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국 평전 - 벼락이 떨어져도 나는 내 서재를 뜰 수가 없다
정운현 지음 / 시대의창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출판사에 꽤 알려진 자신의 이름과 해사한 얼굴을 빌려주고, 대필 작가를 무슨 몸종 부리듯
이래라 저래라 온갖 사항을 지시한, 한 유명 여성의 어이없는 메모 내용을 
오늘 오전 키노 님의 페이퍼로 보았다.
그것이 초고라니, 기가 막혀서!
그래놓고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부끄러운 줄 모르니, 아무 상관 없는 내가 다 낯이 화끈하다.

임기가 끝난 국회의원들이 의정원인가 의정단인가 하는 단체를 조직하여
공공건물에 공짜로 상주하며  시 예산을 갉아먹고 있다는 보도를 며칠 전 접했는데,
단체관광을 '시찰'로 둔갑시키질 않나, 그들은 온갖 명목으로 시민들의 혈세를 뜯어내고 있었다.
더구나 어느 시 의정회의 대표는 공금유용과 서류 조작 건이 들통나
취재기자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자,
"이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데, 겨우 이 정도의 돈을 가지고 그러느냐며 화를 버럭 내는 것이었다.
국회의원이라고 현역시절에 큰소리 치고  치부하고 살았으면 됐지,
죽을 때까지 단물을 빨아먹겠다는 노욕 앞에서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며칠 전 수중에 들어온 <임종국 평전>을 만지작거리다 내심 2007년의 첫 책으로 찜해놓고 있었는데
참지 못하고 야곰야곰 파먹다보니 오늘 새벽에 다 읽었다.
이런저런 마음속의 갈증 때문이겠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는 경제적으로든 뭐든 딱할 만큼 요령과 주변머리가 없었던 그는
미간에 깊이 주름을 세우고 닥치는 대로 애꿎은 물그릇이나 발로 차며 지냈다.
젊어 천재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머리가 비상했는데, 참혹한 가난은 그에게 두터운 벽이었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의 그가 생활고 때문에 화장품 외판과 참빗 행상에까지
뛰어들 정도였으니,  <선데이서울>의 원고청탁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생활을 위해 온갖 허드레 원고를 쓰던 중에 일생의 과업을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친일파 연구.

붙잡아야 할 필생의 업이든 사람이든 어느 날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이상(李箱) 시인을 연구하다 보니 일제 강점기가 눈에 들어오고,
모 신문의 청탁으로 '흘러간 성좌'를 연재하다 보니 친일을 했던 이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떵떵거리고 사는 이 땅의 말도 안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되는 식.
친일파 문제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그와 연결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제일 감탄했던 부분은 가난과 병고와 결혼생활의 파탄 등
참기 어려운 인간의 구체적인 고통 속에서 비록 가까운 가족에게 화풀이를 하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의 필생의 작업이다.
친일파 청산 없이는 이 나라에 올바른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
<친일문학론>을 써내고 사람들의 관심을 기대했지만,  세상은 끝까지 그를 외면했다.
그는 말년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로 식솔을 끌고 내려가 사과궤짝을 엎어놓고
원고를 썼다. 나이 오십줄에 친일파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어린 아들과 상경하여
단칸방에서 자취를 하다가 병이 더욱 깊어지고.
연구비를 어느 단체에서 지원받자고 하는 지인의 제안에
지원금을 받으면 손이 떨려 글을 못 쓴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 그이다.

타협을 모르는 성미 탓도 있겠지만, 연치에 비해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이는,
한마디로 사는 게 편치 않은 그의 얼굴을 다음 페이지에서 새로운 사진으로 만날 때마다
나는 보고 또 들여다보았다.
일찍이 천재라는 칭송에, 시를 쓰고 클래식 기타며 각종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등 
예술가적 자질이 넘쳐났던 그가 아니던가.

오래 전 <친일문학론>을 책으로 읽었을 때의 충격이 되살아나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문학평론가 유종호와 문덕수의 친일문인  옹호론을 소개하며 이 평전을 쓴 정운현 씨는
존경하는 스승 청마 유치환을 보호하기 위해 백석 정지용 등의 친일 사실을 언급하며
물귀신 전법으로 일관한 문덕수를 유종호와 비교해 사정없이 깎아내리는데,
문덕수는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고,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지적인 유종호의 견해가
나는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일제 강점기에 교사로 근무하며 어린 학생들에게 일본말을 가르치고 천황에게 절을 하게 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는 뜻에서 지금도 매일 온 동네를 깨끗이 쓸고 다닌다는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못 들어봤나?!

