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1
타이요 마츠모토 지음 / 세주문화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 두 여배우(고현정, 장진영)와 동시에 또 따로 영화를 찍은 김승우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연기력에 관한 것이었는데,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으로......
속으로 나는 '건방진 자식!'이라고 욕을 해주었다.

재능은 그렇게 두부모 자르듯이 단칼에 잘라지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라면 열에 아홉은 선천적인 재능 쪽을 택할 것이다.
젊었을 때라면 나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다르다.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얻은 사랑과 보수가 제일 소중하다는 것.
재미없는 대답이지만 할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보니 미모와 재산과 재능이 이미 나의 것이었다면 틀림없이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내것이 아니었던 그 삶이, 별로 애달프지도 않다.

('재능은 모락모락 냄새를 풍기지만 뭔가 불길하며,
자신의 재능을 확신하고 콧대를 세우는 순간,
천길 벼랑 아래로 추락한다' 가 '재능'에 대한 나의 정리.)

전설적인 절판만화 <핑퐁>을 읽었다.
달포 전 마츠모토 타이요의 <하나오>를 읽고 리뷰를 올렸는데
그의 대표작 <핑퐁>을 보고 싶어한다는 댓글을 읽고 어느 님이 빌려주신 것이다.
핑퐁이 소재인 스포츠 만화라는 외피를 뒤집어쓰고 이 만화 처음부터 끝까지
재능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사실 '눈부신 미모'라는 말보다 더 눈부신 것이 '눈부신 재능'이라는 말이다.
재능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은  '사무친다'라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는데....

어릴 때부터 인생이 심드렁하게 여겨져 잘 웃지도 않는 츠키모토는
단짝친구 호시노의 권유로 핑퐁을 배운다.
하지만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도 탁구도 어차피 죽을 때까지의
심심풀이 땅콩"
이라고 말하는 소년.
무엇인가를 위해 목숨을 건다는 것 자체가 소년에겐 넌센스인 것이다.

초등학생일 때 츠키모토에게 탁구를 가르쳐준 호시노는 자신의 등 뒤로
숨기만 하는 이 내성적인 소년의  유일한 친구인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여전히 인생에 도무지 열의가 없는 츠키모토에게
자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재능(탁구)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난 말야 츠키모토, 네 플레이가 싫어. 상대선수의 심정을 고려해서 치는 네 공은,
정말로 추악해.  방자하기 짝이 없단 말이다."(제2권 47쪽)

승부에 대한 아무런 욕망이 없는 츠키모토의 플레이에 대한 라이벌 선수의 비난이다.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다.
자신의 미모에 무심한 여인에게 일렬횡대로 줄을 서서 꽃을 바치는 남자들처럼,
'탁구 까짓것'이라고 생각하며 라켓을 잡은 츠키모토 앞에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상대선수들은 나가떨어진다.
이것이 인생의 아이러니이고, 또, 재미 아니겠는가.

<하나오>에서 소년을 놀려먹던 구멍가게의 노파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핑퐁>에도 그런 중늙은이가 둘이나 나온다.
무명인 츠키모토의 재능을 알아보고 코치를 자처하고 나선 은퇴한 탁구선수 코이즈미랑,
그와 친구 관계인 타무라탁구장 주인 할머니.

이 만화, 아주 사실적인 그림도 그렇지만 감상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아서 참 마음에 든다.
입에 담배를 달고 사는 무뚝뚝한 타무라 할머니와,
자신의 역할은 "단지 소년을 다음 단계로 데리고 가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코이즈미.

두 사람은 세상에서 말하는 멋진 노인과는 거리가 아주 먼 몰골이지만,
내가 희망하는 미래의 모습에 근접해 있다. 









 








***이승우의 소설 <생의 이면>과 이 만화에 나오는 탁구 용어  '이면 타법'을 가지고
제목을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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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8-2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도 근사하고 쫀득쫀득한 맛이 나는 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Mephistopheles 2006-08-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정도로 김승우의 연기가 뛰어나거나 대단하다고
생각되진 않는데 말이죠...^^ 이 책을 복사해서 김승우에게 보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물론 신장개업이라는 영화에서의 혈압 오르게 하는 연기보다는 발전하긴
했지만요..^^)

중퇴전문 2006-08-24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즈 메달을 사양한 채, 숲에서 버섯을 따고 있다는 분입니다.
 웬만한 재능도 다 처절한 노력으로 보이게 한달까요. 

 그래도 저런 천재성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웬지 맘이 푸근해집니다.

 쌍칼 형님은 좀 오버했군요.;


해리포터7 2006-08-24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일본만화책 그림이 참 독특하네요.그림이 잊을 수 없게 만드는것 같아요. 진짜로 김승우가 그런말을 했다니...거참...

2006-08-24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6-08-24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 무비님의 리뷰를 읽으면, 직접 읽은 것보다 더 읽은 것 같을 때가 많아요.

