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센스 내가 유령일까

 

 

 

 

 

 

 

 

 

 

 

 

 



 


 

 

 

 

 

공주와 쌍년

 

 

                             여성에 대한 포지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 본성론 > 이고, 다른 하나는 < 환경론 > 이다. 전자가 < 생물학 - 영역 > 이라면 후자는 < 사회학 - 영역 > 인 셈이다. 보부아르의 유명한 정의, "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 라는 지적은 여성이라는 존재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점이다. 그녀는 여성은 주류 남성 사회의 억압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의 출발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에게는 국가가 없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란 남성의 세계일 뿐이다. 이것을 기본 전제로 가정하면 마립간 님은 <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 는 것을 부정하는 쪽으로 < 여자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것 > 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루신다 닐의 <<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난다 >> 라는 책을 인용한다. "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난다 " 는 말은 곧 " 딸은 원래 그렇게 태어난다 " 는 말과 동일하니까 말이다. 마립간 님이 이 책을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자아이에게 중요한 가치는 따로 있다 p27 남자와 여자는 처음부터 다르게 태어났다. 딸과 아들을 동시에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다 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들은 자동차와 싸움놀이를 좋아하고, 딸은 자동차만 있는 방에서도 소꿉장난을 하며 논다. 아들과 딸은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나 뇌 구조와 호르몬 분비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경로를 거쳐 지능과 정서가 발달한다. 아들을 움직이려면 이런 아들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식스센스, 나는 유령일까 중

아들이 자동차와 칼싸움'을 좋아하는 것과 딸이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보브아르가 말한 < 태어나는 것 > 에 해당된다.  당연히 보브아르와 울프 편에 서서 < 만들어지는 것 > 이라고 믿는 사람은 즉각 반발한다. " 아들이 모두 자동차와 싸움 놀이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 " 맞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아들이 자동차와 로봇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 반론은 잘못된 태도'다.  정확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과학 학술지가 아니라면 사회 현상은 대부분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일반화한다. 100%가 아니라고 해도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면 이 일반화는 틀린 문장이 아니다. 어떤 특정 후보가 20대 유권자 100만 명에게서 90만 표를 얻었다고 했을 때,

 

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20대 유권자는 ○○○ 후보를 지지했다 " 이 문장이 잘못된 문장이 아닌 이유는 어떤 현상에 대하여 한쪽으로 쏠리는 경향을 일반화했기에 그렇다. 이 문장을 두고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할 수 있을까 ? 나는 아들은 자동차와 로봇을 좋아하고,딸은 인형을 좋아한다는 주장(본성론)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근거'로 < 만들어지는 것(환경론) > 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하는 것이야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는 부모와 또래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아이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아이는 생각보다 치열하고 독하다는 데 놀라게 된다.  아이는 부모와 또래에게 사랑받기(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인정투쟁인 셈이다. 자동차와 로봇을 좋아하는 아들이 자동차와 로봇을 좋아하는 아들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 밑에서 자란다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부모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조용하며 순종적이며 여성적인 아들이 되기를 바라는 부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들은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척하다가 어느 순간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쪽으로 성향이 바뀌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담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 ?  " 딸아이에게 ’핑크‘와 ’공주‘, ’인형‘같은 것들을 쥐어주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를 써왔는데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부터 핑크와 공주만 가지고논다고. ’나 혼자‘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고...... "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위 인용 문장에서 핵심은 "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부터 핑크와 공주만 가지고 논다 " 는 말이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하면 딸이 유치원에 다니기 전까지는 엄마의 요구(딸은 이 요구를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에 충실히 따르다가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부터 변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딸은 왜 사회 생활의 첫걸음인 유치원에 입소하자마자 공주로 변했을까 ? 내가 보기에는 이러한 변심은 본성으로의 회귀 때문이 아니라 또래 압력이 작동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유치원에 다니는 또래 여자아이들은 모두 핑크와 공주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할 수 없이 핑크와 공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여자는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결정적 증거'다. 이 지점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딸은 딸로 태어난다. 하지만 만들어진다.  >> 이다.  그러니깐 " 본성은 환경의 요구에 의해 변한다 " 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불알후드가 지배하는 사회'다. 여자가 된다는 것은 불알후드가 요구하는 캐릭터에 부합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불알후드가 요구하는 여성 캐릭터는 내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분명하다. 순종적일 것,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지 말 것, 성적 욕망을 드러내지 말 것 따위이다. 모 알라디너는 어떤 여성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호감을 드러내자 대뜸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 나야 좋지, 쌍년 ! "  그 글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평소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니 말이다. 여성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천박하다. 그렇다, 여성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쌍년이 되거나 씨발년이 된다. 나는 종종 그의 여성관이 궁금하다.

 

그것은 << 건축학개론 >> 에서 승민(이제훈)이 서연(수지)을 " 쌍년 " 으로 바라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성적 욕망이 드러나는(폭로되는, 목격되는) 순간, 순진무결한 여신은 하루아침에 쌍년이 되는 것이다. 이 신속한 배신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개가 느닷없이 손을 물어뜯는 것과 같다. 승민은 서연이 학과 선배와 섹스를 했을 것으로 가정하는 것만으로 그녀를 쌍년으로 지목한다. << 건축한개론 >> 은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딸딸이 영화'다. 이런 불알후드의 지랄같은 지배 사회이다 보니 대한민국 여성은 여성다움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모는 강박적으로 딸이 핑크와 공주, 인형 따위와 놀았으면 한다. 그러다 보니 딸은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충실히 따르고, 이 딸들이 모여서  유치원에서 " 시스터후드 " 를 형성한다.

 

핑크와 인형 따위를 가지고 놀지 않던 딸은 유치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 자신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을 본능적으로 파악한다. 결론은 이렇다.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지만 남성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딸이 소꿉놀이를 좋아한다고 해서 여성이 남성 사회의 폭력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현대 사회가 히틀러의 결과인 것처럼, 좋든 싫든 현대 여성의 불만은 불알후드의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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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2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론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좋아요의 하나는 제것입니다.

여자의 주장은 무시하고 남자의 주장은 수긍한다는 비판이 좀 저어되기는 합니다만.

5DOKU 2015-07-26 06:00   좋아요 1 | URL
님의 주장은 `남자`의 주장이 아니라 그냥 `님`의 주장인 듯합니다. 모든 남자를 자신과 동일시 하지 마셨으면 하네요. 세상은 그렇게 이분법적인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젠더 또한 남성성/여성성 이렇게 두 가지로만 구분되지 않습니다. 어떤 문화권(제라이, 바나티나이)은 젠더가 수렴되는 곳도 있으며 어떤 문화권(북 아메리카 원주민)은 다양한 젠더를 수용합니다.

