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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스타일 - 전2권 세트
김점선 외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나, 김점선>을 처음 읽었던 십몇 년 전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말보다 거위를 즐겨 그렸던 것 같고, 아이가 쓱쓱 그린 것 같은
천진난만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의 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잘해 보겠다고 애쓰지 않는데, 연필만 잡으면 자기도 모르게 완성되어 나오는
글이요, 그림이라고 할까.
무엇보다 바람처럼 거침없는데 한편으로 섬세한 영혼의 결이 느껴져 좋았다.
4월 말, '김점선 스타일'이라는 제목으로 두 권의 책이 세트로 나왔다.
'회갑' 기념이라고 전면에 들이대거나 촌스럽게 떠들진 않았지만
받아보니 그 잔치상이다.
세상의 온갖 이름의 잔치상이 으레 그런 것처럼 메뉴는 화려하고 다양한 듯 보이지만,
젓가락질을 할 만한 게 별로 없다.
1권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에 하나뿐인 김점선이 오직 하나뿐인 당신을 만난다"고 하여,
박완서, 장영희, 김방옥, 조영남 같은 절친한 친구나 지인, 그리고 그가
매체를 통해 만난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모았다.
2권은 <둘이면 곤란한>이라는 제목으로,
"이 세상에 하나는 있어도 좋지만 둘이면 곤란한 사람 김점선!"이라고 하여,
이해인, 신수정, 장영희 등 역시 절친한 벗들과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의
가까이서 본 화가에 대한 기록이다.
제목으로 친절(?)하게 뽑은 것처럼 '김점선 스타일'을 아주 고착화시킨다고 하나?
두 권의 책을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읽었는데 질리는 느낌이었다.
발간 일자 맞춰놓고 다소 형식적으로 일을 진행시킨 것 같은.
화가의 이름을 막 부른다는 이웃의 한 초등하고 1학년 소년과, '건방진 대학생'이라고
간단하게 소개된 청년의 글이 그런 의미에서 조금 산뜻했달까.
그가 얼마나 독특하거나 괴팍한 사람인가 하는 구체적인 사례들 중 어떤 건 재밌다.
하지만 아무리 듣기 좋은 노래라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읽으니 좀 지겹구나.
화가의 스타일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이 없었을까?
화가가 직접 만나고 썼다는 유명인들의 인터뷰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다음과 같은 말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고.
--성공한 사람들은 나이를 초월해서 밝고 깨끗하다.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인간 최초의 순수 같은 맑은 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꾸밈없이 말하고, 환하게 웃고, 예의 바르고 따뜻하다.(163쪽)
글쎄, 이런 식의 통찰과 정리도 가능하구나.
그렇다면 이 책은 밝고 깨끗하고 열정적이고 순수하고 어쩌구 저쩌구한 사람들만의 잔치?
세상의 모든 잔치가 그런 식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김점선의 그것은 좀 다를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