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 렇 게  확  그 냥  :




 


얕게 뱉은 가래



 

                                                                                                                       알라딘 검색창에 " 성공 " 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13,000개의 상품이 검색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는 법, 그만큼 독자는 타인의 성공을 통해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욕망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가 대통령 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청년을 대상으로 한 그의 전국 순회 강연'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안철수는 성공한 멘토였으니, 청중은 그 성공의 열쇠를 훔치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타인의 성공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별로 없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을 빌려서 말하자면 성공이란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 " 기 때문이다. (기업인 안철수가 아니라) 정치인 안철수는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인물'이다.  안철수, 그때는 정치판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졌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곁방 늙은이처럼 히마리없는 처지가 되었다. 모기 발성법으로 호랑이 포호'를 흉내 내니 듣기가 불편하다. 가성비만을 놓고 보자면 < 성공 > 보다는 < 실패 > 를 통해 배우는 게 얻는 것이 많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는 하나님이 보우하사 대한민국 사회에 내리는 선물'이다.

박근혜는 배울 게 많은 인간이다. 문학인 황현산은 밤이 선생이라고 말했지만 무학인 나는 이 표현을 살짝 비틀어서 " 박이 선생이다 " 라고 말하고 싶다. 이 배움을 거창하게 말하자면 " 부정의 배움학 " 이다. < 후까시 > 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고, < 사이비 > 에 빠지면 좆된다는 것을 배웠으며, < 항문기 > 에 머물면 똥 밟는 날이 오게 된다는 것을 배웠으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근혜식 나쁜 문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좋은 문장의 기술을 배웠다. 다음은 박근혜가 새해랍시고 기자 간담회를 했을 때 나온 말풍선'이다. 말씀 자료 없이 생활 입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의 언어 습관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러면 거기에 지원을 하면 워낙 우리나라 그런 문화적인 역량이나 소질이 뛰어나니까 확 그냥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한류도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또 정부 시책도 관에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이 합쳐짐으로써 지금 시대에는 더 창의성으로 나갈 수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국가브랜드도 높아지고, 그렇게 하다보면 국가브랜드를 가지고 또 기업도 더 그 나라에서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여러가지의 공감을 해 가지고 참여를 하고, 동참을 그 분들이 해준 것인데, 압수수색까지 받고 여러가지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을 보면서 정말 그것도 제가 굉장히 미안스럽고, 그래서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뭐랄까,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어디 방송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거기에다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그래 갖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인가, 또 보면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조금 있다 보면 '아니 그것도 사실이 아니었어' 이런 식으로 가서 홍보실에서 이렇게 하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다고 그래 갖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오보 바로 잡습니다' 해갖고 했는데 그것도 다 못 잡고,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수십 개이고, 아마 다 합하면 셀 수 없이 많을 겁니다." 


 

 

박근혜가 1시간 동안 쏟아냈던 말풍선'이다. 과도한 지시형용사 남발,  불필요한 부사어(부사구)에 대한 집착,  마침표를 찍어야 할 곳에 접속사 사용, 밑도 끝도 없는 대명사 남발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접속사로 이어지고 두리뭉실한 부사구와 지시형용사를 남발하니  주어와 술어가 꼬이게 된다. 박근혜 말투와 문체를 요약하자면 < 뭐광장히이렇게확그냥체 > 이다.  쉽게 말해서 < 장난지금나랑하냐체 > 이다. 박근혜의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 장난 지금 나랑 하냐 ? " 라는 기분이 든다. 뭐굉장히이렇게확그냥체는 나쁜 문장의 전형이다.

그동안 글쓰기 요령을 가르치는 책에서 수없이 지적했던 것들이지만 나쁜 문장을 몸소 체험하게 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글을 쓸 때 과도한 지시형용사와 부사어는 자제해야 겠다. 그동안 나는 말이 막걸리가 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박근혜 간담회를 통해서 말이 막걸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아, 놀라워라. 막걸리의 주성분이 쌀이 아니라 말이었다니......                            무엇보다도 좋은 문장의 첫 번째 요소는 정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래를 뱉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어줍잖게 얕게 뱉은 가래'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쪽팔리더라도 괄약근이 아플 정도로 들숨을 크게 들이켜서 속에 있는 가래를 밖으로 뱉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박근혜의 목을 벨 때는 가차없어야 한다. 훌륭한 망나니는 칼을 휘두를 때 주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박근혜에 대한 연민따위로 칼끝이 무뎌지지 않길 바란다. 문장이 정직하지 않을 때 막장이 된다. 박근혜의 문장에서 배우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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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1-04 1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훌륭한 결론입니다. 저도 박근혜식 화법 보면서 글 쓸 때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그네가 이렇게 또 한 건 하는 건가요? 국민대통합 말고도.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22   좋아요 0 | URL
좋은 작문 선생님이시죠... 고맙습니다, 박그ㅡ네 선생님.....

2017-01-04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39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 저도 절실히 깨닫습니다.

아 진짜 저런 거 자주 사용하면 문장이 지저분해지는구나...

누군가는 밤이 선생이다 했는데.... 저는 박근혜가 선생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람강기 2017-01-04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소 희생하시어 국민을 일깨워주시는 아주 훌륭한 박선생님이네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4 10:38   좋아요 0 | URL
깜빵 갔다 오셔나 나오시면 청담동 근처에 작은 논술 학원 하나 차리시면 좋겠습니다...
훌륭하신 선생님이십니다..

수다맨 2017-01-04 14: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상륭 이후로 저렇게 난해하고 해괴한 한국어 문장은 처음 보는군요. 문장만 놓고 보자면 무슨 수수께끼 같습니다. 기왕언 이렇게 된 이상, 빵에 가셔서 혼자 있는 시간 많을 터이니ㅡ사형수나 국사범은 노역 같은 것도 잘 안한다고 합니다ㅡ 문장 공부 좀 다시 하면 좋을 듯합니다. 이오덕의 ‘우리 글 바로쓰기‘와 고종석의 ‘고종석의 문장‘, 이태준의 ‘문장강화‘와 같은 책을 사입해 주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1-08 09:27   좋아요 0 | URL
댓글이 늦었네요... 박근혜가 가막소 가게 된다면 저도 기쁜 마음으로 문장강화 같은 책 사입으로 넣어주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