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산행기

 

 

지난 주말, 오랜만에 들뜬 마음으로 '눈꽃열차'를 타고 태백산으로 향했었다. 겨울산으로 달려가는 야간열차 안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며 맥주를 나눠 마시는 기분은 정말 요즘 어린애들 말로 킹왕짱이었다. 함께 여행을 나선 친구들과는 대학 1학년때 같은 과 동기생들로 처음 만났으니 벌써 30년 이상을 동고동락해 온 사이가 되었다.

이 친구들과 결정적으로 뭉치게 된 건 아무래도 대학 1학년 여름방학때 난생 처음으로 함께 나섰던 '지리산 종주 산행'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당시는 우리 모두 지리산을 처음 가보는 터여서 여러 차례의 예비 모임을 통해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다. 함께 등산에 나설 여덟 명이 야영을 할 수 있는 대형 텐트 2개와 여러 개의 코펠·버너를 구하는 한편 4박 5일 동안 종주하기에 충분한 '식량들'을 끼니별로 부족하지 않도록 잔뜩 챙겨간 덕분에 우리 모두는 정말 엄청난 고생을 했었더랬다. 매일 아침 텐트를 걷고 식사를 하고 설거지까지 다 끝낸 다음 '무거운 짐들'을 배낭에 꾸역꾸역 챙겨넣고 나설 때마다 우린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빙 둘러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며 산행을 시작했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는 굳은 결의가 없이는 도대체 그 먼 산길을 온전히 완주해 내기 여려울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천왕봉의 일출까지도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던 우리의 종주산행은 마지막 하산하던 때에 이르러 잊을 수 없는 여러 순간들 가운데 결정적인 장면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오랜(?) 야영생활로 배터리가 다 닳아 '희미한 손전등' 하나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후미에 뒤쳐진 우리 친구들이 밤늦도록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텐트조'에 속했기 때문에 서둘러 하산하여 맞춤한 곳에 터를 잡고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제법 시간이 흐르고 '밥 다 되었고' 찌게마저도 떠먹을 시간이 지났지만 뒤에 처진 우리 친구들은 밤 9시가 넘도록 좀처럼 나타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적이 끊긴 지도 한참이나 지나서 거의 9시 반이 다 될 무렵에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드디어 우리 친구들이 나타났다. 우린 너나 할것없이 서로 얼싸안으며 재회의 기쁨과 감격을 만끽했다. 그때 저절로 다져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끈끈한 우정들이 결국은 평생의 친구가 되게 한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무튼 그렇게 기분좋게 달려간 태백산이었지만 날씨가 문제였다. 출발 전까지만 해도 매섭기만 하던 강추위가 잠시나마 주춤한 것은 다행이었으나 '산행 내내' 눈이 그치질 않았다. 우리 일행은 눈보라와 강추위가 걱정스러워 단단히 무장한 채 이른 새벽부터 야간산행에 나섰다. 혹시라도 날씨가 좋아지면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산'을 배경으로 힘차게 떠오르는 멋진 '해돋이'를 담아 볼 수도 있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품은 나는 배낭 속에 무거운 카메라와 망원렌즈까지 챙겨 갔으나 안타깝게도 '태양'은 빛과 온기를 한꺼번에 다 내던지고 구름 뒷편으로 꽁무니를 감추고야 말았다.

그래서 사진은 찍는 둥 마는 둥 했고 그저 눈쌓인 겨울산을 '체력단련' 삼아 다녀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가지 소득이 있었다면 뒤늦게 서울에 도착해서 뒷풀이를 위해 찾은 음식점의 아구찜과 해물탕 맛이 정말 짱이었다는 점이다. 오후 다섯시에 시작된 저녁겸 술자리는 뜻밖으로 '열기'가 고조되어 많은 얘기들과 술잔들이 오고간 끝에 숱한 빈병들을 탁자위에 줄을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말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싶은 분위기였고,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렇게 잔을 부딪쳐' 보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도 쌓아놓은 회비가 적잖은 만큼 그 돈으로 적금 타듯이 '히말라야를 함께 가자'는 얘기들도 빼놓지 않았다.


이번 산행에서 마지 못해 찍었던 사진들은 현장에서 카메라에 달린 LCD창으로 확인한 결과 대부분 '꽝'이었다. 그래서 아예 사진을 꺼내 보기조차 싫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뒤늦게 사진을 업로드해 보니 맙소사! 컬러모드로 찍은 사진들이 거의 대부분 흑백사진처럼 보일 지경이다.(아래 사진들은 일부러 '흑백'으로 후보정한 사진이 결코 아니다.)

어쩌면 2월 중순쯤 다시 한번 태백산을 다녀올 지도 모르겠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저렇게 버티고 선 주목의 그 늠름하고 멋진 자태를 다시 만나 카메라에 담아 보고도 싶고, 또 아마도 4월 하순쯤 떠나게 될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한 준비운동 차원에서라도 당분간 산을 자주 오르내릴 필요도 생겼기 때문이다. 제발 그땐 날씨가 좋아서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겨울하늘'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 *


1. 겨울나무 사이로 어둠을 뚫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6:14:07


(스트로보(외장 플래시)를 깜빡 까먹은 덕분에 이런 사진이...)


2. 흐린 날씨 때문에 일출은 커녕......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18:23





3. 生과 死의 경계는 어디에......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21:05 





4. 생은 무엇인가요 삶은 무엇인가요 


 


5. 내가 숨 쉬고 내가 있는 곳 기쁨으로 밝히리라 

 

 

 

6. 세상 어딘가 마음줄 곳을 집시되어 찾으리라  

 

 


7. 이제는 아무것도 그리워말자




8. 세월이 묻어둔 길목에 서서......

 

 

 

9. 이대로 또다시 천년을 더 살아보리라

 

 


10. 장군봉(1,567m)에 오른 사람들

 

 


11.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천제단 Shooting Date/Time 2013-01-12 오전 8: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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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1-2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녕 저 고사목 설경을 오렌님이 찍으셨단 말이지요?
찬찬히 즐감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oren 2013-01-21 10:49   좋아요 0 | URL
산행 내내 눈이 내려 기대했던 아름다운 장면들을 마주하지도 못했고, 정상 부근의 세찬 눈보라 때문에 정말 얼어 죽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눈길을 걷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숲노래 2013-01-21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이런 사진 찍으러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다른 이들은 쉬 못 만나는 풍경을 만나셨으니
이 또한 즐거운 마실이었으리라 느껴요

oren 2013-01-21 10:57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말씀이 맞아요. 눈발이 흩날리는 어둑어둑한 날씨 때문에 쉽게 만나지 못하는 풍경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해요.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무거운 제사떡'을 가득 등지고 오르는 분들도 여럿 봤고, 천제단에서는 정말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가득 모여 다들 정성껏 제를 올리는 모습들이어서 적잖이 놀랐어요.

페크pek0501 2013-01-2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은 사진대로, 사진의 제목은 제목대로 보는 재미가 있네요.
어떻게 저런 나무를 발견하셨나요?
어떻게 저런 눈 풍경을 발견하셨나요?
감탄할 밖에요. 멋진 페이퍼에요.^^

oren 2013-01-23 11:59   좋아요 0 | URL
그동안 태백산에 너댓번 갔었는데 이번에 봤던 '주목 군락지'가 제일 환상적이었어요.^^
 
인생이라는 모험에 찬 여행


인생의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라,
매 순간 환희를 맛보라!
오, 사키여,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마라,
잔을 돌려 포도주를 붓고, 내 말을 들어라, 밤이 가고 있다.

- 오마르 하이얌

 * * *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옵시다."

내가 늘 '여행에 미온적일 때마다' 아내한테 어김없이 듣는 말이다. 더 늦을 게 별로 없었을 것 같았던 2001년 가을에도 그랬다. '아이들이 둘 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장기간 여행하기 힘들테니 대뜸 '유럽'을 한번 가보자고 했다. 여행 출발을 불과 3주 앞두고 9.11 테러가 터졌다. 각 나라마다 '추가적인 테러'에 대비해 공항마다 삼엄한 경비와 검색이 진행됐지만 네 식구가 여행을 다녀오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두 아이가 중3, 중2에 올라갔던 2009년 봄에도 똑같은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당시 2008년 하반기에 터진 금융위기 때문에 '지옥을 헤쳐 나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힘든 시련을 겪은 직후였다. 어쨌든 그때는 심신을 좀 추스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 열일 제쳐두고 일단 갔다 오지 뭐' 싶어서 선뜻 동의했다. 그런데 출발을 코앞에 두고 '신종 플루'가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지역에 급속도로 퍼지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여행사에 알아보니 함께 떠나기로 했던 수십명이 모조리 취소를 했고, 우리 가족만 남았으니 알아서 결정을 하란다. 가이드 없이 '단독'으로 출발하여 뉴욕에 내려 현지에서 모집한 다른 여행객들과 합류하면 여행은 가능하단다. 그렇게 해서 우리 네 가족은 '신종 플루'가 창궐하고 있다는 미국 동부지역을 다녀왔다.

