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에 반대한다 :
내가 이세돌로 보이니 ?

지금 이 시간, 승기가 군대에 있다는 말은 거짓말로 판명이 났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승기勝氣는 이세돌이 쥐고 있었다(고 한다). 이세돌은 때론 알파고의 절묘한 한 수에 몸을 사렸으나 가끔은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악수에 긴장을 풀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알파고가 잦은 실수를 한다며 안도했다. 가재는 게 편이 아니던가. 그런데 상황은 알파고의 102수 이후로 급변했다. 기계의 치명적 오류라고 생각했던 한 수가 알고 보니 신의 한 수'였던 것. 이세돌은 186수만에 링 위에 피 묻은 수건을 던졌다. 고마해라, 마이 맞았다 아이가. 알파고의 불계승이요, 이세돌의 불계패'였다. 다시 말해서 끝까지 싸워보지도 못한 채 항복 선언을 했다는 의미.
우우,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는 기사'가 속보로 SSG~ 송출되었다. 기계가 인간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격렬한 타이틀도 보인다. 아아. 모두가 비탄에 빠지고 있을 때, 웃는 사내가 있었다. 바로....... < 나 > 올시다 ! 나는 진심으로 " 알파고 " 가 이세돌을 이기기를 바랐다. 이세돌이 세 돌만에 항복 선언을 하는 상상을 하며 낄낄거리기도 했다. 인간 vs 기계'가 대결을 펼칠 때마다 인간에게 가산점을 주는 데에는 기계에 비해 인간의 오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 적용되곤 했다. 또한 인간은 변수에 대한 대응 능력이 기계에 비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알파고 대국 뒷담화를 들으니 : 이세돌은 변칙에 대한 대응 방식을 엿보기 위해서 7번 째 수에서 " 변칙수 " 를 뒀다고 한다.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번트 자세를 취한 꼴이다.
SSG~ 반응을 살펴보겠다는 심산. 알파고 씨, 다, 다다다당황하셔쎄여 ? << 변칙수 >> 란 바둑 정석에서 벗어난 수를 뜻한다. 하지만 알파고는 7번 돌발 변수에 대해 오히려 창의적인 수로 이세돌을 압박했다고 한다. " 우우, 만만한 놈은 아니군 " 구경꾼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구경꾼들은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 기계에게 질 수는 없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번에는 알파고가 102번 변칙수를 이세돌에게 던졌다. 이구동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라는 중평이 나왔다. 실수라고 언급하는 이도 있었고, 이 패착을 기계의 한계'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이세돌도 이 변칙수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가 SSG~ 웃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웃지 않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경기가 끝나고도 40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알파고에게 졌다.
<< 알파고 ㅡ 이세돌, 제 일 대국 >> 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기계에게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토록 분개할 일인가 ? 사람들이 이세돌에게 보내는 친절한 지지'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고질적인 자만이 내포되어 있다. 인간은 인간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사실이 같잖다. 인간은 인류 멸망이 지구 멸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인류가 멸망한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할 리는 없다. 인간이 없는 지구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멸망을 지구 멸망과 동일시하는 데에는 오만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쉽게 질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대국을 통해서 이세돌은 알파고에 대한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국에서는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세돌이 히딩크처럼 오대영'이 되라고 저주하지는 않겠다만 이세돌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 삼대이 " 로 알파고의 우승을 기원한다. 알파고 ! 콧대 높은 인간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라구 ㅡ
에필로그 : 2018, 세기의 대결 그 후 이야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은 이세돌이 1패 이후 4연승을 거둬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년 후 발견된 극비 문서'는 인류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이 대결은 < 인공지능 vs 인간 > 의 대결이 아니라 < 인공지능 vs 인조인간 > 의 대결'이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구글이 선보이고 싶었던 것은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 알파고 >> 가 아니라 이세돌을 똑같이 모방한 인조인간 << 이세돌 >> 이었다. 이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곰곰생각하는발이라는 알라디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 이세돌 - 봇 " 은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 내가 이세돌로 보이니 ? "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인조인간 이세돌은 미 군산복합체 연합이 극비리에 진행한 " 쓰리 스톤 프로젝트 1호 " 의 결과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