더불어 님이 좋아하시는 `생물학적` 성별 또한 대개 국가에서는 양성성이라는 말로 퉁치지만 남성/여성으로만 구분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생물학적 성별을 여성, 인터섹슈얼 여성, 순수 인터섹슈얼, 인터섹슈얼 남성, 남성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추가로 스탠포드 생물학 교수 로버트 새폴스키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증가가 흔히 말하는 남성성(공격성)을 증대를 동반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여성의 공격성과 비교해 유의미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해서 공격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격성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높인다고까지 얘기합니다.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는 직접 생각해보셨으면 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03:38   좋아요 0 | URL
혹시 보브아루의 제2의 성 읽어보셨나요 ? 고거 함 과감하게 추천드립니다.
수많은 페미니즘 서적은 대부분 이 책의 확장형입니다.

stella.K 2015-07-25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여자긴 하지만 환경에 지배되는 게 더 많은 것 같긴해요.
예를들면, 제가 7살 땐가? 아버지가 소꿉놀이 장난감과 인형을 사 주신 적이 있었죠.
여자 아이니까 당연히 그런 선물을 하셨겠지만 제가 놀기는 또 언니 보단
오빠와 남동생과 더 많이 놀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좀 과격해지기는
한 것 같더군요. 그래도 전 그게 그렇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게 자라면서 같이 안 노니까 퇴화되는 것 같더군요.
그러기는 남자애도 마찬가진 거 같긴 해요.
오빠는 안 그러는데 제 동생은 남자애치곤 여자 같은 면이 있는데
그게 저의 영향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전 꽤 오랫동안 왜 여자가 남자를 먼저 좋아하면 안 되는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20대 때는 내가 먼저 좋아하고 그런 적이 많았죠.
그런데 여자가 먼저 좋아하면 과연 ˝쌍년˝의 수준까지 되는지 그걸 잘 모르겠더라구요.
요즘엔 오히려 남자들이 자기를 먼저 좋아해 주는 여자를 더 좋아하지 않나요?
특히 초식남 같은 사람들은...
저는 생각이 다소 고루해서 그런지 여자가 먼저 좋아하면 안 되는 통념 보단
서로 핀트가 많지 않아 안 되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쌍년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벌써 알 거든요. 내가 먼저 싫죠. 걘 분명 쌍놈일테니까.ㅋ
그리고 남자들이 참 오해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조금만 잘해줘도 자기가 마음에 있어서 잘 해주는 줄 알거든요.
뭐 그러자면 여자도 그럴 소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03:36   좋아요 0 | URL
우쒸... 댓글이 사라졌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아놔.. 진짜 짜증이... 나름 길게 섰는데 말입니다.
아랫집이 울며불며 싸우길래 일어났습니다.
아, 일주일 가운데 4,5일은 싸우는 데 죽겠습ㄴ다.
신기하게도 엄마와 딸이 싸웁니다.
이거 이러다가는 큰일 치루는 것 아닌가 십기도 하고....

하튼....
예지력이 있으시군요. 입에 쌍년이라는 말 달고 사는 사람은 쌍놈이 맞습니다.

신지 2015-07-26 0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안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아니지만)
어떤 분이 오해를 받는 듯하여 댓글을 써봅니다.

모 알라디너는 어떤 여성이 자신에게 성적으로 호감을 드러내자 대뜸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 나야 좋지, 쌍년 ! ˝ 나는 이 태도가 존나게 천박스럽게 생각한다. 그 글이 픽션이든 논
픽션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평소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니 말이다. 자기 말만 존나게 하
는 내가 보기에는 여성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천박하다. 그렇다, 여성은 자신
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순간 쌍년이 되거나 씨발년이 된다. 나는 종종 그의 여성관이 궁금
하다.

ㅡ>
모 알라디너는 한수철님인듯 한데, 그분 글쓰기에 대해서 몰랐을 때는 오해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여전히 그일을 비난하시는 것이 저는 좀 납득이 안 되는군요.

˝그 글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평소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니 말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만약 곰곰발님이 수사관이 되셨다면 `백수에다가 저 새끼 생기것 좀 봐, 저 새끼 범인 맞아, 집어넣어~` 이러지 않았을까요. 끼워맞추기식 수사를 하듯, 곰곰발님은 자신의 페미니즘 글에 필요만 하다면 ˝그 글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듭니다.
대하소설에는 천태만상의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모두 작가 내면의 반영이겠습니까. 만약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제가 소설을 쓴다고 해도, 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들이(히틀러 같은 인물을 그릴 수도 있는 것이구요) 등장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픽션의 등장 인물들은 작가 내면이 아니라, 대체로 사회의 반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작가가 표현하는 것은 그럴듯한 세계인 것이지, 일기쓰듯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자기 생각을 말해주고 그러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 나야 좋지, 쌍년 !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독자에게는 그가 꼭 현실의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은 그만큼 사회를 잘 반영했다는 것이고, 실은 작가로서 칭찬받을 일이지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입장을 바꿔서, 곰곰발님이 자신이 창조한 허구의 인물을, 만약 독자가 곰곰발님과 동일시하여 욕을 한다면 그것을 또 정색을 하고 해명하기도 참... 얼마나 기가 막히겠습니까. 이젠 오해를 푸시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04:06   좋아요 0 | URL
미안합니다, 신지님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기껏해야 서너 줄 쓰는 알량한 페이퍼가 무슨 대하소설이라도 됩니까 ?
그리고 제가 수사관이라면 욕했다고 깜빵에 넣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명예훼손죄도 아니고 폭행죄도 아니지 않습니까. 모욕죄란 여럿이 보는 앞에서 욕을 했을 때
발생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논리적 비약은 삼가해주십시오.

신지 님은 지금까지 알라딘 페이퍼에 대하소설을 쓰셨습니까 ?
혹은, 신지 님은 알라딘에 글을 쓰시면서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셨나요 ?
그렇다면 저도 작가입니까 ? 비교 자체가 틀린 것 아닙니까.
신지 님이 보시기엔 한수철의 페이퍼는 일종의 고은의 < 만인보 > 로군요.