우리 식구들에게 여행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다녀와야만 하는, 어쩌면 '입대한 병사의 휴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라는 주장에 맞선 '다음 기회에'라는 유행가 가사와도 같은 나약한 반박은 언제나 무위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마침 그 2009년 봄에 여행을 다니던 중 잊지 못할 명언을 하나 들었다. 현지 가이드가 했던 말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다리 떨릴 때 여행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열심히 여행다녀라.' 그당시 함께 여행을 다니던 나이 많은 분들은 그말을 들은 이후로 '다리 아프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속으로 꽤나 '찔끔'했던 모양이다.


  

여행 의욕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P78)




'너 늦기 전에'라는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 당나라의 선승이었던 임제선사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한 말은 그후 오래도록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는 법)
 

 

가장 심각하고 흔히 저지르는 어리석음

가장 심각하고 흔히 저지르는 어리석음은 '삶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든 마찬가지다. 이런 준비를 시작하며 사람들은 완벽한 삶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완벽한 삶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그 계획에 비하면 삶은 너무나 짧다. 그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짐작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그런 계획은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 자주 좌절을 겪고 장벽에 부딪혀 목표한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게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무엇인가를 하거나 즐길 수 있는 능력도 전과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온 생애를 바쳐 정성을 기울여 얻은 것을 노년에 이르러 즐기지 못하게 된다. 또는 그토록 어렵게 다다른 지위인데 감당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요컨대 그런 것들은 너무 늦게 사람을 찾아온다. 아니면 반대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려 했을 때는, 사람이 그 목표에 너무 늦게 도달한다. 시대의 취향과 기호는 이미 달라졌으며, 새로운 세대는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다른 이들은 더 빠른 길로 앞질러 와 있다.

 


세상은 넓고 가보고 싶은 데는 너무나 많다. 나에게 여행을 통해 맛본 가슴벅찼던 순간은 단연 이탈리아의 로마에 도착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파리와 런던을 거쳐 로마에 도착한 시간은 밤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는데, 로마에 도착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 오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 '로마'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틈틈이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건성으로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비행기 창문 밖으로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로마의 야경이 마침내 내 눈에 들어왔다. 오! 여기가 바로 그 로마라는 곳이구나. 나는 정말 너무나 벅찬 감동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로마에 대해서 강렬한 감명을 받았는지 나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로마 땅을 밟게 된 그날이야말로 나의 제2의 탄생일이자 나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생각한다.
 - 괴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中에서

"베네치아와 피렌체에도 고대가 그림자를 떨구고는 있지만, 고대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는 다릅니다."
 - 시오노 나나미, 《
황금빛 로마》 中에서





내가 앞으로 좀 더 '현실적인 여러 예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면 나는 이 지구상의 여러 오지들을 둘러보고 싶다. 젊어서 한 때 암벽등반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는 이미 너무 늦은 나이에 입문을 한 셈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에베레스트까지는 몰라도 히말라야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금방 가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게 현실화되지 못했다. 오래전에 거길 다녀온 친구가 내게 한 말은 아직도 내 귀에 생생하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히말라야를 다녀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래서 오래전에 봤던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히말라야를 오르는 모습은 내게 정말 특별하게 다가왔었다. 그 친구의 목소리와 함께.

어느날 문득 '이 세상으로의 여행'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그때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서 나도 '여행'이라면 예전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게 된다.



티베트 팡 라 고개에서 초모룽마가 있는 북쪽을 바라보면서 - 세상 끝 천 개의 얼굴 中에서


 

  

내 여행은 대체로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안데스 산계를 종주하게 된 것은 잉카인들이 불멸의 성스러운 잎으로 알고 있는 식물인 코카에 관해 연구하고 싶은 의도 때문이었다. 아마존 북서부에서 여러 달 체류한 것은 샤먼의 치료술에 관해서 알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덩치 큰 고양이과 동물들 중에서 가장 희귀종인 구름무늬 표범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은 나를 히말라야 산맥과 에베레스트 산의 캉슘 사면으로 끌여들였다. 주로 카누 위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마른 땅에 거의 발을 딛지 않고 사는 위니키나 와라오 족은 나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 강 삼각주로 이끌었다. 나는 북서항로의 관문에서 자정의 햇빛을 받고 싶다는 갈망에 이끌려 유럽인들의 기억 속에 자주 출몰하는 북극지방과 빙하 섬들을 찾았다.


 

여러 해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내 눈에 확 띄는 글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해외의 어느 방송사에서 '죽기 전에 가야할 50군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리스트'였는데 첫 눈에 '바로 이거다' 싶었다. 마침 그때 나는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를 붙들고 온갖 부문별 목표들을 '거창하게' 세울 때였는데, 나의 '여행 목표'는 그 '50곳'을 모조리 가보는 것으로 깔끔하게 정해졌다. 목표는 가능한 크게 세우는 게 좋다는 저자의 가르침에 따라 나는 거기에 더해 '우주 여행'까지도 포함시켰다. 계힉을 세웠다고 해서 훗날 무슨 청구서가 날아들 일은 없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설사 그런 계획을 이루기 위해 많은 돈이 들더라도 그건 또다른 '경제 목표'가 나서서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일종의 꿈의 선순환이라고나 할까. '꿈도 참 야무지지'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거창한 계획들을 세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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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BBC 에서 '죽기 전에 가야 할 50군데' 라는 방송에서 추천한 세계의 여행지.

1 The Grand Canyon - 미국
2 Great Barrier Reef - 호주
3 Florida (디즈니 월드) - 미국
4 South Island - 뉴질랜드
5 Cape Town - 남아프리카 공화국
6 Golden Temple - 인도
7 Las Vegas - 미국
8 Sydney - 호주
9 New York - 미국
10 Taj Mahal - 인도
11 Canadian Rockies - 카나다
12 Uluru - 호주
13 Chichen Itza - 멕시코
14 Machu Picchu - 페루
15 Niagara Falls - 미국, 캐나다 어느쪽이었지?
16 Petra - 요르단
17 The Pyramids - 이집트
18 Venice - 이탈리아
19 Maldives - 몰디브 공화국
20 Great Wall of China - 중국
21 Victoria Falls - 짐바브웨
22 Hong Kong - 중국
23 Yosemite National Park - 미국
24 Hawaii - 미국
25 Auckland - 뉴질랜드
26 Iguassu Falls - 브라질
27 Paris - 프랑스
28 Alaska - 미국
29 Angkor Wat - 캄보디아
30 Himalayas - 네팔
31 Rio de Janeiro - 브라질
32 Masai Mara - 케냐
33 Galapagos Islands - 에쿠아도르
34 Luxor - 이집트
35 Rome - 이탈리아
36 San Francisco - 미국
37 Barcelona - 스페인
38 Dubai - 아랍 에미리트 연방(?)
39 Singapore - 싱가폴
40 La Digue - 세이셸 공화국
41 Sri Lanka - 스리랑카
42 Bangkok - 태국
43 Barbados - 바바도스 공화국
44 Iceland - 아이슬란드
45 Terracotta Army(진시황 병마용) - 중국
46 Zermatt - 스위스
47 Angel Falls - 베네수엘라
48 Abu Simbel - 이집트
49 Bali - 인도네시아
50 French Polynesia -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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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본 곳 : 15 ....

1 The Grand Canyon - 미국
3 Florida (디즈니 월드) - 미국
7 Las Vegas - 미국
8 Sydney - 호주
 

9 New York - 미국
15 Niagara Falls - 미국, 캐나다 어느쪽이었지?
17 The Pyramids - 이집트
18 Venice - 이탈리아
20 Great Wall of China - 중국
27 Paris - 프랑스
34 Luxor - 이집트
35 Rome - 이탈리아
42 Bangkok - 태국
45 Terracotta Army(진시황 병마용) - 중국
48 Abu Simbel - 이집트


■ 가보고 싶은 곳  : 나머지 전부, 그래도 여러번 생각해 본 곳은 ... 10

5 Cape Town - 남아프리카 공화국
10 Taj Mahal - 인도
14 Machu Picchu - 페루
19 Maldives - 몰디브 공화국
23 Yosemite National Park - 미국
24 Hawaii - 미국
29 Angkor Wat - 캄보디아
30 Himalayas - 네팔
31 Rio de Janeiro - 브라질
33 Galapagos Islands - 에쿠아도르

 


 * * *


그랜드 캐년, 1995-07-27



베네치아, 2001-10-05




이집트 리비아 사막에서의 일출, 2008-02-24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정말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은 저기에서 하룻밤을 묵기 위해 이집트 시내에서 하루 온종일을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가로 지르며 달렸다. 우리는 오후가 되어서는 모두들 '신기루'를 보았다. 사막 한가운데 정말 '오아시스'가 펼쳐져 있었다. 정말 우리 모두는 각자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옛날 어린이신문 만화코너를 통해 숱하게 보았단 그 신기루가 실제 상황으로 내 눈앞에 펼쳐지다니...

