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와이키키



" 안녕, 알파고 ! " 


 

                                                                                                          어느 날, 홍길동은 밥에 물을 말아 먹는 것인지 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인지도 모른 채 꾸역꾸역 목구멍에 밥알을 넘기다가 서자(庶子)인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서러운 거라.  그는 달밤에 아버지가 머문 처소 앞에 엎드려 읍소한다. 그 유명한 대사,  아버지를 아버지라 하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하지 못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길로, 그는 길을 떠난다. 가벼운 개나리 봇짐 하나 어깨에 걸치고 떠난 길이라지만 발걸음은 천근만근 일만일천근'이어라. 이 개같은 세상. 샅바 잡고 밭다리후리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  금수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흙수저로 살아가야 하는 설움.

아아.  흘러라, 눈물이여 !  홍길동은 주먹 불끈 쥐고 괄약근에 힘을 주며 길 위에 서 있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 개라고 할 말 없어.  그는 도적 소굴에 들어가 활빈당의 두목이 되고,  세를 키워 율도국을 세워 율도국의 시조(始祖)가 된다.    시조라는 말은 홍길동에게 아버지는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고전 << 홍길동전1) >> 이야기'다. 허준은 실존 인물이었던 신출귀몰했던 도둑2)  위에 문학적 상상력을 덧대어서  " 도술을 부리는 정의로운 홍길동 " 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허준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속내는  못난 아버지(연산군 폭정 시대)를 버리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욕망이었을 것이다.  

① 아버지를 원본(原本)이라고 하고 아들을 복제(複製)라고 가정한다면,  ② 아버지를 창조주라고 하고 아들을 피조물이라고 가정한다면,  ③ 아버지를 정품이라고 하고 아들을 짝퉁이라고 설정한다면  :  소설 << 홍길동 >> 은 소설 << 프랑켄슈타인 >> 과 유사하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이 만든 괴물이 어마어마한 힘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힘이 두려워 피조물을 죽이려고 했듯이,  홍길동 아버지 홍판서 또한 도술을 부리는 홍길동의 괴력을 두려워하여 길동을 죽이려고 한다.   이처럼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길동 아범 홍상직 판서'는 괴력을 발산하는 아들을 두려워해 죽이려고 했던 오이디푸스의 못난 아버지였다. 

못난 아버지와 비범한 아들의 관계, 형편없는 원본(院本)과 뛰어난 사본(寫本),  나아가 원본 없는 복제의 아우라는 문학적으로 다양하게 변주되어 양산되었다. 영화 << 블레이드 러너 >> 도  창조주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피조물을 다룬다. 영화 속 복제 인간'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며 반대로 인간은 복제 인간보다 더 기계적이며 냉정하다.  돌연변이를 다룬 괴물 영화도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B급 영화에서는 괴수'는 방사능 누출 때문에 탄생했다고 대충 퉁치지만 사실 꼼꼼하게 따지고 들면 괴물은 인간 욕망이 만든 사생아'인 것이다. 나는 항상 새빨간 반골 정신으로 " 피조물의 역린 " 을 지지했다.   괴물은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존재'로 묘사되지만, 사실......        

괴물은 질서를 파괴하는 존재가 아니라 낡은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복원하는 존재'다. 가족은 괴물에 의해 파괴된 폐허와 곤경에 맞서 싸우면서 그동안 풍요 속에서 잃어버렸던 가족애를 되찾는다. 그것은 역설적이지만 괴물이 가족에게 선물한 가치'다.  프로이트가 한 말3)   을 인용하자면 인류의 탄생은 아버지 살해와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힘을 가진 아들을 두려워한다. 권력은 늘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조폭의 우아한 세계를 들여다보면 두목의 가슴을 칼을 꽂는 놈은 2인자'가 아니라 자신이 믿었던 꼬붕에 의해서다. 2인자는 두목의 등 뒤에 칼빵을 놓을망정 앞가슴에 칼을 꽂지는 않는다. 두목은 대부분 자신이 믿었던 아들(꼬붕)에게 살해당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사본을, 피조물을, 짝퉁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 알파고 VS 이세돌 3국 >> 에서 재미있게 본 것은 바둑 경기가 아니라 대중이 알파고에게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인간이 3연패하자 여기저기서 불공정 게임'이라는 변명으로 인간을 위로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두려움은 사본(아들)이 원본(아버지)보다 뛰어나다는 데에서 비롯된 공포'다. 아버지 이세돌은 이제 갓 1살 밖에 안된 아들에게 속수무책이다. 인류를 대표하는 이세돌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인 알파고와 맞서 싸우지만 상대가 되지 못한다. 알파고는......                                      홍길동이요,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thing4)      인 셈이다.  

힘의 균형이 사본'에게 쏠린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원본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데 사본으로 대표되는 < 아들의 역린 > 은 대부분 아버지의 두려움이 낳은 결과'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인정하지 않을 때 아들은 주먹 쥐고 일어선다. 무릎 꿇고 일어설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이 될 수 없듯이, 이제는 높은 권좌에서 내려와 수평적 시선으로 타자를 인정할 때가 왔다. 클로드 레비ㅡ스트로스는 << 슬픈 열대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  이제 인간이라는 아버지는 알파고를 인정하고 서로 상생을 도모해야 할 때가 왔다.

아버지가 권위를 내려놓으면 아들에게 평화가 찾아오듯이,  인간은 이제 상생을 위한 평화를 얻기 위해 알파고의 능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알파고는 계속 진화할 것5)   이다. 이세돌은 기자 회견을 통해 " 이세돌의 패배일 뿐,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 " 라고 말했지만, 이 말은 틀렸다.  패배한 것은 이세돌이 아니라 인간이다. 하지만 슬퍼하지는 말자.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법이다. 영화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에서 늙은 트레이너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 말이다. 그렇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그게 인생이다. 나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5 : 0 으로 이겼다고 해서 알파고를 두려워하거나 혐오할 생각은 없다. 흥하면 망하는 순간이 오고, 성하면 쇄하는 때가 온다. 상승 그래프는 언젠가는 꺾인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영접하리라.

