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일상 - 다자이 오사무 산문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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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주 전,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러 갔을 때
꼴에 소설가라는 마츠코의 기둥서방 방에서 대문짝만한 다자이 오사무의 얼굴을 보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함부로 쌓인 책들과,
햇빛을 차단하는 싸구려 커튼 한 장이 전부인 그 골방, 벽에 붙은 흠모하는 소설가의 대형사진.
1948년, 다자이 오사무의 무덤 가에서 할복자살한 문학청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가 바로 그러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지난주에는  <소라>라는, 스튜어디스가 주인공인 만화를 읽는데
'쓰가루(津輕)'가 나왔다.
다자이 오사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다.
60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 작가의 살아생전 흔적을 혼자 좇는
초췌한 몰골의 청년들. <쓰가루> 한 권을 품에 안고......
(바닷가 그 스산한 언덕도 좋았지만 언젠가 나도 그 해저터널의 투명창 위에서
물결이 합류하고 부서지는 장면이 보고 싶다.)

소설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문학강연회에 참석한 지 20일 뒤
그의 자살 소식을 듣고 소년 다자이 오사무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오래 전 나는 김승옥과 이제하, 최인호의 글에서 공통된 어떤 수상한 냄새를 맡았는데
알고봤더니 다자이 오사무의 감수성이라는 향수였다.

우리나라의 많은 작가들이 황홀해 하며 언급했던 <사양(斜陽)>의 그 유명한 장면은
<크레이브의 부인>(처음 본 제목!) 같은  책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그 시절의 귀부인은 궁전의 정원이나 복도 계단 밑의 어두운 곳에서
태연하게 소변을 봤다'(<나의 소소한 일상> 126쪽)고 하는데,
정원 덤불 속의 방뇨 장면으로 그렇게 멋지게 처리하다니!

<나의 소소한 일상>을 읽고 나서 나는 책꽂이를 뒤져  '쓰가루'와 '쓰가루 통신'을 묶은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1993년 진화 刊)을 꺼내어 다시 읽었다.

다자이 오사무를 읽고 나면  하염없어지고 몸과 마음이 녹작지근해지지만,
이상하게도 뭔가 조그만 것이라도 행동하게 된다.
툭 튀어나와 내내 신경을 거슬리게 하던 못을 망치로 박아 넣는다든지,
엉망인 책꽂이를 뒤진다든지, 하다못해 슬리퍼를 끌고 동네 가게에 맥주라도 사러.......

-- 창작에서 가장 당연히 힘써야 하는 것은 정확을 기하는 일입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풍차가 악마로 보이거든 주저말고 악마로 묘사해야 합니다.
또 풍차가 역시 풍차 이외의 것으로 보이지 않을 때에는
그대로 풍차를 묘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은 풍차가 풍차로 보이지만, 악마처럼 묘사하지 않으면 예술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뻔한 궁리를 이리저리 하여 낭만적임을 자처하는 멍청한 작가도 있습니다.
그런 자는 평생 가도 무엇 하나 포착하지 못합니다.(<나의 소소한 일상> 242~ 243쪽)

"예술적 도취라는 웃기는 짓은 집어치우라"는 다자이 오사무.
그러면서 그 자신은 독한 체취 혹은 감수성이라는 향수로, 수많은 청년들을 사로잡았다.
평생 가도 무엇 하나 포착할 기미가 없는 나이지만, 그를 만나는 일은 아직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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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5-1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
그나저나 전 명성만 들었지 다자이 오사무를 읽진 않았거든요.
마츠코 영화 보면서도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다가 잊고 있었네요.
이 책이라면 쉬엄쉬엄 시작할 수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

Mephistopheles 2007-05-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동은 통속적일진 몰라도 글로 표현하면 근사해진다는 말씀이신가요..?? ^^

로드무비 2007-05-10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 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통속이 뭐고 근사가 뭔지......??
죄송하게도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어라.
행동은 멋진데 글로 표현하면 조잡해지는 경우는 더러 봤습니다만.=3=3

체셔고양2 님, 마츠코가 뭐가 혐오스럽다는 말이냐,라고 하셨죠?
그 페이퍼 참 멋졌어요.
저도 영화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다자이 오사무의 글은 통쾌하고 좋아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때 읽으세요.^^

Mephistopheles 2007-05-1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원 덤불 속의 방뇨 장면은 상상하면 젼혀 아름답거나 멋지지 않는데..
표현은 멋지다면서요.?? =3=3=3=3=3

로드무비 2007-05-10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표현도 간명하고 좋았지만('태연한 얼굴'이나 '알궁둥이' 같은 표현)
그 장면을 상상하면 뭔가 그림이 떠오르는 것이 묘한 기분을.
나의 경우 어릴 때도 그 '귀족'이라는 표현은 거시기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 대목에 특히 우리 작가들이 열광했는지 궁금해요.^^


perky 2007-05-1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김승옥씨 작품에 풍기던 우수, 쓸쓸한 분위기가 참 좋았더랬는데 다자이오사무의 감수성이었군요. 둘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에요..

