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단편집
필립 K. 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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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안  의     반  대  말  :






 



마이너리티 리포트  


 


 


                                                                                                        기승전결이라는 오랜 서사의 방식은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부터, 보다 정확하게 기술하자면 2014.04.16일 이후부터, 내 글의 대부분은 기승전朴이 되었다. 나는 모든 잘못을 박근혜 탓으로 돌렸지만 그 사실을 부끄러워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아직 읽지 않은 이 글의 끝을 미리 추론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닭대가리가 아니라면 말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떤 근심 " 이기에 항상 미래형 가정법일 수밖에 없다. 단어의 반대말은 편안'이 아니라 " 오늘 " 이거나 " 어제 " 이다. 나는 꽤 오랫동안 불안과 싸워야 했다. 그것은 변검의 달인처럼 다른 얼굴로 찾아오곤 했다. 어느 때는 무기력이었고, 어느 때는 대인 기피였고, 또 다른 때에는 공황 장애, 우울증, 불면 따위로 나를 찾아왔다.  - 똑, 똑, 똑 ! - 누구세요 ? - 네에, 고객님 ! 제 이름은 불면증입니다아 ~          이름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불안'이다. 오늘만 생각하는 사람은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개미보다는 베짱이가 행복하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현대 자본주의의 악덕은 무엇인가_ 라고 묻는다면 " 미래 상황에 대한 불필요한 강요 " 라고 대답하겠다.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을 팔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떤 근심을 유포한다. 건강 상품이 대표적이다. 자본가는 병적 증후를 과장하거나 겁을 주어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야만 소비자는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보다 희망찬 내일을 위해 지금 투자하십시오 !                   교육 상품도 마찬가지'다. 교육 마피아들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행복하게 뛰노는 꼴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부모에게 아이가 베짱이처럼 놀다가는 또래 아이들의 학습 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고 충고하며 선행 학습을 강요한다. 교육 마피아가 내건 슬로건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이다. 말이 좋아 남들보다 앞선 투자이지 나쁜 말로 하자면 걱정을 미리 하는 꼴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교육 마피아의 감언이설에 불안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 곰곰 생각하면 " 소비자의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떤 근심 " 을 이용하는 자본의 속성은 광범위한 영역에 퍼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박근혜는 이런 방식의 수작이 매우 능한 인간이다.

통진당 해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통진당 해체는 발생하지 않은 내란에 대한 박근혜식 중대한 법적 조치인 셈이다. 그러니까 통진당 내란 사건을 심리학 용어로 설명하자면 " 박근혜의 자기 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 의 결과 " 인 셈이다. 저잣거리 입말로 쉽게 표현하자면 " 내 뜻대로 " 이고 박근혜 어법을 흉내 내자면 " 내가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는 상황 " 이다. 이 효과를 사회학자인 토마스는 이를 " 상황 정의 definition of the situation " 라고 부른다. 즉, 누군가가 어떤 상황을 진실이라고 정의하면, 그 상황은 결과적으로 진실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의 자기 실현적 예언은 필립 딕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 마이너리티 리포트 >> 를 떠올리게 만든다.또한 마이너리티(minority)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어 불평등하게 차별 대우를 받는 사람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청와대 " 블랙리스트 문건 " 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 마이너리티 리포트 " 인 셈이다.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원래부터 감시가 필요한 위험 인물이 아니었지만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부터 위험 인물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또한 상황정의에 따른 자기 실현적 예언의 결과인 셈이다.

대만 감독 차이 밍량은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는 무엇인가 _ 라는 질문에 " 나쁜 영화는 지구의 종말을 걱정하는 영화고, 좋은 영화는 나의 내일을 걱정하는 영화다. 나는 거기에 진리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 고 대답했다. 차이 밍량은 " 나의 내일 " 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 지금 여기 " 이다. 백 년도 못 사는 인간이 만 년 후를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의미'이다.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   나쁜 정치는 대한민국의 종말을 걱정하고 좋은 정치는 당신 혹은 우리의 오늘'을 걱정한다. 그리고 훌륭한 과학자는 보다 먼 미래를 걱정하지만 훌륭한 정치인이나 종교인은 보다 가까운 당대의 비참에 관심1)을 가진다.

