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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이미 너무도 많이 일어났다.

또한 기대했던 수많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다.

 

(...)

인생을 즐기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결코 실현되지 못할 임무를

떠맡은 것과 매한가지.

 

(...)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누군가 내게 편지로 물었다.

이것은 내가 다른 이들에게 묻고 싶었던

바로 그 질문이었다.

 

또다시,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앞에서 내내 말했듯이,

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질문보다

더 절박한 질문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詩 (<20세기의 마지막 문턱에서> 중에서)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은 신기한 시집이다.

가끔 펼쳐보면  처음 본 듯 좋은 시를 한 편씩 만난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는 저 질문에

까맣게 잊고 있던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잼 다큐 강정>이라는 영화 속에서  연주 장면을 처음 보고

소름이 돋았던 곡이다.

 

 

 

왜 내가 이러고 있나(다같이!)

왜 내가 이러고 있나(아이고!)

왜 내가 이러고 있나(어머니!)

왜 내가 이러고 있나(아버지!)

 

그냥 잘살고 싶다오

편히 잘살고 싶다오

있는 그대로 살고 싶다오

그게 그리 큰 꿈이었던가

(...)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왜 내가 이러고 있나

(...)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살아야 하네

살아야 하네

살아야 하네

살아야 하네

 

   -  무키무키 만만수의 노래 (<투쟁과 다이어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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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있는 공장 굴뚝 위로

웬 연기일까, 다시 보니

햇살과 구름 그늘 헤집는 긴 항렬

철새 떼 지어 날고 있다

어디선가 추위 몰려오는가, 탁발로

고단한 길들이

악착같이 구불거리며

이어졌다 끊어진다, 가난은

함께 끊고 함께 잇는 것

울음소리가 틔워놓은 동절의 하늘로

철새떼 간다, 한 입

이 빠진 식탁에 둘러앉으려

 

       김명인 시 , <악착>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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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4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3-12-2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공장 굴뚝에 연기가 더 자주 팡팡 났으면 좋겠습니다.
철새가 지나가며 만드는 연기 말고요...^^
시인은 시 제목을 다른 말 다 두고 <악착>이라고 붙였군요.
악착이란 단어가 이렇게 절절하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
로드무비님, 연말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로드무비 2013-12-24 21:19   좋아요 0 | URL
hnine님~
오늘 낮에 김명인 시인의 이 시와 권정생 선생 <빌뱅이 언덕>에 나오는 '악착'이라는 단어 가지고 페이퍼 쓰려고 알라딘 들어왔다가 시만 간신히 옮겨 적었는데요.
이 시가 페이퍼로 떠억하니 올라와 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그런데 정말 반가워요.
저의 실수가!^^

마태우스 2013-12-2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저랑 님이랑 들어오는 시기가 엇갈려서 그런지 통 님한테 인사를 못드렸네요. 서재 화제의 글에서 님 존함 보고 "어 그 로드무비님인가" 했답니다. 반.갑.습.니.다.

로드무비 2013-12-25 21:55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반갑습니다.
이게 얼마만이에요?!
알라딘이라는 공간은 참 특별해요.
몇 년 만에 봐도 어제 본 듯 반갑고!^^
 

심야에 일차선을 달리지 않겠습니다
남은 날들을 믿지 않겠습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건강한 내일을 위한다는 핑계로는
담배와 술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헤어질 때는 항상
다시 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하겠습니다

아무에게나 속을 보이지 않겠습니다
심야의 초대를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신도시에서는 술친구를 만들지 않겠습니다
여자의 몸을 사랑하고 싱싱한 욕망을 숭상하겠습니다
건강한 편견을 갖겠습니다
아니꼬운 놈들에게 개새끼, 라고 바로 지금 말하겠습니다

완전과 완성을 꿈꾸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늙어가는 것을 마음 아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살아 있음을 대견해 하겠습니다
어둡고 차가운 곳에서 견디기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울지 않겠습니다   

이희중 詩 '오늘의 노래- 故 이균영 선생께'

 


설거지를 하다가, 화분에 물을 주다가, 뜨거운 국을 한 숟가락 떠먹다가
자기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아이고 창피해!" 하며 
머리통을 사납게 흔들 때가 있다.
지난 시절 어느 날의  어리석은 행동이나 과오가 부지불식간에 떠오를 때다.

거품 묻은 스펀지가 개수대에 내동댕이쳐지고
화분 속의 식물은 영문도 모르고 물벼락을 맞고
아까운 국물은 하염없이 식는다.