반딧불,, 2006-08-24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족 하나 없는 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2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뻐요.^^

hnine님,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묘사가 세부적이어서
아마 그런 느낌을 받으시는 것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해리포터7 님, 그림 정말 독특합니다.
귀에 쏙쏙 박히는 말들도 많고요.^^

중퇴 전문님, 마법사처럼 보이는 그분은 누구시랑가요?ㅎㅎ
비범해 보입니다.
리뷰에서는 말을 저렇게 했지만 재능 저도 갖고 싶어요.
천재성의 광휘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는 듯.
쌍칼 형님은 저 말 해놓고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했을까요?^^

메피스토님, 복사비가 아까워서.ㅎㅎ
문방구도 멀고요.
신장개업에서 진희경, 명세빈도 무지 웃겼어요.^^

비자림님, 쫀득쫀득하다는 표현이 범상치 않은데요?^^

건우와 연우 2006-08-25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책도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만화책만 들고 사는데, 이러시면 또 질러야하잖아요...ㅠ.ㅠ

nada 2006-08-25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진영이 무지 섭섭하겠네요. 그래도 같이 영화 찍은 배우들한테 저렇게 표나는 말을 하면 어쩌라구..

sandcat 2006-08-25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되는 <핑퐁>이 이 핑퐁인 거지요? 오늘 보러 갑니다, 이 페이퍼 땜에...

로드무비 2006-08-25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이 자꾸 다운되어 댓글도 못 쓸 형편이네요.
샌드캣님, 영화 재밌게 보시고 와서 얘기 해주세요.^^

꽃양배추님, 인간이 너무 단순하지요?ㅎㅎ

건우와 연우님, 언제 제 만화 좀 빌려드릴게요.^^

2006-08-26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쓰는 방식 님, 서늘한 핵심이라니,
어쩜 말씀도 그리 서늘하신지.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씀을......^^

2006-08-2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29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30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oldhand 2006-08-3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배를 째고 어쩌고 하는 경황없던 주간에 올라온 리뷰라서 이제야 봤습니다!!
제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본 수많은 <핑퐁>에 관련된 독후감과 감상들 중에 단연 최고의 리뷰입니다. 아, 너무 멋지잖아요.

로드무비 2006-08-3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드핸드님, 맹장수술 하셨어요?
아이고, 고생하셨어요.
경과는 좋으시죠?
안 그래도 이 리뷰 제일 먼저, 아니 두 번째로 보여드리고 싶었답니다.
첫번째는 책을 빌려주신 분이고요. 헤헤~~
 
사실의 실체 - 세상의아침 시집 1
우영창 지음 / 세상의아침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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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동네 간이횟집에서 전어구이를 먹고 바로 그 옆 새로 개업한 맥주집에서 간단하게
생맥주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전어구이를 먹을 때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찌저찌 동네에서 알게 된 또래의 혼자 사는 이인데 맥주나 한잔 마시자는 전화.
동생네와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는지라 나는 남편의 말을 듣고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맥주집으로 장소를 옮기는데 좀전의 전화가 생각났다.
처남네 가족도 함께인데 괜찮다면 나오라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남편이 잽싸게 전화를 걸었고
5분도 안 되어 그가 나왔다.

어디서 본 듯한 인상이었지만 인사랍시고 고개만 끄덕하고 말았다.
맥주를 한잔 마신 후 내가 시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누런 봉투를 내민다.
시집을 꺼내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까맣게 잊고 있던 시인의 이름.
<구미시 이번 도로>의 우영창.

그는 16, 17년 전 새파란 나이에 이런 시를 썼다.


내 심장에 칼을 겨누는 자여
내가 왜 그대를 두려워 하랴
백 년 후 이 자리에 없을 우리인데
                                (詩 '無' 전문)

<사실의 실체>라는 제목으로 오랜만에 나온 시집을 들춰보니 빨리 집에 돌아가
내 침대에 드러누워 시를 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 괴로움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은 끝이 난다

이 기쁨이 사실이라면
이 사실도 끝이 난다

우리는 다행히
끝이 있는 존재
우리의 부재 속에
태양이 뜬다 한들
우리는
사실의 실체를 알고 있다.
                                  (詩 '사실의 실체' 전문)


오래 전의 시 '無'와 이번 시집의 표제작이 된 '사실의 실체'가 숨어서 시를 쓰는
학승이나 젊은 사제의 일기장에서 발견할 법한 시라면,  저잣거리의 꼬질꼬질한
"생활의 書"에 해당되는 여러 편의 시들은 동년배의 독자인 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그러고 보니 '동년배'라는 단어는 참 눈물겹다.

귀가길이 / 외롭다는 건 개똥도 안다 /
구두가 알고 / 담벼락이 알고 /
지나가는 자동차가 안다 /
할 수 없이 하느님이 알아준다
                                     ( 詩 '귀가' 중에서)

나는 안개에 승차하고 / 안개의 손잡이를 잡는다 /
차창에 달라붙는 생의 축축한 내음을 맡으며 /
살아가야 했던 이유가 근사한 그곳에서 /
무례하게, 늙은 몸이 하차하여야 한다
                                        (詩 '안개 속으로' 중에서)


"나의 갑옷은 올이 풀린 츄리닝으로 변했고", "사실은 더 비참" 하며
바야흐로 우리가 당도한 건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이다.
그냥 그 사실을 담담하게 술회하는 시인의 시들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 없다.

세 남자가 일어설 줄을 모르길래, 아이를 데리고 먼저 집으로 돌아와 선물받은 시집을 읽었다.

