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로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이고, 게다가 되짚어올 수 없는 길이라네. 그리고 인생의 각 단계에는 각각 그때에 어울리는 성질이 주어져 있네. 소년의 나약함, 젊은이의 패기, 안정기에 든 자의 중후함, 노년기의 원숙함, 모두 제 때에 거둬들여야 하는 자연의 결실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네.

 - 키케로, 『노년에 대하여』中에서


 * * *

딱 열흘 전 '고교 졸업 30주년'을 맞아 안동을 다녀왔다.

이 행사의 준비를 위해 오래 전부터 많은 친구들이 정말 열심히 일해 왔고, 나 또한 이 행사를 앞두고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참여해 왔기 때문에, 이번 '사은회의 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니 몹시도 기쁘다.

개인적으로 옛 은사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를 가져본 경험이 몇 번 있었는데, 대학을 갓 졸업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한창  젊었을 때 '전공과목 교수님'들을 모시고 사은회를 가졌던 기억은 그다지 감동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중에 사회생활을 하느라 정신없이 한참의 세월을 보내고 난 뒤, 점차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어릴 적에 함께 뛰놀고 공부했던 '옛 친구들'과 좀 더 자주 만날 기회가 늘어 나면서, '옛 친구들'과의 이야기 가운데 자꾸만  '그 때 그 시절의 은사님'에 대한 추억들이 자꾸만 잦아지게 되면서, 제자인 우리들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은사님'을 수소문해서 찾게 되고, 그렇게 고생 고생해서 우리 스스로 마련한 뜻깊은 자리에 '은사님'을 모시게 되었을 때, 그런 '사제와의 만남'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한 감동'을 경험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번 '사은의 밤' 역시 그런 찐한 감동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고3때 한없이 '엄하기만 하셨던' 선생님들께서 한없이 '다정다감한 모습'으로 우리 제자들을 '너무나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정말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선생님들께서 우리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즐거워 하시고 흐뭇해 하시는 모습'에 또 감동이 더더욱 배가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맹자의 인생삼락' 가운데 한 가지를 만끽하시는 우리 선생님들이 몹시 부럽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기생들은 유난히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 또한 은사님들을 말 그대로 '사표'로 삼은 결과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고3때 함께 졸업한 490여명의 동기생들 가운데 무려 200명에 이르는 친구들이 경향 각지에서 마치  '연어떼처럼'  은사님과 친구들과 고향을 찾아 몰려 왔던 것도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물론 '30년의 세월 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왔는지 몰라도 그동안 '잘 살아온 것 같은'  친구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일 또한 기쁘기 한량 없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과 추억의 시간들이었다.  (비록 지극히 개인적인 행사였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페이퍼를 통해 여러 장의 사진들을 올릴 이유를 갑자기 찾게 된 건 순전히 ''우리 반' 친구'가 어느 신문에 쓴 칼럼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그 친구와 똑같은 말을 이 곳 알라딘 독자들에게도 '말하고 싶은' 욕구를 주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추천한다. 이 가을 모교행사가 불러주면 가보라. 추억을 먹고 오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10091928135&code=990507)


 * * * * *

1. 30년 만에 만나, 50대 아저씨로 변한 '친구'를 확인하느라 바쁜 모습들......



2. 학창시절 우리들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옛 추억을 회상~



3. 영어를 가르쳐 주셨던 한규성 선생님께서 '소개'를 받으시고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시는 모습~



4. 생물을 가르치셨던 '독사' 천태오 선생님의 인사와 손짓에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제자들~



5.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 왔는지 몰라도 '연어처럼' 이 곳 '안동'에 다시 모여든 친구들~



6. 선생님 감사합니다~



7. 고맙다. 제자들아~



8. 30년 만에 비로소 선생님께 '큰 절'을 올리는 제자들



9. 국어를 정말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 '꽁치' 선생님과 함께 했던 1반 친구들



10. 5반 친구들의 큰 절을 받으시는 강태화 선생님



11. 학창시절 '사랑의 매'가 남긴 상처를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보여주고 있는 제자



12. 아이고..... 이게 누군가?



13. 그래.... 고맙다... 제자들아....



14. '독사' 선생님과 함께 했던 8반 친구들



15. 30년 만에 만난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어깨를 걸고~



16. 초청가수 현숙 '누님'의 노래에 환호하는 '50대' 아저씨들



17. 이** 장학사, "오빠는 잘 있단다~~"
(오빠 맞나?)



