요. =.=
(서울막걸리엔 동의를 표하셨는데, 마이타이주가 그렇게 맛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맛보셨는지 궁금해요)

로드무비 2006-06-15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캣님, 너무 부럽죠?@,.@
마오타이주는 두세 번 먹어봤습니다.
입에 짝짝 달라붙는 맛이었어요.
죽엽청주도 맛있었고.
고량주 좋아합니다. 자주 먹지는 않지만.....^^

메피스토님,
뛰어난 화가와 사진작가를 대동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날아간
요시모토 바나나.
이 부분 말씀하시는 건가유?
전 자비로 타달타달 배낭여행이라도 가봤으면 좋겠는디.
기력이 쇠하여 될까 모르겠네유.;;

치니님, 호호, 감수성씩이나요?
제가 사실 메마른 듯하면서도 감수성이 촉촉한 인간이랍니다.=3=3

비숍님, 제가 본래 제목을 좀 잘 뽑잖아요. 호호~~

꽃양배추님, 요시모토 바나나와 저, 잘 안 어울리죠? 헤헤.
별로 호감이 없는 작가였는데 이 책은 꽤 괜찮았어요.
다코야키 도시락 장면 하나로도 건졌다는 생각이 드는 책.^^

2006-06-16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6-1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주도 좋지만님, 오늘 같은 날, 심정 이해합니다.
바닷가 횟집이나 파라솔 밑에서 흐린 바다 보며
홀짝홀짝 마시고 싶군요.
그리고 오마나, 반가운 소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