그런 식이라면 마립간 님이 쓰신 글도 똑같은 논리로 옹호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신지 님은 거친 표현을 쓰시면서 댓글을 다셨습니까 ? 님의 논리라면 마립간 님도

˝ 사회를 잘 반영했다는 것이고, 실은 작가로서 칭찬받을 일이지 욕먹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 ˝ 되십니까 ?


아, 쓰고보니 댓글이 논리적으로 맞질 않는군요. 숙치 때문에 글이 잘 안 읽혀서.... 다시 자고 나서 정독하겠습너ㅣㅏㄷ.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09:46   좋아요 0 | URL
길게 쓰려다 짧게 씁니다. 두 분 잘 어울립니다. 자리 한 번 가지시지요... 허허허허허허허허...

신지 2015-07-26 09:53   좋아요 0 | URL
제 댓글에서 `작가`는 작품을 쓰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적 대명사 `작가`입니다. 제가 잘못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제 댓글은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입니다. 왜냐면 한수철님의 그 글이 `소설적 글쓰기`로 쓴 글이었기 때문입니다.
한수철님의 글은 저나 마립간님의 글과는 글의 형식, 글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 몇번만 보면 누가 봐도 확연하기 때문에, 저는 곰곰발님이 계속 오해하시는 것이 의아합니다.
혹시 모든 글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십니까. 글의 형식이 다르면 내용도 기능도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예컨대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메시지의 전달, 표현의 정확성이 중요할 테구요. 반면 문학이나 미술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가령, 발화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 나야 좋지, 쌍년 ! ˝)을 현실에서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소설적 글쓰기`니까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설령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무엇 때문에 남들에게 속으로 한 `쌍욕`까지 구태여 공개할까요. 일부러 남에게 욕먹기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가 허구적 인물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속엣말까지 남에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범`유영철`역을 진짜처럼 훌륭하게 연기한 배우가 있다면, 그 배우는 = 악당이겠습니까. 어쨌든 허구적인 픽션에서 등장 인물은 작가에 의해 `거짓으로 창조`된 인물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상황 자체가 허구적 상황 아닙니까. 말하자면 연극을 보고나서 배우에게 화내시는 것과 다르지 않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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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이라면 마립간 님이 쓰신 글도 똑같은 논리로 옹호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신지 님은 거친 표현을 쓰시면서 댓글을 다셨습니까 ?

ㅡ> 저마다 인연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저는 마립간님과 예전에 대화를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그때 마립간님이 시종 억지 대답을 한다, 논점일탈, 동문서답, 자기합리화로만 일관한다, 그렇게 보였던 것이지요. 당시에도 그렇게 말했었구요. 대화할 때와,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서 남하고 싸울 때, 말투가 다른 것은 뭐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 그런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0:10   좋아요 0 | URL
의, 아하네요...
소설적 글쓰기`라면 자기 일상을 생중계하듯, 점심 메뉴를 나열하고, 저녁에는 맥주 3병에 양파링 먹었다 - 이런 문장도 소설적 글쓰기`입니까 ? 토요일 저녁 그것이 알고 싶다 봤다 - 도 뭐 소설적 글쓰기인가요 ?

조금 있다 뉴스룸 2 봐야지 ? 이런 것도 소설적 글쓰기인가요 ? 거창하게 소설적 글쓰기라 말하지 마시고 그냥 잡문이라고 말씀하세요. 그게 정확한 거지 플롯도 없고, 상징도 없는 글이 무슨 소설적 글쓰기`입니까.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마립간 님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분이 아닙니다. 신지 님이 윽박지르듯이 마립간 님을 평가하지 마세요. 저 또한 마립간 님 생각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라거나 그런 식으로 인격 모독하지 않습니다. 정신 좀 차리세요.... - 어때요 ? 제가 댓글을 빙자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깜빡 속으셨죠 ? ㅎㅎㅎㅎ 이런 식으로 쓰면 소설 좀 괜찮나요 ?

신지 2015-07-26 10:19   좋아요 0 | URL
1) 저는 ˝그 글이 `소설적 글쓰기`로 쓴 글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 나야 좋지, 쌍년 ! ˝), 님이 시비를 건 그 글 말입니다.
2)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마립간 님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분이 아닙니다. 신지 님이 윽박지르듯이 마립간 님을 평가하지 마세요.
ㅡ> ˝저의 입장에서는˝ ˝그때˝ ˝그렇게 보였던 것이지요.˝ 라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평가가 아니고 저와 마립간님의 인연을 말씀드린 것임.
3)말하자면 곰곰발님이 감자 훔친 도둑하고 전에 싸우셨을 때처럼요..

2015-07-26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5-07-26 17:55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글은 제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하는 내용이어서 뭐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다만 예전부터 남의 도덕성, 인간성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 편인데, 그런 것은 (온라인에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서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 어떤 말, 어떤 생각에 대해서 논점이 있다면 서로 잘잘못을 따져볼 수 있겠지만요.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마치 법정에서 법의 판결을 받아보듯이요. 말하자면 그런 것에 저는 관심이 있는 편이구요. 그때 재판은 <사건>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만, 그것이 그 사람의 인간성까지 판단하는 것은 아닐 테구요. 왜냐면 타인의 인간성을 법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 저는 대체로 그런 생각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8:10   좋아요 0 | URL
굉장히 얍삽한 태도네요. 그러면 직접 읽어보세요. 여기다 굳이 구구절절한 방패막이 되어 눈물겨운 신파를 찍지 마시고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확인해 보세요. 내게 유리한 것만 취해서 입장을 표명한다 하는데 님도 그닥 다르지는 않네요. 초록은 동색이라고.... 한수철 님과 신지 님은 꽤 잘 어울립니다. 아, 오해는 마십시오. 선남선녀라는 뜻입니다. 퐈~~~~~~~~~~~~~~ 이팅`입니닷.... 야홋 !!


타인의 인간성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분이 굳이 마립간 님에게 이래라저래라 어린 놈에게 훈수 두듯 하는 꼴이 꽤 웃깁니다그려....

신지 2015-07-26 18:42   좋아요 0 | URL
타인의 인간성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분이 굳이 마립간 님에게 이래라저래라 어린 놈에게 훈수 두듯 하는 꼴이 꽤 웃깁니다그려....

