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크림
-스트레스 받을 땐 칼로리의 광폭함을 감수하고 달달한 음식을 찾게 된다. 약속장소가 양재역이라면 전철역 코앞에 있는 이 집을 찾아가는 건 일종의 예의다. 운동선수 J모씨로 유명세를 치루긴 했지만 그 분은 이미 이 사업을 접으셨고 서울 하늘 몇 개 없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슈크림 전문점이다.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고 슈크림을 포장해 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벼르고 간 김에 와장창 주문을 해본다.
일단 바삭한 슈크림용 빵이 계산대 앞에 진열되어 있다. 종류에 따라 4가지로 분류가 가능하다. 몇 가지 종류를 선택 후 포장을 부탁하자 계산대 너머 종업원들의 행동이 분주해진다. 고른 빵을 집어내 바로 앞에서 슈를 빵 속에 집어넣어 준다. 아마도 미리 주입 했을 때 잃어버리기 쉬운 바삭한 빵의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런 수고스러움에 바삭한 식감과 더불어 달콤함도 함께 선사해준다. 슈의 종류는 플레임, 요거트, 초코. 진절머리 나는 단맛이 결코 아닌 은은하고 부드러운 단맛을 선사한다. 빵의 크기도 볼륨감 있고 들어가는 슈의 양 또한 푸짐하다 보니 크기는 제법 크다. 하지만 한 입 배어 물은 순간, 그까이꺼 하나쯤은 순식간에 입속에 탈탈 털어넣게 된다. (손가락에 발려진 슈도 남김없이 슥삭.)
고기
- 돼지를 잡으면 수챗구멍이 안 막히지만 소를 잡으면 수챗구멍이 막힌다고 한다. 이 말은 돼지기름은 수용성인데 비해 소기름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체내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면 돼지기름은 배출이 가능하지만 소기름은 그렇지 않고 축적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고로 돼지가 아닌 소를 먹는 행위는 건강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라고 말들을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돼지고기만 고집할 수 있겠는가. 소도 간간히 먹어줘야 그래도 고기 먹은 티라도 낼 수 있는 모뙨 선입견 때문인지 가끔씩 먹는 소고기는 입에 착착 감긴다. 그것도 덩어리로 꽤 푸짐한 살점을 보유하고 있는 부위를 먹는다면, 거기다 손잡이 역할 톡톡히 해주는 갈빗대라도 붙어 나오는 소고기라면 입에서 씹히는 느낌이 틀려져버린다.
금요일 초대 받아 갔던 그 고기 집은 무난한 맛을 선사해줬다. 생고기가 아닌 양념이 밴 소고기임에도 숯불의 스모크를 제대로 빨아들인 고기는 달콤하고 진득하게 입안에서 맴돌며 육중하지만 즐거운 맛을 선사해준다. 더불어 딸려 나온 반찬들도 조연으로써 훌륭한 역할을 해준다. 드레싱 범벅이 아닌 신선한 야채를 식감 좋게 크게 썰어 내온 샐러드나, 축축하고 조금은 질퍽하게 붙여 파의 숨을 죽여서 내온 파 무침이나 동치미 등등은 고기와 더불어 먹는데 기막힌 상승효과를 선사해 준다.
두 번째로 시킨 갈빗살 역시 가벼운 양념을 배가시켜 고기 자체의 질감을 최대한 살려준다. 이렇게 먹고 마시며 떠들다 보니 소화도 더불어 잘되는 기분이다.
족발
- 포장음식 배달야식의 대명사의 족발은 편차가 심한 음식 중에 하나이다. 제대로 된 집에서 먹게 된다면 말캉한 젤라틴의 식감에 즐거움을 느끼겠지만 그와 반대의 족발을 만난다면 돈 아깝고 뱃속 불편한 음식으로 욕먹기 딱 좋다. 그 날 먹은 족발은 맛있다는 족발의 장점은 전부 가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부드러운 젤라틴에 쫀득한 살점, 딸려 나온 뼈에도 분명 발라먹을 수 있는 살점이 제법 푸짐하게 붙어있는 그런 족발이다. 더불어 족발 집에 의당 존재하는 쟁반막국수까지 족발로 혹시 느꼈을지 모를 텁텁함을 개운하게 걷어내 준다. 푸짐한 야채에 매콤하며 자작자작한 국물까지 거친 막국수 면발을 목으로 넘겨주는 윤활제 역할을 제대로 해준다.
그 날 먹은 족발의 최대 단점은 장사가 잘돼 4호점까지 오픈했지만 늦게 가면 기다리는 건 감수해야 하는 음식 맛 이외의 단점이 존재한다. 그나마 마감 몇 시간 안남기고 갔기에 쉽게 자리를 잡은 듯.
뱀꼬리 : 똑딱이를 들이밀기에는 머쓱한 자리인지라. 사진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