로드무비 2007-05-1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우차우 님, 그랬군요.
이제하 선생은 몇 년 전 어느 글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극복했다'고
쓰셨던 것 같은데.ㅎㅎ
소설가 김승옥의 신앙수필집도 곧 읽어보려고 합니다.^^


2007-05-10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7-05-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읽기전에 이름만 보고 보관함에 넣게 하는 오사무의 저력.
^-^ 넣고 나서 찬찬히 읽은 리뷰의 저력도 역시 ... 오랜만이에요, 로드무비님.

로드무비 2007-05-10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반가워유.
영화며 만화며 도처에 다자이 오사무더군요.
오늘은 또 '갓파'를 뒤집어쓰고 나온 만화 여주인공이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책을 자꾸 들이미네요.^-^

김채원의 글 님, 전 김채원 씨보다 언니 김지원 씨의 글들이
더 좋아요. 아스라한 것이......
왜 아니겠습니까.
저도 예전에 그런 충동을 느꼈는데 충동으로 그냥 끝났어요.
이 게으름은 아마 영원히 우리를 질질.......
('우리'라고 물귀신작전을 씁니다. 헤헤~ 그 얼굴 참 멋져요.^^)


진달래 2007-05-1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모르는 작가인데 글을 읽으니 무척 감상적이 아닐까... 그런 느낌이 드네요.
"태연하게"라는 표현이 유독 맘에 들어요. 음... 관심 가는 책입니다. ^^*

네꼬 2007-05-1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흔들릴까봐, 이달엔 더이상 책을 사지 않겠노라고 공표하였는데.. 너무나 간단하게 흔들립니다. ㅠ_ㅠ

로드무비 2007-05-10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님, 이 책만 주문하세요.
괜시리 5마넌어치 장바구니에 채우지 마시고. 헤헤~

카페인 님, 그의 감상과 통찰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태연하게'가 관건이거든요.^^

sudan 2007-05-1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있어요. ^^ 사양의 유명한 장면이 뭔데요? 분명 읽은 소설인데, 왜 저는 기억이 안 나는걸까요.

waits 2007-05-10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로드무비님 반가워요. 히히~
여전히 보고 읽고 '포착'하고 계시는군요. ^^

나비80 2007-05-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로드무비 2007-05-11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부답 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어릴때 님, 포착은요.
손가락 사이로 술술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수단 님, 산책 중에 갑자기 요의를 느끼고 정원 덤불 속에 쪼그리고 앉잖아요.
그것이 하나도 불결하게 느껴지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다며
진정한 귀족이란 저런 모습인가, 감탄하던 장면.
우리도 뭘 하든 태연하기로 해요. 하하.^^


kleinsusun 2007-05-1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꼴에 소설가라는..."
로드무비님의 리뷰는 시작부터 화끈하다니까요! 호홋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읽고 나면 뭔가 작은 행동이라도 하게 된다.......
오.... 저도 읽으면 이런 반응을 할까요?ㅋㅋ 궁금해서 읽어봐야 겠어요.^^

로드무비 2007-05-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님은 저랑 달리 스케일이 큰 행동을 하실지도 모르죠.
'꼴에'라는 말 무지 좋아합니다.
'꼴에 주부라고'는 저를 놀려먹는 말.^^

로드무비 2007-06-1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內外 님, 대수로운 걸 포착한 건 아니고요.
아무튼 기미 정도.
(반갑습니다.^^)
 
관계의 가면
러셀 윌링엄 지음, 원혜영 옮김 / IVP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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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구절에 공감하면서, 또 반발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제일 많이 밑줄을 친 곳은 '회피자'와 '비껴가는 자'  유형의 페이지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내 알라딘 페이퍼에는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인생의 모든 문제를 가볍디가볍게 처리하려고 하는 나의 의지(!)를 담은 제목이다.
그런 자신이 나이에 비해 많이  미숙하다고 생각하지만,
큰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내게 종주먹을 들이대었다.
그게 과연 수많은 고민과 모색 끝에 나온 결론이냐?
'수많은 고민과 모색'이라고 콕 집어서 얘기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건 아마 살면서 내가 여러 번 구르고 깨어지면서
본능적으로 선택한 포지셔닝이었을 것이다.
포지셔닝을 가면이라고 야단을 쳐도 할 말은 없다만, 크게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다.
오죽하면 그랬을라구.

이 책은 세상을 살다가 자기도 모르게 뒤집어쓰고 잘 때도 벗지 않는 당신의 가면을
피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보라고 종용하고 있다.
러셀 윌링엄은 그것을 여섯 개의 가면으로 분류하여 잘 진열해 놓았다.

회피자 가면 / 비껴가는 자 가면 / 자기 비난자 가면,
구세주 가면 / 공격자 가면 / 영적인 해석자 가면.

사실을 말하면 이 여섯 개의 가면은 나도 모르게 바꿔가면서 잠깐씩 모두 써보았다.
물론 의도한 건 아니다. 지나놓고 보니 그렇다는 것이지.
그건 한 자루에 달린 여섯 색 볼펜을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다.