ㅡ>

구체적으로 나타난 어떤 발언, 생각, 행위가 있다면, 누구든 서로 잘잘못을 따져볼 수 있고 나름대로 진위를 판단해 볼 수 있습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들 온라인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가령 제가 곰곰발님의 어떤 면을 보고서 `곰곰발님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인간성을 판단하거나 주장해도, 그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곰곰발님은 같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곰곰발님의 어머니나 형제가 보는 곰곰발님이 제가 보는 곰곰발님과 같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8:52   좋아요 0 | URL
신지 님, 그러니까 한번 시간 내서 읽어보시라니까요 ? 그분에 대한 피끊는 우정인지 애정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님의 방패막이 되는 것은 이해합니다. 그것은 신지 님의 사적인 취향이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글을 읽어보시고 그에 대한 감상을 말씀하시란 말입니다.

신지 님의 말을 그대로 받으면

구체적으로 나타난 발언, 생각, 행위를 바탕으로 잘잘못을 따져서 나름대로 진위를 판단해서 내놓은 글입니다. 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다들 온라인에서 그렇게 하는 겁니다.

할 말 있으십시까 ?

신지 2015-07-26 19:10   좋아요 0 | URL
하- 그러니까 곰곰발님이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글을 써 보세요.
언론의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야 님의 의견에 대해서 사람들이 의견을 말하든지 판단을 하든지 할 수 있잖아요.

제가 이 글을 보고 어떤 부분에 이의가 있어서 댓글을 달았듯이,
제가 할 말이 있어서 마립간님에 글을 썼듯이.
다들 온라인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마태우스 2015-07-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총량불변의 법칙을 믿습니다. 그걸 알라딘에 적용하면, 알라딘에는 일정한 수의 좋아요가 있고, 매일 일정 숫자의 좋아요가 눌러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곰발님이 쓰는 글마다 좋아요를 와장창 획득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고 좋아요를 누를만한 글을 매번 쓰시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죠. 야구전문가들은 4할타자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고, 그래서 저도 글 쓰는 것의 3할 정도만 좋은 글을 쓰자, 이러고 있는데, 곰발님은 10할을 목표로 하시는 듯 싶네요. 언젠가는 님의 글 중 ˝이건 아니다!˝라는 글을 찾아내고야 말겠습니다. 아무튼 이 글도 제게 큰 가르침을 주는 좋은 글이고요, 댓글에 대해서 한 마디 이견을 제시합니다. 곰발님은 제2의 성을 읽으신 모양입니다. 근데 그 책이 정말 추천할 만한 책인지 전 의문입니다. 제가 읽은 책 중 제일 지루해서 몇번이고 던져버리고 싶었던 책이 그 책이어요. 너무 지겹고 논리가 장황하던데... 오히려 2권 맨 마지막 부분에 하고픈 말이 다 있는 듯해 ˝이것만 읽을 걸˝ 했다니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6:34   좋아요 0 | URL
고급지쥬 ? ㅎㅎㅎㅎ 농담입니다. 요즘 이 말이 착착 붙어서요. 요즘은 충청도 사람들 노골적으로 사투리 잘 안 쓰던데 다시 부활할 모양입니다. 좋은 글일수록 적이 많다는 심정으로 그냥 신랄하게 까는 맛이 삽니다... ㅎㅎㅎㅎ.

+

페미니즘 서적들이 하는 말은 전부 < 제2의 성 >에서 했던 말들이더라고요.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심정으루다가 추천했습니다. 원형 같은 존재이니 재미는 없어도..... -_-

마태우스 2015-07-26 23:05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좋은 말이 많은 책이군요. 음, 다시 읽어보면 좀 더 덜지겹고, 가슴에 와닿을 수도 있겠네요 근데 제가 같은 책 두번읽는 걸 굉장히 꺼려해요. 책을 늦게 시작한 터라 앞만 보고 가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한 탓인데요 쉽게 잘 안고쳐집니다 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7 08:54   좋아요 0 | URL
저도 질보다 양이라.... ㅎㅎㅎㅎㅎㅎ
2번 읽는 경우는 거의 없는 듯합니다. ( 스티븐 킹 소설 빼고 말이죠.... )
 

 

 

 

 

 

 



인분 교수



                              개차반이란 말이 있다. 개의 차반'이라는 뜻인데, 여기서 차반은 < 밥 > 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개차반이란 개가 먹는 밥으로 똥을 뜻한다. 그 옛날, 개들은 똥이 밥이었으니까. 최근에 개차반 같은 교수가 등장했다. 언론에서는 고상하게 < 인분교수 > 라는 그럴싸한 별명을 지었던데, 와 닿지가 않는다. 개차반 교수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 일을 못한다는 이유로 제자에게 똥을 먹인 양반 ! 수많은 갑질 교수가 등장하고 사라졌지만 개차반 교수 사건'은 지구 최강을 떠나서 우주 최강이 되었다. 설상가상 그가 새누리당 정책 자문 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된 인물이다. 타임 라인을 훑으니 대체로 중평이 " 저런 인간은 처음 본다 " 라는 뉘앙스다. 그런데 < 저런 인간 > 은 흔하다.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하지만, 저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인간은 결코 짐승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탈을 쓰고 악행을 저지른다. 개차반 교수의 엽기 행각'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조력자들이다. 개차반 같은 놈은 개차반 같은 놈이니깐 그려려니 하자. 문제는 조력자들이다. 왜, 피해자의 동료들은 개차반 교수의 충견'이 되어서 인권 유린에 동참했을까 ? 역설적이지만 그들은 당신보다 도덕적으로 해이하거나 비윤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하기 때문에 명령에 복종하는 충견이 된다. 악인은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악인을 따르는 사람들은 평범하다. 만약에 당신이 개차반 교수의 조력자였다고 가정한다면 잘못된 명령에 반항했을까 ?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인류를 파괴하는 것은 " 악당들 " 이 아니라 " 악당 " 이다. 다시 말해서 복수가 아니라 단수'다. 한 명이면 족하다. 독일은 히틀러 한 명 때문에 독일인 전체가 조력자가 되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다수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쁜 세상을 만드는 데에는 히틀러 같은 악당 한 사람만으로 충분하다. 전자는 전염성이 약하지만 후자는 전염성이 강하다. 사람들은 쉽게 나쁜 명령에 복종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나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성악설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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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2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꼭 맞는 책이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입니다. 안 읽으셨다면 한 번 읽어보시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20:04   좋아요 0 | URL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립간 2015-07-24 20:48   좋아요 0 | URL
저는 댓글을 당일에 달지 말아야겠습니다.^^ 제 댓글 이후는 댓글 없는 ... 편견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22:41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원래 제 블로그가 댓글이 별로 없습니다.
원래 댓글이란게 주거나받거니해야하ㅡㄴ데 저도 댓글을 잘 안다는지라..
 