반민특위의 후신격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일을 하며 평소 흠모하던 선배의 삶을
꼼꼼하게 기록한  정운현은 딱 이 평전의 적임자다 싶으면서도  
6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집필일기를 부록이라고 평전 뒤에 떠억하니 실어 사람을 기함시켰다.
재밌게 읽긴 했지만 이건 영 아니라고 본다.
그 형식도 내용도 임종국의 묵직한 삶과 어울리지 않고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자신의 집필일기는 지면을 마련하여 관심있는 독자에게만 따로 소개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학 휴학 후) 죽치고 앉아서 암담한 생각으로 해를 보내고 있을 때
내 안에서 중뿔난 소리가 들려왔다.
타고난 오기라 할까, 반골의 소리가 나를 유혹했던 것이다.
권좌에 앉아서 만 사람을 머리 숙이게 하지 못할 바에야,
내가 만 사람에게 머리 숙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권력을 내 것으로 못한다면
대신 자유를 가지면 될 게 아닌가?
권좌에 연연하고 뇌물에 머리 숙이는 치사한 인간이 되느니 철저하게 자유인으로 살자!
어디에도 매이지 않은 뜬구름 한 조각이 되어 권력 대신 하늘만한 자유를
내 것으로 하면서 사는 거다!
이리하여 나는 신주단지 모시듯하던 법률책들을 술과 바꿔 버리고 말았다.
후련한 것도 같고, 서운한 것도 같았던, 젊은날의 자화상 한 토막이다.
                                                             (임종국의 글  '술과 바꾼 법률책' 중 인용,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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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헬퍼 2006-12-26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얼마전에 살던 집을 이사하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던 책들을 골라,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 결국 파지 주우러 다니시는 노부부에게, 필요하시면 가져가시라면서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곧바로 오셔서는 늦게까지 두 분이 리어카에 몇번을 싣고서 몽땅 가져가셨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했더니 한사코 손사래치며, 준 것만도 고마운데 그럴 것 없다고,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한번 물었지요. 꽤 될텐데 얼마 받으세요. 오늘은 좀 무게가 나가니 낫겠지요 뭐...짐작하건데, 나의 그 애지중지했었던 책들은 아마도 '기천원'의 판결이 났을 것이다. 책 팔아 술먹어 버릴 때의 심정은 잘 모르겠지만 내 손에서 애지중지하던 책, 그것을 치워버리고 나니 한편 허전하기도 하지만, 돌이켜, 내 안에 그것들의 그 아련한 잔상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값싸면서, 쓸데없는 무게만 잔뜩 품고 있는 파지 아닐까 싶어 조금은 씁쓸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돌아보면 안그래도 좁은 집에 파지 짊어지고 사느니,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천원이라도 남겨주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한편의 리뷰가 한 책을 대신할 때가 이 서재에는 자주 있네요. 연말 잘 보내시죠?

2006-12-26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6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2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헬퍼님, 아이고, 그 책들 아깝습니다.
기천원이든 기만원이든 노부부의 일당에 도움은 되었겠지만
말입니다.
전 결국 버리지 못하고 다 싸짊어지고 왔습니다.
나의 독서행위에 대해서도 좀 생각해 봐야겠어요.
밥헬퍼 님도 최근 주소가 바뀌셨군요.
정신없이 바쁘셨겠어요.
님의 댓글을 보니 얼마나 반가운지.^^

로드무비 2006-12-2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도를 지키는 것이 님, 어떤 때는 정말 속에 천불이 납니다.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의롭게 산 그를 일러 주변에서
'기인 아닌 기인'으로 평할 정도이니 어떻겠습니까.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가......

쓰다만 책 님, 친필유고요?
정말 궁금하네요. 어떤 인연으로 접하셨는지.
그의 저작을 모두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친일문학론> 말고는 읽은 게 없거든요.


nada 2006-12-2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공하려면 뻔뻔해야 되나 봐요. 아니면 그 반대든가. 한씨 사건, 정말 기막혔어요. 제목만 보구선 무비님 서재 떠나신다는 소린줄 알았잖아요. ㅎㅎ

가랑비 2006-12-26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sudan 2006-12-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일 문학론부터 읽어야겠어요. 어유. 로드무비님 리뷰 읽고 나니까 새삼 열받아서 손 떨려요.

2006-12-2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짱꿀라 2006-12-27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이 뉴스 신문을 보다가 서평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의 서평도 좋은 인상을 주었답니다. 오늘 로드무비님의 서평을 보니 또 한 번의 좋은 인상을 받고 가네요. 지금 주문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마노아 2006-12-2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 댓글을 능가하는 리뷰였어요! 정말 한 편의 리뷰가 책 한권을 그대로 꽂히게 만드는군요.

