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무는가 보다. 언제 누가 나를 이렇게 훌쩍 여기 이 시점까지 데려다 놓았나 싶다. 믿겨지지 않지만 인정할 건 또 인정해야 겠다.

한 해를 사진으로나마 뒤돌아 보니 여러 순간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늘 '자연'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고 싶었으나 별로 그러지 못했고, '친구들'과 떠들썩하고도 즐거운 시간을 자주 함께 나누고 싶었으나 좀 더 그러지 못했고, 늘 '눈 앞의 일'에만 코를 박고 살아온 한 해가 아니었던가 싶어 많이 아쉽다.

내일부터 며칠간 일상에서 좀 더 멀리 벗어나, 찬바람도 좀 쐬고, 가슴 깊이 맑은 공기도 좀 마시며, 묵은 때라도 좀 벗겨내고, 맑은 정신으로 되돌아와야 겠다.

 

별세계에 들어간 셈

자연의 아름다움이 일단 우리의 눈앞에 전개되면 거의 언제나 우리는 아무리 짧은 사이라도 주관성이나 의지의 고역으로부터 순수한 인식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므로 격정, 또는 고난이나 근심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도 오직 자유로운 심정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기운이 나고, 명랑해지고, 위안을 얻게 된다. 그래서 격정의 폭풍, 소원과 공포의 충동, 의욕의 모든 고뇌는 이상하게도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린다. 왜냐하면 의욕을 떠나 의지가 없는 순수한 인식에 몰입한 순간, 우리는 별세계에 들어간 셈이며, 거기에는 이미 우리의 의지를 움직여서 격하게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723쪽)


 

'그런 것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목소리

모든 고뇌를 완전히 이탈한 경지는 언제나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다. 하지만 누가 이 경지에 오래 머무를 힘을 갖고 있는가? 이처럼 순수하게 관조된 객관과 우리의 의지나 인격과 어떠한 관계가 다시 인식되자마자 마법은 곧 사라져 버리고, 우리는 이유율이 지배하는 인식으로 다시 떨어져서 이미 이데아를 인식하지 않고 개체, 즉 우리도 속해 있는 연쇄의 일부를 인식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모든 고뇌를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개의 인간에게는 객관성, 즉 천재성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거의 언제나 이러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그들은 홀로 자연을 상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교제를 필요로 하며, 적어도 책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식은 의지에 예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대상들에서 자신의 의지에 대한 관계만을 찾고, 그러한 관계가 없는 것에서 마음속에는 기초 저음처럼 '그런 것은 나에게는 소용이 없다'고 하는 절망적인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래서 혼자 있으면, 주위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에게는 스산하고 음산하고 서먹서먹하고 적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858쪽)
 - 쇼펜하우어,『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中에서



 * * *

1. 자주 찾는 동네 도서관 창가에 피어난 목련 꽃망울, 그때 봄이 왔(었)다!

Shooting Date/Time 2012-04-01 오전 11:42:29


2. 2011년 가을 졸업 30주년 행사에 뒤이어 2012년 봄 경주로 떠난 '추억의 수학여행'


Shooting Date/Time 2012-04-13 오후 4:34:10


3.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함께(맨 오른쪽이 글쓴이)
 


Shooting Date/Time 2012-04-14 오후 3:52:03


고교 졸업 30주년~


4. 내게도 저런 '꽃다운 청춘'이 있었던가 싶었던 '여의도 벚꽃축제'


Shooting Date/Time 2012-04-20 오후 4:08:44



봄날은 간다~



5. (평일 점심시간) 여의도 공원으로 봄나들이 나온 귀여운 새싹들


Shooting Date/Time 2012-04-26 오후 12:24:26


6. 산벚꽃이 아직은 남아 있는 늦봄, 하산길에 만난 다정스런 모습의 '아빠와 아들'
 


Shooting Date/Time 2012-04-29 오후 1:18:52

 

7. (일산 호수공원) 봄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튤립
Shooting Date/Time 2012-05-02 오후 6:53:19



8.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축제'에서 만난 5월 초순의 눈부신 신록 


Shooting Date/Time 2012-05-03 오후 3:41:52



여름의 끝자락에 되돌아보는 봄의 끝자락



9. (영월 법흥사) 따사로운 봄을 즐기는 '나비와 꽃'


Shooting Date/Time 2012-05-05 오전 11:17:59



10. 꿈에도 그리운 나의 고향,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 


Shooting Date/Time 2012-06-03 오후 2:29:23



육지의 섬, 영양..... 그리고 감천.......


11.  12년만에 다시 가본 상하이, 푸동지구 와이탄의 눈부신 야경


Shooting Date/Time 2012-07-08 오후 9:36:56


 

12.  몹시도 무더웠던 한여름, 광복절의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15 오후 7:18:07




13.  예쁘게 물든 늦여름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23 오후 7:23:10



14. 태풍전야에 더욱 아름다운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8-27 오후 7:20:13



15. 처음 들러본 고향의 북카페, 은퇴하고 나면 이곳에 자주 올 수 있을까? 