박근혜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쏟아지는 슬로건을 볼 때마다 오늘 일도 모르는 인간이 쓸 데 없이 천 년 후의 대한민국을 걱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박근혜에게 한마디 하련다. 나랏일 걱정하기보다는 당신 앞일'이라 잘하시라.가장 흥미로운 권투 경기는 도전자가 졌을 때가 아니라 챔피온이 무너졌을 때이며, 보다 극적인 경기는 100전 100승의 챔피온이 무너졌을 때이다. 나는 당신의 쓰빽따끌한, 한방에 훅 가는 그런 몰락을 보고 싶다

 

 

 

 

 

 

 

 

 

                             

 

1)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로 동성애적 성향이 종족 번식에 불리하므로 결국에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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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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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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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8 12: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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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1-09 09:31   좋아요 0 | URL
옛날 말 틀린 거 하나 없죠. 한치 앞도 모르면서 백 년 후를걱정하다니..
그동안 우리는 너무 개미를 숭배하고 베짱이를 무시했던 거 같습니다..ㅎㅎ

2017-01-09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1-08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박사모 집회 장소에 나온 슬로건이 ‘촛불 민심보다 천심이 중요하다‘였어요. 박근혜에 향한 자신들의 천박한 마음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릅니다. 그들은 나랏일 걱정하기보다는 박근혜를 더 걱정하고 있을 겁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8 11:53   좋아요 2 | URL
민심보다 천심이라.... ㅎㅎㅎㅎㅎㅎ 아니 민심이 천심이지... 민심과 천심을 분리시키다니.... 참, 개새끼들이에요. 이건 보수도 아니고 그냥 병신 머저리 똥개 같다는 느낌..

2017-01-08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8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9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10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댓글 바로 남기려고 했다가 이제서야 남깁니다. 정말 캬~ 하는 감탄사가 나오는 페이퍼였습니다. 시원하고 톡쏘는 맛이 일품입니다^^ 맥주 한 잔 하면서 곰발님 페이퍼 읽으면 금상첨화겠네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1-10 12:40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감탄사는 무슨... ㅎㅎ. 고양이 라디오 님 오늘 집에 가시면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십시오..
참.. 요즘 소주 5000원이라면서요 ? 햐...아직 5000원 하는 곳은 못 봤지만... 이젠 술도 맘껏 못 마실 것 같다는 느낌이...

고양이라디오 2017-01-10 15:43   좋아요 0 | URL
5000원은 ㅎㄷㄷ... 예전 밥한끼 값이네요. 전반적으로 물가가 너무 오른거 같아요ㅠ
 

 

 

 

 

 

 

 

 

 

 

 

 

 

 

                                      

 

뭐  이 렇 게  확  그 냥  :




 


얕게 뱉은 가래



 

                                                                                                                       알라딘 검색창에 " 성공 " 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13,000개의 상품이 검색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법, 그만큼 독자는 타인의 성공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그의 전국 순회 강연'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안철수는 성공한 멘토였으니, 청중은 그 성공의 열쇠를 훔치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타인의 성공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빌려서 말하자면 성공이란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 " 기 때문이다. (기업인 안철수가 아니라) 정치인 안철수는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인물'이다.  안철수, 그때는 정치판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곁방 늙은이처럼 히마리없는 처지가 되었다. 모기 발성법으로 호랑이 포호'를 흉내 내니 듣기가 불편하다. 가성비만을 놓고 보자면 < 성공 > 보다는 < 실패 > 를 통해 배우는 게 얻는 것이 많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 사회에 내리는 선물'이다.