로드무비 2006-12-28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그의 업적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많이 파고들어간
평전이었어요.
짬짬이 읽고 리뷰를 쓰고 싶게 만든.
좀 신통치 않게 써졌지만요.^^

santaclausly 님, 정운현 씨가 오마이뉴스 편집장이었죠?
장황한 집필기를 평전 뒤에 실은 건 명백한 실수라고 봐요.
읽고나면 리뷰 꼭 올려주실 거죠?
님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클릭하고서 뜨끔 님, 제 낯짝도 그래요. 사는 게 편치 않은......
맞아요, 마음이 자꾸 가는 쪽이 있어요.
성탄절엔 서울의 근사한 레스토랑에 진출, 맛난 저녁을 먹었습니다.
주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없다고 나발을 불다가
결국 선물을 못 받았고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걸어둔 양말을 보고 실망하던 얼굴이라니!ㅎㅎ)

sudan 님, 윤봉길 의사가 나라를 위해 행동을 개시하는 동안
이광수는 어린 소년의 동성애 경향에 관한 소설을
일본어로 집필하고 있었다는군요.
<친일문학론>을 읽은 후 동시대를 산 작가들을 볼 때
'친일' 여부가 중요한 관건으로 작용하더군요, 나도 모르게.^^

FTA반대벼리꼬리 님, 오랜만입니다. 와락=3

꽃양배추 님, '...님 때문에 제가 서재를 뜰 수가 없답니다.'
이런 말 되풀이하는 사람 제가 제일 싫어해요.
'떠날 때는 말없이'가 저의 신조. ㅎㅎ
그 여인은 정말 웃겼죠?
코미디가 따로 없어요.^^



waits 2006-12-28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없다고 나발을 불다가
결국 선물을 못 받았고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걸어둔 양말을 보고 실망하던 얼굴이라니!ㅎㅎ)
... 아, 주하한테 미안한데, 너무 웃겨요. 낮에 사무실에서 보고 한참 웃었어요.
다시 봐도 너무 웃음이~^^;; 그래도 야무진 주하는 금세 씩씩해졌겠죠?
주하 엄마도 참 못지 않으시구요. ㅎㅎ

2006-12-30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30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 님, 동주가 크리스마스 선물 받을 거라고 자랑하니까
초를 치느라고 한 소린데 딱 걸렸지 뭡니까요.
동주는 선물을 받았거든요.
급히 나가서 선물을 하나 준비할까 하다가 그녀의 발언이 얄미워서
냅뒀습니다.
저도 한 심술하거든요.
님이 웃으셨다니 즐겁습니다.^^

해사한 낯짝 님, 아니 지가 낯짝을 얼굴로 바꾼 걸 어찌 아시고!
질투라는 단어는 님과 저에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습니다.( '')

2006-12-31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1-24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라닌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소라닌(solanin) - 감자의 싹에 있다는 독.
목숨을 뺏을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은데 '솔라닌'은 배탈 등 갖가지 증상을 일으킨다.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의 방황과 고독을
이 만화는 감자의 싹과 독(毒)에 빗대었다.

겉모습만 보면 넙데데하고, 꾀죄죄하고, 나사가 한 개 빠진 것 같은 남녀 주인공들이
멋진 바닷가가 아니고 동네의 개천 가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제각각 쪼그리고 앉아 있다.(표지)
다행히 고무보트가 뜰 만큼 제법 규모가 큰 하천 같은 개천. 
<저녁뜸의 거리> 이후 표지만으로 단번에 나를 사로잡은 만화인데
솔직히 <저녁뜸의 거리>보다 더 마음에 든다.
청춘의 하릴없음을 이보다 더 잘 나타낼 수 없으리라.
생각해 보면 푸른 바다를 꿈꾸며 동네의 냄새 나는 개천가를 배회하는 것이
대부분 청춘들의 모습 아니던가.

좋게 말해 개성적인 외모(나쁘게 말하면 다소 떨어지는)에 출중한 재능도 배경도 
구체적인 꿈도 없이 호구지책으로서의 밥벌이만 간신히 하고 있는 주인공들.
그나마, 유부남 부장의 호된 질타와 추파를 동시에 받던 날, 주인공 메이코는
"기분이 너무 엿 같아서 조퇴하겠습니다!"하고 사무실을 뛰어나와서는 그 길로 사표를 낸다. 
열아홉에 만나 스물셋,  애인이라는 위치에서 기둥서방 비슷한 것으로 전락한 애인 다네다는
잡지에 일러스트를 그려 자신의 용돈 정도나 벌면서, 애들 장난 같은 밴드 활동을 하는  프리터.

재능도 그렇고 마음자리도, 믿을 수 없이 시시한 것이 바로 자기자신이고 인생이라는 걸
깨닫는다고 해서 그 당장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굴욕을 받아들이는 것이나 인내도 어른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 같은 건 어떤 경우 말장난에 불과하다.
인생에는 일보후퇴로 소중한 것을 영원히 잃는 순간이 있다.

"저어, 메이코. 만약에 우리 부자 되면 아까 그 장어요리 먹으러 가자."

메이코의 엄마가 상경하여 인사를 하고 점심을 얻어먹고 돌아오는 길,
다네다가 메이코의 손을 잡으며 씩씩하게 말한다.
연인의 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뜬구름 잡는 약속들에 비하면 얼마나 진솔한지.