 

​" 안녕, 알파고 ! "

 

 

 

 

덧대기     ㅣ     어쩌면 알파고 대국 시리즈의 진짜 공포는 인공 지능의 눈부신 전투력이 아니라 집이 없으면 죽게 되는 미생의 운명이 아닐까 ? 살림집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짒값이 오르고,  가게 세입자는 언제 쫒겨날지 모른다. 장사가 안 돼도 고민이지만 장사가 잘 돼도 고민이다.  후자의 경우, 장사가 잘 된다는 이유로 임대료는 2,3배 오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가게'가 없다는 것은 공포스러운 일이다 (http://blog.aladin.co.kr/749915104/6958980).  알파고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알파고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부를 축적하는 토건 마피아 같고, 이세돌은 집 한 채 구하려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다가 변방으로 쫓겨나는 세입자 같다. 구석진 곳에 집구석 하나 만들어 살겠다는, 그리 사치스러운 욕심도 아닌, 소박한 욕망은 알파고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                                


 

1)       홍길동은 조선조 세종 때 서울에 사는 홍판서의 시비 춘섬의 소생인 서자다. 홍판서가 용꿈을 꾸어 길몽이기에 본부인을 가까이하려 하였으나, 응하지 않으므로 춘섬과 관계를 하여 길동을 낳았다. 길동은 어려서부터 도술을 익히고 장차 훌륭하게 될 기상을 보였으나, 가족들은 길동의 비범한 재주가 장래에 화근이 될까 두려워하여 자객을 시켜 길동을 없애려 한다. 길동은 위기에서 벗어나 집을 나와서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러다가 도적의 소굴에 들어가 힘을 겨루어 두목이 된다. 먼저 기이한 계책으로 해인사의 보물을 탈취하고 활빈당이라 자처하며 기계와 도술로써 팔도지방 수령들의 재물을 탈취하여 빈민에게 나누어주고 백성의 재물은 추호도 다치지 않는다. 길동은 함경도 감영의 불의의 재물을 탈취하면서 '아무 날 전곡을 도적한 자는 활빈당 행수 홍길동'이라는 방을 붙여둔다. 함경감사가 도적을 잡는 데 실패하자 조정에 징계를 올려 좌우 포청으로 하여금 홍길동이라는 대적을 잡으라고 한다. 팔도가 다같이 장계를 올리는데 도적의 이름이 홍길동이요, 도적당한 날짜가 한날 한시였다. 국왕이 길동을 잡으라는 체포명령을 전국에 내렸으나 길동의 도술을 당해낼 수 없어서 홍판서를 회유하고 길동의 형 인형도 가세하여 길동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고 병조판서를 제수, 회유하기로 한다. 길동은 서울에 올라와 병조판서가 된다. 그 뒤 길동은 고국을 떠나 남경으로 가다가 산수가 수려한 율도국을 발견, 요괴를 퇴치하여 볼모로 잡혔던 미녀를 구하고 율도국 왕이 된다. 마침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와 삼년상을 치른뒤 율도국으로 돌아가 나라를 잘 다스린다(한국민족대백과에서 부분 발췌)

 

2)       조선왕조실록과 연산군 일기에는 홍길동이라는 도둑이 있었고 그를 체포했다는 기록이 있다

3)       문명과 불만
4)       프랑켄슈타인은 괴물 이름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소설 속 괴물은 이름'이 없다. 아버지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낳은 괴물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낳은 자식이지만 적통으로 인정하지 않는 홍길동 아버지와 다를 바 없다

5)      알파고의 버전 업은 < 베타고 > 이고, 베타고의 다음 버전은 < 비행기타고 >  라고 한다. 하하. 웃자고 한 말이다. 아주 오래 전, 수안보 와이키키 관광 호텔'에서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에게 종종 와이키키 가지고 졸랐던 모양이다. 영화 << 와이키키 브라더스 >> 라는 영화가 나왔을 때 내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친구와 술 먹다가 의기투합하여 한밤중에 택시 타고 와이키키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화려했던 와이키키는 없었다. 그곳은 마치 몰락한 성 같았고 나는 성에서 쫓겨난 왕가의 폐족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가끔 비행기 타고 와이키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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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3 0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08:02   좋아요 1 | URL
네에... 후후.... 전 좀 생각이 다른데, 왜 알파고에 대한 비판은 이런 거잖습니까.
이세돌은 1이고 알파고는 2002개의 시피유와 연결되었으니 개인 대 컴퓨터 집단과의 싸움이므로 반칙이라고 말하는데 ( 왜 일 대 일로 싸우지 않음 ??! ) 전 이 말에 전혀 동의를 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세돌은 처음부터 컴퓨터라는 통섭의 시스템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느냐는 제안이지 않았을까요 ? 만약에 이세돌이 이기고 있다면 2002개의 시피유와 연결된 알파고는 반칙이다, 라고는 말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냥 제 생각입니다...

시이소오 2016-03-13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멸망을 지구의 멸망이라고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오만함에 경종을 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09:03   좋아요 0 | URL
인간이 그동안 너무 건방졌죠.. 가끔 개 데리고 산책을 하면 개를 끌고 나오면 어떡하냐는 욕을 먹는데.. 아니 시발놈들... 이 땅덩어리가 인간만을 위한 대지입니까..짐승들의 주인이기도 하죠.. 고양이들 밤에 울 자격 있고, 거리에 똥 쌀 자격 있씁니다.. 오만방자한 것이죠..