박근혜는 배울 게 많은 인간이다. 문학인 황현산은 밤이 선생이라고 말했지만 무학인 나는 이 표현을 살짝 비틀어서 " 박이 선생이다 " 라고 말하고 싶다. 이 배움을 거창하게 말하자면 " 부정의 배움학 " 이다. < 후까시 > 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고, < 사이비 > 에 빠지면 좆된다는 것을 배웠으며, < 항문기 > 에 머물면 똥 밟는 날이 오게 된다는 것을 배웠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근혜식 나쁜 문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좋은 문장의 기술을 배웠다. 다음은 박근혜가 새해랍시고 기자 간담회를 했을 때 나온 말풍선'이다. 말씀 자료 없이 생활 입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언어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러면 거기에 지원을 하면 워낙 우리나라 그런 문화적인 역량이나 소질이 뛰어나니까 확 그냥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한류도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또 정부 시책도 관에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이 합쳐짐으로써 지금 시대에는 더 창의성으로 나갈 수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그렇게 하다보면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또 기업도 더 그 나라에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여러가지의 공감을 해 가지고 참여를 하고, 동참을 그 분들이 해준 것인데, 압수수색까지 받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것도 제가 굉장히 미안스럽고, 그래서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뭐랄까,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어디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그래 갖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또 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조금 있다 보면 '아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이런 식으로 가서 홍보실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다고 그래 갖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 바로 잡습니다' 해갖고 했는데 그것도 다 못 잡고,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수십 개이고, 아마 다 합하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박근혜가 1시간 동안 쏟아냈던 말풍선'이다. 과도한 지시형용사 남발,  불필요한 부사어(부사구)에 대한 집착,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에 접속사 사용, 밑도 끝도 없는 대명사 남발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접속사로 이어지고 두리뭉실한 부사구와 지시형용사를 남발하니  주어와 술어가 꼬이게 된다. 박근혜 말투와 문체를 요약하자면 < 뭐광장히이렇게확그냥체 > 이다.  쉽게 말해서 < 장난지금나랑하냐체 > 이다. 박근혜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 장난 지금 나랑 하냐 ? " 라는 기분이 든다. 뭐굉장히이렇게확그냥체는 나쁜 문장의 전형이다.

그동안 글쓰기 요령을 가르치는 책에서 수없이 지적했던 것들이지만 나쁜 문장을 몸소 체험하게 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글을 쓸 때 과도한 지시형용사와 부사어는 자제해야 겠다. 그동안 나는 말이 막걸리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박근혜 간담회를 통해서 말이 막걸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아, 놀라워라. 막걸리의 주성분이 쌀이 아니라 말이었다니......                            무엇보다도 좋은 문장의 첫 번째 요소는 정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래를 뱉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어줍잖게 얕게 뱉은 가래'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쪽팔리더라도 괄약근이 아플 정도로 들숨을 크게 들이켜서 속에 있는 가래를 밖으로 뱉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의 목을 벨 때는 가차없어야 한다. 훌륭한 망나니는 칼을 휘두를 때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근혜에 대한 연민따위로 칼끝이 무뎌지지 않길 바란다. 문장이 정직하지 않을 때 막장이 된다. 박근혜의 문장에서 배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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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1-04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훌륭한 결론입니다. 저도 박근혜식 화법 보면서 글 쓸 때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네가 이렇게 또 한 건 하는 건가요? 국민대통합 말고도.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22   좋아요 0 | URL
좋은 작문 선생님이시죠... 고맙습니다, 박그ㅡ네 선생님.....

2017-01-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3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저도 절실히 깨닫습니다.

아 진짜 저런 거 자주 사용하면 문장이 지저분해지는구나...

누군가는 밤이 선생이다 했는데.... 저는 박근혜가 선생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람강기 2017-01-0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소 희생하시어 국민을 일깨워주시는 아주 훌륭한 박선생님이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38   좋아요 0 | URL
깜빵 갔다 오셔나 나오시면 청담동 근처에 작은 논술 학원 하나 차리시면 좋겠습니다...
훌륭하신 선생님이십니다..

수다맨 2017-01-0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상륭 이후로 저렇게 난해하고 해괴한 한국어 문장은 처음 보는군요. 문장만 놓고 보자면 무슨 수수께끼 같습니다. 기왕언 이렇게 된 이상, 빵에 가셔서 혼자 있는 시간 많을 터이니ㅡ사형수나 국사범은 노역 같은 것도 잘 안한다고 합니다ㅡ 문장 공부 좀 다시 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오덕의 ‘우리 글 바로쓰기‘와 고종석의 ‘고종석의 문장‘,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같은 책을 사입해 주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8 09:27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네요... 박근혜가 가막소 가게 된다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문장강화 같은 책 사입으로 넣어주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말이다..
 
인간의 길 1
이인화 지음 / 살림 / 1997년 4월
평점 :
품절


 

​                                                                     

파리의 후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하다   :



 


 

 



Shallow Grave

                                                                         얕게 묻은 무덤


 

 

 

 


 


 

훗날 신이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 물으면 <인간의 길>을 썼다고 말하겠다

 

ㅡ  소설 << 인간의 길 >> , 작가의 말 중


 

 

 

 

 


                                                             

                                                                                                                                                                                                                     누군가 이런 말들을 했다   :   각하는 형광등 백 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영애는 오로라와 아우라 사이에 놓인 반신반인입니다, 국모입니까, 국밥입니까 ?  뿜빠라 뿜빠 뿜빠빠. 