 

 

 

 



여성의 지랄 :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남성의 작품이다




                                                                              <<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 에서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히틀러의 작품 " 이라고 지적했다. 히틀러 때문에 소련은 "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초강대국에 올라섰 " 으며 미국은 " 퀄리티 하이 " 를 찍었다. 그리고 " 유대인들은 히틀러 이후에 국가를 갖게 되었다...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이스라엘은 없었을 것이다. " 결국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세계는 지금과는 다른 세계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 세계는 좋든 싫든 히틀러가 만든 작품이다. 요즘 서점에서는 페미니즘 서적이 잘 팔린다고 한다.

설적이지만 다른 때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일베 때문이다. 여성 혐오가 극성을 부리자 그에 따른 반작용이 작동한 것이다. 역지사지라고 했던가 ? 그들은 남성의 말투를 흉내 내어 고스란히 남성에게 되갚아준다. 한국 남성은 어느새 잠재적 범죄자'가 된다.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들이 남성을 싸잡아서 잠재적 범죄자'라고 하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분 나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꼴페)는 남성의 작품이다. 김태훈은 칼럼에서 IS보다 페미니스트가 더 무뇌아적이다, 라고 말했지만 그는 " 무뇌아적 드센 여성 " 을 만든 것이 바로 윽박지르는 남성'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여기서 원인은 < 윽박지르는 남성 사회 > 이고, 그 결과가 < 대드는 여성 > 인 셈이다.

니체가 정확하게 지적했듯이 현대 사회의 병폐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데서 온다. 원인을 결과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김태훈의 오류도 바로 여기에 있다. 드센 여성 목소리'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여성이 드센 목소리로 바뀐 데에는 윽박지르는 남성 사회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간 질환 때문에 잦은 설사에 시달린다면 간을 치료해야 하는데, 김태훈은 항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꼴이다. 여성 입장에서 보면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가 맞다. 폭력과 강간은 90% 이상 남성에 의해 자행된다. 비록 자신은 평화주의자'라고 해도 여성의 두려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 잠재적 범죄자 " 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이제는 " 여성의 지랄 " 에 대해 인정해야 될 때가 되었다. 불알후드의 온갖 지랄은 관대하면서 유독 여성의 지랄에 대해서는 불편해 하는 것은 차별이다. < 지랄 > 은 발화의 주체가 권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령, < 장동민이 팟캐스트 방송에서 여성에게 욕을 한 것 > 과 < 나꼼수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각하에게 욕을 한 것 > 을 비교했을 때, 동일한 잣대로 둘 다 비판하는 것은 옳은 태도일까 ? 전자와 후자는 상황과 설정이 비슷하지만 동시에 전혀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황과 설정이 아니라 발화의 주체가 권력을 가졌는가에 있다. 전자의 경우는 강자가 약자를 윽박지르며 조롱했다는 측면에서 < 비하 > 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약자가 거대 권력자를 조롱했다는 점에서 < 반항 > 다.

 

이 반항은 정당하다. 남성을 향한 여성의 지랄은 후자'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주류이자 권력의 주체인 남성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반항'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좋든 싫든, 이 세계는 남성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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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3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학생만 있는 중학교를 다녔는데, 가정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어요. 남자는 주먹과 방망이를 조심하라고요. 주먹은 폭력, 방망이는 중간 다리에요. 남자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말에 동의해요. 오늘 인터넷 뉴스 보셨습니까? 남자가 전 여친을 니킥으로 죽이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려고 불특정 여성들의 얼굴에 개똥을 묻히는 남자가 구속되었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08:45   좋아요 0 | URL
대대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보다 약한 타자에게 복수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그만큼 한국 사회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는 거겠죠. 이명박근혜가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풀무 2015-07-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페이퍼 쌈박하니 좋습니다.. `여혐`을 `남혐`으로 패로디 성행 이후 실제로 각종 `여혐` 관련 언급이 줄었다고 하더군요. 누군가 찰떡같이 말할 땐 개떡같이 알다듣더니 개떡같이 말하니까 찰떡 같이 알아듣더라..고 하는데 일면 수긍이 가기도 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08:43   좋아요 0 | URL
왜 단편 중에도 그런게 있잖습니까. ㅎㅎㅎㅎㅎ 진리는 역시 역지사지예요....
제 글의 핵심이 바로 그겁니다. 남혐 현상은 결국 여혐의 반작용이다.. 뭐, 이런...ㅎㅎ

마립간 2015-07-24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 제 글에도 있찌만, 저를 포함한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입니다. 이 세계는 남성의 작품이죠.

만약 드센 여성이 무뇌아적이라면, 유뇌아적이 됨으로 남성 세계의 개선에 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겠군요. 저는 김태훈 씨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여성의 무뇌라면 남성도 무뇌죠.)

마립간 2015-07-24 08:03   좋아요 0 | URL
자살하는 할아버지의 무뇌아적 행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08:42   좋아요 0 | URL
?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자살하는 할아버지의 무뇌아적 행동.. 요 표현이 잘 안 다가옵니다.

마립간 2015-07-24 08:49   좋아요 0 | URL
제 앞글 `약자` 댓글, 페이퍼와 맥락을 같이 하는 글입니다.

설명하자면 길고, 직관적으로 문장을 이해못하셨다면, 노인(특히 할아버지)에 대한 공유된 경험이 적었겠죠.

마립간 2015-07-24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발화자의 초월성` 또는 `초월적 발화자`라는 어구에 대해서 아는 것 있으신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근혜가 초월적 발화자이겠지요 ?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합니다....
초월적 발화자` 하니 문득 애거사 소설 생각나네요.. 거 뭐였더라.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인가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인데 범인이 그 1인칭인 경우.... 그러니까 거짓말인 셈이죠. 왜 독자는 1인칭 시점에서 의 < 나 > 가 하는 말을 진실이라고 믿지 않습니까. 이런 경우도 초월적 발화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립간 2015-07-24 08:46   좋아요 0 | URL
그냥 통상적 용어는 아니고, 발화자의 위치에 관한 무슨 학술적 용어가 있는 듯 한데, ... 어디서 찾아봐야하는지 몰라서 물어본 것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5-07-2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을 이해할 때 여성들이 먼저 인지할 점은 동물적 부분이죠. 남성은 기본적으로 동물적 습성이 강하죠.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계속 이상한 페미니스트 발언에 스스로 자승자박한 꼴이 되죠.
하지만 여성들이 이상하게 된 건 남성들의 잘못은 맞지만, 그런다고 그 잘못은 저지른 남성과 그로 인해 피해보는 남성은 다른 계급이란 점을 인지하지 못한 이상 한국의 이상한 페미니즘은 계속 미궁으로....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4 11:49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한국 여성들은 너무 억압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드센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저는 지지합니다.