글구 사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두려움을 느껴야 할 것은 기계의 능력이 아니라 집 없는 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 세력에 밀려서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하면 미생이 되고 먹히니까요.. 그게 이 대전의 진짜 두려움이 아닐지요..

cyrus 2016-03-13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대중의 반응이 너무 호들갑스럽다고 생각해요. 우린 이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의 기계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죠. 지금 대중의 반응이 그것과 같습니다. 인간과 닮은 로봇이 나오면 사람이 거부 감정을 느끼는 ‘불쾌한 골짜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15:20   좋아요 0 | URL
엄밀히 말하면 알파고가 과연 인공지능에 부합한지 의문입니다. 연산 능력의 업 버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대중의 불쾌감은 확실히 사이러스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언캐니 곡선과 연관이 있겠죠. 어라, 기계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모방하고 창조하고 더군다나 응용하네.. 이런 느낌.. 확실히 알파고가 상대 선수의 컨디션에 따라 바둑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십니까 , 바둑 ?

표맥(漂麥) 2016-03-1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조물의 역린! 이 말에 팍~ 꽂혔습니다...
혹시 이번 4국은 알파고가 봐준게 아닐까요? 압승하면 사람들이 공포감을 가질 거 같아서...^^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4 10:07   좋아요 0 | URL
제가 봐도 이번 알파고 똥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를 못하겠슴니다.

yamoo 2016-03-1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홍길동과 프랑켄슈타인이라...곰발 님은 유비의 천재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4 10:06   좋아요 0 | URL
라라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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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가 아니라 히마리 :




싸가지 없는 진보라고 ?!




강준만 교수가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으로 ‘싸가지 있는 정치’를 제시했다. 상대편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제대로 읽는 눈이 트여 집권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권 후의 성공까지 거론한 이유는, ‘싸가지 문제’가 선거는 물론 평소의 정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과 이념이라도, 싸가지 없게 행한다면 유권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강준만 교수는 진보의 ‘이성 중독증’을 지적한다. 이성 중심의 정치관이 싸가지 문제를 사소하게 보는 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진보의 싸가지 문제란,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이다. 예컨대,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왜 진보를 좋아하지 않고 보수에 표를 찍냐고 호통치는 듯한 자세,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동료에게도 상처를 주고야 마는 행위, 번드르하게 말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꾸는 태도 등이다.
ㅡ 싸가지 없는 진보, 책소개 글 中에서


 
강준만'은 진보 진영의 참패'가 " 싸가지가 없기 " 때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이 순진한 믿음 앞에서, 더군다나 사회를 읽는 눈썰미를  갖춰야 하는 학자가 내놓은 식견'이라는 데 절망이 앞선다.  " 상대편을 존종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  얻을 수 있다는,  이토록 하나마나한 인문학적 수사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이라고 믿는다면 강준만은 순진무구한 " 인문학 ㅡ 성애자 " 다.  진보 진영이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면,  진보 진영보다 더 싸가지가 없는 보수쪽 후보'에게 묻지 마 투표를 보이는 유권자 성향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강준만 식 잣대를 들이대자면 21세기 불패의 신화인 보수 진영은 싸가지 있는 집단이라는 말이 아닌가.  
강준만이 진보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 싸가지 없는 놈 >> 이라는 프레임은 조중동'이 만들어낸 히트 상품'이다.  이 프레임에 희생당한 대표적인 인물이 이정희1)와 김용민'이었다.  찍히면,        죽는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언론은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몰락한 원인으로 싸가지 없는 김용민을 신속하게 솎아내지 못한 야권의 어정쩡한 태도를 뽑았다. 이 태도는 불법을 저지른 놈은 용서해도 예의 없는 놈은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중도와 무당층 유권자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보수층을 결집시킨 촉매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총선이 끝나고 난 후,  정치권 찌라시'는 야권이 한 표(김용민)을 얻기 위해서 스무 표를 잃었다는 우스개'가 회자되기도 했다.  싸가지 역풍이 불었다는 말.  
쉽게 말해서  :  " 유권자는 싸가지 없는 놈을 싫어해 ! "   그런데 이 총선 결과 분석은 과연 맞는 말일까 ?   내가 보기엔, 이 수작은 전형적인 조중동 프레임'이며 동시에 미리 깔아놓은 프레임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다락방 속 쥐덫이다. < 싸가지 프레임 > 은 자기(조중동) 입맛에 맞지 않는 놈을 쳐내기 위한 미래 전략'인 것이다. 김광진 의원이 조중동으로부터 책잡히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필리버스터 연단에서 짝다리조차 짚지 못했다는 하소연은 의미심장한 고백이다. 싸가지 프레임 공격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시대적 모순에 대해 침묵하거나 나쁜 시대에 예쁜 말'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쁜 시대에 예쁜 말'만 하는 것은 나쁜 태도'이다. 예쁘고 순한 말은 결코 사회를 뒤집을 수 없다. 
꽃잎은 쉽게 찢어지며 쉽게 짓무르고 쉬이 지지만 가시는 꽃잎이 져도 무디어지지 않는다. 가시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날카롭다는 데 있다. 지배 계급은 싸가지 프레임으로 피지배 계급의 거친 입을 단도리하기 위해 이 전략을 내세운다. 내가 강준만을 비판하는 대목은 그가 조중동 프레임으로 진보를 꾸짖는다는 데 있다.  싸가지 프레임이 맞다면 18대 총선 때 정봉주가 얻은 표보다 김용민의 득표율이 더 낮아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19대 김용민은 18대 정봉주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몇 가지 의문을 연속적으로 던져보자.  전국 전체 판세'가 김용민 때문에 표를 잃었다는 데 왜 하필 김용민이 출마한 지역구에서는 정봉주가 얻은 표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것일까 ?  김용민 때문에 전국 판세가 역전이 되었다는 싸가지 역풍론은 과연 맞는 말일까 ? 
더민주당에서  진행된 20대 총선 2차 컷 오프 대상 명단에  정청래가 걸려든 것도 바로 싸가지 없는 진보 프레임'이다.  조중동이 음식을 주문하고 더민주가 그 음식을 내놓은 꼴이다. 맛있게 드십셔 ~  더민주는 조중동 프레임을 끌어다가 심사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나쁜 시대에 예쁜 말을 한 놈은 살고 나쁜 시대에 거친 말을 한 놈은 죽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이 상황은 마치 삼국지에서 장비 없이 유비만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자는 것과 똑같다. 더민주의 비극은 민의는 외면한 채 조중동이 주장하는 메시지에는 경청한다는 점이다. 더민주에서 정청래는 장비였다. 그는 자신을 대포라는 무기로 비유하고는 했다. 그 말이 맞다면 더민주는 화력 좋은 장비를 잃었다.  지금 더민주에는 대포를 버리고 새총을 든 놈들만 바글바글하다.
혹은 눈물이 무기랍시고 표 구걸이나 하던 어느 여성 정치인은 뻔뻔하게 살아남았다.  이길 수 있을까 ?   중국의 기서 奇書 가운데 하나인 << 후흑학2) >> 은 싸가지 없는 놈이 권력을 장악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다.  정치 영역에서는 싸가지 없는 놈이 승리한다.  유권자들이 야권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는 싸가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히마리가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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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 언론은 싸가지 없는 이정희 때문에 반사 이익으로 박근혜가 승리했다는 싸가지 프레임을 주장했지만 근거는 없다.  이 프레임은 보수 언론이 진보 진영에게 보내는 공갈 메시지'이다.  한 방이 훅 간다,  입 조심해라잉 ?  유감스러운 점은 야권이 이 공갈을 진리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정말 싸가지 없는 이정희 때문에 보수가 집결했던 것일까 ?  왜 야권은 의심 없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
2)         두터울 후, 검을 흑. 두꺼운 낯짝과 검은 마음을 가진 놈이 권력을 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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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0:38   좋아요 1 | URL
강준만이 극우 언론의 프레임 가지고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극우의 프레임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2016-03-1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3-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씨 실패는 진보는 꼰대가 되면 안되는거죠. 꼰대심은 누구나 있지만, 그게 당연시하면 안되는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3:18   좋아요 0 | URL
종편이 만든 덫에 빠지다니... 그들이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권력에게 대드는 불경과 동일한 말입니다. 절대 존엄에 반기를 든 놈은 다 나자빠졌습니다.