여섯 색 볼펜 중에  좋아하는(혹은 필요한) 특정 색만 사용하다가 그 색이 나오지 않으면
그 볼펜은 수명을 다하는 게 된다.
그처럼 어떤 가면은 너무 편해서 벗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살면서 자신도 모르게 뒤집어쓰고 있는 그 두꺼운 가면(거짓)을 벗으라고.
상처와 두려움을 직시하라고.
자신의 신神 앞에서도 꽁꽁 싸매고 있는 그 보따리를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고.

인간의 모든 문제를 개별적인 상처와 고독, 공포라는 코드에만 끼워맞추는 건 재미없지만
자신의  보따리를 한 번은 꼭 햇볕 아래 풀어헤쳐 놓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러는 데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당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회피자'의 자세라는 친절한 설명이다.

좋아하는 배우 미셀 파이퍼는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꽤나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죠. 자신의 마지막 카드는 절대 보여주지 말라고......

그 마지막 카드가 무엇일까 가끔 생각하는데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남의 패는 기웃거리지 않는다'는 정도의 원칙만 서 있을 뿐.

이 책은 인간들이 쥐고 있는 그 마지막 카드조차 가면이라고 단언한다.
책을 읽으며 깨달은 사실이지만 결혼 전의 몇 해 나는 '유쾌한 사람'을 연기했다.
어디까지나 선선하고 유쾌한 태도의 견지.
그랬더니 어느 때보다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고, 나 스스로 그런 사람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 의하면 그것이 바로 연기이고 가면을 쓴 거란다.
'포지셔닝'을 '가면'이라고 끝까지 우기니 조금 마음 상하지만.

책을 읽으며 모처럼 자신을  들여다보니 가슴 뜨끔하면서도 좋았는데,
바라노니, 내 서랍만 정리하고 남의 서랍은 함부로 헝클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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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7-04-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의도적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이야기'를 읽고 가볍게 생각안하는
메피스도 댓글 남기고 갑니다..^^
(리뷰의 내용을 보고 중국영화 "변검"이 생각났습니다.)



 


2007-04-24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4-2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만난 로드님의 글, 역시 좋군요.
'神 앞에서도 꽁꽁 싸매고 있는 그 보따리'

건우와 연우 2007-04-2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오래 쓰고 있어서 어디까지가 가면인지 알 수 없으면요?

진달래 2007-04-2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주먹을 들이대셨다는 게 전 왜 이렇게 속이 다 시원한지요... ^^;;
마지막 구절도 정말 멋져요...

rainy 2007-04-24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리뷰 치고 보관함 생각이 안나는 리뷰는 얼마만인지 헤헤..
요즘엔 이런 책 안 읽고 싶어요.
나름 있는 용 없는 용 다 써가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참이거든요.
'가면'이든 '포지셔닝'이든 그 것밖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할 때는
하는 수 없다고 뒤집어 써야 한다고 ..
제가 너무 까칠한가요? 로드무비님 글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데 ^^

에로이카 2007-04-25 0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면을 포지셔닝과 대비시키는 게 참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가급적 일상을 단순하게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쓰고 다니는 가면이 여섯개 씩이나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전 그런 것 같아요... 가면 하나 벗었다고 그것이 맨 얼굴이란 보장도 없지 않을까요? ... 오랜만입니다.. ^^

로드무비 2007-04-2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반갑습니다.
가면과 포지셔닝은 사실 다르지만
그렇게 가볍게 처리하고 싶었어요.ㅎㅎ
하마터면 음산하고 칙칙한 리뷰가 나올 뻔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구체적인 사례와 인물들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인간의 가면이 하나라야 말이지요.
양파껍질처럼 켜켜이 쌓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ainy 님, 보관함 생각이 안 난다니 다행입니다.( '')
언젠가 '용을 쓰던' 페이퍼를 몇 편 계속 올렸던 생각이 나는군요.
맞아요, 아무리 용을 써봐도 다른 방법이 없을 땐
그 중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해야지요.
하나도 안 까칠하고 봄비처럼 촉촉한 님입니다요.^^

카페인 님, 카테고리를 저는 평소에도 '서랍'으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왠지 제가 쓰기엔 너무 화려한 단어 같아서요.
확신 하에 남의 서랍 마음대로 헝클어뜨리는 사람들
정말 싫어요.
님도 그러시군요.^^

건우와 연우 님, 긍게요.
그 가면에 자신마저 깜짝 속아넘어간다니까요.
맨얼굴에 자신없으면 옅은 화장이라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가 가면인지, 생각하면 골치 아파서 이만.=3=3=3

L-SHIN 님, 神 앞에서도......
저도 아직 냄새나는 조그만 보따리 하나를 안 풀었어요.