마립간 2015-07-24 12:26   좋아요 0 | URL
지금 쓰고 있는 독후감에 만화애니비평을 이 댓글을 익명으로 인용하려 합니다. 진중권 씨의 경우처럼 원의도오 달리 왜곡인용되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반대 가치관을 가진 사람에게 인용되는 자체를 싫어하는 분이 계셔서 사전에 여쭤봅니다.

stella.K 2015-07-2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맞는 말이로군요.
근데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군대내에서 여성 군인 하나가
자살을 했는데 혐의자에게 징역 2년인가 내렸다는 보도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거 미친 거 아닙니까? 정말 법조차도 남성이 만든 걸 생각하면
여자들 더 많이 지랄해야 하는데 여성단체는 이렇다할 반응이 없나 봅니다.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10:36   좋아요 0 | URL
아이고. 이거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꼬박꼬박 달긴 하는데.. 종종 놓치는 겨우가 많습니다.
에라이. 이 댓글 스텔라 님이 읽겠어.. ㅎㅎㅎㅎㅎ 하튼. 댓글 달았습니다..

stella.K 2016-06-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 뭐야요? 저도 잊고 있었던 걸 거의 1년만에 다셨군요. 북풀이 있지 않습니까?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30 14:15   좋아요 0 | URL
전 위 댓글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한줄이면 그냥 넘어가겠는데 5줄이나 쓰셔서 차마 못본척하고 지나갈수가 없더군요.. 이로써 빚은 갑았습니다..
 

 

 

 



 

 

밥    :   아저씨와  선생님


                                                 한국인은 밥을 좋아한다. 모 가수는 라면에 김치가 없었더라면 무슨 맛으로 라면을 먹을까, 라며 한숨을 쉬었지만 배부른 소리'다. 우리에게 밥이 없었더라면....... 아,  상상할 수 없구나.  가수 이선희는 노래 < 아름다운 강산 > 에서 밥을 대놓고 찬양했다. " 밥, 밥, 밥, 밥, 밥 ! 봐라, 봐라, 봐라, 밥 ! "  신세대 아이돌 그룹도 동참한다. 크레용팝은 << 밥밥밥 >> 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 밥,밥,밥,밥,밥, 바바바밥... " 밥을 찬양한 사람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삼일절이면 쇼바 높이 올린 오도방을 끌고 나온 폭주족들이 분노의 도로를 질주하며 외쳤다. " 봐라, 봐라, 봐라, 밥 ! " 이처럼 남녀노소 모두 밥을 좋아한다. 밥이 한국인에게 인기 있었던 이유는 그림을 쉽게 가르쳐준다는 데 있다. 그를 따라하다 보면 근사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그가 웃으면서 말한다. " 참, 쉽쥬 ? "

그림을 가르쳐주는 남자, 화가 밥 로스 씨 이야기'다. 우리는 그를 " 밥 아저씨 " 라 부른다. 밥은 밑그림 없이 바로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더군다나 30분 속성으로 말이다. 유화 물감 특성상 작업 시간이 길다는 점은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페인트 붓처럼 넓은 붓으로 한 번 스윽, 붓질을 하면 구름이 되고 나무가 되고 물 위의 반영이 되었다. 마술 같다고나 할까 ?  그가 항상 말하고는 했다. " 그림을 그릴 때 실패할까,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그리면 되니까....... " 돌이켜보면 그가 그린 그림은 < 이발소 그림 > 이었다.  제2의 피카소가 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열심히 밥 아저씨가 가르쳐 주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가는 좋은 화가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이발소에 걸릴 그림이니까.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

밥 아저씨가 가르쳐준 것은 피카소 같은 위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집밥 백선생은 밥 아저씨의 재림'이다. 그는 음식 만들기에 자신이 없는 88세대'에게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준다. 밥 아저씨'가 " 참, 쉽쥬 ? " 라고 말한다면, 백선생(혹은 백주부)은 " 그럴싸하쥬 ? " 라고 말한다. 여기서 < 참 쉽쥬 ? > 와 < 그럴싸하쥬 ? > 는 같은 말이다. 그들은 모두 < 오리지날 > 에 대한 욕심'보다는 < 복사본 > 에 만족한다. 백선생의 " 그럴싸하쥬 " 라는 표현은 원본에 대한 100% 재현이 아니라 2% 부족한 재현이지만, 이 2% 부족한 결과에 대해 스스로 만족한다. 왜냐하면 짧은 시간 안에 원본에 가까운 재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밥 아저씨가 말하는 " 참, 쉽죠 ? " 와 같은 심리적 동인이다. 시간 대비 결과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30분을 투자해서 그럴싸한 그림이 만들어졌으니 그것에 만족한 것이다. 만약에 그가 1년에 걸쳐 그린 작품이 그저 " 그럴싸한 수준 " 에 그쳤다면 만족했을까 ? < 백선생의 집밥 음식 만들기 > 가 관통하는 것은 오리지널'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기'이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입말인 < 그럴싸하쥬 > 와  <고급지쥬 > 는 오리지널을 욕망하지만 그럴 수 없는 짝퉁을 위로한다. 불초(不肖)는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초는 자신이 이상적인 존재라 믿는 아버지(오리지널, 그럴싸한 것의 대상, 고급진 것의 대상)를 닮지 못한 아들의 한(恨)이 서린 단어다. 그래서 불초소생(不肖小生)이라는 말에는 1인자가 되지 못한 2인자의 설움이 담겨 있다.

그런데 백선생의 음식에는 그러한 열등감이 없다. 그는 처음부터 호텔 요리에 대한 욕망이 없었다. 그는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든다. 음식을 만들되 요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백선생의 레시피'다. 먹고 사는 게 힘든 88세대'에게 이 레시피는 작은 위안을 준다.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는 게 죄는 아니다. 밥 아저씨와 백선생의 공통점은 30분 안에 그림(음식)을 완성한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실수에 대한 긍정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다시 하면 되니까 ! 배움의 모든 시작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야구에서 처음 배우게 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극복이라고 한다. 공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 아무리 방망이 휘두르는 기술이 뛰어나다 한들

공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타자는 결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다. 밥 아저씨와 백선생은 그림과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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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OKU 2015-07-2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밥, 밥, 밥, 밥 ! 봐라, 봐라, 봐라, 밥 ! 에서 터졌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17:40   좋아요 0 | URL
클론도 꿍따리사바라에서 밥을 좋아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꿍따리 사밥밥, 사밥밥..