그러나 그것 말고도 사막은 너무나 매혹적인 곳이었다. 사막에서 사는 배두인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함께 술잔을 나누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배두인족들의 전통 타악기들을 두드려가며 춤을 추며 놀았던 일은 천상 '늑대와 함께 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막의 새벽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추웠지만 나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였다. 깊은 밤 홀로 텐트 밖으로 나와 봤더니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릴듯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밀리언 스타즈 호텔에서의 1박'이 결코 빈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황량한 사막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던 '여우'도 실제로 만났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따로 없었다.

사막에서의 일몰도 아름다웠으나 일출은 더더욱 장관이었다. 우리는 마치 '우주에 내던져진 기분'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의 주요 프로그램은 '지프로 모래사막을 질주하기'였다. 바람이 만들어낸 높다란 모래구릉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리는 게 그렇게 신날 수가 없었다. 비록 몇 차례나 자동차 바퀴가 모래속에 깊숙하게 빠져 고생도 좀 했지만......


  

도시의 "떠들썩한 세상"의 차량들 한가운데서 마음이 헛헛해지거나 수심에 잠기게 될 때, 우리 역시 자연을 여행할 때 만났던 이미지들, 냇가의 나무들이나 호숫가에 펼쳐진 수선화들에 의지하며, 그 덕분에 "노여움과 천박한 욕망"의 힘들을 약간은 무디게 할 수 있다.(178쪽)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216쪽)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292쪽)


 

 

이집트 룩소르 대신전, 2008-02-25 




 낙타위에 올라탔으니 사막이라도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2008-02-29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2008-02-29 



아스완에서 카이로로...... 나일강의 푸른 물줄기를 빼고는 전부 사막......  2008-02-29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46쪽)







실크로드의 중심지_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구르 아미르(지배자의 묘, 티무르의 무덤) 전경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5:35:48


유약을 발라놓아 유난히 빛나는 푸른 돔, Shooting Date/Time 2011-05-08 오후 6: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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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천 개의 얼굴>의 저자 웨이드 데이비스는 하버드 대학에서 인류학, 생물학 학위와 아울러 민속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과학자, 인문학자, 시인'일 뿐만 아니라, '인류학자, 민속식물학자, 민속지학자, 모험적 여행자, 베스트셀러 작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이기도 하다. 이쯤되면 입이 딱 벌어진다. 그런데도 그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스티킨 황야에서 지내곤 한단다. "결국 이런 여행을 하게 만든 것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가고 싶은 갈망, 보들레르가 "크나큰 병"이라고 부른 것, 곧 안주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이었다. 요컨대 나는 다채로운 빛깔을 지닌 다양성의 세계에서 인간됨의 매혹적인 면들을 재발견하고 찬미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무채색의 단조롭고 따분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단조롭고 따분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우리가 무턱대고 '여행이 직업'인 사람들처럼 쏘다닐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를 옭아매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삶의 예속'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늘 끊임없이 마음속으로나마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쓴 헬렌 켈러는 "인생은 대담무쌍한 모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놀라우리만치 아름다운 풍경들'이 우리의 주변에 널려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 너무 멀리까지 여행을 갈 필요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는 일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마침 이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오늘 밤이면 야간열차를 타고 겨울산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 대학 1학년때 만나 어느덧 '30년'이 넘도록 동고동락해 온 친구들이 작년 11월에 만나 약속한 날짜가 벌써 코앞에 닥친 것이다. 그때 어느 친구가 문득 '새해에는 가족들끼리 태백산 눈꽃축제라도 한번 다녀오자'는 제안을 했고 모두들 선뜻 그러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까마득한 옛날 이맘때 태백산을 찾았던 '등산학교 동기들' 생각이 난다. 혹시 나만 빼고 그 친구들은 모두 다 히말라야를 다녀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짐작도 해본다. 그때 에베레스트 원정에서 막 돌아오신 선생님이 네팔에서 직접 사다주신 총천연색의 에베레스트 사진은 아직도 내 방 벽에 걸려 있는데, 이젠 태백산을 이 추운 겨울에 간다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걸 보니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싶다.

선생님(우측 두번째)과 함께 태백산을 오른 등산학교 동기들, 1995-01-08



나는 최근에 읽은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라는 책 속에서 '잠든 의식과 무감각'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동물을 감수성과 깨어난 의식으로, 식물을 잠든 의식과 무감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다른 한편 동물계의 진화는 식물적 삶에 보존되어 있는 경향에 의해 끊임없이 지연되거나 멈추거나 아니면 뒤로 돌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한 동물 종의 활동이 아무리 충만하고 넘치는 것처럼 보여도 마비나 무의식이 언제나 노리고 있다. 동물의 활동은 노력에 의해 피로를 대가로 해서만 그 역할을 유지할 수 있다. 동물이 진화한 길을 따라 수없는 쇠퇴와 퇴락이 일어났는데 그것은 대부분 기생적 습관들과 관련이 있다. 그것은 그만큼의 식물적 삶을 향한 방향전환들이다."

우리들 역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이런 저런 불가피한 방향전환들을 맞을 수도 있겠다. 그게 꼭 식물적 삶을 향한 방향전환들은 아니더라도. 또한 우리가 유년기의 '약속으로 충만한 불확실성'에서 어느덧 자꾸만 '어떤 잔해들을 쌓아가는 삶의 확실성'으로 다가선다 하더라도 아직은 '무릎이 풀어질 때'가 멀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을 통해 그 속도를 좀 늦출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여러모로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

위대한 절벽과 광막한 침묵의 설원에 의해 솟구쳐오르는 독립과 자신의 감정은 그 무엇 전적으로 기쁘기만 한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이 건강이요, 재미요, 즐거움이다. 인생의 근심걱정은 금권주의, 사회의 본질적 속악함과 함께-김이 솟아 오르는 골짜기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 달라붙는 추악한 독기처럼-아득히 저 아래쪽에 남는다. 위쪽에서 우리는 맑은 공기와 날카로운 햇빛 속에서 신들과 함께 걷고, 인간은 서로를 알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안다. 어떤 감정도 '우리 종족의 시조들처럼 충실한 동지들'과 더불어, 어느 냉혹한 절벽을 공격하러 전진하는 감정보다 영광스러울 수는 없다. 설령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간 기울어진 바위 선반 위에서 오로지 구두징 한 개의 마찰만으로 육체가 희박한 공기 속에 떨어져 내리는 것과, 영혼이 저 위 천국으로(그렇게 희망하자) 날아 오르는 것을 막고 있을 뿐일지라도 한 손의 손가락에 아직도 한 파티의 생명을 맡길 수 있고, 아랫도리에 '무릎이 풀어지는 공포'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보다 통쾌한 일은 없다.
 - 알버트 머메리, <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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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이 가족과 함께 뉴욕을 향해 출발한 것은 1892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가 만 51세 되던 해였다. 그가 느꼈던 '신세계'의 감동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의 느낌은 '미약'했지만, 내가 2009년 봄에 만났던 '미국 동부 / 캐나다'의 풍경도 이 기회에 덧붙여 본다.)