서면의 동보극장에 전화를 걸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적이 있다.
"<내 마음의 풍차>를 꼭 보고 싶은데, 미성년자 관람불가인데,
너무너무 보고 싶으니 저 좀 몰래 입장시켜 주시면 안 되나요? 네에?"
최인호의 원작에 얼마나 열광했던지, 그것이 내겐 일생의 용기를 건 최초의 전화였다.
약간 병든 감수성.
나중에 보니 작가는 '길'이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시시하게 살다가 시시하게 죽어간다.
이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나도 일찍부터 감은 잡고 있었지만,
최근에야 조금씩 구체적으로 납득하기 시작했다.

-- 잠깐잠깐. 우리들의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있을까?
아마 없을 거야.
그렇다면 내가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제2권 16쪽)

-- 인간은 살아가는 것만도 몹시 힘들고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중요한 무언가가 반드시 있을 거야.(201쪽)


일상의 고린내가 물씬한 생생한 그림은 물론이고, 별 대수로울 것 없는 대사들까지
가슴 속에 콕콕 와 박히는 것도 이 만화의 강점.

***제목의 '호박'은 나나난 키리코의 만화 <호박과 마요네즈>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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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12-18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고린내 물씬한 만화로 인생의 시시함을 음미하고 계시다니.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겨울 햇살이 요상하게 따뜻하여, 문득 시시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한 시절의 중간에 있는 것 같은 날인데...
패기는 없지만 반가운 맞장구 같은 리뷰, 좋네요. ^^

로드무비 2006-12-1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나어릴때 님, 쓰고 보면 고린내니 뭐니 그 장단이 모두
그 장단인 것 같아서 요즘은 리뷰 써놓고도 영 거시기합니다.
모처럼 만화 보고 '필'은 받았는데 말이지요.
그나저나 요상하게 따뜻한 겨울 햇살이 왜 님의 창에만 기어드는 걸까요?^^

2006-12-18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6-12-18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고, 추천도 꾸욱.

sudan 2006-12-18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의 고린내 말고 따듯한 방에서 까먹는 귤 향기같은 만화 읽고 싶어요. 흑흑흑. 일보후퇴로 소중한거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는 말 너무 무서웠어요. 흑흑.

포인트 몇 백원만 더 쌓이면 만원 되거든요. 만원 되면 바로 주문해서 봐야겠어요. ^^ 좋은 만화 추천 감사해요.

로드무비 2006-12-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 님, 저도 저 말 쓰면서 무서웠어요.
알면서도 뒷걸음치는 순간이 더러 있거든요.
포인트 몇백 원 뚝 떼어드리고 싶어라.^^

치니 님, 빨리 장바구니로 옮기시길.^^

그날 막 입사했는데 님, 님이 너무 예뻐서 그랬던 것 아닐까요?
점심이라도 거하게 드셨다니 다행.
정말 꼬소했겠어요.
저도 그런 전화 한 번 받아봤으면.=3=3=3

2006-12-18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송하다는 님, 저는 '시시'와 '황송'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그런데, 그, 그나마도 없애셨군요.
서운해라.;;

2006-12-18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blowup 2006-12-1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라닌은 그 솔라닌이군요.
저거 가정인가 가사 시험 문제에 나오던 거 아닌가요.ㅋㅋ
로드무비 님 서재에 드나드는 분 중에 저 만화에 열광할 이들 많겠어요.
저도!! 당장 보관함에 넣어요. 보증수표 같은 리뷰예요.

2006-12-18 2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한마디 님, 지난번에 주신 건 어쩌고요.
그에 비하면 약소하지요.^^*

namu 님, 소시지의 독 이름이 뭐더라?
'톡'자가 들어갔던 것 같은데.
전 그게 무서웠어요.
가사 시간은 또 을매나 싫었는지.

'보증수표 같은 리뷰'라니 입이 절로 벌어집니다.^^

2006-12-19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19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장해 두고 참고서처럼 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CD꺼정 준다니.
사람 심뽀가 참 이상해요.
내 마음에 쏙 든 건 빌린 것도 자꾸 반납하기를
미루게 되거든요.ㅎㅎ

'겨울햇볕처럼 소중한 시간입니다.'
저도 그대로 따라해 봅니다.
쾌적한 하루 되시길.^^

난 그냥 ㅇㄹ으로 님, 제가 철모르고 날뛰던 시절을 기억하시는군요.
아닌가? 헤헤, 찔려서.
아무 염려 마시길요.^^

2006-12-2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21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메기 엽서 님, 헤헤. 제가 카드 대신 이 만화를 두세 분께
드리려고 했거든요.
쓸데없는 인사말보다 이 만화가 낫겠다, 하여.
그게 머리에 각인됐나 봅니다.
크리스마스 인사는 몇 줄 쓸 법 했는데. 그죠?
다음에 저의 지렁이 기어가는 멋진 글씨로 엽서 한 통 쓰지요. 헤헤~

주말에 좋은 곳 가시는군요.
'진주'는 제 마음속에도 예쁜 그림엽서로 간직되어 있는 곳입니다.
잘 다녀오시고, 메리 크리스마스!!!
(그곳에서 성탄절 연휴 보내시는 거 맞죠?^^)