오늘 아침 남편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다.
이럴 수가!  한창때 날리던 시인이었으며 90년대 초, 몇 차 국민대회 때
최루탄 자욱한 동대문 로터리에서 오합지졸의 우리들을 이끌던
젊은 시인의 얼굴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생각났다.

가까운 날, 직접 지은 뜨신 밥 한 그릇으로 그의 지난밤 선물에 화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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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6-08-1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 ^-^

에로이카 2006-08-1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여러번, 한참을 읽었습니다......

꼬투리 잡을라고...
행여 술이라도 마시고, 말씀드릴 기회가 있다면...
왜 그 식어가는 찻잔의 시간이 위로가 되는지..
공감과 더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 스스로에게 티꺼워 하며 시비 걸고 싶습니다.

시... 참 좋습니다.. ^^

로드무비 2006-08-16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과 치니님께 이 시집 한 권씩 선물하고 싶습니다.
좋은 시집은 나눠 읽어야 한다는 생각.
살짜쿵 주소 남겨 주세요.
거절하지 마시고요.^^

중퇴전문 2006-08-1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 년 후 이 자리에 없을 우리인데

케인즈의 경구를 연상케 하지만, 느낌은 참 다르군요..

mong 2006-08-1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동년배'라는 단어는 참 눈물겹다...
아 참 와닿는 말씀인데요...^^

건우와 연우 2006-08-1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시기를 비슷한 마음으로 지나왔을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시, 좋네요...^^

2006-08-16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16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08-1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이시 참 좋군여^^

2006-08-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6-08-16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시가 참 좋아요. 無,라는 시. 접수합니다. ^^

플레져 2006-08-1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 읽어주시는 시들마다
알콜 지수도 조금 희석되어 있는 것 같아요.
괜스레 짠해지거든요...

달팽이 2006-08-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가 좋군요...찾아봐야지...우영창

nada 2006-08-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사연도 참 뜨신 밥처럼 정다워요. 앞으로 음주 멤버 한 명 더 느는 건가요?

로드무비 2006-08-1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죠, 또 제 남동생이랑 눈이 맞았는지도.
새벽 두 시에 들어왔더라고요.
꽃양배추님, 음주 멤버는 더 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ㅎㅎ

달팽이님, 이 시인의 시들을 좋아하실 듯합니다.^^

플레져님, 모처럼 마음에 쏙 드는 시집이었으니까요.
안 그래도 올리고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했답니다.
그럴 처지가 아니어 꾹 참았지만......^^

FTA반대 하루님, 아아, 이런 풍의 시를 좋아하시는군요.^^

웃으실 또 한 분 님, 오늘아침 주문했답니다.
기다려주시와요.
그리고, 이름 이쁘기만 한데요?^^

해리포터 7님, 좋아해 주셔서 저도 기쁩니다.^^

청량음료 백 개님, 제가 더 즐거운걸요.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듯합니다요.^^

새삼 반갑다는 님, 저도 새삼 반갑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네요.^^

건우와 연우님, 비슷한 시기를 비슷한 마음으로......
정말 그런 것 같죠?^^

mong님, 님의 동년배는 아직 새파란 청춘이라
눈물겨울 것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3=3=3

중퇴전문님, 이 비슷한 케인즈의 경구가 있나요?
궁금합니다.^^

중퇴전문 2006-08-17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we are all dead in the long run, 장기적으론 우리 모두가 죽는다 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로드무비 2006-08-17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그랬군요.
'장기적'으로는 '언젠가는'으로 고쳐도 시적으로는 무방하겠군요.^^

2006-08-17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6-08-17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을인가 봅니다. 전어구이라니^^
맥주 한캔 들고 혼자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좋은 시집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kleinsusun 2006-08-1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인님, 참 예의 바르신 분인 것 같아요.
5분도 안되어 나오시면서, 로드무비님이 시를 좋아한다고 시집을 챙겨 나오는 그 따뜻한 마음 씀씀이. 참 좋은 분인 것 같아요.
담에 꼭 맛난 저녁 대접하시길...^^

로드무비 2006-08-2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뭐라도 하나 주고 싶어하는 마음.ㅎㅎ
어질고 좋아보였습니다만 또 모르죠.
저도 어질어 보인다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만
그렇지 못하거든요.
좀더 선선해지면 저녁 초대 한 번 하려고요.^^

나무님, 시를 읽는데 그 다음 페이지의 시도, 그 다음 페이지도,
너무너무 좋은 거예요.
그런 경우 사실 흔치는 않잖아요.
우리 동네는 전어가 한달 전에 나와서 벌써 네 번쯤 먹었습니다.
앞으로 몇 번 더 먹을지는 몰라요.
이 시집의 시들이 나무님 마음에도 드실지 궁금하네요.^^

삶은 무거운데 님, 그러셨군요.
반가이 댓글 읽었습니다.
누구를 의식하고 글을 쓰지는 않는데 어떤 때는 님의 말간(!) 눈빛을
떠올리게 됩니다.
얼마전에도 무슨 페이퍼에 사족을 달았는데 그런 종류랍니다.
아무튼 반갑고요, 가끔 뵐 수 있었음 좋겠습니다.
건강 챙기시고요.^^



릴케 현상 2008-11-1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이전 시집들도 함께 구해봐야겠네요.절판인가 뜨지도 않네요.
 