타임스퀘어 광장(브로드웨이 7번가와 42번가가 교차하는 곳)



뉴저지주 농촌의 모습




헬기에 탑승해서 촬영, 왼쪽이 미국, 오른쪽이 캐나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캐나다에서 숙박)



헬기 조종사가 너무나 능숙하게 조종했던 탓으로 다소간의 롤러 코스터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




가까이서 오래 보고 있으면 빨려들어갈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폭포 가까이에서 망원랜즈로 잡아당긴 모습




'안개속의 숙녀호'를 타고 폭포 가까이 다가가는 중......
(먹거리가 많아서인지 갈매기들이 엄청 많음)




다정한 연인

 




온타리오호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는 '아이스와인' 포도밭 




토론토 시내




1827년에 설립된 토론토 대학
(세계 최초로 백신을 발견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천개의 섬이 있다는 천섬
(실제로는 1856개의 섬이 있고, 섬마다 동화속 같은 모습의 집을 짓고 살고 있다고)




수도 오타와(빅토리아 여왕이 영국계의 토론토와 프랑스계의 퀘벡을 아우르기 위해 딱 중간지점에 수도를 정함)




퀘벡 시내
_프랑스풍의 노천까페




5월 초순이었지만 손이 얼얼할 정도로 추운 날씨 때문에 '핫초코'가 마냥 반가운 모습




퀘벡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샤또 프롱트낙 호텔'




하버드대 캠퍼스
(미국 고교 약 20,000개에 Ivy리그 입학정원은 약 16,000명. 전미 고교 1등 가운데 2명 중 1명 꼴로 Ivy리그에 입학)




MIT 공과대학교 




보스톤 퀸시마켓에 나온 귀여운 꼬맹이




예일대 도서관 장서




예일대 캠퍼스




뉴욕 양키 스타디움




미국 워싱턴, 연방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을 찾아 수학여행을 온 듯한 미국 학생들




스미소니언 박물관(
1846년 설립, 세계최대인 45캐럿 호프다이아몬드를 포함하여 약 1억 4,000만점이 전시)




링컨기념관 앞.
바닥에 새겨진 글은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백악관
(세계를 지배하는 국가의 심장이라 부를 만한 곳인데, 대포를 먼저 앞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뉴욕 한인타운 근처
(뒷 배경 건물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




자유의 여신상
(가시면류관 전망대는 수리중이어서 당분간 못올라 간다고...)




브룩클린 브릿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본 맨해튼




성요한 성당
(1892년에 초석 시공, 2050년 완공되면 세계 최대규모가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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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우 7%......
    from Value Investing 2013-10-04 09:26 
    Visited Countriesvisited 16 countries (7%) * * *여행의 재미나는 저축하는 버릇을 버렸다. 큰 돈을 쓰며 하는 여행의 재미가 이 어리석은 생각을 뒤집었다. 여기서 나는 세 번째의 생활로 들어갔다. 실로 더 재미나고 절도 있는 생활로 끌려갔다. 그것은 소비가 수입과 맞아 가게 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한편이 더하고 어느 때는 다른 한편이 더하다. 그러나 두 가지 사이가 떨어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내가 돈을 모을 때는 머지
 
 
사마천 2013-01-11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로,, 여행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시네요.. 갑자기 가슴이 뜁니다.
여행가기 전도 여행, 여행 다녀와서도 여행..
잘 하면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같은 걸작이 나오겠네요.. ^^

oren 2013-01-14 11:07   좋아요 0 | URL

사마천님께서 가슴이 뛴다고 말씀해 주시니 저로서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ㅎㅎ
<여행의 기술>을 쓴 보통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삶이 진행되는 장소가 '극동의 반도 끝'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위치에 있었더라면 주변의 여러 이웃나라들을 좀 더 수월하게 다녀볼 수도 있었겠다 싶은 아쉬움을 자주 느낍니다. 언젠가는 남미 대륙을 쭈욱 한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데, 막상 지난달에 브라질을 다녀온 친구의 얘기를 들어봤더니 '거기까지' 갔다 오는 비행시간만 하더라도 여간 많이 걸리는 게 아니더군요.

프레이야 2013-01-11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찜해두고 여러번 와서 보고 싶은 페이퍼에요. ~~ 이번에 대학간 아들도 보이고요. ^^ 15곳이나 이미 다녀오신 것도 부럽습니다. 다리 떨릴 때가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많이 다녀야하는군요.ㅎㅎ 절묘한 말이네요.

oren 2013-01-14 11:14   좋아요 0 | URL
세월이 흐를수록 '가슴뛰는 순간'은 줄어드는 대신 다리가 떨리고 무릎이 쉽게 풀린다는 게 우리의 고민이겠지요. '젊은이의 활력'이야말로 '약동하는 생의 에너지' 그 자체에 다름 아니겠지요.
* * *
40세가 지나면 활기가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힘은 여전히 활동적인 삶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탐욕, 분노, 고집, 야망 같은 젊은이의 충동은 중년이 되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삶은 점진적이거나 급격한 정체의 과정이 된다.
- 찰스 P. 킨들버거,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中에서

다크아이즈 2013-01-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떠난 여행,앞으로 떠날 여행을 생각케 하는 페이퍼네요.
근데 저렇게 어려운 책을 읽어도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는 비법이 뭘까요?
전 우선 독해력이 딸려서리... 이해할 수 있는데까지만 이해하고,그게 재밌을 경우엔 폭 빠지는데
철학은 저처럼 읽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오랜님, 자주와서 감각을 익힐게요.

oren 2013-01-14 11:22   좋아요 0 | URL
저는 높고 험한 산을 올라봐야 좀 더 멋진 장관들을 볼 수 있듯이, 독서에서도 어려운 책을 붙잡고 읽어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장엄한 풍경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와 더불어 독해력도 저절로 늘어난다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 난관들에 부딪치더라도 '좀 더 어려운' 책을 찾아서 붙들고 씨름해 보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답니다. 그런 책들이 주는 묘미도 있으니까요.
* * *
"단순히 책을 더 잘 읽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면, 책은커녕 글 한 줄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자신의 능력 안에 있는 책은 읽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능력 박에 있는 책, 당신의 머리를 넘어서는 책을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 모티머 J. 애들러,『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중에서

마녀고양이 2013-01-1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눈꽃여행을 하고 계시겠네요....

'더 늦기 전에...', 저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추위와 더위를 잘 참지 못해요.
체력도 약한 편이구요. 그래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 인터뷰 시리즈를 읽으면서 제일 가까이 와닿은 부분이
수백년동안 인간으로서는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살고 있는 독특한 뱀파이어였어요. 그게 제 바람이었나봐요.

지금은 더 큰 목표가 있으니 여행을 잠시 미루지만,
딱 두해만 참고, 다시 가기 시작하려구요. 사진 너무 좋습니다. 감사드려요.

oren 2013-01-14 11:29   좋아요 0 | URL
그 '명백한 불유쾌함'에도 불구하고, '욕망과 만족 사이의 격차에서 오는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훗날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알랭 드 보통의 말(『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을 저도 여러차례 경험해 봤기 때문에 전적으로 옳다고 믿어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사실 그다지 큰 만족감을 안겨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사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페크pek0501 2013-01-14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포 사진에 반했어요. 아주 멋지군요.

다정한 연인(두 남녀의 뒷모습)의 사진보다 가족 네 분이 찍힌 '다정한 가족'의 사진이 더 아름답습니다. ㅋ
잘 보고 갑니다. 많은 분들이 이 페이퍼를 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ㅋ

oren 2013-01-14 14:32   좋아요 0 | URL
우리가 갔을 땐 '폭포 위에 거대한 무지개'가 뜬 것도 봤답니다. 물론 사진도 찍었구요.

비옷을 입고 터널을 통과해서 '폭포수'가 떨어지는 코 앞까지 가 봤을 때, 폭포수를 직접 맞아보기도 하고 그 거대하고도 웅장한 소리에 새삼 놀라기도 했구요.

계절마다 각각 다른 장관들을 연출하기 때문에 '여러번씩' 다녀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페크님께서도 언제 한번 꼭 가보세요~

숲노래 2013-01-1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차를 타고 순천까지 간 다음, 순천부터 시외버스를 타고 작은 시골 읍내까지 가서, 시골 읍내부터는 군내버스를 타고 남녘땅 작은 마을 돌아보는 여행도 아이들과 누려 보셔요.

아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같은 '작은 국내 여행'을 누린 사람이 너무 적어, 이 나라에 어떤 이웃이 있는 줄 잘 모르지 않으랴 싶어요.