samadhi(眞我) 2016-03-1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악한 민주라는 사람들이 언론이랑 보수하고 맞짱 뜰 용기는 없고 눈치만 보는 꼴이지요. 나갈 땐 확실하게 나가 화끈하게 한 판 붙는 게 당연한데 애써 싸워온 사람을 잘 했다 다독이지 못 할 망정 되려 왜 대들어서 우리 입지만 나빠졌잖냐하고 자빠(?)졌으니 그러고도 ˝민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5:56   좋아요 0 | URL
닭당보다 못한 병아리당이로군요. 뭐 개떡 같이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는 귀를 가진 당이어서, 어찌 그리 실천력이 뛰어난지.... 아마 종편에서 국회에서 똥싸라 하면 똥 쌀 위인들입니다..

yamoo 2016-03-1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하신 논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근데, 강준만 교수...왜 그런다지요?? 슬슬 복거일 닮아가는 거 아닌지 우려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2 09:10   좋아요 0 | URL
촉이 좀 무디어지신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싸가지론은 세대불균형 현상과 맞물려서 진보의 대안으로 포섭된 것처럼 보입니다. 고령층이 젊은층보다 많으니 결국은 어르신 표를 얻기 위해서는 싸가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인데... 예절 교육만 가지고 과연 60세대의 표를 얻을 수 있을까요 ? 진보가 싸가지가 없어지면서 만날 진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강준만이 보수 진보 표 양상을 보면 그리 말히자 못할 것입니다..



수다맨 2016-03-13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교수는 한국에서 다작을 하기로 소문난 학자인데, 바로 그 때문인지 생각이 무르익지 않은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낼때가 왕왕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필요조건으로 품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을 보니, 이 양반도 오찬호 같은 이들과 닮아가는 듯하네요.
곰곰발님 말씀대로 야권이 인심을 못 얻는 이유는 싸가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히마리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07:03   좋아요 0 | URL
정말 엄청난 다작이신데요... 존경스럽기는 하죠.. 스고이합니다. 하지만.. 다작의 부작용은 분명 있습니다.
봄날입니다. 조만간 낮술마시며 이야기나 합니다..
 

 

 

 

 

 

                                   

  

이세돌에 반대한다 :

 



 

 


내가 이세돌로 보이니 ?

 

 

 



 

                                                                                                         

 

                                                                                                          지금 이 시간, 승기가 군대에 있다는 말은 거짓말로 판명이 났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승기勝氣는 이세돌이 쥐고 있었다(고 한다).  이세돌은 때론 알파고의 절묘한 한 수에 몸을 사렸으나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악수에 긴장을 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파고가 잦은 실수를 한다며 안도했다.  가재는 게 편이 아니던가. 그런데 상황은 알파고의 102수 이후로 급변했다. 기계의 치명적 오류라고 생각했던 한 수가 알고 보니 신의 한 수'였던 것.  이세돌은 186수만에 링 위에 피 묻은 수건을 던졌다.  고마해라,  마이 맞았다 아이가.  알파고의 불계승이요, 이세돌의 불계패'였다. 다시 말해서 끝까지 싸워보지도 못한 채 항복 선언을 했다는 의미.