메피스토 님, 저도 그 영화 재밌게 봤는데.
'의도적으로 가볍게~'는 킬킬거리며 읽어주세요.
그나마 요즘은 하고 싶은 말도 없네요.^^

연두색 커튼 님, 요즘 같은 날은 그림 액자가 따로 필요없어요.^^




아키타이프 2007-04-2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연 모두들 가면을 내던지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순수만이 남을까? 아니면 벌거벗은 본능만이 남을까?
왜 가면을 쓰기 시작했지?
한두 사람도 아니고 거의 모두가....
놓여나지 못하는건지 놓치고 싶지 않는건지.
전 벗고 싶은 마음 보다는 그저 좀더 착한 가면을 쓰고 싶은 바람입니다.

로드무비 2007-04-25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키타이프 님, 오, 노!
절대 그런 상황 원하지 않습니다.ㅎㅎ
모두 가면을 내던진다면 그런 아수라장이 없을 거예요.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면 훨씬 괜찮은 세상이 될랑가는 몰라도.


로드무비 2007-04-27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뜻 손이 님, 전 몇 달 전 알라딘에서 이 책 제목을 발견하고
망설임없이 바로 질렀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나하고 잘 지내고 싶어서요.^^*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생각 안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멋지기만 한 님입니다만......)

2007-04-30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05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5-10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리 적금 님, 무슨 일일까나.
그 작은 우환이 별것 아니기를......
<물장구 치는 금붕어>를 우연찮게 입수했어요.
혹 안 보셨으면 빌려드릴게요.
가지고 계실 듯하기도 하고.^^
 
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이라는 부제가 붙은
<서른의 당신에게>를 읽었다.
제목에 '서른'이라고 콕 집어놓아서 책을 주문할 때 찔려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왜 꼭 서른인 거지?

아마도 요즘 젊은 여성들에게 충분히 어필되는 지성과 미모와
사회적인 신분과 인간적인 호감까지 모두 획득한 그를 전면에 내세워
구체적인 타깃을 정해놓고 책을 좀 팔아보겠다는 심산이리라.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참으로 옹색하고 촌스러운
마케팅 전략(전략이라는 이름이 아까운)이다.
그의 글은 그런 궁색한 과정을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

1994년인가 한겨레에서 <허스토리>라는 여성지를 창간했을 때
나는 강금실 법무장관의 글이 실려 있다는 소문만 듣고도 책을 샀다.
그 글은 이 책에도 실려 있고 아마도 편집회의에서 제목을 뽑을 때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나는 그가 어떤 일들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하는 구체적인 스토리보다
그의 마음자리가 궁금했다.
오래 전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고종석과 시인 황인숙과 함께 노래방에 갔을 때,
그 때만 해도 아직 그리 친숙한 상태가 아니었나 본데 
고종석이 마이크를 잡은 채 혼자 소리로  "마음의 감옥"이라고 중얼거리는 데
마음을 빼앗겼다고 한다.
지나고 보니 무슨 구체적인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고.
글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시선은 깊고도 명료하다.

종로 2가 뒷골목 어느 허름한 주점에서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앞에 앉은 남자가 무슨 말 끝에 "마인드가 비슷한 사람끼리"라고 하는데
전후 아무 맥락 없이 그 '마인드'라는 단어에 홀딱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술자리에서조차 너무 심각하게 인생에 대해 떠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마인드'라는 말은 비스킷도 아니고 크래커처럼 가볍고 부서지기 쉬운
그 무엇으로 여겼건만, '마인드'라는 별 대수로울 것 없는 단어를 발설한 남자랑
결혼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니.
인생은 그날의 사정에 따라 이렇게 사소한 일로 엮이고 결판이 나기도 한다.

얼마 전 황인숙의 산문집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스페인 여행기를 읽을 때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동행 친구 둘이 짐작되더니, 짐작은 사실로 맞아떨어지고,
이 정도면 돗자리를 펴야 하는 걸까.

--어쩌다 운이 좋아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텃세로 평생을 먹고 사는 듯하여
요즘도 문득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내 장례식에 틀고 싶은 음악' 중, 94쪽)

간단히 소개하면 그의 마음자리, 베이스 캠프는 이것.
겸손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안주도 술도 음악도 은은한 조명도  다 마음에 드는데
흠모하던 주인이 스페셜 안주 접시를 들고 합석한 술자리 같았다고 할까.
너무 경박한 소감인지는 모르지만,  인생에서 그런 자리를 경험하기는 흔치 않다.

덧붙이자면 영화 <라디오 스타>에 대한 그의 감상은 읽어본 평 중 최고였다.
그 여관, 그 이부자리, 그 짜장면, 그 순대국에 대한 표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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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것 대충 훑어보고 내려놓았는데 알라딘으로 사서 봐야겠네요. ^^

로드무비 2007-03-0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 님, 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그에 대해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추천할만합니다.
옮기고 싶은 글이 꽤 많아 도리어 안 옮겼습니다.
막무가내 리뷰.ㅎㅎ

비로그인 2007-03-04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자리"................마음의 자리. 마음의 자리. 마음의...자리.
어떻게 그런 멋진 단어를 끄집어 낼 수 있는거지...라고 감동할 수 밖에 없는 나는
정말 머리만 달려 있는 생물인가.