2006-12-21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3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25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들레햄 땅의 마굿간 님, 좀전 좀 거칠게 리뷰 한 편 썼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리뷰를 꼭 쓰고는 싶은데 이상하게 잘 안 써져
끙끙거렸습니다.
반갑게 읽어주시겠지요?
라면집 그림은 다시 봐도 좋군요.
그걸 베들레햄의 마굿간으로 보신 님의 기지에 감탄하면서,
성탄절 잘 보내셨군요.
책은 오늘 주문합니다.^^
산타 노릇 재미있던가요?^^

 
회송전차
호리에 도시유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호리에 도시유키의 산문집 <회송전차>는 듣도 보도 못한 모양과 맛의
화과자로 가득한 선물세트 같다.
목차에서 제목을 보고 페이지를 펼쳐 한 편씩 야곰야곰 읽어나가고 있는데,
그 순간은  마치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생긴 화과자를  골라 비닐을 벗길 때처럼 
두근거리고 입에 침이 가득 고인다.

오늘은 "1980년 윔블던 결승 중계를 보지 않은 사람과는 스포츠든 문학이든
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써서 테니스 선수 비욘 보그와 맥켄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과,  <산타클로스 사전>이라는 그림책을 가지고
짧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산타클로스의 등'을 읽었다.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은 특히 테니스와 문학, 나아가 인생을 절묘하게 버무리고 있는데
그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사람들이 미처 모르고 지나치는 기미와 기운을 포착하는 능력이라니!
그래서일까?
아무리 멋진 모양의 화과자도 앉은 자리에서 두 개 이상은 먹지 못하는 것처럼
그의 멋진 산문은 하루에 딱 한두 편씩만 읽는 것이 좋다.
이런 독서 방식도 산뜻하지 않은가?

오늘 재밌게 읽은 '산타클로스의 등' 이라는 그의 산문을 통째 옮긴다.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라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름의 작가가
실제로 있으며 우리 나라에도 그의 그림책이 두어 권 나와 있다는 걸 알고
쾌재를 불렀다.
(검색하다 보니, 연말이 코앞이라 그런지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 모집 대공고'도
눈에 띄더라는 사실.)


--또다시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의 <산타클로스 사전>을 펼치기에 어울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15센티미터 x 15센티미터 정사각형 판형을 산타클로스의 의상이기도 한 선명한 빨강으로 장정하여
금방 눈에 띄도록 한 이 책은 들고 읽다 보면 점점 무거워지는 그야말로 사전같은 풍모와
그에 뒤지지 않는 풍부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1991년 출판 당시 입수한 이래,  몇 번이나 다시 읽었는데 그때마다 정말 멋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산타클로스라는 어딘가 모르게 비인칭적인 존재를 솔레타레프는 'a'에서 시작해서 'z'로 끝나는
사전 형식을 빌린 그림을 통해 멋들어지게 그려내고 있다.

산타클로스는 한 남자가 선택한 직업이다.
"어렸을 때 그는 불행했다. 산타클로스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전제돼 있는 것처럼,
해마다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면서 다니는 일은 어렸을 때의 불행을 다소나마 줄이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다. 즉 그것은 어디까지나 직업이지 천직은 아니다.
"산타클로스는, 이 직업을 선택하기를 잘한 것인가, 하고 간혹 자문하는" 일이 있으며,
자기에 대해 얘기한 어린이책을 보면 그 한심함에 때로 어이가 없기"도 하다.

독신이라 아이가 없는 그에게는 작은 산타라 할 수 있는 장난꾸러기들이 따라다닌다.
유모와 사랑으로 그들을 보살피면서 반대로 위로받는 일도 있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침울해 있는 모습을 주위에 보여야 하는 고독은 치유되지 않는다.
이 그림책은 사전이기도 하니까 어떤 순서로 읽든 상관이 없다.
침묵한 산타클로스의 뒷모습. 그 등에 떠다니는 쓸쓸함을 지워버릴 수 있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산타클로스가 등 뒤로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조차 거의 없는데 말이다.
('산타클로스의 등'  118~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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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6-12-05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 잘 쓰는 이가 진짜 '고수'라는 말이 또다시 귓가를 울림다. 근데 정말 먹음직스러운 리뷰네요. 화과자라...^^

Mephistopheles 2006-12-05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과자라....일단 겉으로 봐서 화려하고...한개 먹으면 질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보면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와 결국 다시 입으로
가져가는...^^

2006-12-05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da 2006-12-05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일까요? 산타클로스가 등 뒤로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이? ㅎㅎ 처음 듣는 이야기야요. 화과자를 딱 한 번 '얻어' 먹어봤는데 별 것 아니게 생긴 녀석이 꽤 비싸다더군요. 이마에 꽃잎 한 장 턱 붙이고 있는 꼴이 영 새침해서..