시골 군내버스를 타고 작은 시골마을 한 바퀴를 빙 돌면, 멀리 비행기 타고 나가지 않아도, 아름다움을 느끼시리라 믿어요.

oren 2013-01-16 17:01   좋아요 0 | URL
네.. 그러고 보니 저도 여태껏 순천까지도 못 가봤네요.
언제 기회가 되면 함께살기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남녘땅 작은 마을까지도 한번 여행을 가보고 싶습니다.
기차를 타고 가다가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또 군내버스를 갈아타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또다른 많은 새로운 풍경들과 이웃분들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숲노래 2013-01-16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보금자리요,
서재도서관이 고흥에 있거든요 ^^

꼭 한국도 여행하고 외국도 여행해야 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한국부터 제대로 모르면서
외국에만 너무 푹 빠지지 않나 싶기도 해요~

oren 2013-01-17 11:36   좋아요 0 | URL
전라남도 쪽으로는 최근 몇 년간 예닐곱 번쯤 가본 듯해요. 언젠가 작정하고 4박5일 일정으로 '남도기행'을 다녀봤을 때 참 좋았던 기억도 납니다. 목포, 영암, 강진을 거쳐 해남 땅끝마을과 보길도, 완도를 거쳐 다시 보성, 낙안, 구례를 둘러본 적도 있었고, 2011년에도 목포,영암,해남,진도를 다녀온 적이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요 근래에 무주와 진안, 장수 방면으로 두 번, 곡성과 남원, 구례와 하동, 광양으로도 두세 번 다녀온 적이 있었네요. 기억을 되살려보니 하필이면 순천과 고흥만 속 빼고 나닌 듯싶기도 합니다. ㅎㅎ

함께살기님의 서재도서관은 '사진'으로 여러번 구경했는데 실제모습도 몹시 궁금합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서재도서관도 구경하고 함께살기님도 꼭 만나뵙고 싶어요^^

샘물 2013-03-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태백산을 오르시다니...ㅠ 저는 어제 하도 오랜만에 뛰었더니 다리가 반 실신상태인데ㅠㅠ
 


그기 뭐 볼끼 있다고 가니껴?

당신은 물었지

볼 것이 없어서 간다오


예전에 언젠가 hnine님께서 올려주신 '화암사 가는 길'이라는 시 가운데 일부를 다시 떠올려 본다.

누구나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볼까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해가 바뀔 즈음엔 그냥 집안에 틀어박힌 채 '새해'를 맞이한다는 게 몹시 답답하고 억울한 기분까지 들 때가 있다. 가는 해를 아쉬워 하고 또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할 즈음 급작스레 고조되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내면의 욕구'는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나의 경우, 예전에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을 참 많이 찾아 다녔던 것 같다. 특히 한 해가 저무는 연말이나 새해 첫날에 한겨울의 세찬 바람을 맞아가며 높은 산을 오를 때 자연스레 찾아오기 마련인 힘겨운 느낌들은 뭔가 스스로 '반성'의 의식을 고무시키고자 하는 내면의 의지와 아주 잘 결합한다. 그러고 보니, 가끔씩 북한산 백운대 정상에 올라 어금니를 힘차게 꽉 물어가면서 '지나간 한 해' 동안에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 나쁜 습관을 떠올리고, 또 '새해에 이뤄야 할 목표들'을 새롭게 다짐했던 순간들도 떠오른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런 연말연시의 다짐들이 생각보다 제법 유용하다는 것이다. 잠시 일상을 벗어나 고요히 '흘러간 시간들과 다가올 시간들'을 함께 떠올려 보면서 그와 동시에 '나 자신'을 그 '세월의 흐름'이 배경을 이루는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보는 시간은, 그것이 비록 형식상으로는 홀로 꾸며낸 연극에 불과할지 몰라도,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늘 '일상성의 애매함' 속에 빠져 지내면서 좀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살펴보지 못한 나 자신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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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다른 분의 서재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일이지만(수단에 노트, 펜 보내기... ) 아프리카의 수단으로 보낼 '다이어리와 수첩들'을 좀 더 챙기려는 도중에, 내가 20년쯤 전에 적어둔 '연말연시의 어떤 흔적들'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도대체 일기를 쓰지 않다가도 '새해 첫날'에는 그래도 어쨌든 일기를 꼭꼭 쓰려고 애썼던 모습도 보이고, 새해의 결심들이 그냥 무위로 그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1991년엔 정말 술을 많이 마셨나 보다. 온통 술얘기 밖에 안 보인다.)


(이맘땐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낸 시기여서 책에 대한 얘기는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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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가 점점 들수록 추위에 맞서 칼바람 쌩쌩 부는 겨울산을 오르는 일도 다소 버겁게 느껴진다. 그럴 때 등산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나에겐 '동해바다로 가는 일'이다. 군대생활 3년 동안을 꼬박 동해안 바닷가에서 근무했던 나로서는 그쪽 방면이 꼭 유쾌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을 턱은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동해의 푸른 바다와 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7번 국도를 오르내리는 게 좋다. 기분이 제법 좋을 땐 그곳 동해안의 이곳 저곳이 마치 '아늑한 고향'을 찾았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곤 할 때조차 있다.
 
해마다 여러차례 찾았던 동해안이지만 이번 연말에 찾은 동해안 바닷가는 유난히도 춥고 바다는 제법 거칠었다. 거센 파도를 담아 내기 위해 카메라를 꺼내봤지만 워낙 추운 날씨여서 자동차 속으로 몸을 피신하기 바빴다. 더군다나 권금성의 케이블카는 강풍 탓에 아예 운행을 중단하였고, 백담사 가는 길도 온통 눈으로 얼어붙어 '운행 중지'였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 '강추위에 떨며 담아온 사진들'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보니 대략 난감하다. '그기 뭐 볼끼 있다고' 사진을 이리 찍었나 싶다. 그냥 묵히고 버리자니 왠지 조금 아깝기도 하고, 새해 첫날에 담았던 '호수공원의 겨울 풍경'도 몇 장 있고 해서, 이런저런 핑계를 구실로 사진을 올려본다. 그래도 '볼끼 너무 없다' 싶은 분들을 위해 동영상도 덧붙여 보았다. 동해 겨울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지난 한 해 동안 미처 이루지 못했던 여러 아쉬움들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 * *

그런데 왜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그기 뭐 볼끼 있다고' 라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는 걸까?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놓는다.

 

인간의 모든 관찰과 행위와 체험 등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나이를 먹을수록 희박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충분한 자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청년시절뿐이며, 노년기가 되면 의식적인 생활의 절반은 잃어버린다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의 생존의식은 나이를 먹을수록 희미해진다. 마치 아무리 훌륭한 미술품이라도 몇천 번이나 보는 동안에 감흥이 점점 없어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모든 사물은 차츰 의식의 표면을 스쳐갈 뿐 별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 다만 눈앞에 닥친 필요에 따라 움직일 뿐 나중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잘 모르게 된다. 따라서 의식이 감퇴함에 따라 세월도 빨리 흘러가게 된다.

그러나 유년시절에는 그렇지 않다. 모든 사물과 사건이 신기하기만 하여 모조리 의식 속에 떠오르므로, 하루가 매우 길게 생각된다. 이와 비슷한 일을 여행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난 후 한 달 동안은 가정생활의 넉달 동안보다 더 길게 생각되지만, 같은 사물을 몇 번씩 자주 대하는 동안에 차츰 지적인 능력이 둔해지므로 모든 사물들이 머릿속에 별로 인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가며, 생활도 점점 무의미하게 되고 시간이 무척 짧게 느껴진다. 흔히 노인들의 하루가 아이들의 한 시간보다도 더 짧게 생각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 * * *


1. 새햐얀 눈으로 뒤덮인 강원도 설악산, 한계령 부근

Shooting Date/Time 2012-12-30 오후 3:14:32


2. 흰 눈을 닮은 자작나무





3. 설악산 십이선녀탕 가는 길
 





4. 겨울강, 바람이 전하는 말
 

Shooting Date/Time 2012-12-30 오후 3:40:14


 

5. 겨울 바다, 거친 파도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전 11:58:51


 

6. 자주 찾는 바닷가, 광나루(남애항과 인구해수욕장 사이)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12:08:33

 

 

7. 바다풍경횟집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1:35:51

 


8. 갈매기의 꿈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1:41:33

 


9. 거친 바다, 거센 파도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1:44:58

 


10. 동해안을 떠나며......  2012년의 마지막 햇살이 비치는 미시령 울산바위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3:25:27

 


11. 2013년 3월 31일까지 운행을 중단한 '백담사 가는 버스정류장'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3:40:54

 

 

 

12. 새해 첫날 풍경

Shooting Date/Time 2013-01-01 오후 1:08:14

 


13. 스키장을 방불케 하는 호수공원





14. 눈덮힌 호수공원
 


Shooting Date/Time 2013-01-01 오후 1:34:12


15. 붉게 빛나는 산수유 열매

Shooting Date/Time 2013-01-01 오후 1:36:06

 


16. 눈썰매장으로 뒤바뀐 호수공원 





17. 신나는 동네꼬마 녀석들

 

 


18.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었던 그곳엔 어느 이름모를 처녀와 '눈사람' 뿐

Shooting Date/Time 2013-01-01 오후 2:41:57


 

* 거친 바다, 거센 파도

 
Shooting Date/Time 2012-12-31 오후 1:44:2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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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3-01-03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이런 분이 또 계셨네요.
뒷북이지만 신선한 충격 먹고 구경하옵니다.
알라딘 고수들은 따라 잡을 수 없는 나의 스승들...
오렌님, 앞으로 많이 배우고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꾸벅^^*

oren 2013-01-03 12:17   좋아요 0 | URL
팜므님 반갑습니다.
팜므님은 가끔씩 다른 분의 서재에서도 여러번 뵈었던 분이라 그리 낯설지는 않네요. ㅎㅎ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팜므님의 서재에 자주 놀러갈께요~