2007-03-04 0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7-03-04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금실, 참 멋있는 사람 같아요.. 앞으로 망가지거나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쫌 있어요..

로드무비 2007-03-0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설마 그런 일이!ㅎㅎ
아주 야무진 사람이던데요?. 그러면서도 인간적이고.
중간에 한 장씩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사진들이 실려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막무가내 리뷰에 한 표 님, 이 리뷰 급히 써서 올리고
밖에 나가 저녁을 먹고 왔는데요. 식당에서 마음이 편치 않았답니다.
제목도 너무 이상하게 잡은 것 같고 씰데없는 소릴 너무 많이 지껄인 것 같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컴 앞에 달려들어 제목을 고치고 어떤 부분을 삭제했답니다.
갈수록 주책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서재활동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런 쪼가리 글에도 전전긍긍할 때가 있는데
님은 오죽하시겄습니까.
열렬한 응원을 보냅니다.^^

L- SHIN 님, '마음자리'가 그렇게 멋진 말인가요?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습니다. 헤헤~




얼음장수 2007-03-04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런 책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님의 리뷰를 보니 고민되네요.
딴 거 다 떠나서 저도 앞으론 술자리에서 '마인드'를 열심히 떠들어야 겠어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03-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그냥 그런 책일 수도 있어요.
전 워낙 풍덩 빠질 준비를 하고 읽었거든요.
하긴 어느 님은 30대가 아니면 읽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하셨더군요.
'마인드'라.ㅎㅎ
별로 좋아하는 단어도 아닌데 그날은 왜 그랬는지 몰라요.( '')


에로이카 2007-03-0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딴 마음이 있었던 게지요.. ㅋㅋㅋㅋ

2007-03-04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4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피드림~ 2007-03-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첨 보는 순간 확 땡기긴 했는데,,, 사진 않았거든요.
로드무비님 서평 읽으니까 관심이 다시 생기네요.
님 글 읽으니까 정말 알라딘 다시 시작한 실감이 나는데요? ㅎㅎ

로드무비 2007-03-0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 님, 하하, 모두 제목에 걸려서.
제목 때문에 책 안 샀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안 그래도 언제부턴가 모습이 안 보여서 궁금했답니다.
punk님, <헌티드 하우스> 지금도 잘 있어요.^^

콧방귀 감 님, ㅎㅎ, 긍게요.
생각해 보세요. '마인드'는 그렇다 치고 누가 노래방에서 혼자 인상 쓰며
마음의 감옥이 어쩌고 중얼거렸다면 얼마나 재수 없을지.
어느 날 괜시리 어떤 단어가 마음에 와 박힐 때가 있지요.
부러운 커플이라니, 좋아서 코가 벌렁벌렁하네요.^^

술이 땡기잖아요 님, 아이고 그래 엊저녁 한잔하셨습니까?
어제 같은 날은 대보름날 귀밝이술 핑계대고 퍼마셔도 좋은데.
저도 새벽 한 시에 한잔 생각이 나더라고요.
잠깐 기다리세요. 님 방에 갈게요.^^

에로이카 님, 딴 마음이요?
저야 항시 딴마음으로 사는 인간인디.
마인드가 먼저인가 블루스가 먼저인가 리와인드 해보고 있습니다.
아무렴 어때요, 잘살면 되얐지.ㅋㅋ


얼음장수 2007-03-05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훈의 소설을 읽으면서, 김훈은 내가 인생을 좀 더 겪고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산문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상하더군요. 여튼 고민되는군요.ㅎㅎ

2007-03-0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3-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윤대녕의 책을 읽으며 확인했지만 김훈이든 누구든
책도 작가도 다 만나지는 때가 따로 있더라고요.
그게 꼭 지성이나 연륜에 의한 결과는 아닌 것 같고요.ㅎㅎ
깅금실 씨의 이 책은 평소 그에게 호감이 있고 신뢰가 가면 읽으시고
아니면 뭐 굳이......
전 좋았어요.^^

2007-03-06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06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4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7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8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한강 지음 / 비채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2주 전인가 3주 전, 금요일 밤에 길을 나섰다.
"겨울바다를 보러 가자"고 아이를 꾀었지만,
최종목적은 '겨울바다'가 아니라 대포항의 '회'와 강구의 '대게'였다.
회와 대게 여행이라니,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호사도 필요하다.

먹다남은 찌개에 물을 부어 새로 끓인 찌개처럼 만드느라,
그동안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식탁뿐 아니라,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오는 일감도, 알량한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다행히 남편은 나의 그 모든 뻔한 수작을 모른체 눈감아 주었다.

집을 나서기 직전, 다시 신발을 벗고 들어와 한강의 책과 음반을 챙겼다.

서너 시간을 달려 새벽 두 시에 바닷가에 도착,
혹시 문을 연 횟집이 없을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그곳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새벽에 바닷가에서 먹는 회와 매운탕과 술은 기가 막혔다.