짱꿀라 2006-12-06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근데요. 산타클로스는 머리를 땋아 내렸다는 것이 사실인지요. 저도 꽃양배추님과 같은 의심이 드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로드무비 2006-12-06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ntaclausly 님, 헤어스타일에 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가 고독했으리라고 짐작했을 뿐.^^

꽃양배추 님, 화과자도 화과자 나름 아니겠습니까.
황남빵이 다 황남빵이 아닌 것처럼.
이마에 꽃잎 한 장 붙이고 있는 녀석이든 아니든 한입 묵고 싶으요.
자다 일어났더니.^^

나쁜 남자 통 님, 그의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던 때가 있었어요.
최근 영화 중 두 편은 챙겨볼 생각입니다.
'산타클로스의 등'은 짧아서 통째로 옮겨봤고요.
'비노동으로서의 왼손목'과 같은 글이 참 좋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길.
그리고 바쁘실 텐데 뭘 그리 서두르셨답니까.
저야 좋지만요.^^

메피스토 님, 한 편 한 편의 산문이 너무 맛깔스러워서
화과자에 비유했지만 맛은 훨씬 담백합니다.
그 비싼 과자 많이도 드셔보셨군요.
그리 잘 아시는 걸 보니.....^^

마냐 님, 리뷰 제목에 음식 이름을 넣어주면 이렇게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님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리뷰'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2006-12-06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톡, 두드리는 산문을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황인숙씨 산문집을 틈틈이 보고 있는데 요 책, 참 맘에 드네요. 목차부터 구미가 당겨서 장바구니에 넣어버렸어요.
공항에서 무료하게 비행기를 기다리며 테니스를 본 적이 있는데...
라켓에 부딪치는 공 소리가 참 좋구나, 하는 생각밖엔 못해봤어요. 흑.

2006-12-12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2-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과자는 먹기보다 바라보는 게 더 설레여요. 다니엘 헤니처럼... (춘, 철 좀 들어!)

2006-12-12 0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제이의 꿈 님, 님은 제게 이미 멋진 디제이인걸요.^^*

산사춘 님, 다니엘 헤니처럼...ㅋㅋㅋ
절묘한 비유입니다.^^

2006-12-17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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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을 읽고 나면 리뷰와 상관없이 어떤 글이든 한 편 당장 써갈기고 싶을 때가 있다.
<미국의 송어 낚시>는 엊그제 받자마자 단숨에 읽었는데  컴 앞에 바로 달려오고 싶었고,
손이 근질거렸다.
이 책의 무엇인가가 내 마음속의 깊은 곳을 슬쩍 건드렸다는 말이다.

손창섭이라는 작가의 일절로 기억하는데,오래 전  '혈서 쓰듯 하루를 살고 싶다'는 구절을 읽다가
책을 떨어뜨릴 뻔했다.  너무 놀라서.
혈서라니, 끔찍해라!
소설이든 실제든 나는 그런 자세를 좋아하지 않는다.
건들거리고 딴전 부리는 듯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스타일이 딱이다.

일찍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회귀성에 대해 윤대녕, 안도현, 신경숙을  비롯하여
수많은 작가들이 이야기하고 강산에는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지만, 사실 나는
연어든 은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어든 상관없다. 맛만 있다면......
문절망둥어는 히라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에서 처음 만난 물고기 이름.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이 대목에서 써먹네.)

--에스키모인들은 평생 얼음 속에서 살지만 그들의 말에는 '얼음'이라는 말이 없다.
                                   (<인간, 그 첫 100만 년>,  M. F. 애슐리 몬테규)

--인간의 필요를 표현한다면, 나는 언제나 '마요네즈'로 끝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231~ 232쪽)

언제 어떤 책(아마도 하루키?)에서 옮겨 적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의 송어낚시>의 이 구절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마지막은 '마요네즈 주는 걸 깜빡 잊었어. 미안해!'라는
편지의 추신으로 끝나니 '마요네즈로 끝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던 말을 작품 속에서
그대로 실행한 것.  나는 똑똑히 눈으로 확인했으니 됐고.
보충설명과 작가 인터뷰가 부록으로 달려 있었지만 아무튼 본문의 마지막 페이지를 탁 덮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서랍 한 개가 정리된 기분?
그 정도로 이 책이 궁금했다는 말이다.

--1967년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대학생들은 이 소설에 담겨 있는 반체제 정신,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허무감 등에 매료되어,
마치 성서처럼 이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한다.(책 날개의 작가 소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을 읽은 영혼의 절반은 이미 히피인 그 젊은이들이
2년 뒤 전설적인 우드스탁 페스티벌의 군중이고, 또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맨 앞에 서지 않았을까?
잠시 그런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자연 보호'나 '문명 반대'의 직접적인 메시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송어낚시를 위해 발명한 회전낚시 미끼 이름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라거나
송어하천을 피트당 얼마에 파는 가게(폭포는 옵션으로 따로 판다)를 구경하다 보면
실실 웃음이 나온다.

보내는 족족 출판사들에서 퇴짜 맞은 이 원고를 거둔 것이 <제5도살장>의 커트 보네거트라니,
말끝마다 '그렇게 가는 거지!'라고 하여 배꼽을 잡게 했던 작가답다.