우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는 기사'가 속보로  SSG~  송출되었다. 기계가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격렬한 타이틀도 보인다. 아아. 모두가 비탄에 빠지고 있을 때, 웃는 사내가 있었다.  바로....... < 나 > 올시다 !    나는 진심으로 " 알파고 " 가 이세돌을 이기기를 바랐다. 이세돌이 세 돌만에 항복 선언을 하는 상상을 하며 낄낄거리기도 했다. 인간 vs 기계'가 대결을 펼칠 때마다 인간에게 가산점을 주는 데에는 기계에 비해 인간의  오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적용되곤 했다. 또한 인간은 변수에 대한 대응 능력이 기계에 비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알파고 대국 뒷담화를 들으니  :  이세돌은 변칙에 대한 대응 방식을 엿보기 위해서 7번 째 수에서 " 변칙수 " 를 뒀다고 한다.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번트 자세를 취한 꼴이다.

SSG~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심산. 알파고 씨, 다, 다다다당황하셔쎄여 ? << 변칙수 >> 란 바둑 정석에서 벗어난 수를 뜻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7번 돌발 변수에 대해 오히려 창의적인 수로 이세돌을 압박했다고 한다.  " 우우, 만만한 놈은 아니군 "    구경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구경꾼들은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기계에게 질 수는 없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에는 알파고가 102번 변칙수를 이세돌에게 던졌다. 이구동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라는 중평이 나왔다. 실수라고 언급하는 이도 있었고,  이 패착을 기계의 한계'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이세돌도 이 변칙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SSG~ 웃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웃지 않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경기가 끝나고도 40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알파고에게 졌다.

<< 알파고 ㅡ 이세돌,  제 일 대국 >> 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기계에게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분개할 일인가 ?   사람들이 이세돌에게 보내는 친절한 지지'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고질적인 자만이 내포되어 있다.  인간은 인간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사실이 같잖다.  인간은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할 리는 없다. 인간이 없는 지구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멸망을 지구 멸망과 동일시하는 데에는 오만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대국을 통해서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국에서는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세돌이 히딩크처럼 오대영'이 되라고 저주하지는 않겠다만 이세돌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 삼대이 " 로 알파고의 우승을 기원한다.  알파고 !  콧대 높은 인간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라구 ㅡ   

 

에필로그 : 2018, 세기의 대결 그 후 이야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이세돌이 1패 이후 4연승을 거둬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년 후 발견된 극비 문서'는 인류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 대결은 < 인공지능 vs 인간 > 의 대결이 아니라 < 인공지능 vs 인조인간 > 의 대결'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구글이 선보이고 싶었던 것은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 알파고 >> 가 아니라  이세돌을 똑같이 모방한 인조인간  << 이세돌 >> 이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곰곰생각하는발이라는 알라디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 이세돌 - 봇 " 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 내가 이세돌로 보이니 ?  "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인조인간 이세돌은 미 군산복합체 연합이 극비리에 진행한 " 쓰리 스톤 프로젝트 1호 " 의 결과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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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3-1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까지는 이세돌에게 걸었는데,,, 이세돌이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넘치긴 했죠!!! 마지막 말은 곰곰발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만드는 신의 한수 언어이십니다~ 그리고 공유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9 22:44   좋아요 0 | URL
이세돌... 인조인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자주 오는이 2016-03-09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2년 후 극비문서가 발견되었다니 미 군산복합체 연합도 비밀보장이 국정원만큼이나 안 되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9 23:07   좋아요 0 | URL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수많은 알라디너가 돌을 던질 테지만, 2년 후 이 글은 성지순례가 될 것입니다.

더 자주오는이이 2016-03-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과 바둑의 대결에서 인간의 자만심을 보셨군요..역시 남다르시네요.

근데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이 완벽하게 만들어낸것인데 반해 이세돌은 자연적 영역의 일부로서

인간이라면 인공이 자연으로 태어난 인간을 이기는것에 대한 반발감때문 아닐까요?

결국인간은 인간을 꺽을수 있는 수준까지 온것이다...먼가 아이러니컬하지 않습니까?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3   좋아요 0 | URL
경우의수가 높을수록 컴퓨터의 오류 또한 높아질 터인데, 인간을 이겼으니 충격이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는 인간인지라,
그닥 충격적이지는 않네요.. 올 것이 왔다는 느낌.
기계 쪽에 붙어야 겠습니다 아부 좀 하려고요.. ㅎㅎㅎ

yamoo 2016-03-0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필로그가 대박이네요..ㅋㅋㅋ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책은 꾸준히 출간된 거 같아요. 인간의 실수를 다룬 뇌과학과 심리학 책들이 출간 돼 꾸준히 인기를 얻는 듯합니다. 읽어 보면 참으로 유익하더이다~ㅎ 만물의 영장이긴 개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4   좋아요 0 | URL
인간만큼 엉뚱한 선택을 잘하는 종도 없죠..
정확한 선택보다는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물의 영장은 개뿔 ~~ㅎㅎ

clavis 2016-03-0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승전 쓰리스톤
저는 세돌씨같은 여리여리한 남자가 참 좋더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5   좋아요 1 | URL
ㅎㅎㅎ. 모성애 강하시군요..
근데 세돌 씨, 목소리는 그닥...

oren 2016-03-10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이버 스트리밍이 신통찮아 하는 수 없이 유튜브로 봤는데, ˝디스 스톤, 투 스톤, 화이트 스톤, 커트˝ 어쩌고 하길래, `야들이 아직도 무슨 석기시대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ㅎㅎ 그 순간, 인류가 구석기시대 때부터 `돌`을 가지고 놀던 그토록 무섭고도 오래된 습관과 축적된 지적 능력도 이젠 `0과 1`을 갖고 장난을 치는 기계 앞에서 쩔쩔 맨다는 게 `기묘한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하더군요. 세돌이가 당황했다가, 즐거워했다가, 방심했다가, 낙담하는 모습 또한 익숙하게 봐왔던 `인류 진화의 기나긴 과정` 가운데 하나로 다가올 때도 있었구요. 암튼 기묘한 기분을 느낀 역사적인 하루였던 듯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6   좋아요 0 | URL
오늘은 이기겠죠 ? 중론이 세돌 씨가 컴을 무시했다가 된통 당했다는 ...
뭐 이번에는 반짝 긴장하고 대국전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글쎄말입니다. 0.1로만 이루어진 세계`가 이제는 진화했습니다. 확실히 진화했습니다.

samadhi(眞我) 2016-03-1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돌 만에 ㅋㅋ sf픽션으로 긴가민가 액자식구성 곰발님 전매특허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그래야 읽는 맛이... 소설로 읽어주십시오..

