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강의나, 고전 소설 강의 또는 소설 해설서 같은 책은 무엇이 먼저일까? 순번을 정하다 보면, 매번 읽는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러니까 소개되는 소설을 먼저 읽고, 이러한 책을 읽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싶어 소설 먼저! 순번을 정해 버리면, 그 소설을 언제 읽을지 시기가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강의나 해설서 책도 영원히 읽을 수가 없다.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 하는데!!....조바심만 일삼고,
척척 읽어내고, 무려 잘 읽어내고, 거기에다 재미나게 읽어버리는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 하고만 있다는 게 나의 현 모습이다.
그래서 이젠 방법을 달리 해보련다.
그냥 강의든, 해설서든 일단 먼저 읽자!
읽다 보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고전 소설을 읽겠지!
그래서 도서관에서 제목 보자마자 겁 없이 빌려 온 <나보코프 문학 강의> 책이다. 책 두께가 제법 된다는 생각을 못할 정도로 그저 ‘문학 강의‘라는 제목에 꽂혀 바로 빌려 와서 며칠 째, 조금씩 읽어 보고 있다.
나보코프 작가가 7인의 소설가들의 각각의 소설을 하나씩 정하여 대학 강의실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책이다.
일단 처음 소개한 작가는 제인 오스틴이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룰 줄 알았는데, <맨스필드 파크>를 다루고 있다.
나보코프는 처음부터 여성작가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를 읽음으로 제인 오스틴 작가에 대한 이미지를 확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세세한 줄거리 소개를 읽는 것만으로도 <맨스필드 파크> 한 권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그래서 어제 다른 책들과 함께 주문을 했고, 내일 도착한다.
다루고 있는 작가들의 책을 아마도 죄다 찾아 읽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플로베르의 <보봐리 부인>은 읽었던 책이라 시간을 벌었다.
프루스트의 <스완네 집 쪽으로>도 다행히 며칠 전부터 붙잡고 읽고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읽었고, 읽고 있다손 치더라도 나보코프 교수의 강의를 읽으면, 완전 새로운 책 이야기를 소개받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한 두 번 당한 게 아녔으니!!!
이럴 경우엔 이런 책을 먼저 읽고, 소설을 찾아 읽는 게 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닌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암튼, 어쨌거나 척추의 전율을 느껴야 하는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일단, 내일 책 받아 읽으면서 계속 척추를 쓰다듬어 볼 일이다.
나보코프 교수의 제인 오스틴 작가의 문체 특성을 열거한 것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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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의 책에 어떤 방법론이 쓰였는지 생각해보려면,《맨스필드 파크》의 일부 특징들(오스틴의 다른 소설에서도 같은 특징을 찾아볼 수있습니다) 이『황폐한 집』에서 크게 확장된다는 점(디킨스의 다른 소설에서도 같은 특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가리켜 오스틴이 디킨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의 작품에서 모두 이 특징들은 코미디, 정확히 말하자면 풍습희극의 영역에 속하며, 18세기와 19세기의 감상적인 소설에 전형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제인 오스틴과 디킨스의 작품에 공통적인 특징들 중 첫번째 것은 다른 인물들을 바라보는 관찰자로 젊은 아가씨, 그것도 신데렐라 타입, 피후견인, 고아, 가정교사 등을 선택한다는 점입니다. 두번째 특징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다소 놀랍고 독특합니다. 제인 오스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또는 호감이 덜 가는 인물들의 태도나 버릇을 조금 기괴하게 묘사하면서 그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그런 점을부각시키는 것이 바로 두번째 특징입니다. 이런 인물의 명백한 사례가 노리스 부인과 돈 문제, 또는 레이디 버트럼과 그녀의 개입니다. 오스틴은 말하자면 색조를 바꿔서 이 방법에 예술적으로 약간의 변화를 줍니다. 책 속에서 행동의 변화가 이런저런 인물의 평소 태도에 새로운 색채를 드리우게 하는 거지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희극적인 인물들은 연극 속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마다 자신의 익살스러운 결점들을 끌고 다닙니다. 디킨스 역시 같은 방법을 사용했음을 앞으로 보게 될 겁니다 세번째 특징은 포츠머스 장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만약 디킨스가 - P132
오스틴보다 먼저 태어나 활동했다면, 우리는 프라이스 일가가 확실히 디킨스의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프라이스 집안의 아이들이 《황폐한집》을 관통하는 아이 테마와 훌륭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을 겁니다.
제인 오스틴의 문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몇 가지 요소들도 언급할가치가 있습니다. 오스틴의 이미지들imagery 은 억제되어 있습니다. 오스틴은 여기저기서 약간의 상아 조각 위에 섬세한 붓질을 해서 단어들로 우아한 그림을 그려냅니다(오스틴 본인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풍경,몸짓, 색채 등과 관련된 이미지들은 대단히 억제되어 있습니다. 섬세하고 우아하고 창백한 제인을 만난 뒤, 목소리가 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기운이 넘치는 디킨스를 만나면 상당히 충격을 받을 정도입니다. 오스틴은 직유나 은유를 통한 비교를 잘 하지 않습니다. 포츠머스에서 "기쁨에 겨워 춤을 추며 방파제로 달려오는" 바다라고 표현한 부분은 드문 사례입니다. 프라이스의 집과 버트럼의 집을 비교할 때의 물 한방울 같은 진부한 비유도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약간 짜증스러운 일들, 때로 노리스 이모가 불러일으키는 그런 짜증은 오래가지 않고 사소해서, 그녀가 지금 있는 이 집의 끊임없는 소란에 비하면 바다에 떨어진물 한 방울과 같았다." 오스틴은 태도와 몸짓을 묘사할 때 현재분사(예를 들어 미소 짓는 smiling, 바라보는 looking 등)를 적절히 사용합니다.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같은 표현도 잘 사용합니다. 하지만 누가 말했는지 - P133
따로 밝히지 않고, 연극 대본의 지문처럼 괄호 안에 따로 적듯이 사용합니다. 오스틴은 이런 기법을 새뮤얼 존슨에게서 배웠습니다만, 맨스필드 파크에서는 아주 적절한 장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전체가 연극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이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이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듯한 형식을 통해 그 말의 구조와 어조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것 역시 존슨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6장에서 러시워스의말이 레이디 버트럼에게 전달되는 부분이 그런 예입니다. 인물의 성격과 행동이 대화 또는 독백을 통해 전개됩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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