쓰다보니 멋진 에세이는커녕 '마요네즈 병에 꽂힌 시든 꽃' 같은 리뷰가 되어버렸구나.
아무튼 '마요네즈'로 마무리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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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1-1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서평단 뽑히신 건가요?
아~ 이 리뷰 보니까 신청하고 싶어집니다.

로드무비 2006-11-1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어떤 분이 보내주셨어요.
아주 재밌습니다.
(그런데 의욕에 비해 리뷰 쓰기는 쉽지 않았다는......)
꼭 뽑혀서 리뷰 올리시길.
궁금해요.^^

건우와 연우 2006-11-1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로드무비님의 리븁니다.
연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이든 맛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님의 말씀에 적극 동감하면서 추천하지 않을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딧불,, 2006-11-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로드무비님 리뷰 읽으면 안읽으면 큰일날 듯. ...;
그나저나 요새 글이 뜸하세요.

mong 2006-11-1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무비님 꼬옥~ 읽도록 하겠습니다
^^

Mephistopheles 2006-11-17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들거리고 딴전 부리는 듯한.....(저군요...)
연어든 은어든 송어든 문절망둥이든 상관없다. 맛만 있다면......(역시 또 저군요..)

마노아 2006-11-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에 있던데 되든 안되든 신청해야겠어요. 갑자기 호기심이 화르륵!

프레이야 2006-11-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요네즈 병에 꽂힌 시든 꽃이라니요? 직접 코를 대고 비벼보고 싶은 꽃인걸요. 마요네즈냄새는 나겠죠.^^ 갑자기 마요네즈를 머리카락에 바르던 배우 김혜자가 생각나요. 예전에 최진실과 나왔던 영화요... ^^

2006-11-17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11-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책 나왔군요!

sudan 2006-11-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막 주문했어요. 헤헤. 이제 페이퍼 읽을께요.

nada 2006-11-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부르는 숲의 하천 버전이지 않을까 싶어 무지 궁금했어요. 서평단을 모집하기에 얼른 신청했는데 무비님까지 불을 지르시네요. 아, 꼭 뽑혔으면..

perky 2006-11-1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무지 읽고 싶었었는데 드디어 재출판 됐군요. 너무 반가운 소식이네요. 거기에 포스트모더니즘에 해박한 김성곤교수님이 직접 번역하신 책이니까 더더욱 반가운 소식이구요. 저도 조만간 읽어봐야 겠어요. ^^

sudan 2006-11-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티건의 소설 제목에서 따온 '워터메론'을 닉으로 쓰시는 분이 있어요. 잠적하신 후로 쭉 안부만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제 홈에 인사를 남겨주셨더라구요. 어찌나 반갑던지. 그래서 오늘 브라우티건 소설이랑, 연락이 뜸했던 옛지인들이랑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출근했었는데, 꼭 이럴때 이런 리뷰를 써주시다니요. 로드무비님. 게다가 마요네즈로 마무리까지 하셨으니, 누가 뭐래도 훌륭한 리뷰에요. ^^

sandcat 2006-11-1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비 님이 책의 필자였다면, 마요네즈보다는 걸죽한 다른 무엇이었을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2006-11-1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1-18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멋지게 님, 님 덕분에 주말 멋지게 잘 보냈습니다.^0^

휴대폰줄 님, 이번 주말에 하는데요.
헤헤 그런데 무슨 핸드폰줄일까?
님 방에 갈게요.^^

샌드캣 님, '와사비'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마요네즈와 바꾸어도.
저, 저는 좀 콤콤하지요?^,.~

수단 님, 워터메론도 곧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있던데......
저도 그분이 궁금하네요.
그런데 여기 알라딘 말고 님 홈피가 따로 있나요?
저도 좀 가보고 싶은데.
마요네즈로 마무리한 것이 저도 무척 기뻤답니다.
무슨 심오한 구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좋았던지 모르겠어요.^^

차우차우 님, 김성곤 교수의 번역은 물론 훌륭하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두세 번 들어가는 등.
아무튼 꼭 읽으시길요.^^

꽃양배추 님, <나를 부르는 숲>의 하천 버전이라니, ㅎㅎ.
서평단 꼭 뽑히시길,
떨어지면 제가 한 권 사드릴지도.( '')

sudan 님, 오늘쯤 책이 도착했겠군요.^^

마요네즈 못 먹는 님, 그런데 아직 책이 도착 안했어요.
못 부치신 건가?

배혜경 님, 저도 그 영화 봤어요.
책보다는 좀 재미가 없었죠.
마요네즈 요즘 튜브로만 나오는 건가요?
갑자기 궁금합니다.^^

마노아 님, 반가운 소식 들려오기를 바랍니다.^^















로드무비 2006-11-2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한마디로 저랑 같은 과라는 거죠?^^

mong 님과 찰떡궁합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 책!^^

반딧불 님, 예전에 비하면 좀 뜸하지만 이 정도가 딱 좋다는 생각이.
님도 그러시면셔셔셔.^^

건우와 연우 님,
님의 격려 덕분에 제 서재가 유지되고 있는 듯해요.^^




라주미힌 2006-11-2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흐흐흐...
문절망둥어를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 무슨 맛일까가 궁금하다는...