티븨조선 스튜디오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아, 라는 경탄이 울려퍼졌다. 어느 누구도 우, 라고 하는 한탄을 내뱉는 놈은 없었다.  한끗 차이지만 아 _ 라고 한 놈은 출세를 했고,  우 _ 라고 한(혹은 할) 놈은 블랙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역자들은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 밑에서 직(職 : 직책 직)을 얻거나 혹은 그 자리를 유지하려면 최고 권력자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사실을 잘알고 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가 찍히면 남이 되듯이 직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가 찍히면 적이 되어 적출된다는 사실도. 권력이란 부패할수록 메시지는 선명해지는 법이다.  찍히면 죽는다잉 ~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침묵하거나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역해야 하는데 소설가 이인화로 널리 알려진 류철균 교수는 " 적극적 부역 " 을 선택한 경우이다. 우리 유라, 말 타고 뮌헨 가실 때 / (류철균은) 비단,   '구두/시험'을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필기 시험지도  조작하셨디. 잘한다이, 애비나이 ~                법조계의 소년 급제가 우병우라면 문학계의 소년 급제였던 류철균(이인화)이 잡범이나 저지를 법한 파렴치한 짓을 사슴도 아니면서 서슴없이 자행했다는 사실에 나는 절망하게 된다. 이제 그는 " 국어의 신 " 에서 " 영어(囹圄)의 몸 " 이 되었으니 이 스빽따끌한 몰락이 꽤나 호화롭다.

무엇보다도 대학 사회에서 甲인 교수가 철저하게 乙일 수밖에 없는 조교에게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갈 협박으로 시험지를 대리 작성하게 한 대목은 너절하다 못해 처절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는 조교들에게 " 특검에 가서 허튼 소리를 하면 논문 심사에 불이익을 주겠다 " 라거나,  "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수도 있다"  라며 협박했다. 우우, 하게 된다. # 문단_내_성폭력 헤시테그를 시작으로 류철균 이화여대 부정 입시 개입 의혹'까지,  연이어 폭로된 추문을 접하다 보면 한국 문단은 <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 > 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한국 문학이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소리는 아니다. 한국 문학과 한국 문단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특히,                 다시는 학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겁박은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협박할 때 자주 사용하는 그들만의 문학적 수사여서 이제는 문단이라는 울타리'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냇물을 흐린 걸 가지고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하는 이도 있겠으나, 내가 보기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흐렸다기보다는 냇물 자체가 진흙탕이 된 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주범은 미꾸라지가 아니라 이미 썪을 대로 썩은 오염된 환경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게이트에 부역한 이들의 " (치밀하지 못한) 헙수룩함 " 에 놀라곤 한다.  우리는 종종 악행이 완벽할 때 악인에게서 매력을 느끼곤 하는데 류철균의 경우는 그 허접하고 잡스러운 일처리'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된다.

 

 



 

 

 

 

뤼철균 동지께서 조작한 시험지 4-12번 문항은 다음과 같다. 정신적 귀족주의는 자기와 타인 모두에 대한 가차없는 관찰의 시선을 던지는 오만과, 타인으로부터 이해받기를 거부하고 금지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기에 예측하고 규정할 수가 없는 (        )의 성격을 갖는다 ” (   ) 안에 들어갈 말은 ?   

            

이 문항에 대해서 시험지를 조작한 조교는 " 아포토스 " 라고 쓰고 정답 처리를 했다. 이 대목에서 박장대소했다. 설령, 이 시험지가 정유라 본인이 직접 작성한 시험지였다고 해도 이것은 오답을 정답으로 처리했으니 성적 조작'에 해당된다. 정답은 < 아포토스 > 가 아니라 < 아토포스 > 이기 때문이다. 경황이 없었던 탓일까 ?  조교도 그 사실을 놓쳤고, 우리 문학계의 황태자이신 뤼철균 동지께서도 놓치셨다.  아포토스라는 말은 이 세상에 없는 말이다. 아토포스나 아포토스나 한끗 차이이니 정답 처리 해도 된다면 받아쓰기 시험에서 < 박근혜는 퇴진하라 > 를 < 박근혜는 태진아랑 > 이라고 적어도 정답으로 처리해야 한다. 도대체 박근혜는 태진아랑 무슨 사이인가 ? 노래방에서 템버린을 흔들며 노는 사이 ?  빰빠라 빰빠빠 ! 우와, 어디서 좀 놀아보셨군요.