Shooting Date/Time 2012-09-02 오전 10:12:19


'장수 기원 사진'을 찍으러 고향을 다녀온 기록


16.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9월 중순의 저녁 노을

Shooting Date/Time 2012-09-15 오후 6:34:47



17. 태풍이 지나간 뒤, 붓칠을 한 듯 아름다운 가을 하늘 


Shooting Date/Time 2012-09-18 오후 6:23:43



18. 9월 하순의 몽환적인 저녁 구름


Shooting Date/Time 2012-09-28 오후 6:43:52


19. 화창한 가을 아침, 한계령의 맑은 물


Shooting Date/Time 2012-10-03 오전 10:10:39



20. 성묘길에서 만난 고향의 과수원에 주렁주렁 매달린 사과


Shooting Date/Time 2012-10-06 오후 3:39:41



21. 고향집 앞 텃밭에서 두런두런 정다운 얘기를 나누며 밭을 매는 농부들


Shooting Date/Time 2012-10-07 오전 10:59:16



22. 강원도 '필례 약수터 가는 길'에서 마주친 '단풍의 절정' 


Shooting Date/Time 2012-10-28 오전 9:29:25



2012년 10월, 가을산행에서 만난 풍경


23. 몹시도 추웠던 크리스마스, 호수공원 월파정(月波亭) 고드름 위로 빛나던 겨울 햇살


Shooting Date/Time 2012-12-25 오전 11:59:25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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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진으로 되돌아본 2013년
    from Value Investing 2014-01-07 16:55 
    해가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우주를 창조할 만큼의 세월', 다시 말해서 일주일이 흘러갔다. 작년 끄트머리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이라는 책을 읽은 탓일까,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심원한 시간'에 비해 우리가 꾸려나가는 삶은 지나치게 짧고도 순간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올해가 불과 며칠이 지났다고 새삼스레 이런 푸념까지 늘어놓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하루 하루를 '새날처럼' 살고 싶다는 희미한 결심을 떠올려 보면 약간의 경각심을
 
 
oren 2012-12-2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잘것 없는 제 서재를 즐찾해 주시고, 주저없이 추천을 꾹꾹 눌러주시고 또 애정어린 댓글까지 남겨주신 여러 이웃분들 덕분에, 알라딘에 입성한지 십년 만에 생각지도 않게 낯설은 딱지를 하나 붙이게 되었습니다. 댓글로라도 감사의 인사들 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서재 이웃분들뿐만 아니라 알라디너 분들 모두 2013년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일마다 커다란 행운이 늘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꾸벅~

마녀고양이 2012-12-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여행다운 여행은 전혀 못 가본거 같아요.
사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위안도 받고 그러네요. ^^

오렌님, 평안한 연말 지내시고,
고운 일 담뿍 누리시는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올 한해 감사드립니다.

oren 2013-01-01 19:42   좋아요 0 | URL
달여우님 반가워요. 저도 어떨 땐 5년씩 여행다운 여행 못가본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오래도록 참고 기다리다가 떠난 여행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슴벅찬 여행'이라는 걸 알았어요. 달여우님도 얼마든지 즐겁고 가슴 설레는 여행을 실컷 즐길 수 있으리라 믿어요.

제 서재에 댓글을 참 많이 달아주셨던 마녀고양이님이셨는데, 언제쯤 달여우님으로 바뀌셨는지 제때 챙겨드리지도 못해 죄송하구요. 새해에도 더욱 보람있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빌께요~

페크pek0501 2012-12-3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본 적이 있는 사진도 있어서 반갑게 보았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참 아름답군요. 님 덕분에 제 눈이 호강한 날이 많았습니다.

낯설은 딱지?를 받으신 걸 축하드립니다. 저도 어느 명단에서 보았답니다.
한 해 동안 수고많으셨어요. 새해에도 님의 활동을 기대하며 놀러오겠습니다.^^

oren 2013-01-01 19:50   좋아요 0 | URL
페크님께서 이런 저런 사진들에 대해 '거의 매번' 애정어린 댓글을 달아주신 덕분에 저도 알라딘에 좀 더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몰라요. 어쩌면 그런 사연들 덕분에 생각지도 않게 앰블럼도 덜컥 생겨났을지 모르구요. 늘 감사드리며 2013년에도 자주 뵐 수 있기를 빕니다.

blanca 2012-12-3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참 좋네요. 고등학교 동창들과 저도 옛날 교복 입고 저런 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고향의 북까페도 너무 고즈넉하지 좋고요. oren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oren 2013-01-01 19:57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추억의 수학여행'을 다녀오실 기회가 생긴다면 열일 제쳐두고 다녀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졸업 20주년이나 30주년쯤에 가봐도 좋겠지만 좀 늦어지더라도 괜찮을 듯싶어요. 문화해설사를 맡으신 분의 설명에 따르면 심지어 고교졸업 40주년과 50주년을 맞아서도 많이들 오신다고 하더라구요.
blanca님께서도 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빌께요~

M의서재 2013-01-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말 좋네요. 매일 우리 머리위에 있지만 언제나 달라지는 하늘이 아름다워요. 꽃은 항상 경이롭구요. oren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oren 2013-01-01 22:05   좋아요 0 | URL
새해엔 좀 더 낯선 곳, 낯선 땅, 낯선 나라의 또다른 하늘도 좀 담고 싶어요.
불량주부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순오기 2013-01-0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되심을 축하합니다~~~~~~~
좋은 사진으로 눈을 호강시켜 주신 님, 고맙습니다~
2013년 새해에도 함께 달인이 되어 봐요~ ^^

oren 2013-01-02 16: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늘 잊지 않고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덕분입니다.
2013년에도 더더욱 좋은 모습으로 뵐 수 있기를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