프레이야 2013-01-0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지난 시절 다짐을 보며 흐뭇한 웃음이 나는 건 뭐죠! ㅎㅎㅎ
92년 저는 뭘 했던가 되돌아보게 되네요.
술을 꽤 많이 드셨던가 봐요. 이젠 그러시지 않겠지요. 젊을 땐 모르지만 나이 들어가면 몸이 눈치를 채지요.
사진으로 보는 겨울풍경이 참 좋습니다. 자작나무숲이 강원도 어느 숲이 있다는데 그곳에도 가보고 싶어지네요.
연말연시면 새삼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란 친구, 올해에도 하루하루 멋진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oren 2013-01-03 13:27   좋아요 0 | URL
지금 생각해봐도 그 당시엔 술마시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주량이 꽤 많이 줄었지만요. ㅎㅎ
프레이야님도 올 한해 좋은 시간들로 가득 채우시길 빌어요~

Jeanne_Hebuterne 2013-01-0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작나무가 날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oren 2013-01-03 13:30   좋아요 0 | URL
몹시도 추운 날씨였지만 자작나무는 그 추위를 오히려 즐기는 것 같았어요. 바다위를 날던 갈매기도요.
Jeanne님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나날들 만드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13-01-03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 벌써 우리의 멤버 두 분은 다녀가신 거에요? 제가 지각생인 거예요? ㅋㅋ~~
저는 사진을 125%로 확대하여 보았는데, 그랬더니 더 멋졌어요.
사진을 보고 느낀 점 : 으음~~ 사진은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작업의 결과물인 것, 맞구나...

1번 사진. 예쁠 것 없는 아내가 그리운 어느 시인처럼 아름다울 것 없는 평범한 풍경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낍니다.
2번 사진. 쭉쭉 뻗은 나무에서 생명력이 느껴지고... 그 생명력으로 어느 날 봄나무로 탈바꿈을 하겠지요.
4번 사진. 한 편의 시와 같은 제목, 그리고 한 편의 시와 같은 그림.
9번 사진. 그림을 개인지도 받은 적 있는데, 그때 연필로 파다를 그린 적이 있어요. 다 그린 다음 흰 파도는 지우개로 살짝 지워서 하얗게 만들어 나타냅니다. 이 사진을 보니 문득 연필 스케치가 하고 싶어져요.
12번 사진. 역시 사람이 있는 풍경은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사람이 없는 풍경과 다른 느낌이에요.
17번 사진. 유년시절을 추억케 하고...
18번. 계획된 연출인 듯 멋스럽고요...
영상과 어우러진 파도 소리는 어느 음악보다도 듣기 좋은 음악이 되고...

님 덕분에 좋은 감상을 하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말로만 아니고 마음으로...) ^^

oren 2013-01-03 15:43   좋아요 0 | URL
사진이 별로 볼끼 없을 텐데도 페크님께서 일일이 세세한 촌평까지 남겨주셨네요.ㅎㅎ
동영상에 담긴 파도를 (집에 와서) 다시 봤더니, 하마터면 제가 파도에 휩쓸릴 뻔 했었구나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동영상엔 파도소리와 바람소리가 함께 담겨서 조금 더 실감이 나셨을 듯해요.

이매지 2013-01-0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이 멋져서 저도 모르게 추천 꾸욱-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oren 2013-01-05 00:0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도 새해 좋은 일만 가득하길 빕니다.^^

순오기 2013-01-0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자작나무!@@
늦었지만 사진 잘 보고 갑니다~ 해피새해!^^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보다. 언제 누가 나를 이렇게 훌쩍 여기 이 시점까지 데려다 놓았나 싶다. 믿겨지지 않지만 인정할 건 또 인정해야 겠다.

한 해를 사진으로나마 뒤돌아 보니 여러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늘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으나 별로 그러지 못했고, '친구들'과 떠들썩하고도 즐거운 시간을 자주 함께 나누고 싶었으나 좀 더 그러지 못했고, 늘 '눈 앞의 일'에만 코를 박고 살아온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어 많이 아쉽다.

내일부터 며칠간 일상에서 좀 더 멀리 벗어나, 찬바람도 좀 쐬고, 가슴 깊이 맑은 공기도 좀 마시며, 묵은 때라도 좀 벗겨내고, 맑은 정신으로 되돌아와야 겠다.

 

별세계에 들어간 셈

자연의 아름다움이 일단 우리의 눈앞에 전개되면 거의 언제나 우리는 아무리 짧은 사이라도 주관성이나 의지의 고역으로부터 순수한 인식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격정, 또는 고난이나 근심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도 오직 자유로운 심정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기운이 나고, 명랑해지고, 위안을 얻게 된다. 그래서 격정의 폭풍, 소원과 공포의 충동, 의욕의 모든 고뇌는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린다. 왜냐하면 의욕을 떠나 의지가 없는 순수한 인식에 몰입한 순간, 우리는 별세계에 들어간 셈이며, 거기에는 이미 우리의 의지를 움직여서 격하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723쪽)


 

'그런 것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목소리

모든 고뇌를 완전히 이탈한 경지는 언제나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누가 이 경지에 오래 머무를 힘을 갖고 있는가? 이처럼 순수하게 관조된 객관과 우리의 의지나 인격과 어떠한 관계가 다시 인식되자마자 마법은 곧 사라져 버리고, 우리는 이유율이 지배하는 인식으로 다시 떨어져서 이미 이데아를 인식하지 않고 개체, 즉 우리도 속해 있는 연쇄의 일부를 인식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모든 고뇌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개의 인간에게는 객관성, 즉 천재성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거의 언제나 이러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그들은 홀로 자연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교제를 필요로 하며, 적어도 책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식은 의지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상들에서 자신의 의지에 대한 관계만을 찾고, 그러한 관계가 없는 것에서 마음속에는 기초 저음처럼 '그런 것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주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에게는 스산하고 음산하고 서먹서먹하고 적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858쪽)
 - 쇼펜하우어,『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中에서



 * * *

1.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 창가에 피어난 목련 꽃망울, 그때 봄이 왔(었)다!

Shooting Date/Time 2012-04-01 오전 11:42:29


2. 2011년 가을 졸업 30주년 행사에 뒤이어 2012년 봄 경주로 떠난 '추억의 수학여행'


Shooting Date/Time 2012-04-13 오후 4:34:10


3.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함께(맨 오른쪽이 글쓴이)
 


Shooting Date/Time 2012-04-14 오후 3:52:03


고교 졸업 30주년~


4. 내게도 저런 '꽃다운 청춘'이 있었던가 싶었던 '여의도 벚꽃축제'


Shooting Date/Time 2012-04-20 오후 4:08:44



봄날은 간다~



5. (평일 점심시간) 여의도 공원으로 봄나들이 나온 귀여운 새싹들


Shooting Date/Time 2012-04-26 오후 12:24:26


6. 산벚꽃이 아직은 남아 있는 늦봄, 하산길에 만난 다정스런 모습의 '아빠와 아들'
 


Shooting Date/Time 2012-04-29 오후 1:18:52

 

7. (일산 호수공원) 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튤립
Shooting Date/Time 2012-05-02 오후 6:53:19



8.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에서 만난 5월 초순의 눈부신 신록 


Shooting Date/Time 2012-05-03 오후 3:41:52



여름의 끝자락에 되돌아보는 봄의 끝자락



9. (영월 법흥사) 따사로운 봄을 즐기는 '나비와 꽃'


Shooting Date/Time 2012-05-05 오전 11:17:59



10. 꿈에도 그리운 나의 고향,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Shooting Date/Time 2012-06-03 오후 2:29:23



육지의 섬, 영양..... 그리고 감천.......


11.  12년만에 다시 가본 상하이, 푸동지구 와이탄의 눈부신 야경


Shooting Date/Time 2012-07-08 오후 9:36:56


 

12.  몹시도 무더웠던 한여름, 광복절의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15 오후 7:18:07




13.  예쁘게 물든 늦여름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23 오후 7:23:10



14. 태풍전야에 더욱 아름다운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27 오후 7:20:13



15. 처음 들러본 고향의 북카페, 은퇴하고 나면 이곳에 자주 올 수 있을까? 