새아의서재 2016-03-10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곰발님의 위트 있는 글발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지않는다, 인간이 없는 지구는 축복이다, 라는 말이 가슴에 남네요. 이세돌 패배에 가슴아파하는 아들과 이 글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8   좋아요 0 | URL
레비스트로스가 아마도... 슬픈 열대에서 한 말일 것입니다.


이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한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뭐.. 이런 말을 했던 게,달걀부인 님 댓글 읽다가 생각났네요..

수다맨 2016-03-1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상귀 3.3에 놓인 백 116을 보면서, 저는 바둑이 사실상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둑 두는 사람들은 웬만해선 저런 수(집을 지키는 확실하고 안전한 수이긴 하지만 자기 집을 메우면서, 상대방에게 선수를 넘겨주는 착점)를 잘 두지 않거든요. 보통 100%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에만 프로들은 저런 수를 둡니다.
여하간 개인적으로는 바둑 팬인데, 어제 이세돌이 패배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신선한 충격을 받기는 했습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48   좋아요 0 | URL
오, 수다맨 님 바둑맨이셨군요.
전 까막눈이어서.... 바둑을 배워볼까 수없이 공부할까 했는데
전 안 되더군요.. 오늘 재미있겠습니다..

stella.K 2016-03-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오랜만에 곰발님 페이퍼 보고 웃었네요.
역시 곰발님다운 페이퍼여요.
거 왜 옛날에 본 만화 가운데 그런 거 있잖아요.
인간 좋자고 로봇 만들었다 오히려 로봇에 지배 당해 버리는 인간 세계.
마치 이세돌이 지면 그런 미래가 눈으로 보게될 것 같아 찝찝하고
뭐 이런 대결을 다하나 그런 생각 저도 했거든요.
그런데 곰발님 생각이 맞겠다 싶네요.
인류의 멸망이 지구의 멸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없어져야
지구가 살 수 있을 거라는 거.
그런데 그 없어져야할 인류에 나는 과연 포함시켰을까? 반문을 갖게도 하죠.
역시 인간은 오만합니다.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2:31   좋아요 0 | URL
죽으면 다 죽어야지 혼자 살아남으면
그것 또한 고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살아남는다면 얼마나 외롭고, 무섭고, 심심하겠습니까...
죽을 때 다 같이 죽어야 합니다. 스텔라 님도 예외업슴.. ㅎㅎㅎㅎ

비의딸 2016-03-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를 서너번 누르고 싶을만큼 마음에 드는 글이네요.
다른 서재를 잘 안다니는데 이글 때문에 여길 정말로 세번째 들어왔어요.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7:49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셨다니 고맙습니다. 더 재미있는 글을 작성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꾸벅 ~

cyrus 2016-03-10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대국 결과 관련 뉴스에서 본 댓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실 알파고는 커제였다>

그런데 커제도 알파고에게 쉽게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21:12   좋아요 0 | URL
오늘은 질 줄 몰랐씁니다. 어제는 실수였다쳐도 오늘은 이길 줄 알았는데..
햐.. 이거 장난아니던데요...전 16급이라 아는 게 거의 없지만,
뭔가 수가 오묘했습니다요..

마립간 2016-03-11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이벤트에도 있지만, 대국 시작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승부 예상으로 2:3 박빙의 알파고 우세로 봤는데, 어제 2국 관전 후에는 0:5가 예상되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0:07   좋아요 0 | URL
사실 전 1 : 4 로 이세돌 점쳤는데 벌써 글렀네요..
아, 바둑이 요렇게 재미있는 줄 미처 몰랐습돠.......
어제 2국은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대국 현황을 알 수야 거의 없지만..
그래도 뭔가 침착하게 한 수 한 수 두는 알파고에게 전율을.......

withfifa 2016-03-13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 보았습니다. 저로서는 무척 쓰라렸습니다. 인간 이세돌이가 지는 것이 자존심도 좀 상하고.. 더군다나 동양 정신문화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바둑이 서양에서 만든 프로그램에게 져서 더욱 더 쓰라렸씁니다. 충격이 좀 더 갈 거 같네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네요. 저는 바둑도 고수에 속하는 바둑인으로서 무척 마음이 안 좋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10:07   좋아요 0 | URL
뭐. 반드시 나쁜 결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중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바둑을배워볼까 생각 중입니다.. 바둑의 대중화에 알파고가 큰 역할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                               


보거나 말거나 ? :  






볼 턱이 있나  






                                                                                                         내가 박근혜 따위를 욕하면 당신은 " 옳소 ! " 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 남성 주류의 욕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면 발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안철수와 당신은 다르지만 주류의 욕망과 당신'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을 사랑하며 열린 마음을 보이다가도 주류의 욕망을 건드리면 불쾌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참,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다. 내가 이동진의 << 캐롤 >> 발언을 비판하는 데'에는 영화 << 캐롤 >> 에 대한 잘못된 해석 때문이 아니라 영화 << 캐롤 >> 에 대한 잘못된 태도 때문이었다. 쉬운 비유를 들어볼까 ?   