각하를 모시는 부역자나 두목을 모시는 양아치는 깔끔한 뒤처리(뒤치다꺼리)가 생명이다. 두목에게 사랑받는 놈은 시체를 땅에 묻을 때 결코 얕게 묻는 법이 없다.  쉘로우 그레이브1) 는 나중에 파리떼가 시체의 썩은 냄새를 맡고 몰려들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발각되기 십상이다.  우리 뤼철균 동지를 비롯한 박근혜 부역자들은 게을러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하나같이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한 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구덩이를 얕게 팠다.  이처럼 뒤처리가 허섭스럽다 보니 매력이라고는 없다.  남들은 부역자를 손가락질하며 양심이나 염치를 가지라고 충고하겠지만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 ​구덩이는 깊게 파라잉 ~  "  파리의 후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훌륭하다.





​                                                            

1)     개인적으로 대일 보일 감독의 최고 걸작은 << 트레인 스포팅 >> 과 << 쉘로우 그레이브, 1995 >> 이다. 80년대 럭키금성 티븨 스타일'로 말하겠다. " 이 영화,   놓치면 후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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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맨 2017-01-03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인화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영원한 제국˝이 그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으로 불리는 듯한데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그냥 언론이나 평론에서 주워들은 이인화에 대한 제 인상은 문학적 쇼비니스트(배타적 애국주의)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박통의 시대를 옹호하는 성장 지상주의자들/군국주의자들의 노선과 궤를 같이 했습니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할 수 있다는 절대복종과 상명하복의 신념이, 그를 오늘날 이만큼 추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3 09:30   좋아요 0 | URL
전 영원한 제국 한 권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별다른 감흥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양반 알고 보니 꽤나 이른 시간에 출세를 했더군요. 20대에 문학평론으로 등장하고, 박사 학위를 따기도 전에 이대에서 교수 생활하고.. 30대에 영원제국으로 100만 책을 팔았으니... 이룰 거 다 이룬 셈입니다.. 도대체 뭐가 더 욕심이 나서...




P.S 1월 둘째 주에 문학인 1명과 술 한 잔 기울일 생각인데 혹시나 시간 되시면 오셔도 됩니다(강제는 아님.. )

새아의서재 2017-01-03 09: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는 선생님들을 통해 자주 이름을 들었던 분이면서 동시에 20대에 잘 읽었던 소설가라 새삼 더 찹찹합니다.... ㅜ 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3 09:26   좋아요 2 | URL
찹찹하니 느닷없이 오뚜기 케찹이 생각납니다. 핫도그에 캐찹 듬뿍 발라서 뜨거울 때 덥석 물고 싶은 아침입니다..

몰리 2017-01-0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날 신이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 물으면 <인간의 길>을 썼다고 말하겠다.


이 말 ㅎㅎㅎㅎㅎ ㅈㄴ 웃기네요! ;;;;;;;;;;;;;; 아 진짜 병신이었;.
저것 말고도 웃음(비웃음) 포인트 많은 책일 수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3 09:3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 건망이 하늘을 찌른 듯.. 우쭐댄다는 점에서 우병우와 비슷한 사례..


물론 그는 훗날 신이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고 물으면 인간의 길을 썼다고 말하겠지만

훗날 신이 저에게 저 사람 이승에서 뭐하던 사람이냐고 물으면 학생 뒤처리하다고 좆된 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2017-01-03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3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1-03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시엔 재미있기 봤지만 영원한 제국도 정조에 투영되는 강력한 개혁군주에 대한 열망은 결국 박정희를 그리는 시도에 다름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요 개자식이 다시는 문단이나 교단에 복귀하지 못하게 해야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3   좋아요 0 | URL
정조가 살아있었따면 기분 나빴을 것 같습니다. 감히 나와 박정희를 동급으로 취급해 ??ㅃ ㅣㅇ리 뭐... 이런 시츄에이션이 상상되는군요..ㅎㅎ

표맥(漂麥) 2017-01-03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포토스‘ 찾아본 1인 추가...^^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4   좋아요 0 | URL
얼마나 다급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ㅎㅎㅎㅎ. 아토포스를 아포토스라고 ...ㅎㅎㅎ 한참 웃었습니다.

samadhi(眞我) 2017-01-03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오자를 아토포스로 읽었어요. ㅋㅋ

부역자들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 주체를 닮아가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네가 그리도 허술하고 무식하니 그 만큼 무신경해도 된다 생각한 게 아닐까 싶어요. 드러나는 것들이 죄다
코미디네요.