18. 현숙씨를 키운 권** PD와 권PD를 키워낸 꽁치 선생님~



19.
(마찬가지로) 현숙씨를 키운 김** PD와 김PD를 키워낸 자라 선생님~



20. 독사 선생님의 열창~



21. 배** 동기의 열창~



22. 
'지리' 과목을 가르쳐 주셨던 '자라' 선생님께서 너무 느린 노래를 선곡하니까,
      (누군가 옆에서 하는 말)  "자라는 원래 느려 ~~~ "



23.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1979년에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많이 췄던 '고고춤'을 다시 재현)



24. 김연호 선생님의 열창~



25. 안동시 정상동으로 옮긴 모교 교정의 모습



26. 산자락에 자리잡은 모교 기숙사



27.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교정 모습



28. 선생님 감사합니다~
(지금의 우리보다 더 젊으셨던 '30년 전' 은사님들의 모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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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30주년 고교 동창회시라니....... 라고 쓰고는요,
제가 몇주년 되었는지 분주히 세어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22주년이나 되어서.. 에고.
정말 시간을 잊어버렸었는데, 페이퍼를 보니 아련하게 생각나네요.

저는 선생님들 별명 중에 '배둘레햄' 이라는 별명만 유독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사진들이네요.

oren 2011-10-11 13:12   좋아요 0 | URL
'30년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 미처 몰랐어요...
(7년전 혹은 5년 전에 선배님들이 이 행사를 '주관'할 때만 해도 '우리'에겐 먼 훗날 얘긴줄 알았죠)

고교 졸업후 22주년이면 아직 많이 남았네요. 마고님도 먼(?) 훗날 '30주년' 행사엔 꼭 참석하길 바랄께요. 정말 잊을 수 없는 감동을 느끼고 왔답니다.

고교때 선생님들 별명이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었죠.
꽁치, 자라, 울보, 베트콩, 마당쇠, 달포(입만 '달'싹거리면 엄'포'를 친다고 해서...ㅎㅎ) 등등...
30년 전 학창시절을 함께 했던 '그 친구들과 그 때'가 몸서리치도록 그리운 시간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1-10-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 감동, 감동, 감동스러워라. 이렇게 감동스런 사진을 올리시다니...

저도 이런 모임 있으면 감동 받을 준비를 하고 참석하겠습니다.
그런데 이젠 스승들과 제자들의 나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얼굴들이 되었군요. 그렇게 같이 늙어가는 건가요?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이 사진들을 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만 보기엔 아까우니까요.
그리고 추천을 하나밖에 누르지 못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이런 건 열 개 정도의 추천을 한꺼번에 눌러야 하는 건데 말이죠.

저와 동갑인 것도 감동?스럽습니다. (아, 혼자만 나이 많은 건 억울한데, 다행히도 같이 늙어가는 분을 만나 위로가 된다는...ㅋ)

oren 2011-10-11 18:46   좋아요 0 | URL
pek님께서도 저만큼 '감동'해 주시니 저도 몹시 기쁩니다.
그리고 뜨겁게(?) 추천해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1-10-1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3년 전에 30주년 홈커밍데이 했는데... 남고는 이런 모습이군요.^^
추억이 방울방울 솟아나는 동창회 풍경~~~~~~ 보기 좋습니다!ㅋㅋ

oren 2011-10-12 09:37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는 이미 3년 전에 홈커밍데이를 하셨군요.
'여고'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살짝 궁금하기도 하네요. ㅎㅎ

페크pek0501 2011-10-12 15:46   좋아요 0 | URL
아, 순오기님도 우리와 동지?~~~ 반갑습니다. 여기서 만나니 더욱 반가워요.(근데 우리는 이미 서로의 나이를 알고 있는 사이지요?ㅋ) 하지만 마치 처음 안 것처럼 참 반갑다는 것이지요. ^^

순오기 2011-10-13 10:30   좋아요 0 | URL
제 여고동창회 페이퍼는 여기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 ^^
http://blog.aladin.co.kr/714960143/3112546

2009년이니까 3년 전이 아니고 2년 전이라고 해야 되나...ㅋㅋ

노영조 2016-12-1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은사님을 찾습니다... 영어 한규성 선생님 연락처를 혹 알수있나싶어 연락드립니다 과거에 안동 계시다 대구 잠 깐 계실때 저희 담임이셨습니다 꼭 뵙고싶은데 연락할 길이없어서요 부탁드립니다 010 3111 1927입니다

oren 2016-12-13 16:12   좋아요 0 | URL
한규성 선생님을 담임으로 모신 적이 있으셨군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남겨주신 연락처로 선생님 연락처 알려드렸습니다^^

phw0119 2018-06-02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고등학교를 1987년도에 졸업했구요
고3 담임이셨던 한규성선생님의 연락처를 아시면
부탁드립니다.

2020-06-0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