대기업이 떡볶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비열한 짓'에 속한다. 새누리 극렬 지지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지적'이다.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 캐롤 >> 를 이야기하면서 테레즈의 사랑을 동성애'보다는 인간의 보편적 사랑(테레즈가 하필 사랑하는 사람이 여자였을 뿐이지, 이 영화는 보편적 사랑 이야기야 !) 에 방점을 찍었을 때, 나는 골목 상권(비주류, 소수성)마저 야금야금 갉아먹으려는 대기업(주류,보편성)의 야심처럼 보였다. 1년에 만들어지는 멜로드라마의 팔 할이 주류 이성애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다 한두 편 만들어지는 퀴어 드라마를 굳이 주류로 편입할 필요가 있을까 ?  몇몇 사람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동진은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가 되묻는다. " 와이 ??! 대체 뭐가 문제지 ? "  

특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인종, 젠더, 장애, 계급이 보이지 않는다. 좋은 예가 장애인의 보행권을 방해하는 거리 턱'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보행권을 방해하는 거리 턱을 인식하지만 비장애인은 볼 턱이 없다. 비장애인에게 거리 턱은 보행권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예로 흑인 여자는 거울에서 " 흑인 여자 " 를 보지만,  백인 여자'는 거울 속에서 백인 여자가 아니라 단순히 " 여자 " 를 본다.  전자는 흑인'이라는 결핍을 인식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백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인식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주류 백인 사회에 속한 백인의 피부색은 결핍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사람은 거울 속에서 " 베트남 사람 " 을 보지만

한국인은 굳이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배덕자(背德者)여서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은 주류이기 때문이다. 주류 백인 사회'에서 백인 여자가 거울 속에서 < 보편적 여성 > 을 인식하는 시선과 주류 남성(혹은 이성애) 사회'에서 이동진이 거울 속에서 < 보편적 사랑 >  을 인식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모두 주류의 주체에 포섭되어 안이하게 주류의 욕망을 대변할 뿐이다. 사람은 거짓을 말하면 웃지만 진실을 말하면 화를 내는 짐승이다. " 보편성 " 이란 주류 기득권이 만든 허울이자 변명이다.  가끔 자신을 양성평등주의자처럼 행동하면서 정작 꼰대처럼 생각하는 인간을 볼 때마다 웃기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마치 좌측 깜빡이를 켠 채 우회전하는 자동차를 닮았다. 그럴 때는 이런 말이 제격이다. 마침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다. 삐딱하게 한 마디 하련다. " 야, 이 아저씨야. 운전 똑바로 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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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2016-03-0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재수없는 인간은 늘 있게 마련임
여의도에는 철수가 있고
알라딘에는 수철이 이뜸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6:48   좋아요 0 | URL
?! 무슨 뜻이옵니까 ? ㅋㅋㅋ 님.



아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알았음..ㅎㅎㅎ
왜 그러세요. 좋은 분이셔요..

yamoo 2016-03-10 00:0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수철...ㅎㅎㅎㅎ
아, ㅋㅋㅋㅋ 가 멈추지 않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50   좋아요 0 | URL
재치 있쥬 ? 댓글을 달아야겠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서 한참 고민하다가..
깨닫고는 한참 웃었음...

yamoo 2016-03-1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의 글을 대기업 상권으로 유비하시는 골발 님! 곰발 님의 이런 참신함이 부럽삼!

슈퍼맨 의사 이승복 다큐를 보고 난 이후 항상 턱이나 계단을 보고 장애인에 배려가 전혀 없는 헬조선에 한숨이 나오곤 하지요. 특히 알라딘 중고서점 계단을 한 분이 지속적으로 지적하셨지만 알라딘은 들은 척을 안하더 군요.ㅎ

전 항상 헬조선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요~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0 11:51   좋아요 0 | URL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성애 영화는 니미 수없이 쏟아지는데 꼴랑 한 편 나온 퀴어 영화..
그냥 소중하게 보면 될 것을..
이성애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느니 별 물타기 시도를 할 것까지야 뭐 있습니까..





글구.. 진짜.. 알리딘 너무 하더군요. 그놈의 방지턱 없애달라하는 게 그게
공사비가 그닥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참 어이없서씀니다.
 


 


​                            

죽 어 도    좋 아   :




 

우리들의 일그러진 멘토 



 

                                                                                                            ■  바람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         히틀러는 " 말빨의 대가 " 였다고 한다. 그는 연설을 통해서 대중의 < 몸 > 을 달아오르게 만들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그가 무대에 오르면 광장은 롹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믿습니까 ?  ㅡ  네에, 믿습니다1) ! ! !  대중 연설은 일종의 Oral 섹스 행위'였다. 히틀러의 대중 연설에 귀를 기울인 사람은 비단 독일 국민만은 아니었다. 영국 BBC 방송에서 해외선전분석부와 심리전단 부서'에서 일했던 마크 에이브럼스와 조셉 맥커디'는 히틀러의 " 1942년 라디오 연설 " 에 주목했다. 

그들은 협박 편지 속 필체와 문장을 통해서 협박범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처럼 1942년 라디오 연설'을 통해서 히틀러를 프로파일링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물은 비밀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영국 정보국에 전달되었다. 이 보고서는 히틀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열쇳말'로 세 가지를 뽑았다.  ① 샤머니즘, ② 간질, ③ 편집증'이었다. 비밀 보고서 작성자는 텍스트(히틀러)와 텍스트 수용자(독일 대중)의 종교적 제의'에 주목했다. 독일 국민에게 히틀러는 고대 독일의 위대한 게르마니아 Germania  거상 巨像을 이어주는 주술사였다. 두 번째 키워드는 < 간질 > 인데,   행동이 산만하고 사소한 일에 쓸데없이 집착하며 이기적이고 융통성이 없다는 점. 그리고 수집벽과 정리벽과 함께 갑자기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성향이 간질 환자의 성격을 닮았다고 추론했다. 