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태 보관함에만 머물러 있는 책을 결국 어느 님께 빌려 읽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겐 이상한 똥고집이 있다.
그렇게 재밌게 본 영화 <파니 핑크>의 도리스 되리 감독의 소설집인데,
그리고 1994년도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그의 소설집 <사랑, 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을 
재작년인가 우연히 구하여  그렇게 재미나게 읽어놓고도.....

--(행사를 주최한) 청년은 하늘에서 찍은 우리 마을이 인쇄된 엽서 몇 장을 주며
외국인 증오에 반대하는 글귀를 써넣으라고 말한다.
메시지를 적은 엽서는 풍선에 매달려 우리나라 방방곡곡으로 날아갈 거라고 한다.
(...)모두들 엽서에 몇 자씩 끄적인다. 레나는 공주 그림을 그린다.
나는 공주가 내밀고 있는 손 아래에 이렇게 써넣는다.
'하나님, 저를 도와주세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트리니다드'  69쪽)

집까지 방문한 청년들의 열의에 다소 마음이 움직여 딸아이와 함께 외국인 증오에 반대하는
모임에 나간 중년의 여성은 힘찬 구호 대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으니 제발 도와달라"는
 엉뚱한 말을 적어 넣는다.
얼마 전 휴가 때 문경 새재 도립공원을 오르며 사람들이 쌓아놓은 소원 비는 돌탑에 연달아
두 개의 돌을 주워 보태며 나는 기원했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 그리고 한미 FTA의 무산과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을......
솔직히 말하면 뒤의 기도는 황급히 보탠 것이었다.
'트리니다드'의 여성이 어쩌면 더 솔직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 이뻐?>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반대로   <사랑, 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절판된 걸 수소문하여 구했다.
바비 인형의 구두 한 켤레를 훔쳐 베갯잇 속에 숨겨놓았다가 어느 날 엄마가 침대 시트를 갈면서
그 구두가 사라져 버리자 어린 소녀는 두 눈이 빠질 정도로 울며 왜 우느냐고 묻는 엄마에게
이렇게 거짓말 한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워, 엄마."

'훙 부인에게 새 신을'이라는 짧은 소설은 황석영의 단편  '섬섬옥수'를 떠올리게 했다.
인간의 위선과 자기기만에 대한 얘기.
가끔 들르는 별장이 있는 마을에서 마주친 가난한 베트남인 가족에게 자비를 베풀다가
그 가족이 너무 자신들을 믿고 의지하자 무서워서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는 부부 이야기.

인간의 위선과 자기기만이라, 어쩌면 책 제목이나 작가에 대한 확고한 나의 기호도 
바비 인형의 신발에 유달리 집착하는 소녀의 그것이나 가짜눈물과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르겠다.

도리스 되리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막연히 저 너머의 세상에 한쪽 다리를
걸친 이들이다. 그리고 자신도 어느 날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세상이 비루하고 비속하다고, 자기 마음 같지 않다고 대놓고 욕을 할 수도 없다.
비루하고 비속한 건 첫째 자기자신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사랑을 위해 직장과 가정까지 내팽개치고  부랑자의 삶을 선택하면서까지 사랑에 집착하는 
주인공이나,  진짜 사랑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거나
남자를 살해하는 식의 파격적인 인물들이 <사랑, 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에 나왔다면,
<나 이뻐?>는 좀더 일상에 매몰된, 좀더 나이 먹은 인물들이 구슬프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자기 연민은 꼴보기 싫지만, 어쩌랴,  바로 나의 모습인 것을.......

<나 이뻐?>를 읽고 난 후 <사랑, 고통 빌어먹을 것들>을 찾느라고 침대 옆에 쌓인 책들을
수십 권 들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맨 밑에 깔려 있었다.)
꼭 그 책이 필요했다기보다 그 순간 나에게 뭔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정도 수고 없이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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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8-08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책정리는 자주 꼬박꼬박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3=3=3

건우와 연우 2006-08-0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수고로운만큼 빛이 난다면, 사는게 좀더 공평하게 느껴질까요...^^

2006-08-08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8-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정도 수고 없이 인생을 어떻게 살려고......" ㅎㅎㅎ
괜히 이 말을 보니 힘이 나는거 있죠?
이 정도 수고 없이 인생을 어찌..... 쌩뚱 맞지만...홧팅!^^

밥헬퍼 2006-08-0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쯤 와야 생생한 리뷰를 읽을 수 있군요. 글을 읽다보니 정신차려야 할 것은 이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나로군요. 요즘 돌아다니느라 읽고 있는 책이 거의 없는지라 책읽는 감이 훨씬 떨어져 있지만 이 글로나마 적잖게 자극이 됩니다. ... 평안하시길.

