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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30년 전 모로코의 침략을 받고 조국을 떠나, 뜨겁고 삭막한 알제리의 사막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런 민족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코리는 여덟 살,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인데, 그 난민촌의 한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본 거라곤 끝없이 펼쳐진 자갈들과 모래, 진흙집, 낙타......
시집 간 큰누나가 가끔 가지고 와 읽어주는 책들이 큰 즐거움이랍니다.
언제부턴가 몰라볼 정도로 뚱뚱해졌다가 어느 날 요술처럼 날씬해진,
코리가 제일 좋아하는 삼촌 집의 낙타.
털이 보드라운 캐러멜 색의 아기 낙타는 그렇게 코리 곁에 왔고 둘은 친구가 됩니다.
장애아와 어린 동물의 우정이라니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딘지 좀 식상해서
흥미를 끌지 못하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읽어나가는 중에 남은 페이지가 얼마인지 눈대중으로 자꾸 확인해 볼 정도로
마음을 잡아끄네요.
사탕 한 개를 새로 깔 때마다 남은 사탕이 몇 개인지 세어보는 아이처럼......
낙타가 입을 오물거리는 걸 자기에게 뭔가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 공책에 받아적는 소년.
그런데 그 시들이 참 슬프고 아름답습니다.
--해와 다리 사랑해서 하느레서 만나지요.(42쪽)
어느 날 학교에서 하늘이 깜깜해지는 '일식'을 경험하고
코리가 처음으로 쓴 시입니다.
코리는 캐러멜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고요.
그렇게 낙타가 소년에게 불러준 시들이 단정한 활자 속에 삐뚤빼뚤한 아이의 글씨로
적혀 있어, 진짜 아이가 쓴 시를 아이의 낭송으로 듣는 것 같습니다.
'쫓겨난 난민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리고 주눅 들고 가엾은 아이였던 코리'가
갖은 어려움을 헤치고 어른이 되어 시인으로 우뚝 서는 것처럼,
멀쩡한 제 땅을 두고 26년 넘게 사막에서 고된 난민생활을 하는 사하라위족이
자기 땅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