그런데다가 사람 알기를 벌레처럼 여기니... 무슨 스릴러물 보듯 죽어나가고 그걸 또 조작하고 양파도 이런 양파가 없는데...

하루 빨리 헌재형아들이 정상 판단하고 대선 제대로 치러 그 쓰레기들 그만 좀 봤음 좋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7   좋아요 0 | URL
제가 문학판 소년 급제라고 했잖습니까..

그 이유가 이 양반 출세가도가 매우 빨랐다는 거죠.
20대에 평론가로 활동하고, 30대에 백만독자를 거느린 초대형 소설가로도 성공했고
또 박사학위도 없는데에도 교수 채용되었습니다.

국문학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쓰리콤보 권력을 다 얻은 거죠..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더많은 것을 먹으려고 이리했으니..
욕심이 존나 과한 거죠..

cyrus 2017-0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이인화가 <게임사전>이라는 책을 펴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구속 소식을 접하니까 완전 실망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7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알았습니다. 게임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cyrus 2017-01-04 15:19   좋아요 0 | URL
비로그인 회원 ‘그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게임만 계속하면 사고 방식이 단순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입장을 근거로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2017-01-03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게 죽어라 게임만했다는걸 보면 아마도 머리가 아주 단순해져서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게 아닐까요?
실제로 저 구조속에있으면 별다른 방법이 없을겝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8   좋아요 0 | URL
정말 이 양반 죽어라 게임만 했습니까 ? 문학과 게임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요..

시이소오 2017-01-03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인화야 워낙에 개새키인줄 알고 있었으니 그닥 놀랍지도 않더군요. 오히려 궁금한건 이인화 꼬봉 김탁환의 반응입니다.

소설 <거짓말이다>로 신분세탁한 김탁환은 반탁으로 신분세탁하려던 친일파를 떠올리게합니다.

과연 김탁환이 회개를 한 것인지 상업적인목적으로 진보인척 위장하고 세월호를 팔아먹은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하네요.


푸른희망 2017-01-03 21:20   좋아요 0 | URL
아 이건 또 새로운 사실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8   좋아요 0 | URL
오호... 그게 무슨 일입니까. 자세히 좀 설명해 보십시오...


캐모마일 2017-01-03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등학교 시절 영원한 제국을 재밌게 읽고 그 후로 게임컨텐츠 분야 연구한다는 것만 대충 알고 있었는데 이런 내막은 몰랐네요...좀 충격이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9   좋아요 1 | URL
캐모마일 님에게는 새해 인사를 ㅁ 못했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푸른희망 2017-01-03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토포스 .... 지식이 또 하나 늘어난걸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힐지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1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넷 2017-01-04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선배더라구요. 재학 시절에 교내 소식지에 인터뷰가 실린 적 있어서 오오 거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정작 작품 하나는 읽지 읺았지만... 여튼 포승줄에 묶여 가는 모습이 망연자실 그 자체던데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하게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20   좋아요 0 | URL
마자요. 이 양반도 대구 출신이죠 ? 의외로 알라디너들 대구 출신이 꽤 많습니다. 위의 사이러스 님도 그러고 유레카 님도 대구...
 

 


 

​                                               

 

악인이여, 강남행 급행열차를 타라 :




 




강남 부동산 활극


 

 


 


- 영화 수색자, 마지막 장면 : 서부 영화 장르는 대부분 영웅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장르를 선호하는 관객은 공포 영화 장르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공포 영화 장르 팬은 코미디 영화를 멀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코미디 영화와 공포 영화는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 장르처럼 보이지만 꼼꼼하게 뜯어보면 두 장르는 꽤나 닮은 구석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두 장르는 다른 장르에 비해 남녀 성차(性差)에 따른 긴장을 중심에 둔다.

