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단풍따라 555km



해마다 가을이면 오색창연한 단풍을 찾아 '가을산행'을 다녀오곤 하는데, 작년과 올해엔 연거푸 예상치 못한 '가을비' 때문에 산행 목적지가  바뀌었다. 작년엔 영암 월출산을 가기로 했다가 남부지방에 비가 많이 온다는 소식 때문에 결국 강원도 방태산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방태산 등산로 초입에서 '그치지 않는 가을비' 때문에 또다시 발길을 돌려 춘천의 오봉산을 다녀 왔었다.

올해도 애시당초엔 영암의 월출산을 오를 참이었으나, 토요일(10/27)엔 전국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다시 한번 강원도 '방태산'을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때는 단풍나들이가 마지막 절정을 이룰 때여서 토요일 새벽 일찍 서둘러서 일산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토요일엔 어차피 산행이 어려운 줄 뻔히 알면서도 일산에서 무려 새벽 6시에 모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금요일 밤까지 멀쩡하던 날씨가 토요일 새벽부터 심술궂게 바뀌어 가을비가 제법 내린다. 일행 다섯이 새벽 어둠과 비를 헤치고 기분좋게 차를 달려 서울을 훌훌 벗어나 강원도에 들어서니 어느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이른 아침부터 우릴 반길만한 '마땅한 음식점'을 쉽게 찾을 길이 없어서, 내친 김에 아예 미시령을 지나 대포항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의기투합하였다. 다들 속셈은 뻔했다. 아침겸 점심으로 싱싱한 회와 매운탕에 쏘주를 곁들이고 나서 적당한 숙소를 잡아놓고 마음껏 '새잡기' 놀이를 만끽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푸른 동해바다도 볼겸.

아침 10시도 채 지나지 않을 무렵에 우리는 이미 대포항 바로 윗쪽에 위치한 다소 한가한 외옹치항에 도착했다. 예전에도 가본 적이 있는 '미영이네' 횟집에 들러 참가자미회와 매운탕을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서둘러 길을 떠나 방태산 가는 길목인 '오색 약수터'에 있는 숙소를 잡았다. 마침 일행중 한명이 설악산 산행을 올 때마다 자주 들르는 '깨끗하고 저렴한 온천장'을 알고 있어서 우리 일행은 금새 숙소를 잡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지만 어쨌든 훤한 대낮부터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전투대형(?)으로 둘러 앉아 흥미진진한 고스톱 열전에 돌입했다. 

저녁나절엔 산채정식에 감자전과 더덕구이를 안주삼아 동동주를 나눠 마시고, 식사후엔 숙소에 딸린 '온천장'에서 공짜로 느긋하게 온천욕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목욕까지 다 끝낸 후부타 다시 제2라운드에 돌입하여 밤이 늦도록 '삼매경'에 빠질만큼 새잡기 놀이에 몰두하다가 새벽1시쯤 '내일을 위해' 게임을 종료하였다. 바깥 날씨를 살펴보니 그 시각까지도 비바람이 그치지 않아서 내일 산행은 '일단 자고 일어나서' 결정하기로 했다. 다들 내심으로는 내일 아침까지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를 바랬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힘든 산행보다야 따뜻한 방안에 마주 둘러앉아서 게임을 즐기는 게 당장은 훨씬 나을 듯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어나 보니 정작 날씨는 거짓말처럼 화창하게 개어 있었다. 다들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인근 식당에 들러 황태해장국과 된장찌게 등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점심 식사를 위해 '주먹밥'까지 준비해서 약 45km 떨어진 '방태산 입구'을 향해 '한계령'을 따라 서울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날씨는 화창하고 단풍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더군다나 한계령에서 내린천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필례약수터'에서의 가을단풍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6시간 반에 걸친 고된 산행과 서울로 되돌아오는 길에서의 교통체증 덕분에 몸은 피곤하였지만, 올해도 역시 '잊지못할 가을산행'을 다녀온 것 같아서 마음은 마냥 흡족하다. 내년엔 우리 일행 모두가 기필코 영암의 월출산을 다녀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년 가을 산행은 아무래도 길이 너무 멀어서 '2박3일'은 걸리지 싶다. 가는 데 하루, 이튿날은 월출산, 사흘째는 해남의 두륜산과 대흥사까지 들러보고 올 작정인데 과연 뜻대로 될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때 가봐야 알겠지...... 날씨도 도와줘야 되겠고......


 * * *

○ 일시 : 2012. 10. 27(토) 06:00 ∼ 10. 28(일) 23:30
○ 이동 경로 : 일산 → 서울춘천고속도로 → 미시령 → 외옹치항 → 오색온천(1박) → 한계령 →
                            필례약수 → 방태산 자연휴양림 → 이단폭포 → 주억봉 정상 → 인제 → 홍천 →양평 → 일산


1. 화창하게 갠 일요일(10/28) 아침




2. 필례약수터 가는 길 





3.  어젯밤 내린 비 덕분에 더욱 빛나는 가을단풍




4. 초록의 단풍잎조차 물든 느낌  





5. '이대로 멈췄으면' 싶은 풍경 




6. 때는 바야흐로 가을의 절정




7. 워낙 외진 곳이어서 사람들의 발길조차 뜸한 곳




8. 파란 하늘빛이 아름다운 날





9. 밤새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난 방태산의 '이단폭포'




10. 주억봉 정상까지는 아직도 2.4km




11. 대청봉, 귀떼기청봉, 화채봉, 점봉산 등등이 한 눈에......




12.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




13. 해발 1,444m의 방태산 주억봉 정상




14. 오대산 능선이 끝없이 펼쳐진 모습(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15. 하늘을 향해 힘차게~




16. '빛'을 찾아 엄청난 높이로 곧게 자란 또다른 나무들




17. 산에 올라 주먹밥에 막걸리 몇잔 마시고 내려왔더니 그 사이에도 세월이 '성큼성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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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 이래서 가을이 좋다
    from Value Investing 2015-11-02 19:41 
    청춘이 정열을 추구하는 것은 용서하고, 노년이 쾌락을 찾는 일은 금지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젊었을 때는 불타는 정열을 조심성으로 은폐했다. 이제 늙어서는 음산한 심정을 방종으로 풀어 준다. 그 때문에 플라톤의 법칙은 편력을 더 유익하고 교양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40이나 50세 전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한다. 나는 바로 이 규칙의 제2항으로 60세가 넘어서는 편력을 금지하는 데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그런데 이런 나이에 길을 떠나다가는 그 먼
 
 
순오기 2012-11-04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기막힌 풍경, 기막힌 사진~ 무한 감동입니다!

oren 2012-11-04 15:46   좋아요 0 | URL
필례약수터는 저도 처음 가 봤는데 단풍이 정말 환상적이더라구요. 사진 속에 담긴 저 '외국인 처자'도 연신 감탄하면서 단풍숲길을 한참이나 거닐던데, '여길' 어떻게 알고 '어디서' 왔는지 그게 참 궁금하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