다음날 아침(이라 해봤자 정오 경) 눈을 뜨자마자 예쁜이 아줌마 노천횟집에 가서 
또 회를 시켜 먹었다.
따로 시켜야 하는 오천 원짜리 매운탕에 웬일로 우럭이 한 마리 통째 들어 있어 행복했다.
우노윤호를 닮은 금발의 청년이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매운탕 냄비, 빈그릇을 챙기려고
비닐 포장을 걷자 짙고 푸른 초록인지 진회색인지 울렁울렁한 바다가 다가왔다.
다가왔지만, 솔직히 바다는 뒷전이었다.

7번국도를 따라 차를 달리며 한강의 노래를 들었다.
연필조차 손에 들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시간에도 어떤 멜로디가 찾아왔다고 한다.
깊은 산골 점방, 노파의 외상장부처럼 그렇게 이 작가는 멜로디를
자신의 공책에 떠듬떠듬 옮긴 것일까?
그리고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마침내 입을 열었을까.

어떤 것에도 매이지 않은 것같은, 소설가 한강의 바람을 닮은 목소리.
그 목소리가 자신이 작곡한 어떤 노래에는 참 잘 어울리고
어떤 노래에는 좀 엉뚱하고 생뚱맞다 싶기도 했지만.
이 작가의 골수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일 듯.

이 책은 흥얼거리다, 귀기울이다,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그리고 (추신) 검은 바닷가 그 피리소리,
네 부분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그 중 두 번째는 임방울의 '쑥대머리'나 들국화의 '행진', 메르세데스 소사의 '인생이여, 고마워요'
자신이 한때 혹은 오래 귀기울였던 음악들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고 있는데
오래 전 메모지에 또박또박 적었던 나의 음악다방 신청곡과 여러 곡이 겹쳐 참 반가웠다.


그러고 보니 이 리뷰도 먹다남은  찌개에 물 부어서 끓인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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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1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owup 2007-02-2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먹다 남은 찌개에 물 부어 끓인 게 더 진하고 맛있다구요.^^
삼탕까지는 괜찮아요.>.<

로드무비 2007-02-2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 님, 하하, 김지원 채원 자매가 어머니 최정희 씨가 끓인 삼탕사탕 찌개를
질색했다는 글을 언젠가 재밌게 읽었는데.
명절 뒤끝의 잡탕찌개가 전 또 그렇게 싫었거든요.
이젠 없어서 못 먹습니다.^^
(namu 님도 찌개 물 부어서 재탕 삼탕 끓이세요? 못 믿겠어라.=3=3)

주저리주저리 수다장이 님, 애인과 함께 저를 모시고, 불끈=3
꼭 그런 날이 오기를!^^

oldhand 2007-02-2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1월에 정동진과 울진에 다녀왔습니다. 물론 '대게'를 먹으러 간거지요. 아, 진짜 맛있었어요. 아울러 7번 국도의 경치도 마음에 잘 담아 왔습니다.

하루(春) 2007-02-2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X5
마지막 줄... 정말 요점정리 잘하셨어요. 사고 싶군요.

nada 2007-02-21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여인네는 무슨 재주가 그리 많답니까. 항상 가만가만, 평온해 보여서 좀 정이 안 가요. 리뷰, 전혀 먹다 남은 찌개 같지 않아요~

로드무비 2007-02-22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하하, 좀 그렇죠?
그런데 글을 읽어보면 그 평온해 보이는 모습 뒤에
많은 것을 겪고 있더라고요.
남 모르는 방황과 고독도 멸치국물처럼 우려서
글이나 노래로 풀어내다니, 정말 놀랐어요.^,.~

하루 님, 하x5가 뭡니까요?
그리고, 지가 또 요점정리라고 하면 일가견이 있습지요.=3=3
(사시는 것 찬성! 좋아하시지 않을까요? 또 모르지요. '')

올드핸드 님, 하하, 반가워라.
울진 후포항에도 잠시 들렀는데
대게가 좀 신통치 않더라고요.
다음엔 주문진과 태백에서도 노닐고 싶어요.
콩주가 냠냠짭짭 대게살을 잘도 받아 먹었겠군요.^^

진달래 2007-02-2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만가만 따스해지는 글인데요... ^^
아무튼 맛은 새로 끓인 찌개처럼 산뜻합니다. ^^

치니 2007-02-22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가 노래도 잘 하나보네요. 어찌된게 한가지 재주가 출중한 사람들이 다른 재주도 가진 경우가 주변에 허다한거 같아요, 무재주 상팔자라나 뭐라나, 헤헷.

에로이카 2007-02-2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강이 드디어 판을 냈군요... 옛날 '검은 사슴'을 보고 먹었던 충격 때문에 가리왕산 하얀 자작나무숲, 태백 그 동네 일대를 갔던 적이 있었어요... 폐광 전이었는데... 그 소설과 계속 겹쳐서 참 마음이 무거웠던 걸로 기억하네요.

