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부터 무덥다.
매미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한 여름에 접어 들었음을 실감한다.
한 여름이 되어 무더운 날씨가 시작되면
에어컨을 틀 수밖에 없고,
에어컨을 틀게 되면 전기세가 아깝고,
전기세를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책을 읽게 된다.
에어컨이나 난방을 가동하는 곳에서는 책을 읽어야할 것 같은 양심의 북소리가 울리곤 한다. 습관이 좋은 게 그닥 없지만, 그나마 이런 양심의 습관은 나 혼자 괜히 뿌듯하다.?
이사하기 전의 곳은 남동향의 집 구조여서
새벽 5시면 일출이 시작되고, 새벽 6시 넘어가면 거의 아침 시간, 8시면 대낮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 살던 습관이 있어,
아이들 학교 보낸 후면 집안일이 마무리가 빨리 되어
오전 독서가 가능했었던 습관이 있었다.
이사 온 집은 남서향의 구조.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새벽이어도 어두컴컴한 느낌이어서 어리둥절하여
매번 늦잠을 잤다.
지금은 얼추 알람 소리에 깨긴 한다만,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특히 이 집에 온 후, 밤에 늦게 자는 습관이 들어 더욱 새벽에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창밖으로 네온싸인들 불이 훤하고, 길 건너 아파트 불빛도 훤하니 한밤 중이란 자각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전에 살던 곳은 거실 앞은 그저 물이 고요히 흐르고 있어서 해가 지고 나면 칠흑같이 검은 세상이라 밤 10시만 되어도 12시로 착각하고 일찍 잠 들었다면, 이곳은 이제 10신가?싶어, 시계를 보면 12시가 훌떡 넘어 있어 깜짝 놀라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그러니 전에 살던 곳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이었었는데 이곳에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갱년기 나라의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은 더워서인지, 갱년기 탓인지, 아님 더워서 마시는 커피 탓인지....(셋 다지! 왜 물을까?)
밤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 보니, 새벽 6시에 깨는 것도 힘들고,
아이들 학교 보낸 후론, 오전에 독서가 아닌 쪽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쪽잠이 아니구나! 세 시간여 자 버리는 때도 있으니^^)
다시 예전의 아침에 독서하는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무님은 오전에 책 읽으시죠?‘
기억님의 물음에 머뭇머뭇, 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 상황.
습관을 바꿔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려면 뜨거운 커피를 마셔야 하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려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인과관계가 생성되겠지만, 아침부터 나 혼자 있는 집에서 에어컨 틀어 버리기는 또 양심의 북소리 둥둥~~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뜨거운 커피랑 어젯밤 사다 놓은 편의점 차가운 라떼랑 번갈아 마셔 보니 덜 덥다. 오호~~
(어제는 뜨거운 커피 마시다가 단전 깊은 곳에서 열이 올라오는 듯 하더니 쓰러져 쿨쿨 낮잠 두 시간을 자버린...)
책 읽으려고 도서관 한 군데서 빌려온 책들과, 한 달이나 연체된 또 다른 도서관의 책들과, 우리 집에 있는 책 세 권(페넬로페님 리뷰 읽고 안되겠다 싶어 잡은 잃시찾 1 권이랑, 독서괭님 재독하시겠다는 책, 안되겠다 싶어 또 잡은 <나는 고백한다> 1 권. 그리고 이번 달 여성주의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중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뜨거운 것, 차가운 것
단짠단짠처럼 마셨는데 갑자기 또 덥네?
얼죽아는 이 시려서 못하는데 올 해는 얼죽아 편에 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갱년기 시대의 어른 되기 쉽지 않네?
몸은 더워도 그렇다면 시원함을 눈에 담아 마음이라도 시원해 지자. 그래서 푸른 바다 사진을 아침부터 열심히 보는 습관이 생겨 버렸다. 이러다 습관 부자가 되겠다.
※몇 주 전, 부산 해운대 바다 낮밤의 풍경과
지난 주 남편 숙소에 다녀 오면서 눈에 담은 거제 바다 낮밤 풍경이다. 눈이라도 시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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