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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ㅣ 펭귄클래식 81
쥘 베른 지음, 이효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여행기가 아니었다.
때는 19세기 런던, 클럽의 신사들이 80일 안에 세계일주가 가능한지를 두고 내기를 하게 된다. '가능하다' 주장한 포그라는 신사가 전 재산의 절반을 걸고 시간 제한이 걸린 이 여정에 오르는 것이 주 내용이다.
시간 제한이 걸린 일이므로, 위기는 곧 시간을 지체하게 하는 것.
여행 내내 카드게임과 배의 출발 도착시간 외에는 도통 관광에 관심이 없는 주인공 대신, 여행을 시작한 날 급하게 고용한 프랑스인 하인이 빌런을 맡았다. 하인인 파스파르투가 재앙을 불러일으키면, 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는 화끈한 영국신사 포그 씨가 돈과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여행지 감상은 기차에 타서 창밖을 바라볼 때나 하면 되는 것.
세계일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긴박감도 스릴 넘쳤지만, 영국이 아주 지구를 씹어먹던 시기에 영국신사로서 세상을 바라보던 시각도 가끔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인도를 돌던 중간중간 마치 영국이 인도를 문명화시킨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나, 홍콩에서 우연히 아편굴에 방문했는데 아편을 퍼뜨린 범인이 바로 영국이라고 지적하는 부분. 흥, 싶다가 오, 하기도. 미국에서 인디언이 기차를 습격하는 부분 같은 것은 좀, 그랬다. 대체적으로 원주민을 문명화되지 못한 원시인으로 보는 것 같아서 착잡.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자, 이것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러이러하게 모험을 마무리하게 되었으니, 중간중간 모험은 이러이러했다 채우지 않았을까 하고.
서문은 나중에 읽었다. 소설도 시작 안 했는데, 소설가의 생애나 다른 작품들, 소설의 줄거리 요약이 '탕'하고 등장해버려서 부담스러웠다. 쥘 베른은 무척 성실했던 사람 같다. 20세기 초에 사망하다니, 너무 옛날 사람으로 생각해서 미안했다. 미국에서 유니언 퍼시픽 철도 이야기가 나오는데 잠깐 투자했던 주식이라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