에로이카 2006-08-08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되는 건 사회 속의 나와 내 속의 나가 일치되어 밖으로 드러나도록 훈련하는 과정 아닐까 싶어요. 억압과 자기검열의 내면화와, 그럼에도 계속 꿈틀꿈틀 거기에 저항하는 '리비도'랄까... 그 둘 간의 부적응, 긴장과 갈등을 올바로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둘 간의 역관계에서 늘 한 쪽이 우위에 있거나 (따라서 한 쪽의 논리로 다른 쪽을 종속시키거나), 아니면 무척 용기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책과 리뷰내용을 잘 이해한건지..헤헤... 어쨌든 가끔 로드무비님 페이퍼에서 이 용기를 본답니다... ^^

waits 2006-08-09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오래 묵혀두고 있었는데... 마지막 구절에 마음이 괜히 간절해지네요.
사람마다 살아가며 들이는 수고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어쩐지 그 말 속에 나보다 더욱 수고하는 사람들에 대한 염치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요. 전 요즘 뻔뻔한 게 아주 질색이랍니다..,;;

로드무비 2006-08-09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FTA 반대 나어릴때 님, 이 세상에서 수고를 좀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좀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설령 제가 좀 더 가난해지더라도요.
게으르고 방만해서 그러기 십상이지만.....

에로이카님, '친구 찾기'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가수 박혜미가
얼마나 눈빛이며 행동이 당당하고 거침없는지 감탄을 하며 보다가
난 세상에 언제 저렇게 한 번 행동해 보나, 중얼거렸더니
마이 도러가 그러더군요.
"용기가 있어야지 저렇게 되지!"
님의 댓글에서 다른 어려운(!) 말은 귀에 안 들어오고
'용기'라는 단어에 눈이 꽂힙니다.
전 가끔 '오기' 같은 게 생겨요.ㅎㅎ
양처럼 순한 아줌만데.=3=3=3

밥헬퍼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생생한 리뷰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쁘셔서 요즘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고 하시지만
밥헬퍼님만큼 다양하게 책 읽으시는 분 많이 못 봤습니다.
여름 잘 나시고요.
선선한 가을에는 밥헬퍼님이랑 서재에서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라인수선 님, 책 몇십 권 들어내기가 귀찮았는데
그렇게 하길 잘했군요.
잠시나마 우리 수선님 힘이 나게 만들었다니!
수선님도 파이팅!!^^

서너 권 남짓 님, 별 걱정을 다하십니다.
기한을 정한 건 사실 나 때문이었는데.(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천천히 마음 편히 읽기로 하지요.
일단 8월말로 그래도 정해놓고요.^^

건우와 연우님, 수고로운 만큼 빛이 나는 그런 공평한 세상을
꿈꿉니다.
님도 저와 비슷한 꿈을 꾸시더군요.^^

메피스토님, 왜 아니겠습니까.
책정리를 좀 하고 싶은데 너무 더워서 엄두가 안 나요.
<사랑, 고통 그리고 빌어먹을 것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중
메피스토님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더군요.^^*

2006-08-09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8-09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09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무사히 님, 어제 말씀 잘해주셨어요.
대충대충 버릇의 대가는 바로 접니다.
응당 물어봐야 할 일의 경우, 묻는 일조차 귀찮아 하니까요.
별것 아닌 것 가지고 되려 제가 번거롭게 해드린 감이...^^

노 에어컨 님, 우짜꼬! 이 더위에......
잘 챙겨드시고요.
최대한 농땡이 치세요.^^

플레져 2006-08-0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을 읽으셨군요. 기뻐요.
다시 리뷰 쓰라고 하면 잘 쓸텐데 (뭘 모를때 읽고 리뷰 써서 거시기함 ㅋ)
다시 쓸 기력은 없으니... 로드무비님 리뷰로 위로받습니다.
나 이뻐,의 그 깜찍한 악동 소녀의 욕망이 문득문득 떠올라요.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소녀의 건너편에 서서
이런 방법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서요.

로드무비 2006-08-09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밌게 읽었어요.
님이 쓰신 그녀의 최근 영화 페이퍼 내용도 떠올리면서......
묘하게 사람을 위로해 주는 책이랄까?
모두 힘들고 외롭다고.......^^


Mephistopheles 2006-08-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그 책을 구해 읽을 수 없는 지금 시점에서 그 주인공이 어떤인간인지
알 방법이 없다보니...궁금증만 증폭되고 있군요..로드무비님 미버요~

아키타이프 2006-08-09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비인형 구두가 없어져서 우는 여자애의 거짓말이 어쩌면 솔직한 심정이었는지도... 어렵게 훔쳐서 꽁꽁 숨겨놨는데 허망하게 놓쳤으니... 참 고약한 인생이구나,라고 느낀건 아닐까 하는... 읽은 책도 아닌데 이렇게 적어도 될려나 모르겠네요. 님의 리뷰를 잘 읽어놓고는 엉터리 댓글 적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6-08-09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님, 겸손이 지나치면 뭐가 되는지 아시죠?ㅎㅎ
왜 아니겠습니까.
내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하고 혼자 되뇌이는데,
사실은 그게 진짜 마음일 때가 있지요.
저도 님처럼 그렇게 읽었습니다.
인생은 피곤한 거잖아요.
훔치는 것도, 감추는 것도, 없어져서 우는 것도......^^

메피스토님, 우연히 만난 아내의 여자친구에게 반해
모든 것을 내팽개치는 캐릭터인데 어떤 부분 인상이 님이랑 좀 겹치더군요.
그냥 그 정도로 아세요. 히히~~
(매력적인 부분이 겹친 거니 입 쑥 내밀지 마시고요.)