수다맨 2015-07-2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백종원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ㅡ정확히 말하면 티브이를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그가 정확히 무엇을 만드는지도 잘 모릅니다ㅡ오늘날 대중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단지 미식에 대한 무지나, 자극적 음식에 대한 말초적 열망으로 돌리는 태도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백종원이 어떻게 대중들의 `유사 엄마`가 되었고, 다수 대중이 값비싼 고급 음식보다 간단하면서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끼니 해결을 얼마큼 바라는지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음식을 만들`며, `음식을 만들되 요리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은 정곡을 찌르는 진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17:42   좋아요 0 | URL
사실 한식대첩 같은 요리는 그림의 떡이죠.
요리하기 위해서 문어 60만 원 주고 사오면 그림의 떡 아니겠습니까.
입에 침이 고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현실....

백선생은 고걸 충족시켜주는 묘한 공감이 있습니다. 요리가 쉬워진다고나할까요....ㅎㅎ

요리와 음식을 구별했는데 요리는 뭔가 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느낌이고 음식은 집에서 먹는 일상적 먹거리`이고요...
 
[블루레이] 동사서독 리덕스 - Wong Kar Wai Collection Vol.6
왕가위 감독, 장만옥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동사서독   :   사막이 비록 죽은 짐승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 뿐이라 해도

 




 

복사꽃을 본 지 오래되어서 다음해 맹무살수의 고향에 갔다. 하지만 그곳엔 복사꽃은 없었다. 복사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걸 떠날 때에야 깨달았다. 복사꽃은 그 여자의 이름이었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나서야 황약사가 날 찾아왔던 이유를 알았다.

 

- 동사서독, 구양봉(장국영)의 독백 中

 
 


 

주요 등장인물

▶ 구양봉(장국영) : 일명 서독. 백타산의 고수였으나 지금은 사막의 살인청부 알선자이자 은둔자로 산다. 실연의 아픔을 지니고 있다.
▶ 황약사(양가휘) : 일명 동사. 매해 봄이 되면 동쪽에서 말을 타고 찾아오는 구양봉의 친구. 기억을 지워주는 술 취생몽사를 들고 와서는 저 혼자 마시고 떠나버린다.
▶ 모룡연/모룡언(임청하) : 황약사를 사랑했던 여인. 하지만 버림받은 뒤로는 두개의 분열된 인물, 오빠 모룡연, 여동생 모룡언으로 살고 있다. 두 인격체가 번갈아 구양봉을 찾게 된다.
▶ 맹무살수(양조위) : 한때는 무림 고수였으나 지금은 눈이 멀어져가고 있는 맹인 무사. 마적 떼와 상대하다 결국 죽는다.
▶ 완사녀(양채니) : 동생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자 구양봉을 찾아와 원수를 갚아달라고 청하는 가난한 여인.
▶ 홍칠공(장학우) : 완사녀의 청을 받아 복수를 해주고 홀연히 떠나가는 협객. 훗날 구양봉과 맞서게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동사서독 [東邪西毒] (세계영화작품사전 : 무협 영화, 씨네21)에서 발췌



왕가위 영화 가운데 제일 많이 본 영화는 << 아비정전 >> 이었다. 40번 넘게 보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질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연애 기간이 4년 차에 접어든 연인들이 느끼게 되는 권태와 닮았다. 40번 넘게 보다 보니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자 결정은 신속했다.

히틀러가 자주 사용했다는 입말을 빌리자면 : 얼음처럼 차갑게, 그리고 번개처럼 재빨리1 << 아비정전 >> 과 결별하였다. " 안녕, 아비정전 ! 개똥에 쌈 싸 드셔 ~ " 내가 보기에는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작품은 << 화양연화 >> 였고, 완성도가 가장 떨어진 작품은 << 동사서독 >> 이었다.2  << 열혈남아 >> 와 << 아비정전 >> 으로 승승장구해서 자신만만했던 왕가위 감독이 사막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재앙에 가까우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은.......  많이 당황하셨어요. 사막 한가운데 세트를 세운 지 어언 2년,  랭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으리라. 시나리오는 즉흥적으로 바뀌기 일쑤였고, 배우들은 영화를 찍으면서도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구양봉을 연기했던 양가휘가 황약사가 되고, 황약사를 연기했던 장국영이 구양봉으로 배역이 바뀌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선장이 길을 잃으니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누군가 말했다. " 왕가위 씨, 개똥에 쌈 싸 드셔 ~ "    출처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미루어 짐작컨대 배우 왕조현이 아닐까 싶다. 주연인 줄 알고 촬영에 참여했으나 알고 보니 엑스트라에 불과했으니까. 이 영화가 불균질적인 텍스트인 것은 감독이 의도했다기보다는 실패에 따른 결과'처럼 보인다.  배우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바뀌는 쪽대본으로 인하여 영화에 대한 몰입이 불가능했고,  배역이 바뀌는 바람에 그동안 찍었던 엄청난 분량의 필름은 쓸모가 없어졌다. 감독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선택한 것은 편집의 묘미'였다.

이것저것 넣다 보니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국물 맛이 되자, 최후의 수단으로 라면 스프'로 맛을 잡은 꼴이다. 나에게 영화 << 동사서독 >> 은 실패한 영화'였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실패가 주는 " 아우라 " 로 인하여 걸작이 되었다. 실패가 반드시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발명품이 나중에는 위대한 발명품이 되듯이 영화도 종종 그런 경우가 있다.  좋은 예가 바로 << 사냥꾼의 밤, 1955 >> 이다. 배우였다가 처음으로 영화를 연출한 찰스 로튼'은 욕심으로 인하여 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것도 아닌 애매모호한 영화를 만들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영화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단정적으로 말해서 << 동사서독 >> 은 실패한 영화이면서 동시에 위대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나를 사로잡는 인물은 양조위가 연기한 < 맹무살수 > 였다.