히틀러 사후,  많은 학자들이 히틀러 간질 발작 관련설을 주장했는데  내분비 학자인 엘머 바테루즈 ( Elmer Bartels ) 박사 도 그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는 히틀러가 담요를 무는 버릇이 있다는 점을 들어 히틀러 간질 발작 관련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 담요를 무는 버릇 " 은 간질 환자에게 흔히 볼 수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성격만 가지고 말하자면 도스토예프스키, 고흐, 히틀러는 서로 닮은 구석이 있다2).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세 번째 키워드'다. < 메시아 콤플렉스 > 다. 이 보고서는 히틀러를 "  기독교적인 망상의 거미줄'에 갇혀 있는 "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단순히 독일을 위협하는 세력이 아니라 세계를 위협하는 절대악'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전운이 기울자 히틀러는 " 자신을 선한 영혼의 화신이라고 생각하고  유대인들은 악의 화신 " 이라는 쪽으로 고착시켰다. 어쩌면 그는 자신을 예수'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향한 비극이 장엄하기를 바랐다. 독일의 파괴는 히틀러가 자신에게 부과한 마지막 목적이었다3).    발터 벤야민은 << 독일 비극의 기원 >> 이라는 책에서 바로크 궁정 드라마'를 분석하면서 주인공의 성격이 서로 다른 성격이 공존한다는 데 주목했는데,  하나는 전제군주이고 다른 하나는 순교자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어쩌면 히틀러가 선망했던 드라마는 바로 바로크적 제왕처럼 감동적인 몰락'이었는지도 모른다. 히틀러는 자신이 20세기 독일 비극의 기원'이 되기를 희망했고 그렇게 됐다. " 좋든 싫든, 오늘 이 세계는 히틀러의 작품이다(제바스타인 하프너) "


국민의당 대표인 안철수는 6일 기자 회견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 < 국민의당 > 과 저는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습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   저 포함,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 이 비장한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단어는 메시아 콤플렉스'였다. 그는 자신을 몰락한 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의 기자 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실패4)  에 대한 반성은 없다. 오히려 이 실패'를 장엄하게 만들기 위한 연극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패를 포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순교'다. 나, 안철수는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아사리판 같은 광야에서 독고다이하리라.

그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는 " 힘들고 두려운 광야 " 에 홀로 서 있다. "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뿐 " 이라고 배경을 설명한 후 " 이 광야에서 죽을 수도 있다 " 고 말한다. 그리고는 비장하게 외친다. " 그래도 좋다 ! " 이 연극적 수사는 어디서 많이 본 설정'이다, 기시감이 든다, 그렇지 않은가 ?  놀랍게도 안철수가 말하는 < 광장 > 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오르던 < 골고다 언덕 > 을 떠오르게 한다. 그는 이 골고다에서 순교할 생각'인 모양이다. 그에게 정치는 장엄한 순교를 위한 (무대)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이 무대'가 그리 장엄할 것 같지는 않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대별 지지율에서 연령대가 높은 세대보다는 연령대가 낮은 세대들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 최악을 피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기준을 적용하자면   :    안철수는 그닥 좋은 정치인'이 아니다. 박근혜를 거악으로 규정한 그의 세대별 지지율 성향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세대별 성향과 유사하다는 것은 코미디다. 김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 말 > 을 인용하며 비극은 잘난 놈이 추락하는 이야기이고 희극은 모자란 놈이 잘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내가 안철수 스토리를 코미디로 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는 좀...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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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틀러의 연설 스타일과 정반대인 경우는 이명박이다.  히틀러가 믿습니까, 라고 외치면 대중은 믿습니다, 라고 소리쳤지만  이명박은 자신이 믿습니까, 라고 외치면 대중은 밉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비극은 그(이명박)가 밉습니다, 라는 대중 욕망을 믿습니다, 라고 잘못 알아들었다는 데 있다.

2)          도스토예프스키와 고흐는 간질 환자'였다.  히틀러의 경우, 간질이 아니라 매독'이라는 주장도 있다.

3)          히틀러에게 붙이는 주석 256쪽 인용

4)          한때 20대 젊은이들의 영원한 멘토로 추앙 받던 그는 그 세대로부터 완벽한 배척을 당한다. 세대별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는 20대에게 5.7%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세대를 통틀어서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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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3-08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 코미디. 한때는 쌍수 들어 환영하였을 자기네 새무리당에 받아달라 사정이라도 할 것이지.
이젠 걔네도 안 받아줄까요? 크크
컴퓨터 바이러스 잡느라 사람 사는 이치 따위를 배워 본 적 없나봐요.
가까운 사람들의 쓴 소리를 듣고 조용히 들어가면 좋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06:17   좋아요 0 | URL
코미디는 엔돌핀이라도 솟죠.. 이건 짜증만 이빠이 나고 있으니...
노망 들기 전에 떠나야지요. 0.001% 최상위 인간 아닙니까..
돈이 없습니까. 뭐가 없습니까.. 전 안철수 동정하는 사람 보면 이해가 안 갑니다..

수다맨 2016-03-0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철수는 이제 정치판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도 안철수(그리고 이명박이)가 좋은 교훈 하나는 남겨주었네요. 돈 많은 기업가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곳간을 채우는 데 능숙할 뿐이지 타인의 지갑을 뚱뚱하게 해줄 마인드는 애시당초 없는 듯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2:56   좋아요 0 | URL
안철수 지역구에 자객 공천해야죠....
개인적으로 김종인이 안철수 지역구에 출마해서 붙었으면 합니다..
저도 상관없죠... 이준석이 될 테니...
싸가지 없는 놈은 싹을 제거해야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08 12:57   좋아요 0 | URL
2011년에 제가 안철수 보고 착한 이명박에 불과할 뿐이라고 해서 네 이웃들 존나 싸우고 왕창 떠났는데..
지금은 후회되네요.. 착한 놈이 아니었어요. 그냥 제2의 이명박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