산사춘 2006-08-0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니핑크 감독이 쓴 거 아니었음 제목 때문에 안샀을 거예요. 인종이나 나이에 의한 대비가 계속 나오는데도 허위의식일지 몰라도 증말 내 일상처럼 느끼게 하더라구요.

2006-08-10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ndcat 2006-08-10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로드무비 님, <내 남자의 유통기한> 리뷰는 안 올라올랑가요?

2006-08-10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10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영화사님, 모처럼 님과 이런저런 얘기 나누게 되어 신났어요.^^

샌드캣님, <내 남자의 유통기한>은 아직 못 봤답니다.
커피담배도 그렇고 보고 싶은 영화 모두 놓치게 생겼어요.
아참, 휴가 잘 다녀오셨나요?^^

산사춘님, 맞아요.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든가, 나이 인종 등에 대해
이 작가도 뭔가 갑갑한 틀이 구축되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전달돼요.
마치 내 문제의 하나를 건드리는 것처럼.^^
 
자연을 담은 사계절 밥상 - 녹색연합이 추천하는 친환경요리 스페셜
녹색연합 엮음 / 북센스 / 2006년 7월
품절


(클릭해서 큰 사진과 글씨로 보세요)

녹색연합에서 지난해의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을 보강하여 계절별 밥상을 소개하는 책을 묶었다.
오늘 저녁 당장 덤벼들어 보고 싶은 여름 반찬 몇 가지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줌'을 위시하여 재료 계량 방법은 앞에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달랑 콩나물 한 줌과 오이 1/4개, 식초, 소금, 설탕 약간이 재료의 전부인
오이해장국. 연두빛을 살짝 띤, 아삭할 게 틀림없는 건데기와 국물. 입에 침이 고인다. 그런데 아이들도 좋아할까?


호박조갯살숙회("이보다 맛있는 음식 궁합은 없다")

전라도의 전래요리라는데 호박을 채썰어 조갯살과 함께 참기름에 볶다가 물을 부어 한 소끔 끓이면 간편하고 아주 맛난 호박국이 된다는 걸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초고추장을 넣고 버무렸을 때 어떤 맛이 나올지 상상이 된다. 호박과 조개가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요즘 한 번 만들어 먹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감자채소피자

양배추와 표고버섯을 채썰고 감자를 갈아서 밀가루를 조금 섞고 달군 팬에서 부치면 된다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한 레시피.
요즘 양배추를 푹 쪄서 강된장과 함께 자주 쌈으로 먹는데 몇 장 싸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메뉴이다.
피자치즈와 피망, 표고버섯은 어울려서 아주 독특하고 먹음직한 향을 낸다.

깻잎물김치

깻잎의 톡 쏘는 신선한 향이 여름 밥상에 딱일 것 같다.
재료와 만드는 법을 소개하는 오른쪽 페이지에 보면 '재료의 힘'이라고 하여 해당음식이나 재료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메모해 놓았다.
보통 물김치처럼 해서 이틀 정도만 삭히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구미가 당긴다.

'식품첨가물은 얼마나 안전한가' 등 유용한 정보 페이지가 꽤 있다.

'음료수 용기에도 환경이 숨어 있다'는 제목으로 각 용기의 환경성을 살피고 있다. 유리병은 별(?)이 넷으로 제일 우수하고, 알루미늄캔도 세 개로 괜찮은 편. 플라스틱 병은 환경성 제로.


무슨 대단한 요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간단하고 소박한 메뉴 위주로 선정되어 실속만점이다.
양배추볶음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당장이라도 채썰어서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볶아보고 싶을 정도로 담백하고 맛나 보인다.
양배추는 들큰해서 싫어하던 식재료 중 하나였는데 언제부턴가 그 들큰한 맛이 정답고 익숙해졌다.

사진은 겨울편, 김치말이국수.
김치말이국수 사진 앞에서 양배추 찬양이라니!



두부잡채(겨울편)

두부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것도 맛있을 것 같다.
납작하게 잘라 구워서 채소 길이와 맞춰 썰어 함께 볶으면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음식은 볶을 경우 무조건 현미유를 사용하고 있다.

어묵부침(겨울편)

흰살생선과 연근, 양파를 믹서에 넣고 갈아 밀가루를 조금 섞은 후 부치면 되는 어묵부침.
명태나 대구살 등 흰살생선과 야채를 함께 갈아 부쳐먹으면 참 담백하고 고소한데 연근을 넣으면 더 향기롭고 맛있을 듯. 혹시 우엉을 넣으면 더 향이 진하지 않을라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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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8-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살까요?

건우와 연우 2006-08-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까요?

로드무비 2006-08-0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건우와 연우님, 사셔도 좋을 듯.
주문할 경우 땡스투 꼭 체크해 주시고요.^,.~
(참, 토종 우리 반찬, 채소 위주 반찬이란 건 아셔야 할 듯.)

국경을넘어 2006-08-0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게 보고 갑니다. ^^*

nada 2006-08-0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자채소피자...잉..