Shooting Date/Time 2012-09-02 오전 10:12:19


'장수 기원 사진'을 찍으러 고향을 다녀온 기록


16.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9월 중순의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9-15 오후 6:34:47



17. 태풍이 지나간 뒤, 붓칠을 한 듯 아름다운 가을 하늘 


Shooting Date/Time 2012-09-18 오후 6:23:43



18. 9월 하순의 몽환적인 저녁 구름


Shooting Date/Time 2012-09-28 오후 6:43:52


19. 화창한 가을 아침, 한계령의 맑은 물


Shooting Date/Time 2012-10-03 오전 10:10:39



20. 성묘길에서 만난 고향의 과수원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


Shooting Date/Time 2012-10-06 오후 3:39:41



21. 고향집 앞 텃밭에서 두런두런 정다운 얘기를 나누며 밭을 매는 농부들


Shooting Date/Time 2012-10-07 오전 10:59:16



22. 강원도 '필례 약수터 가는 길'에서 마주친 '단풍의 절정' 


Shooting Date/Time 2012-10-28 오전 9:29:25



2012년 10월, 가을산행에서 만난 풍경


23. 몹시도 추웠던 크리스마스, 호수공원 월파정(月波亭) 고드름 위로 빛나던 겨울 햇살


Shooting Date/Time 2012-12-25 오전 11:59:2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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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으로 되돌아본 2013년
    from Value Investing 2014-01-07 16:55 
    해가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주를 창조할 만큼의 세월', 다시 말해서 일주일이 흘러갔다. 작년 끄트머리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이라는 책을 읽은 탓일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심원한 시간'에 비해 우리가 꾸려나가는 삶은 지나치게 짧고도 순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가 불과 며칠이 지났다고 새삼스레 이런 푸념까지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하루 하루를 '새날처럼' 살고 싶다는 희미한 결심을 떠올려 보면 약간의 경각심을
 
 
oren 2012-12-2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잘것 없는 제 서재를 즐찾해 주시고, 주저없이 추천을 꾹꾹 눌러주시고 또 애정어린 댓글까지 남겨주신 여러 이웃분들 덕분에, 알라딘에 입성한지 십년 만에 생각지도 않게 낯설은 딱지를 하나 붙이게 되었습니다. 댓글로라도 감사의 인사들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서재 이웃분들뿐만 아니라 알라디너 분들 모두 2013년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일마다 커다란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마녀고양이 2012-12-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여행다운 여행은 전혀 못 가본거 같아요.
사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위안도 받고 그러네요. ^^

오렌님, 평안한 연말 지내시고,
고운 일 담뿍 누리시는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올 한해 감사드립니다.

oren 2013-01-01 19:42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반가워요. 저도 어떨 땐 5년씩 여행다운 여행 못가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다가 떠난 여행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슴벅찬 여행'이라는 걸 알았어요. 달여우님도 얼마든지 즐겁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실컷 즐길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 서재에 댓글을 참 많이 달아주셨던 마녀고양이님이셨는데, 언제쯤 달여우님으로 바뀌셨는지 제때 챙겨드리지도 못해 죄송하구요. 새해에도 더욱 보람있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빌께요~

페크pek0501 2012-12-3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사진도 있어서 반갑게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아름답군요. 님 덕분에 제 눈이 호강한 날이 많았습니다.

낯설은 딱지?를 받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느 명단에서 보았답니다.
한 해 동안 수고많으셨어요. 새해에도 님의 활동을 기대하며 놀러오겠습니다.^^

oren 2013-01-01 19:50   좋아요 0 | URL
페크님께서 이런 저런 사진들에 대해 '거의 매번' 애정어린 댓글을 달아주신 덕분에 저도 알라딘에 좀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몰라요. 어쩌면 그런 사연들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앰블럼도 덜컥 생겨났을지 모르구요. 늘 감사드리며 2013년에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빕니다.

blanca 2012-12-3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좋네요. 고등학교 동창들과 저도 옛날 교복 입고 저런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고향의 북까페도 너무 고즈넉하지 좋고요. ore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oren 2013-01-01 19:57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추억의 수학여행'을 다녀오실 기회가 생긴다면 열일 제쳐두고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졸업 20주년이나 30주년쯤에 가봐도 좋겠지만 좀 늦어지더라도 괜찮을 듯싶어요. 문화해설사를 맡으신 분의 설명에 따르면 심지어 고교졸업 40주년과 50주년을 맞아서도 많이들 오신다고 하더라구요.
blanca님께서도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빌께요~

M의서재 2013-01-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좋네요. 매일 우리 머리위에 있지만 언제나 달라지는 하늘이 아름다워요. 꽃은 항상 경이롭구요. oren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oren 2013-01-01 22:05   좋아요 0 | URL
새해엔 좀 더 낯선 곳, 낯선 땅, 낯선 나라의 또다른 하늘도 좀 담고 싶어요.
불량주부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3-01-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되심을 축하합니다~~~~~~~
좋은 사진으로 눈을 호강시켜 주신 님, 고맙습니다~
2013년 새해에도 함께 달인이 되어 봐요~ ^^

oren 2013-01-02 16: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늘 잊지 않고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덕분입니다.
2013년에도 더더욱 좋은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할께요.
 
음악에 빠지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공연이었다.

평소에 실황 연주를 자주 찾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올해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예당을 자주 찾았다. 이 시대의 거장 지휘자들이 음악을 통해 공감하려고 하는 게 진정 어떤 것일까 하는 탐구심이 과도하게 작용한 탓도 있었으리라.

따스한 봄이 채 오기도 전인 금년 2월부터 로열 콘세르트 헤보우(RCO)를 찾았고, 봄과 여름을 거치며 발레리 게르기예프, 로린 마젤, 파보 예르비 등등이 지휘했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필즈,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의 실황연주를 두루 온몸으로 느꼈다. 협연자로 나섰던 바이올리니스트 재닌 얀센, 힐러리 한, 사라 장, 피아니스트 손열음, 임동혁 등의 연주 모습도 아직까지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했던 차이코프스키, 말러, 드보르작, 바르톡,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들도 내 몸 속 어디엔가 깊이 박혀 언제든지 '재생'시킬 준비를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내가 올해 봄부터 손꼽아 기다려온 공연은 그 무엇보다 베토벤의 2번과 3번, 5번과 6번을 들려줄 마리스 얀손스의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BRSO) 연주였다.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비할 데 없는 삶의 깊이, 좌절과 고난과 고통을 거쳐 승화된 삶의 기쁨을 드러내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은 다른 음악가들의 그것과는 좀처럼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출처: 위키피디아] >

베토벤의 교향곡은 실황연주에서는 좀처럼 감동을 주기 어려운 레퍼토리로 알려져 있다. 그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오래 갈고 닦은 앙상블은 물론이고 지휘자와 단원들의 '삶의 깊이와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작곡가 베토벤이 온몸으로 느끼며 창조했던 그런 음악의 놀라운 경지를 재생해 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베토벤의 작품은 연주자의 개인기나 잔기교가 통할 여지조차 허락하지 않고 그 밑천을 송두리째 모두 드러낼 수밖에 없는 레퍼토리인 셈이다.

그런데 얀손스는 어떤 인물인가.


(사진제공 : 빈체로)


1943년에 라트비아에서 태어난 그는 1996년 4월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푸치니의 <라 보엠>을 지휘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었다. 그의 심장에는 차가운 금속 제세동기(심장 박동을 회복하는 장치)가 심어져 있다. (그의 부친 아르비드 얀손스도 유명한 지휘자였고, 지휘도중 쓰러져 사망했다.) 그래서 그는 분명 죽음에 대해 남달리 숙고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베토벤 역시 귓병이 날로 악화돼 아예 '치유불능'이라는 판정을 받은 이후 병마와 창작의 고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린 끝에 차라리 죽음을 떠올리고 그 유명한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쓴 적이 있었다. "이대로 죽는다 해도 후회는 없다. 죽음이 나를 끝없는 고뇌에서 해방시켜 줄 테니."

다행히 베토벤도 그때 죽지 않았고, 얀손스도 아직 죽지 않았다. 그래서 베토벤은 죽음 대신에 불후의 걸작들을 만들 수 있었고, 마리스 얀손스 또한 베토벤 음악을 연주할 때면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감동을 안겨주는 것 같다.

그가 이번 내한공연을 앞두고 가진 어느 인터뷰는 이렇다.

“근래 베토벤에 끌려 악보를 파고들면서 깊이 공부하고 있다. 베토벤의 극적인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돼서일까? 작곡가가 하려는 말과 내 감정을 어우러지게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에너지가 넘쳐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가 작년에 바이에른 방송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한 얘기도 인상적이다.