(대체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하위 카테고리에 속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두 남녀가 알콩달콩 토닥거리며 싸우는 장르이지만 공포 영화는 두 남녀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장르라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달달한 < 티격 > 이냐 살벌한 < 타격 > 이냐가 다를 뿐이다. 전자가 < 썰전 > 이라면 후자는 < 혈전 > 인 셈이다. 무엇보다도 공포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 안 풍경을 보다 보면 공포와 웃음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곤 하지만 이내 웃게 된다. 이 점만 봐도 코미디와 공포 영화는 닮은 구석이 있다. 그렇다면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 장르는 무엇일까 ?

" 코미디 VS 공포 " 보다 더 이질적인 장르 대립은 " 웨스턴(서부 영화) VS 갱스터(악당 영화) " 조합이다. 웨스턴 장르가 자연(마을)을 파괴하려는 악당에 맞서 자연(마을)을 수호하려는 영웅의 대립이라면,  갱스터 장르는 웨스턴 장르의 기본 구조인 < 인간 VS 자연 > 에서 벗어나 < 인간 VS 도시 > 의 대결을 다룬다. " 웨스턴 " 이 자연친화적인 마을을 수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면 " 갱스터 " 는 인공적 도시의 타락한 질서에 방점이 찍힌다. 그러므로 마을은 자연친화적인 반면에 도시는 자연을 인공적으로 개발한 인위적 로컬리티'라는 점에서 두 장르는 서로 이질적이다1).

 

광화문 극장에서 단관 개봉으로 천백 만 관객을 돌파한, 전무후무한 흥행 영화 << 박근혜 게이트 >> 가 갱스터 장르에 속하는 이유는 악당이 등장하는 주요 무대가 강남이라는 도시의 로컬리티에 한정되어 있다는 데 있다. 고로 박근혜 게이트는 강남 게이트이기도 하다. 갱스터를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조폭 영화인데 한국형 조폭 영화 장르가 대부분 강남 이권 사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명박근혜 정권은 마을을 해체하고 강남 도시 우선 정책을 펼쳤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 강남 부동산 개발 활극 > 인 셈이다. 갱스터'다. 그들은 합법을 가장한 무법자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웨스턴 영화이기도 하다.

웨스턴 영화는 마을 공동체의 이상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광화문에 모인 촛불 시민은 마을을 침탈해서 해체하려는 강남파 조폭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싸우고 있는 중이다. 셰인이나 존 웨인 혹은 브루스 웨인 같은 1인 영웅은 존재하지 않지만 집단 지성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영화이기에 그 결말을 알 수는 없으나 저항은 어떤 식으로든 상흔을 남기는 법이다. 그것이 " 상처뿐인 영광 " 이든 " 영광스러운 상처 " 이든 말이다. 갱스터 장르에서 도시 갱스터는 최고 권력자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권력을 얻는다면 웨스턴 장르는 영웅의 조건 없은 선의를 보여주는 영화'다.

 

웨스턴 영화는 조건 없이 다가와서 미련 없이 떠나는 쓸쓸한 영웅의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나는 이 영화가 갱스터 장르가 아니라 웨스턴 장르'로 끝이 나기를 간절히 원한다 ■



 

덧대기 ㅣ 다음은 박근혜의 뒤를 봐주던 자의 뒷모습이다. 박근혜의 뒤를 봐주고 권력을 얻었던 갱스터의 뒤는 누가 봐주는 것일까 ?

 

 


​                                                

1)  영화 << 슈퍼맨 >> 은 SF가 아니라 웨스턴 장르'이다. 슈퍼맨은 지구라는 악의 도시를 개선하려는 영웅이 아니라 지구촌(村 : 마을 촌)이라는 마을'을 수호하려는 보안관 영웅이다. 박근혜 식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지구는 우주와 비교하면 작은 마을에 불과하니깐 말이다.  클락 켄트(크리스토프 리브)는 보안관 존 웨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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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1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1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7-01-01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뒷모습들을 어찌 다 찾아냈대요? ㅋㅋㅋㅋ 뒷모습들 보니 마구 짠하네요. 더러운 수레기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1 21:51   좋아요 0 | URL
뒤통수 보니 참.. 초라하죠 ? 멋대가리도 없고..... 저 뒤를 봐주던 놈들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저새끼들도 박근혜 뒤를 봐주고 권력의 부스러기를 얻어먹었으니..
 

