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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가 아니라 히마리 :




싸가지 없는 진보라고 ?!




강준만 교수가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으로 ‘싸가지 있는 정치’를 제시했다. 상대편을 존중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제대로 읽는 눈이 트여 집권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집권 후에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권 후의 성공까지 거론한 이유는, ‘싸가지 문제’가 선거는 물론 평소의 정치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과 이념이라도, 싸가지 없게 행한다면 유권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강준만 교수는 진보의 ‘이성 중독증’을 지적한다. 이성 중심의 정치관이 싸가지 문제를 사소하게 보는 데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진보의 싸가지 문제란, ‘무례함, 도덕적 우월감, 언행 불일치’ 등이다. 예컨대,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 담론에만 집중한 나머지 예의를 벗어난 표현, 위에서 내려다보듯 가르치려는 태도, 왜 진보를 좋아하지 않고 보수에 표를 찍냐고 호통치는 듯한 자세, 의견이 맞지 않으면 동료에게도 상처를 주고야 마는 행위, 번드르하게 말해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입장을 바꾸는 태도 등이다.
ㅡ 싸가지 없는 진보, 책소개 글 中에서


 
강준만'은 진보 진영의 참패'가 " 싸가지가 없기 " 때문이라고 믿는 것 같다.  이 순진한 믿음 앞에서, 더군다나 사회를 읽는 눈썰미를  갖춰야 하는 학자가 내놓은 식견'이라는 데 절망이 앞선다.  " 상대편을 존종하는 마음과 자세의 터전 위에 서야만 민심을 "  얻을 수 있다는,  이토록 하나마나한 인문학적 수사학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이라고 믿는다면 강준만은 순진무구한 " 인문학 ㅡ 성애자 " 다.  진보 진영이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무례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없다면,  진보 진영보다 더 싸가지가 없는 보수쪽 후보'에게 묻지 마 투표를 보이는 유권자 성향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강준만 식 잣대를 들이대자면 21세기 불패의 신화인 보수 진영은 싸가지 있는 집단이라는 말이 아닌가.  
강준만이 진보를 분석하면서 내놓은 << 싸가지 없는 놈 >> 이라는 프레임은 조중동'이 만들어낸 히트 상품'이다.  이 프레임에 희생당한 대표적인 인물이 이정희1)와 김용민'이었다.  찍히면,        죽는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언론은 19대 총선에서 야권이 몰락한 원인으로 싸가지 없는 김용민을 신속하게 솎아내지 못한 야권의 어정쩡한 태도를 뽑았다. 이 태도는 불법을 저지른 놈은 용서해도 예의 없는 놈은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중도와 무당층 유권자에게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보수층을 결집시킨 촉매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총선이 끝나고 난 후,  정치권 찌라시'는 야권이 한 표(김용민)을 얻기 위해서 스무 표를 잃었다는 우스개'가 회자되기도 했다.  싸가지 역풍이 불었다는 말.  
쉽게 말해서  :  " 유권자는 싸가지 없는 놈을 싫어해 ! "   그런데 이 총선 결과 분석은 과연 맞는 말일까 ?   내가 보기엔, 이 수작은 전형적인 조중동 프레임'이며 동시에 미리 깔아놓은 프레임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사용 가능한 다락방 속 쥐덫이다. < 싸가지 프레임 > 은 자기(조중동) 입맛에 맞지 않는 놈을 쳐내기 위한 미래 전략'인 것이다. 김광진 의원이 조중동으로부터 책잡히는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필리버스터 연단에서 짝다리조차 짚지 못했다는 하소연은 의미심장한 고백이다. 싸가지 프레임 공격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시대적 모순에 대해 침묵하거나 나쁜 시대에 예쁜 말'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쁜 시대에 예쁜 말'만 하는 것은 나쁜 태도'이다. 예쁘고 순한 말은 결코 사회를 뒤집을 수 없다. 
꽃잎은 쉽게 찢어지며 쉽게 짓무르고 쉬이 지지만 가시는 꽃잎이 져도 무디어지지 않는다. 가시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아름답지는 않지만 날카롭다는 데 있다. 지배 계급은 싸가지 프레임으로 피지배 계급의 거친 입을 단도리하기 위해 이 전략을 내세운다. 내가 강준만을 비판하는 대목은 그가 조중동 프레임으로 진보를 꾸짖는다는 데 있다.  싸가지 프레임이 맞다면 18대 총선 때 정봉주가 얻은 표보다 김용민의 득표율이 더 낮아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19대 김용민은 18대 정봉주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몇 가지 의문을 연속적으로 던져보자.  전국 전체 판세'가 김용민 때문에 표를 잃었다는 데 왜 하필 김용민이 출마한 지역구에서는 정봉주가 얻은 표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것일까 ?  김용민 때문에 전국 판세가 역전이 되었다는 싸가지 역풍론은 과연 맞는 말일까 ? 
더민주당에서  진행된 20대 총선 2차 컷 오프 대상 명단에  정청래가 걸려든 것도 바로 싸가지 없는 진보 프레임'이다.  조중동이 음식을 주문하고 더민주가 그 음식을 내놓은 꼴이다. 맛있게 드십셔 ~  더민주는 조중동 프레임을 끌어다가 심사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나쁜 시대에 예쁜 말을 한 놈은 살고 나쁜 시대에 거친 말을 한 놈은 죽었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이 상황은 마치 삼국지에서 장비 없이 유비만 가지고 이야기를 진행하자는 것과 똑같다. 더민주의 비극은 민의는 외면한 채 조중동이 주장하는 메시지에는 경청한다는 점이다. 더민주에서 정청래는 장비였다. 그는 자신을 대포라는 무기로 비유하고는 했다. 그 말이 맞다면 더민주는 화력 좋은 장비를 잃었다.  지금 더민주에는 대포를 버리고 새총을 든 놈들만 바글바글하다.
혹은 눈물이 무기랍시고 표 구걸이나 하던 어느 여성 정치인은 뻔뻔하게 살아남았다.  이길 수 있을까 ?   중국의 기서 奇書 가운데 하나인 << 후흑학2) >> 은 싸가지 없는 놈이 권력을 장악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다.  정치 영역에서는 싸가지 없는 놈이 승리한다.  유권자들이 야권에게 등을 돌리는 이유는 싸가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히마리가 없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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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 언론은 싸가지 없는 이정희 때문에 반사 이익으로 박근혜가 승리했다는 싸가지 프레임을 주장했지만 근거는 없다.  이 프레임은 보수 언론이 진보 진영에게 보내는 공갈 메시지'이다.  한 방이 훅 간다,  입 조심해라잉 ?  유감스러운 점은 야권이 이 공갈을 진리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다.  정말 싸가지 없는 이정희 때문에 보수가 집결했던 것일까 ?  왜 야권은 의심 없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일까 ?
2)         두터울 후, 검을 흑. 두꺼운 낯짝과 검은 마음을 가진 놈이 권력을 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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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0:38   좋아요 1 | URL
강준만이 극우 언론의 프레임 가지고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극우의 프레임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2016-03-1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1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애니비평 2016-03-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씨 실패는 진보는 꼰대가 되면 안되는거죠. 꼰대심은 누구나 있지만, 그게 당연시하면 안되는거죠.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3:18   좋아요 0 | URL
종편이 만든 덫에 빠지다니... 그들이 싸가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권력에게 대드는 불경과 동일한 말입니다. 절대 존엄에 반기를 든 놈은 다 나자빠졌습니다.