"전에는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러시아음악 스페셜리스트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하이든 연주로 칭찬받고 있지요. 그러나 요즘 제일 관심이 가는 작곡가는 베토벤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에게 끌립니다. 베토벤은 특별합니다. 철학적이고 매우 깊이가 있습니다."

나는 이제껏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하는 연주를 방송에서 가끔씩 보거나 아니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몇 차례 본 게 전부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우리시대 최고의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2008년에 영국의 그라모폰은 그가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 헤보우 오케스트라(RCO)를 ‘세계 1위’ 악단으로 꼽았고, 그가 이끄는 또다른 악단인 BRSO는 6위에 올랐다.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중 두 곳을 '두 아들'로 두고 있는 지휘자인 셈이다. 그는 훌륭한 지휘자였던 자신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예브게니 므라빈스키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라는 두 거장으로부터 오랜 기간 지휘자 수업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그는 해마다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빈의 무지크페라인에서 무려 두 번이나 연주회를 가졌다. 2012년 1월 1일의 공연도 그의 몫이었다.


(사진제공 : 빈체로)

이 거장의 지휘를 이틀이나 꼬박 그것도 베토벤의 교향곡만으로 즐길 수 있다니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가. 그가 이끄는 BRSO 또한 독일 예술의 중심지인 뮌헨에 자리잡고 있고 베토벤 연주에서만큼은 확실한 차별성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첫날 첫 연주에서 들려준 교향곡 2번은 미리 공부하지도 못했고 평소에 자주 듣는 곡도 아니어서 제대로 몰입하기는 다소 어려웠다. 생각보다는 소규모 편성이었지만 독일 악단 특유의 명쾌함과 정교한 짜임새가 느껴졌고 후반부로 갈수록 매끈하고 찰지게 다져진 관현악의 호흡은 얀손스의 춤추는 듯한 몸사위와 한데 어우려져 금새 베토벤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인터미션이 끝난 후 학수고대하던 3번 교향곡 '영웅'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다. 단원들도 좀 더 가세했을 뿐만 아니라 곡의 주제만큼이나 템포가 씩씩하고 거침없는 호방함이 무대위를 휩싸고 돌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주자들의 일사분란하면서도 유려한 음색뿐만 아니라 중저음의 영역을 맡은 비올라와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고 그들이 온몸을 뒤흔들며 줄이 끊어질 듯 힘차게 연주하는 모습은 귀로 들리는 청각과 눈으로 보는 시각의 시너지 효과 때문에 훨씬 더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2악장의 장송행진곡은 죽음의 비통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영웅의 삶의 족적을 통해 인류의 삶을 더욱 높은 경지로 끌어올린 그런 노고와 분투와 희생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대한 발자취'를 연상시키는 것에 가까웠다.

교향곡 3번 ‘에로이카’는 원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을 위해 작곡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작곡 도중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한다는 소식에 베토벤이 분노하게 되고, 미리 표제로 써두었던 '보나파르트'를 마구 지워냈던 흔적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웅은 신화속의 인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나 트로이의 전쟁 영웅 아킬레우스를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인류를 위해 고난을 뚫고 전진해온 수많은 '숨은 영웅들' 모두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듯싶다.

얀손스의 지휘는 그의 온화하면서도 겸손한 내면의 인격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으로도 인상적이다. 행진곡풍의 장대한 음악이 울려퍼질 땐 그는 마치 수십만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처럼 지휘봉을 격정적으로 무찔러댄다. 그러다가 한없이 부드럽고 잔잔한 선율이 흐를땐 바삐 움직이던 몸짓을 멈추고 두 손을 아예 허리춤에 가지런히 갖다 놓은 채 보일듯 말듯한 미세한 움직임과 함께 음악 속으로 아예 잠겨버린다. 연주는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듯이.

 
(사진제공 : 빈체로)

둘째날인 어제 공연은 객석의 분위기부터 사뭇 달랐다. 첫날 공연에서 눈에 띄었던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왠지 모를 열기가 객석을 후끈 달궈놓은 느낌마저 들었다. 제1부에서 연주된 곡은 6번 교향곡 '전원'. 평소에 가끔 들었던 그 교향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감미로운 선율이 한 순간 음악당을 가득 메웠다. RSO의 벨벳처럼 부드러운 현과는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분명 연주가 시작되자말자 순식간에 관객 모두를 어느 평온하고 아름다운 전원 속으로 마법처럼 데려다놓는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비그친 뒤의 청명하기 그지없는 맑은 공기와 푸른 들판, 한가로이 떠다니는 구름들과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정경들이 마구 눈앞에 펼쳐졌다. 시냇물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면서 흥겹게 재잘거리는 듯 흐르고, 종달새들은 공기를 가르며 이리저리 솟구치다 떨어져 내리는 풍경이 기적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순간엔 이름모를 꽃들과 풀꽃의 향기마저 폴폴 떠다니는 듯했다. 아~ 전원교향곡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싶다. 순간 너무나 감미로운 음악에 빠져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정신없이 1악장과 2악장에 몰입되어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데 어느 순간 음악은 다시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이 우르렁거리고 비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폭풍이 온 대지를 거침없이 휩쓸고 지나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런 대자연의 변화무쌍함과 거기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이토록 실감나게 음악 연주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저 경이롭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윽고 폭풍우가 잦아들고 숨죽이며 도망치듯 몸을 숨겼던 온갖 생명들이 다시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저 멀리서 어둠을 밀어내는 태양이 솟아오를 기미가 보였다. 이윽고 해는 자신의 온몸을 태워 온갖 생명들을 품어안듯 따사롭게 그러나 힘차게 떠올랐다. 다시 광명이 찾아온 것이다. 풀들이 일어나고 새들이 노래하고 농부가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듯했다. 온 세상이 온기로 가득했다. 놀라운 연주가 끝난 뒤 관객들은 저마다 흡족한 느낌을 어찌할 줄 모르고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 정말 감동이 온 몸을 휩싸고 돌았다.

휴식후 마지막 연주는 7번 교향곡. 마치 흥겨운 축제가 방금 시작된 듯 힘차게 도약하는 춤과 노래가 거침없이 쏟아져나온다. 지휘자인 얀손스의 몸짓은 어느덧 전신을 들썩거리기 시작하고 현악주자들의 연주는 더욱 격렬해진다. 이어지는 악장에서 트럼펫과 클라리넷과 오보에 등이 현악파트와 절묘하게 합주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지만, 이 곡은 무엇보다 엔딩으로 치닫는 마지막 4악장의 미친듯한 가속과 흥분과 환희에 가득찬 피날레가 단연 압권이다. 마지막 절정으로 격하게 휘몰아가는 지휘자 얀손스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어느새 공간의 구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처럼 한덩어리가 되어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한 몽환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끝없이 고조시키면서 숨가쁘게 몰아가던 음악이 마침내 멈추는 순간, 감격에 겨운 함성들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로 마구 쏟아져나왔다. 그 순간, 가슴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던 내 심장의 거센 박동도 마침내 견디기 힘든 스스로의 압박으로부터 조금씩 천천히 풀려날 수 있게 되었다.


(사진제공 : 빈체로)

베토벤은 낭만적인 사람이었지만에로이카」가 초연될 무렵 청력 손상이 시작되어 나중에는 아예 청력을 잃었다. 그래서 그는 점점 내면으로 향했다. ······ 「에로이카」와 9번 교향곡의 공통점이자 새로운 점, 예컨대 모차르트의 음악과 크게 다른 점은 베토벤이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적인 상태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그 두 곡에는 자기표현의 충동과 영혼의 극적인 강렬함이 베어 있었다. "베토벤의 음악은 정중하지 않다. 그가 보여주는 극적인 정신, 갈등과 결단의 감정은 이전과 이후의 어느 작곡가에게서도 찾을 수 없다. ······ 9번 교향곡은 예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 다만 숭고할 따름이다. ······ 내면을 향한 음악, 정신의 음악, 극단적 주관성의 음악이다." 9번 교향곡은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에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 되었다. 드뷔시는 그 곡의 악보가 작곡가들에게 '끔찍한 악몽'이 되었다고 술회했다. 그만큼 베토벤에 필적할 만한 작곡가는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있다면 바그너뿐이다.
- 피터 왓슨, 『생각의 역사Ⅰ』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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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11-22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고...연주할 때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까칠한 연주자의 경우에는 사진 찍은 사람 찾아낼 때까지 연주 못 하겠다고 하는 수도 있어요. 해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oren 2012-11-22 22:01   좋아요 0 | URL
아고... 설마 제가 저 사진들을 다 찍었다고 오해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사진의 출처를 미처 밝히지 못했는데, 뒤늦게나마 님의 댓글을 읽고 오해의 소지를 없앴습니다.)

2012-11-23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3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3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