 

 

 

 

 

 

 

 

 

 



​                                             

 

막 장   영 화 와   천  만   관 객  :
 






Vertigo, 2016





 

                                                                                                        A급 제작비로 만든 B급 영화'보다는 C급 제작비로 만든 B급 영화가 좋다. 전자는 감독이 실력은 없으면서 제작비를 흥청망청 사용한 경우이고 후자는 적은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경우'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자는 총론으로 각론을 도출한 셈이고 후자는 각론으로 총론을 이끌어낸 셈이다. 

두 값이 서로 " 셈셈 " 이라 해도 후자 쪽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 이블 데드 >> 는 최악의 제작비로 만든 최고의 B급 영화이다. 누군가 나에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연출한 << 드라큘라 >> 가 좋은가, 샘 레이미 감독이 연출한 << 이블 데드 >> 가 좋은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 이블 데드 >> 에 한 표'를 던질 것이다. << 드라큘라 >> 는 제작비 10억으로 1억짜리 영화를 만든 반면, << 이블 데드 >> 는 제작비 100원으로 천만 원짜리 영화를 만들었다.

만듦새를 놓고 보면 << 드라큘라 >>가 << 이블 데드 >> 보다 더 우아하고 이음매 없이 매끈하지만 가성비만 놓고 보면 << 이블 데드 >> 가 효율적이고 아기자기하며 순수하다.  무엇보다도 << 드라큘라 >> 는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우아하고 매끈하다. 공포 영화의 서사 구조는 기본적으로 막장이기에 그 본질(엠블럼)은 B이지 A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 드라큘라 >> 는 그럭저럭 잘 만든 공포 영화이지만, 바로 그 점에서 실패한 공포 영화'이기도 하다. 박근혜라는 서사'가 실패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6년에 만들어진 영화 << 후까시 게이트 1) >> 는 A급 제작비로 만든 B급 막장 영화'다.

과장을 덧대어 부장님처럼 허세를 부리자면 << 후까시 게이트 >> 는 1조짜리 제작비로 만들어진 1원짜리 영화'다. 이러려고 영화에 투자(세금 납부)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내용은 천박하고, 스타일은 지나치다 못해 " 키치 " 스럽다.

 

- 영화 현기증,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영화이기도 하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현기증 Vertigo, 1958 >> 은 << 후까시 게이트 >> 와 비교 평가하기에 좋은 영화다. < 후까시 머리 > 가 주요 모티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후까시 헤어스타일(올림머리)에 페티시를 가진 남자의 몰락을 다뤘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올림머리를 숭배하는 박사모를 닮았다는 점에서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진 영화다. 하지만 평단의 평가는 하늘과 땅 차이'이다. 한편은 막장 쓰레기 영화'로 끝났고, 다른 한편은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이 되었다.

- 이 영화는 후까시 머리에 페티시를 가진 남자의 몰락을 다룬다는 점에서 제임스 스튜어트는 박사모 회원이다

 

 

어마어마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 후까시 게이트 >> 라는 영화에서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최순실이 뇌까리던 대사밖에는 없다. " ... 클(큰일) 났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다 죽어 ~ " 영화는 이 대사를 끝으로 종극을 선언하지만 나는 그 이후가 궁금하다. 정말 다 죽는지 보고 싶다. 그래도 막장이란 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어서 누적 관람객은 890만 명이다. 욕하면서 참..... 많이 보셨어.            과연 천 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  모를 일이다. 2016년 마지막 날이다. 이 영화는 광화문 극장에서 보아야 제 맛이다. 아듀 ~ 광장에서 봅시다.
















​                                        


1) 박근혜 게이트는 후까시(헛과시)게이트이다. 후까시에 집착한 이는 비단 박근혜만은 아니다. 박근혜 부역자들은 모두 권력이라는 이름의 헛과시에 집착한 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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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12-31 23: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청앞 입니다. 태극기를 휘두르며 ‘계엄령을 선포하라‘ 는 피켓을 든 광기어린 집단을 보니 소름이 돋습니다
왜 우리가 지치지 말고 끝까지 가야하는지 다시 다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12-31 17:52   좋아요 3 | URL
오, 벌써 가셨군요. 본진은 저녁 7시부터라고 해서 저는 지금 저녁 먹고 출발할 생각입니다.
이젠... 뭐, 오기가 생겨서리..
처음에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했는데.. 이젠 만성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