로드무비 2006-11-20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라주미힌 님, 문절망둥어입니까?
문절망둥이가 아니고?
찾아보니 문절망둥이가 맞네요.;;

아무튼지간에 그 맛은 좀 느끼할 듯.ㅋㅋ


2006-11-21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23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콩달콩 재밌게 님, 나중에 정리 대강 마치고 빌려드릴게요.
지금은 막 섞여 있어서 정신이 없어라.
이사는 모레 토요일입니다.^^

2006-12-01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2-03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2-0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친 자의 오만함을 충분히 만끽하기엔 집이 구석구석
너무 엉망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딸아이 남친과 그 엄마가 어제 놀러왔어요.
그 먼 곳에서 이 추운 날......하는 마음에 뭉클했답니다.^^

브리즈 2006-12-31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 참 좋지요. 제 서재 대문에 걸려 있는 문구가 바로 "미국의 송어낚시"에서 따온 것이나까요.
혹시 읽지 않으셨다면 "워터멜론 슈가에서"를 추천해드립니다. 반어법이나 아니러니는 고스한히 살아 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서정성이 가득합니다.(아시죠? 몇 마디로 줄이다보면 과장하게 되는 거 ^^)
아무튼 브라우티건의 소설은 한때 제가 즐겨 선물했던 책이었고,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브라우티건에 대해 생각하니 그 또한 기분이 좋네요.
아 참, 로드무비 님의 감칠맛 나는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ㅊㅊ하고 갑니다.

로드무비 2007-01-0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절판이네요.
최승자 시인이 번역했고.
안 그래도 읽고 싶은 소설이었어요.
꼭 구해서 읽어보겠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서정성이라니,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군요.
추천 고맙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작은글씨) - 라로슈푸코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 지음, 강주헌 옮김 / 나무생각 / 2003년 4월
구판절판


욕심은 못하는 말이 없고 못하는 역할이 없다. 심지어 욕심이 없는 사람의 역할도 해낸다.-27쪽

정신의 세련됨은 즐거운 일을 유쾌하게 말하는 솜씨다.-51쪽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 섬세하다는 뜻은 아니다. 진정한 섬세함은 믿음직한 예민함이다.-63쪽

최고의 재능은 사물의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이다.-111쪽

우리의 행위는 각자 마음에 드는 음을 늘어놓는 각운脚韻과 다를 바가 없다.-159쪽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욕심만큼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178쪽

우리가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또한 우리가 친구에게 빚진 것을 갚음으로써 친구가 어떤 의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감사일 수 있다.


--------------

--'놀라지 말라'는 말보다 놀랍고, '부담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부담스러운 게 또 있을까.

이사를 앞두고 새 냉장고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둘.
"지금 냉장고가 낡았고 작긴 하나 고장도 안 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최대한의 겸양으로 일단 사양은 하고 있으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다.
자, 이제 어떻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남의 돈으로 새 냉장고를 들여놓을 것인가.

17세기의 모럴리스트 라로슈코프의 잠언과 성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표지에는,
"우리의 미덕은 대개의 경우 위장된 악덕에 불과하다."
라고 떠억하니 적혀 있다.
511개의 잠언은 대부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술궂은 표현들로 가득하다.
특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
그럼에도 그의 몇몇 말은 통쾌하고 음미해 볼만하다.-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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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11-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섬세함은 믿음직한 예민함이다.
로드무비님의 글에서 느끼는 점이 딱 그렇더군요.^^
참, 이사는 언제 하시나요?

blowup 2006-11-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마음은 카탈로그인가요?^.^
로드무비 님은 그 심술이 어떤 놈이냐에 따라 귀여워도 하시잖아요.
뜨끔도 하고, 통쾌도 하고.
거 참. 복잡하겠는데요. 저런 책.

2006-11-14 1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14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심술백과 님, ㅎㅎ 이사 준비는요,
이게 바로 저의 심술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폼 잡는 것보단 심술을 내는 쪽이 낫더라고요.^^

namu 님, 마음은 하이마트입니다. 헤헤~~
제가 좀 변덕이 심하지요?!
그나마 쪼매 솔직하긴 합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거의 안하니까요.
이런 식으로 변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책은 따끔하게
일침을 놓더군요.=3=3=3

건우와 연우님, 25일입니다.
'믿음직한 예민함' 저도 갖고 싶어요.^^

프레이야 2006-11-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심을 경계해야겠어요. 이 말을 하는 순간, 저는 또 하나의 욕심을 더 부리고 있는 꼴이네요.^^

마노아 2006-11-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에서 진한 감동을...!

로드무비 2006-11-1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님, 헤헤 감동씩이나요.
읽다 보면 밑줄긋기 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배혜경 님, 욕심 좀 부리면 어떻습니까.^^

2006-11-16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