samadhi(眞我) 2016-03-1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삐악한 민주라는 사람들이 언론이랑 보수하고 맞짱 뜰 용기는 없고 눈치만 보는 꼴이지요. 나갈 땐 확실하게 나가 화끈하게 한 판 붙는 게 당연한데 애써 싸워온 사람을 잘 했다 다독이지 못 할 망정 되려 왜 대들어서 우리 입지만 나빠졌잖냐하고 자빠(?)졌으니 그러고도 ˝민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1 15:56   좋아요 0 | URL
닭당보다 못한 병아리당이로군요. 뭐 개떡 같이 말하면 찰떡 같이 알아듣는 귀를 가진 당이어서, 어찌 그리 실천력이 뛰어난지.... 아마 종편에서 국회에서 똥싸라 하면 똥 쌀 위인들입니다..

yamoo 2016-03-1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적하신 논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근데, 강준만 교수...왜 그런다지요?? 슬슬 복거일 닮아가는 거 아닌지 우려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2 09:10   좋아요 0 | URL
촉이 좀 무디어지신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싸가지론은 세대불균형 현상과 맞물려서 진보의 대안으로 포섭된 것처럼 보입니다. 고령층이 젊은층보다 많으니 결국은 어르신 표를 얻기 위해서는 싸가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인데... 예절 교육만 가지고 과연 60세대의 표를 얻을 수 있을까요 ? 진보가 싸가지가 없어지면서 만날 진다고 말하는데 이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강준만이 보수 진보 표 양상을 보면 그리 말히자 못할 것입니다..



수다맨 2016-03-13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교수는 한국에서 다작을 하기로 소문난 학자인데, 바로 그 때문인지 생각이 무르익지 않은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낼때가 왕왕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필요조건으로 품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을 보니, 이 양반도 오찬호 같은 이들과 닮아가는 듯하네요.
곰곰발님 말씀대로 야권이 인심을 못 얻는 이유는 싸가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히마리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3-13 07:03   좋아요 0 | URL
정말 엄청난 다작이신데요... 존경스럽기는 하죠.. 스고이합니다. 하지만.. 다작의 부작용은 분명 있습니다.
봄날입니다. 조만간 낮술마시며 이야기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