해리포터7 2006-08-04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히 퍼갈께요^^

해적오리 2006-08-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책 정말 괜찮네요.. 주문할때 꼭 땡투해드릴께요..^^

로드무비 2006-08-06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우님, 그렇습니다.
푸성귀 중심인 것입니다.^^

날나리난쟁이해적 님, 오늘 땡투가 하나 들어왔던데
님이 해주셨나 봅니다? ㅎㅎ

해리포터 7님, 제가 고맙죠, 뭐.^^

꽃양배추님, 저도 시원한 냉커피와 함께 먹고 싶어요.^^

폐인촌님, 뭐가 제일 땡기시나요?^^

반딧불,, 2006-08-0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어째 요리제목은 붙이기 나름이라는 생각만 드는지..^^
이런 음식은 재료가 참 중요하죠.
호박도 노지호박 잘 영근 놈으로. 막캔 조갯살로.. 어릴적에 많이 먹었어요.
제가 하면 그맛이 안납니다..

이런 책 참 좋네요^^

로드무비 2006-08-0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료만 순서대로 나열해도 요리 제목이 되니까요.ㅎㅎ
반딧불님은 토속음식의 대가이신 것 같아요.
전 애호박 외에는 호박도 잘 안 사요.
어떻게 요리하는지도 모르겠고, 부침개 외에는 호박이 썩 안 땡겨서.^^

반딧불,, 2006-08-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가는 무슨요. 그냥 어릴적에 먹던 것 기억해서 사는 거죠.

로드무비 2006-08-0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가가 따로 있나요?
어릴적 기억대로, 그건 뭐 아무나 하나요?^^

산사춘 2006-08-0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리는 안해도 '소박한' 요리책 구경은 좋아요. 움머, 글고보니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보고는 따라 해본 적도 있어요.

로드무비 2006-08-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아무리 소박한 밥상이라도 하나 잊으면 안 될 게 있지요.
양이 푸짐해야 한다는 것.^^

aelee 2007-01-3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려고 찜했었는데..
 
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생각날 때마다, 눈에 띌 때마다 펼쳐서 계속 읽는 책이 네다섯 권쯤 된다.
오늘은 그 중 두 권(<도쿄기담집>과 <예술가의 거리>)을 해치웠다.

종아리와 장딴지가 너무  뻐근하여 오늘 하루는 쉴까 하다가, 입고 있는 티셔츠에서
땀냄새가 풍기길래 좀더 물씬한 땀냄새를 맡고 싶어 '계단 여행'(플레져님의 표현)에 나섰다.
자전거와 유모차와 재털이로 쓰는 분유깡통과 버려진 미니 콤포넌트가 어제 오후 그대로였다.
한 가지 새로운 건 8층  계단 밑에 일직産  방울토마토 택배 상자가 모습을 보인 것.
일직이라면 권정생 선생이 사시는 곳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는 <도쿄 기담집>에 실린 작품 중 한 편의 제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미국 작가(레이몬드 카버)의 <우리가 사랑에 대해 말할 때...>)
풍 제목이랄까.
오늘 낮, 읽던 단편을 마저 읽고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이야기의 배경이
아파트 24층과 25, 26층 사이의 계단이다.
주인공은 엘리베이터 타는 것을 싫어해 평소 26층 집까지 걸어다니던 마흔 살  증권거래인.

남편이 죽은 후 신경과민이 된 어머니가 사는 24층에  슬리퍼를 끌고 내려갔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올라갈 테니 팬케이크를 바로 먹게 해달라고 전화를 건 후
20일 동안 감쪽같이 사라진 남자.

너무나 흥미로운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층층이 소파까지 놓여 있다는 호화 계단인 것은 소설과 달랐지만,
에헴, 나로 말하면 어제부터 우리 아파트 계단 꼭대기(21층)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걸어서 내려온 사람이 아닌가.

이 소설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또 있다.
아내의 진술에 의하면 그의 남편은 결혼 후 10킬로그램이 쪘다.
아침에 즐겨 먹었다는 팬케이크와 바삭 구운 베이컨 탓?
너무 소소한 걸 붙잡고 늘어지는 것 같지만 내 남편도 결혼 후 10여 킬로그램 쪘다.
혼자 오래도록 자취하느라 아침을 안 먹는다는  사람에게 결혼 후 아침마다
가정의 행복을 맛보게 해준답시고 출근 전 참치마요네즈 샌드위치와 달걀야채범벅 샌드위치를
강제로 먹여댔던 것. 
고문이 따로 없었다.
가정의 행복은커녕 얼마나 결혼을 후회했을까.

표지에 적힌 "불가사의한, 기묘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모았다는
이 단편집 속의 이야기들은,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먼 나라의 기담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부터 시작하여, 현실은 더욱 불가사의하고 기묘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로 넘쳐난다.
며칠 전 서래마을 어느 집 냉동실 속에서 영아의 시체가 발견되고,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부지런한 민족으로 어릴 때부터 막연히 알았던 국가는
걸핏하면 이웃의 힘없는 나라를 명분 없이 무차별 공격
어제 아침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16세의 정신지체아 소녀를
아파트 경비원과 교회 봉고 운전수와 그 외 몇몇의 남자들이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제 그런 소식을 접하면 잠시 눈살을 찌푸릴 뿐, 사람들은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상어에게 잡아먹힌 아이를 찾아나선 중년의 여인 이야기('하나레이 만')도 놀랍지 않다.
지난주 영화 <괴물>을 안 봤으면 또 모를까.