맹인 무사3인 그는 복사골'이라는 장소에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적 떼와 싸운다. 하지만 하늘은 그를 돕지 않는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자 한치 앞이 어둠이다. 사실, 시력을 잃어 가는 그가 마적 떼와 싸우기로 한 결의는 무모했다기보다는 차라리 자살 행위에 가까웠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이 싸움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무사는 싸우다가 죽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칼이 빠른 왼손잡이 도적에게 목이 베인다. 칼 솜씨가 좋은 무사는 적의 목을 벨 때 경쾌한 바람소리를 내는 법. 맹무살수도 한때는 무림 고수여서 적의 목을 벨 때 바람소리를 듣고는 했다. 하지만 그는 도적 떼에게 목이 베이면서 그 소리를 듣는다. 솜씨 좋은 칼잡이가 자신의 목을 벤 것이다. 이 장면에서 나는......  아,  했다. 그는 왜 복사꽃 흐드러진 복사골을 가려고 했을까 ?

 

다음해, 구양봉(장국영)이 복사골'에 갔을 때, 그는 그곳이 복사꽃이 피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맹무살수가 그리워했던 곳은 장소'가 아니라 여자'였다. 도화桃花(복사꽃)'라는 이름의 아내. 내가 이 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 處4의 애상 " 에 있다. 사랑할 때는 보이지 않으나 헤어지고 나면 보이는 것이 바로 < 장소 > 다. 이별 전과 이별 후의 장소는 같지만 동시에 같지 않다. 다시 찾은 장소는 텅 빈 기표로 작용한다. 그 장소는 그(혹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아무리 쾌적한 환경이라 해도 그(혹은 그녀) 없이 홀로 있는 그 장소는, 아이고.... 의미 없다. 그러므로 < 사랑 > 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는 < 장소 > 다. 맹무살수가 도화(桃花 : 복사꽃) 라는 이름 대신 복사골이라는 장소를 언급한 것은 그가 그녀를 떠났기 때문이다5 

 

이 장소는 맹무살수에게는 상처'다. 상처(傷處)라는 단어에서 처가 한자로 處인 이유이다. 그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실내장식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가구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영화 << 동사서독 >> 에서 사막은 텅 빈 장소'에 대한 은유다. 이들은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돈다. 사막의 반대말은 정처'다. 이처럼 정처(定處 : 일정한 장소)가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의미이니까. 나는 이 폐허'가 좋다. 사막이 비록 "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 뿐6 " 이라 해도 말이다.




  


 

  1. '얼음처럼 차갑게'와 ' 번개처럼 재빨리'는 히틀러가 좋아하는 표현들이었다(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2. < 타락천사 > 와 < 중경삼림 > 은 작품이라기보다는 소품에 가까우니 제외하도록 하겠다
  3. 맹인 검객이라기보다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무사다
  4. 處 : 곳 처
  5. 도화'라는 여인은 바람둥이 황약사(양가휘)와 바람을 피운다. 맹무살수는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어서 정처 없이 사막을 떠돈다. 맹무살수가 도착하기 전 도적 떼'를 소탕한 이'가 바로 황약사'였다. 그러니까 도적 떼의 2차 공습은 복수를 위해서였다.
  6. 뼈아픈 통증, 황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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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5-07-2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던 영화였는데, 잘 읽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14:45   좋아요 0 | URL
오, 그렇습꺄... ? 영화 죽이니까 꼭 보셥셔..

heter 2015-07-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타락천사>는 소품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왕가위스럽구나라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전 <중경삼림>을 왕가위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물론 1부 말고 2부만...) 그나저나 동사서독은 아직 안 봤네요. 동사서독과 동사서독 리덕스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는데, 시간만 되면 두 편 다 보고 싶은 생각도 들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14:44   좋아요 0 | URL
타락인가 중경인가 아마도 한 작품이 동사서독 촬영이 길어지자 스트레스 받은 감독이 제작비도 충당할 겸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열흘 대충 만들어서 작품 냈는데 그게 대박인 경우... < 동성서취 > 란 영화도 제작비 벌기 위해서 사막에 가둔 배우들을 이용해서 코미디 영화 하나 만든 것입니다. 그것도 제작비 좀 벌어둘려고 했는데 흥행대박 쳤더군요...


리덕스는 너무 설명조`여서 마치 소설 뒤에 있는 작품 해설 보는 느낌이어서 좀 그렇습니다.
리덕스 말고 원판 보십셔...



heter 2015-07-22 15:26   좋아요 0 | URL
예, 참고하겠습니다.

포스트잇 2015-07-22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간의 영화제작상황 얘기를 알고 별 기대하지 않고 보러 갔다가.. 뻑 갔던 영화에요.
이것 저것 넣었다가 안되자 `라면스프로 맛을 잡은`이라는 표현이 어쩜 그리도 딱인지. 기가막히십니다. ㅎㅎ
`라면스프`라는 게 곰발님이나 저같은 사람을 후벼파는 신파 가루더라도 왕가위는 참으로 고급지게 만들더이다.
마지막은 또 어떻구요.
장만옥 얘기는 안하셨네. 장만옥의 부분이 처음엔 허접한 건가 느꼈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의 끝에 넣은 이유가 이해되고 영화의 `라면스프` 끝맛 같았네요. ㅎㅎ
다시 보면 우습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시 보고 싶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2 14:48   좋아요 0 | URL
고급지게 만들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싸하쥬 ?

사실 이 영화는 엉망이죠. 장국영 수염 보면 알아요. 어느 때는 수염 길렀다가 다음 장면에는 수염이 없기도 하고...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장국영이 처음에는 황약사 했다가 배역을 바꿔 구양봉을 연기했는데 두 캐릭터가 한쪽은 수염이 있었고 한쪽은 수염이 없는 쪽이었다고 하네요... 편집 과정에서 이 둘을 섞었습니다.

sslmo 2015-07-22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이렇게 멋지면 어쩌란 말입니까여?
전 그래도, 아직도, `망기타`땜에 타락천사 애정합니다~ㅅ!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09:49   좋아요 0 | URL
글이 좀.... 고급지쥬 ?

물고기자리 2015-07-22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사서독을 분명 봤을 텐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제가 김용 소설은 전 시리즈를 다 읽어서 구양봉, 황약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반갑거든요^^ 특히 양조위의 연기와 눈빛을 좋아하는데 다시 한 번 봐야겠어요. 화양연화는 정말 멋진 영화죠. 지금도 가끔씩 보는데 훔쳐보는 듯한 카메라 구도와 음악, 색감 등..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3 09:49   좋아요 0 | URL
오, 김용 소설 전작주의자시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