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취향] "북방침엽수림" 과 "사바나"


 



열대우림 외곽에 위치한 사바나 기후는 독특한 건기가 특징. 수개월간 비 한방울 없이 계속되는 건기 동안 사바나의 생물들은 고통스러운 생존의 분투를 거듭한다. 가뭄과 불에도 죽지 않는 강인한 초지를 기반으로 수많은 야생 동물들이 번성하는 '야생의 천국'인 동시에, 혹독한 적자생존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은 또한 고대 인류의 원시 문명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건조한, 절제된, 강인한 생명력. 이는 당신의 책 취향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생물처럼, 치밀한 계획 하에 쓰여진 정교한 책을 선호. 책이란 무릇 간결하고 정확한 내용이어야 함.


  •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 같은:
    사바나의 고양이과 육식 동물처럼 유유자적 고상한 취향. 과격하지도, 감정적이지도, 세속적이지도 않은 나름 고상한 선택 기준을 갖고 있음. 아마도 경험이나 교육에 의한 분별력으로 추정됨.


  • 절제된 현실주의:
    멍청한 감상주의, 값싼 온정주의, 상투적 가족주의, 이런 것들로 장사하려는 상업주의를 배격함. 문화적인 보수 성향이 있음. 지나치게 독창적인 책보다는, 절제력과 품격을 갖춘 것을 더 선호함.

당신은 출판시장에서 가장 보기 드문 취향 중 하나입니다. 분명한 취향 기준이 있음에도 워낙 점잖은 탓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취향은 다음과 같은 작가들에게 끌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움베르트 에코
로마의 원형 경기장 시절부터, 인류는 줄곧 잔인한 구경거리를 좋아했다. 이런 소름 끼치는 고문에 대한 최초의 묘사 중 하나는 오비디우스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그는 아폴론이 한 음악 경연에서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를 패배시킨 후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겼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실러는 소름 끼치는 것에 대한 이 "자연적 성향"을 아주 잘 정의했다.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처형이 벌어질 때면, 사람들은 그 장면을 구경하려고 항상 흥분해서 달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만약 오늘날 우리가 스스로를 "문명화"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다만 영화관에서 유혈 낭자한 "스플래터" 영화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일 텐데, 그 영화가 허구로서 제시되는 이상 관객들의 양심이 흔들릴 일은 없는 것이다.
- 추의 역사 中

김승옥
'바다가 가까이 있으니 항구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럴 조건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심(水深)이 얕은데다가 그런 얕은 바다를 몇 백 리나 밖으로 나가야만 비로소 수평선이 보이는 진짜 바다다운 바다가 나오는 곳이니까요.'
'그럼 역시 농촌이군요.'
'그렇지만 이렇다 할 평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 그 오륙만이 되는 인구가 어떻게들 살아가나요?'
'그러니까 그럭저럭 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닙니까?'
그들은 점잖게 소리내어 웃었다
- 무진기행 中

J.D. 샐린저
"나는 특히 목사라는 인간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모두 목사가 잇었는데 모두들 설교를 할 때마다 억지로 꾸민 거룩한 목소리를 냈다. 나는 그것이 역겨웠다. 그들은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내면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 소리를 내는 것이 더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설교가 모두 거짓으로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 호밀밭의 파수꾼 中

 

100% 맞다고 하기엔 평가내용이 너무 근사하구나..더불어 고백하건데. 난 에코의 소설을 읽다 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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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막" 독서 취향.. 그래 마음에든다 우하하
    from 평범한 토토랑 2010-01-13 09:59 
    사막이라니 그 이미지부터가 멋지구리하다. 뭐 감정이 매마른 편이긴 하니 더 어울리는건가? 취향이 없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역사책 좋아하고.. 무협지도 좋아하고 사회과학 서적도 나름 좋아하고 소설이나 판타지도 좋아하고 음.. 이러면 일관된 취향이 있는거잔아 -_-;; ) 사막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후대로, 매년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동식물의 생존에 무자비한 환경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사막엔 수많은
 
 
꿈꾸는섬 2010-01-1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은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저도 다른 건 좀 이해를 못하겠더라구요.ㅎㅎ

Mephistopheles 2010-01-13 12:35   좋아요 0 | URL
저도 장미의 이름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요.....전날의 섬에서 침까지 흘리며 자버리는 만행을 에코영감님께 저질러버렸지요.

바람돌이 2010-01-1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이거 해보니 좀 안맞는듯하던에 메피님도 역시.... ^^

Mephistopheles 2010-01-13 12:3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워낙 평가가 뭔가 있어보이고 근사하게 보이기에 전 그냥 맞다고 우길려고요..두 눈 부릅뜨고 에코의 책들을 읽어야 겠습니다.

비연 2010-01-1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저도 해봐야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13 12:35   좋아요 0 | URL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무지 좋은 말들은 골라서 쓴 티가 팍팍 나는 평가입니다.

비로그인 2010-01-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제된 현실주의! 하하


Mephistopheles 2010-01-13 12:36   좋아요 0 | URL
절제가 아닌 절약된 현실주의입니다 사실.

paviana 2010-01-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안 들어본 사이 깜찍한 구름이로 바뀌었네요. 헉 갑자기 적응이 안 되네요.ㅎㅎ

Mephistopheles 2010-01-13 12:36   좋아요 0 | URL
신년새해 제 신조가 바로 '이쁘고 품격있게 살자.'입니다.

Joule 2010-01-13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바나의 야생동물 여기도 한 마리 있어요.

Mephistopheles 2010-01-13 16:49   좋아요 0 | URL
몇 명 더 모아 사바나를 누벼야 겠습니다...ㅋㅋ

L.SHIN 2010-01-1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메피형님, [호밀밭의 파수꾼]은 재밌게 읽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웃음)
어떤 부분은 메피형님다운(?)대요,뭐.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1-14 15:34   좋아요 0 | URL
음...그럼 전 박민규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 엘신님과 대입을 해봐야 겠군요. (과연 누가 더 처절하겠습니까??ㅋㅋ)

L.SHIN 2010-01-15 08:49   좋아요 0 | URL
헹~! 나는 상관없다지요!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10-01-15 09:25   좋아요 0 | URL
글쎄 박민규 소설의 주인공들을 살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니까요..ㅋㅋ

L.SHIN 2010-01-15 14:41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아니다! 약해지면 지는거다!) -_-

Mephistopheles 2010-01-15 15:05   좋아요 0 | URL
아 글쎄 포탈에서 박민규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란 검색식만 세워봐도 대번에 생각이 달라진다니까요...ㅋㅋ

L.SHIN 2010-01-15 19:31   좋아요 0 | URL
메피형님이 알려준 그대로 검색해봤는데요...
너무 많은 '박민규' 관련글이 많아서 어지럽습니다.@_@

Mephistopheles 2010-01-16 17:25   좋아요 0 | URL
박민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걸 찾아보세요 엘신님...(므흐흐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