맛있고, 즐거운 나들이길이셨겠어요... 부럽습니다. ^^

로드무비 2007-02-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 님, 우와, 소설 정말 많이 읽으셨군요.
천지간에 이어, 작품 속 지명 따라 여행까지......
이번 여행길에 태백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였어요.
행선지를 좀 바꿔볼까 하다가 다시 강구 쪽으로......
대게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었답니다.
가리왕산 하얀 자작나무숲이라니, 텔레비전 디지털미술관에서
언제 그림이나 사진으로 본 것 같기도 하고.
한 번 가보고 싶네요.
2년 만의 먹자판 나들이였습니다.
즐거웠습니다. 언제 님도 꼭!^^

치니 님, 노래라기보다 허밍 같기도 하고......묘한 분위기였어요.
재주 많은 사람 보면 별로 안 부러우시죠?(그럴 것 같아요.)
전 부럽습니다.=3=3=3

카페인 님, 페이퍼로 올릴까 리뷰로 올릴까 잠시 망설였는데,
그리 말씀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2007-02-23 0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23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니앤 2007-04-23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신간소식이네요_ 2개월이 지났지만: - )
저는 어제 바다가 너무 고파서(?) 춘장대 해수욕장 다녀왔어요
갯벌이 무한대~ 좋았어요
 
느낌으로 아는 것들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노후에 대비해 개인연금을 따로 부을 용의가 없냐는, 어느 날 걸려온 모르는 이의 전화에 
이 책의 주인공은 능청맞게 대꾸한다.

--노후에 대해 왜 걱정을 해야 하는데요? (220쪽, 에필로그)

상인이나 여호와의 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바쁘다며 인터폰으로 따돌리는 데는 이력이 났지만
"왜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사람을 돌려보내느냐?"는 딸아이의 질문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한 건 이미 내가 세상에 대한 불신과 의혹으로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니 함부로 문을 열어주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가르칠 수도 없고......

호어스트 에버스는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쓴 사람이라는데
난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모두가 좋다고 하면 왠지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도 내 병폐.

어제 오후, 불량한 자세로 드러누워 이 책을 읽다가 나는 프롤로그만 읽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았다.
커피메이커와 거미와 자기자신을 엮은 대수롭지 않은 얘기만으로도 사람을 홀딱 빠지게 하다니......

동전을 넣어도 제멋대로인 커피 자판기를 보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나는 자판기를 이해한다. 늘 이건 무리다 싶고 어딘가 고장난 것 같은 그 상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내가 그러니까.
지난해만 해도 나는 거의 항상 망가진 상태로 마냥 퍼져 지냈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세월들도 있달밖에.
물론 가끔 상태가 좀 나은 날도 있었다.
('망가지는 거야 순간이지' 40쪽)

이를테면 그는 공원 같은 곳을 산책하다가 아이들이 차던 공이 자기 앞으로 굴러오면
제깍 돌려주는 법 없이 나름대로 온갖 현란한 묘기를 선보이다가 도리어 웃음거리가 되는 타입.

--이 황당하고 생뚱맞은 공연은 흔히 아주 길게 이어지곤 했다.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땅거미가 드리울 무렵 공을 돌려보낼 주소를 적어 내게 찔러주고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러 집으로 갔다.
('더이상 우리의 능력을 세상에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된다고?' 66쪽)

나는 이 책에 나오는 황당하고 생뚱맞은 이야기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개인연금  권유하는 전화를 걸어온 이를 잘 구슬러 휴대전화가 잘 터지게 하는 여행가방
팔아넘기는 데 성공할 정도이니, 그 능청이라니!

전화나 인터폰으로 사람을 따돌릴 때 희미한 가책을 느끼는 내가
세상에서 단 한 가지  배우고 싶은 게  바로 그 능청. 독창적인 처세술!
<느낌으로 아는 것들>이란 이 책의 제목과 유니크한 그림의 표지를 보는 순간
나도, 느낌으로, 딱, 알았다.

호어스트 에버스는 역자(김혜은)를 정말 잘 만났다.
내용에 어울리는, 산뜻하고 도발적인 문장이라니......
혼자 보기 아까워서 옮긴이의 멋진 말도 몇 줄 소개한다.

--물론 순 '뻥',  십중팔구 지어낸 얘기겠죠. 하지만 호스트는 알고 있었던 겁니다.
(유치원생)아이의 공작 준비물 챙겨주는 일, 누가 대신해줬으면 싶은,
그러나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어른애진짜 애를 거두는 일의 신산함을.
떠밀려 무늬나마 어른이 되어가는 일의 난감함을. 천근만근 무거워진 구두를.
역시 후생後生은 가외可畏입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224쪽)

(독일 지명 중심의, 책 맨 뒤에 있는 '찾아보기'도 무지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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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장수 2007-02-1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의 말 때문이라도 읽고 싶어지네요.
능청스럽다는 말을 가끔 듣지만, 정말로 능청 부릴 자신이 없는 저로선
끌리는 책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7-02-1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음장수 님, 능청도 학습이나 부단한 연습으로 가능할까요?^^

나비80 2007-02-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넉살이나 능청이라면 제가 대표급입니다.^^
고로 식당에서도 아주머니들에게 가장 양 많은 식판을 선사받곤 했죠.
그러나 그게 어른들에게만 약발이 듣는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애인이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게 들켰겠지요ㅋㅋ)

로드무비 2007-02-11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부답 님, 열 아주머니에게 인기 있으면 뭐하겠습니까. 하하.=3=3=3
(사실은 부러워서용.^^)

nada 2007-02-1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옮긴이의 말이 혹하게 만드네요. 무비님 리뷰도 참으로 탐스럽고요. 으윽...신산한 자판기 인생.