최근 자주 출몰하는 기억 하나!

마음속으로 호감을 품고 있던 옛 살던 동네 간이횟집 안주인이
이사 후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가서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기대했던 만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장차 사돈이 될지도 모를 딸아이의 남자친구 부모와 2차로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던 참인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보가 터졌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한 시간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셨다고.
내 기억에 의하면 나는 이때까지 살면서
그렇게 서럽디서러운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가만 생각해 보니 1990년대 추석 귀경길, 영등포역 앞에서 어렵게 잡아탄 택시 속에서
그 비슷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아이들이 마침 집에 먼저 가서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
단골횟집 여주인이 반갑게 맞아주지 않은 게 뭔 큰 대수라고......   
2년 전 일이지만 모골이 송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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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16: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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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optrash 2011-06-08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모든 시구가 고스란히 저에게 하는 말 같아서 저는 한 행을 더 추가해야겠어요.
이런 시를 읽을 때마다 반성하지 않겠습니다. 반성 따위 개나 줘버리겠습니다.
세상횟집이라니, 참 재미있는 단어에요. 잘 지내시죠 로드무비 님!

로드무비 2011-06-08 17:43   좋아요 0 | URL
poptrash 님.
'세상횟집'이라는 시 제목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횟집이라면 무조건 좋아요.
세상 식당 중에서도 제일.^^

twoshot 2011-06-0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가슴을 칩니다!

로드무비 2011-06-08 17:50   좋아요 0 | URL
밑에 덧붙인 제 글이 아니고요?=3=3=3

릴케 현상 2011-06-1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년 전에 제가 이사올 때 단골 식당주인이 한 번 오면 밥한번 대접한다고 했는데...안 가길 잘했다 싶네요^^

로드무비 2011-06-13 12:49   좋아요 0 | URL
책장수님 조기축구회 사람들과 환송회 할 때
2차인가 3차를 거기로 갔거든요.
그날 우리가 이사 간다는 것 알고 어찌나 아쉬워 하던지
제가 환상을 품었었나 봅니다.ㅎㅎ

산책님 단골식당 주인은 반가워해 주시겠지요, 뭐.
혹 아니래도 저처럼 울지는 마시고.^^

2011-06-15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5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4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6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9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을 한 권 빌렸다

되도록 허름한 생각들을 걸치고 산다
허름한 생각들은 고독과도 같다
고독을 빼앗기면
물을 빼앗긴 물고기처럼 된다

21세기에도 허공은 있다
바라볼 하늘이 있다
지극한 無로서의 虛를 위하여
허름한 생각들은 아주 훌륭한 옷이 된다

내일도 나는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을 한 권 빌리리라

- 최승자 詩 '하늘 도서관' <문학사상> (20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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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2 15: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2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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池袋風俗 2010-10-05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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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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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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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무것도 섣불리 약속하지 않는
도덕군자들을 더 좋아한다.
지나치게 쉽게 믿는 것보다 영리한 선량함을 더 좋아한다.
정복하는 나라보다 정복당한 나라를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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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제1면보다 그림형제의 동화를 더 좋아한다.
잎이 없는 꽃보다 꽃이 없는 잎을 더 좋아한다.
품종이 우수한 개보다 길들지 않은 똥개를 더 좋아한다.
내 눈이 짙은 색이므로 밝은 색 눈동자를 더 좋아한다.
책상서랍들을 더 좋아한다.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다른 많은 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숫자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자유로운 제로(0)를 더 좋아한다.
기나긴 별들의 시간보다 하루살이 풀벌레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불운을 떨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존재, 그 자체가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중 '선택의 가능성' 전문 (문지 刊,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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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전쟁반대, 평화실현 10만 네티즌 시국 서명운동을 제안합니다'라는
이정희 의원의 서명운동 제안을 메일로 받았다.
몇 명이 참여했는지, 무엇이라고 한마디 남겼는지 궁금해서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들락거렸다.

'안됩니다. 모내기해야 되는데 뭔 소리여!'

2만 몇천 명의 사람들의 발언보다
한 농부(아마도!)가 서명과 함께 남긴 저 한 마디가
마음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말은 몇 개월 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선집에서 내가 밑줄을 그어놓은
다음의 시구를 떠올리게 한다.

그에게 물었다. 때로는 행복하냐고.

아직도 일을 합니다.
- 그가 대답했다.

'때로'는 행복하냐는 물음.
'아직도' 라는 대답의 간명함과 솔직함.


http://www.heenews.co.kr/sig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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