'우연한 여행자'의 주인공이 겪는 책이나 책을 읽는 장소와 관련된 '우연'도
알라딘에서 서재활동을 1년 정도만 해보면 알게 된다.
우리는 어느 날 이상한 인연으로 간절히 기다렸던 책들을 만나고, 잊지 못할 사람과 마주친다.
<도쿄기담집>에 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으로는 의외"라는 식의 평을 많이 보았는데,
나는 그냥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대학에 들어간 지 얼마 안되어서 깨달았지.
이류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보다는 일류 조율사가 되는 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우연한 여행자' 42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랜만에 발표하는 작품들을 통하여 이루지 못한 꿈이라든가,
직업이든 사랑이든 최상이 아닌(때로는 말도 안되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을 슬쩍슬쩍 비유를 통해 언급하지만
별로 씁쓸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담담한 어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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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8-0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존말코비치되기'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어디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수상하고 일상적인 여러 장면들. 어쩌면 열정이나 악착에서 벗어나는 게 그냥 무던히 잘 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정말 운동 삼아 계단을 오르내리시는 건지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지만 ^^ 앞으로도 슬슬 오르내리시길요.

Mephistopheles 2006-08-0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4개뿐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urblue 2006-08-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하루 하나씩 며칠 동안 읽었는데, 재미없었어요. 빌려 읽었기에 망정이지, 돈 주고 샀으면 아까웠을 법한 책. -_- 최근 몇 년간 읽은 하루끼는 어째 죄 재미가 없네요. 제 취향이 변한건가.

로드무비 2006-08-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님, 아이가 방학중이니 서재활동이 여의치 못합니다.
댓글 다는 것도 쉽지 않네요.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ㅎㅎ
별 네 개는, 다섯 개를 주기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재미는 있었는데 미진한 부분이 약간.^^
(님도 리뷰 쓰셨나요? 읽은 것 같은데...)

FTA 반대 나어릴때 님, 영화 존 말코비치 너무 흥미로웠죠?
그 이상한 복도와 꼭대기층의 방.
운동삼아가 아니라 명실공히 운동입니다. 믿어주시와요.
아니면 제가 왜 이 더위에 그 짓을 하겠습니까요.^^

2006-08-03 1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0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감사!ㅎㅎ
전 재밌던데요?
님이야 뭐, 어떤 책이 신혼처럼 흥미로울까요.=3=3=3

플레져 2006-08-03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단 여행이라고 쓸 때, 이 소설이 생각났어요. 재밌게 읽었거든요.
제목이 잘 생각이 안나 생략했는데! ㅋㅋ
남편의 몸무게는 늘어났는데 저는 그대로에요............. =3=3

nada 2006-08-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산책하는데, 평소 아무도 없는 호젓한 길인데 맞은편에서 누가 걸어오는 거예요. 슬며시 반대쪽으로 넘어가려는데 이 아저씨가 제가 가려는 쪽으로 건너 오시려는 움직임을 보이시지 뭐예요? 난 아저씨 때문에 건너가려는 게 아니라는 몸짓으로 애매하게 중간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후다닥 지나쳤죠. 계단에서 누굴 만나면 약간 무서울 듯.. 물씬한 땀냄새가 주는 쾌감! 저도 때로 킁킁거려요~

에로이카 2006-08-04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따님 방학이라서 서재활동이 뜸하셨군요... 바쁘시겠네요. 운동도 하시고, 책도 보시고, 집안일도 늘었을테니... 더운 여름날 건강하시고, 운동도 빼먹지 말고 열심히 하시기를...

로드무비 2006-08-04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아이 남자친구까지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어제 낮 님이 올리신 페이퍼 몇 개는 급히 읽었어요.
댓글은 못 남겼지만.
운동이라야 뭐 15분 남짓인데.
고비입니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아파요. 다리 전체가.....
님도 더운 여름 건강하게 잘 나시기를!

꽃양배추님, 안 그래도 그런 생각했어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혹은 내리는 식당 배달원이나 택배사 직원,
그 층의 집주인과 마주치는 건 아닌가.
맞아요. 사람 없는 곳에서 사람과 딱 둘이 마주치는 것 좀 무서워요.
땀냄새에도 등급이 있는데, 오늘은 마치고 나니 좀 괴롭더군요.
물씬 정도가 아니라서.

플레져님, 흥=3 그 섬섬옥수 손을 보면 모르겠습니까.
님도 잘 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체질인개벼요.ㅎㅎ
('계단 여행' 에피소드가 제일 재밌었나 봅니다?)



kleinsusun 2006-08-2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서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서>.
정말 레이몬드 카버의 소설 제목 같네요.^^ <내가 전화를 거는 장소> 이런...
곧 올라갈테니까 팬케잌을 구우라고 하고 행방불명이 되는 설정도 <사사롭지만 도움이 되는 일>과 상당히 "필"이 비슷하네요. 레이몬드 카버를 좋아하는 소설가들은 정말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저 요즘 레이몬드 카버한테 '필' 받아서 책을 6권이나 났어요.ㅎㅎㅎ

2006-08-24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