로드무비 2007-02-1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 님, 와락.=3
요즘 많이 바쁘십니껴?
(지난주 울진을 잠시 차로 지나쳐 오느라 사투리가!ㅋ)
이 책 제 취향엔 맞았어요.
옮긴이의 말은 정말 최고였고요.^^

sudan 2007-02-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기'가 재미있다는 말씀에 궁금해져서 저도 모르게 장바구니에담기 단추를 클릭해버렸어요.(요즘 긴축재정 모드인데. ^^;;) 로드무비님은 읽으신 책들에서 좋은 점을 잘 찾아내시는 것 같아요. 책이 실망스러웠다던가 하는 말은 잘 못들어봤어요. 재미없는 책은 아예 리뷰를 안 올리시는건가요?

라로 2007-02-1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그 방대한 독서량과 글빨에 주눅들었는데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읽지 않으셨다니 갑자기 룰루 랄라
물론 읽지 않으신 이율 들었지만 서도~~~으쓱~~.ㅋㅋ
한심하죵?ㅋㅋㅋ
단순한게 무기랍니다. 능청엔 사실 한심과 단순이 기술이거든요~~.ㅋㅋ

로드무비 2007-02-12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 님, 방대하긴요, 저야말로 편향적인, 가벼운 독서만 하는 사람인데.
다음 주문 때 <세상은~>도 넣을려고요.
그리고 한심하긴요, 귀여우십니다.
한심과 단순이 능청의 기술이라는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

수단 님, 내일 몇십 원 들어오겠군요. 히히~
읽고 별로 느낌이 안 좋은 책에 대해 쓰는 건 시간이 아까워서요.
그 리뷰 보고 혹여라도 누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그것도 신경 쓰이고.
그리고 제가 선택한 책은 대체적으로 괜찮더라고요.
취향 따라 고른 것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제 리뷰 보고 책 샀다가 낭패스러운 분도 더러 계시겠지요?
수단 님은 어떤지 문득 궁금합니다.^^
(긴축재정이 풀리도록 보너스 많이 받으시길 기도.^^*)

라로 2007-02-12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몇백원 들어오실거야요~.
제가 몇권 주문했걸랑요~.ㅎㅎ
(꼭 밝혀야 직성이 풀리는 못말리는 성격!!흑)

로드무비 2007-02-1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i 니임~ 돈 몇백 원에 절로 콧소리가 나오는군요.
자신의 선행은 꼭 밝혀야 직성이 풀리는 못 말리는 성격, 바람직합니다.
저도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2007-02-13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2-1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터라겐 2007-02-20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듯 합니다. 책을 보면 제목은 읽은게 기억나는데 왜 작가 이름은 생각이 안나는지.. 저도 세상은.. 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데 그 재미에 다시 빠지게 생겼습니다. 내일 월급날인데 제대로 지름신이 내려옵니다..^^ 연휴는 잘 보내셨지요? 저는 아주 앉지도 못해요.. 3일동안 불어 버린 뱃살이 같이 춤추자고 합니다.

프레이야 2007-02-2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좀 '능청'을 배워야겠어요.
리뷰가 아주 재미있어요.^^

2007-02-21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7-02-2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물게 솔직하고 힘찬 님, 헤헤, 뭐 잠시 그런 충동을
희미하게 느꼈던 거고요.
'불편한 자의식'이라는 표현에 잠시 멈칫했답니다.
자의식에 대해서라면 할 말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언제 이야기 좀 나누어요.^^

배혜경 님,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
원하시는 만큼 능청을 획득하시길요.^^

인터라겐 님, 오늘이 월급날이군요.
장바구니 터지게 담으세요.ㅎㅎ
덕분에 연휴, 잘 보냈고요.
뱃살과 함께 블루스를, 저와 같은 형편이시군요.^^


반딧불,, 2007-02-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추천수에 놀라고 있습니다.
설 잘 쇠셨죠??

로드무비 2007-02-21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 님도 설 연휴 잘 보내셨지요?
추천수는, 이런 책의 경우 먼저 쓰는 사람이 몰아서 받는 것 아닌가요? 히히^^*

비로그인 2007-02-2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리뷰를 쓸 줄 아는 것은 -
분명 재능이지요. 문장력과 '끌림'을 가지고 있달까. 문장력이 이쁘고 멋진 꽃이라면
'끌림'이 아주 달콤하고 영양많은 꿀이겠지.
꽃이 이쁘다고 모든 곤충이 오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로드무비'님의 글에는 꿀이 발라져 있어요. 하지만 무슨 색일까?

로드무비 2007-02-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 SHIN 님, 혹시 된장이 발라져 있는 건 아닐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