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만년 만에 도시락을 안 싸오다 보니 바로 옆에 위치한 밥집에서 간만에 밥을 먹게 되었다. 점심때면 장사가 제법 잘되는 집이다. 그렇다고 뛰어난 맛을 뽐내는 밥집은 절대 아니다. 그냥저냥 직장인들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큰 문제점이 없다 뿐이다. 이집 밥을 질리지도 않고 한 달 내내 먹어주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오늘 점심은 어찌되었건 이 집에서 먹게 되었는데, 자리를 잡은 위치가 밥상 3개 놓은 작은 방이었다. 우리 일행이 인원수가 되기에 두개를 차지하고 나머지 밥상엔 우리보다 먼저 온 장년의 남성 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매일 먹는다는 이집의 메뉴 중 중국어로 말하면 '제이싼그'를 주문하자 빨리도 밥이 날아온다. 그다지 품질이 좋지 않아 보이는 쌀로 지은 밥에 이런저런 반찬 5~6가지, 콩나물에 두부 넣고 끓인 국 한 그릇, 프라이팬에서 뒹굴 거렸을 기름 잔뜩 묻은 계란하나가 전부다. 이렇게 먹고 나면 내 주머니에서 4500원이 나가준다.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인가 옆자리 장년의 두 아저씨의 대화가 들려온다. 듣고 싶어 들은 게 아닌 워낙 크게 말씀들을 하시다 보니 듣기 싫어도 듣게 되었다.

'이번에 이건희 회장님 풀려난 거...그거 정말 잘한 거야...!! 그 분이 우리나라 지금 이렇게 만든데 10분지 1은 이뤄내신 분이잖아. 외국 가봐 외국에서 한국 알아주는 것도 다 그 분 때문인 거야. 안 그래.? 나쁜 공산당 놈의 새끼들이 그 분을 그렇게 궁지에 몰리게 하다니. 거 뭐냐. 노무현이 그 자식 때부터 그랬잖아. 삼성과 회장님 죽이려고.......(이상하다 내가 알기론 참여정부 시절 삼성은 승승장구 했는데.....내가 잘못알고 있나..) 암튼 정말 잘 된 거야 안 그래?"

마주앉은 또 다른 장년의 아저씨는 다른 말을 꺼내신다.

'맞아 맞아. 그리고 미군기지 그걸 왜 이전해..미군 없으면 우린 허수아비잖아. 그 땅은 미군꺼 아닌가..그걸 내주겠어. 내가 미군이라면 난 못 내주지, 안내주지..암 그럼..'

또 다시 맞은편 아저씨가 말을 받는다.

'그럼 그럼. 그 땅은 우리 땅이 아니지. 그래야 북한 빨갱이 새끼들이 못 내려오지..그리고 지들이 무슨 수로 전쟁을 해. 거 뭐냐 후진타오 다음...음....다음...누구더라..암튼 있어. 중국 다음에 나설 지도자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전쟁하게 만들겠어..!'

암튼 대한민국 나이 먹은 남자들이라면 모여서 떠드는 이야기가 정치 아니면 나랏일이니 옆에서 듣고 있기 좀 괴롭긴 하다. 그렇다고 내가 혈기왕성한 20대라서 상을 뒤엎고 '이 놈의 수구 꼴통 영감탱이들아! 늬들 땜에 이 모양 이 꼴이다!'를 부르짖기에는 난 그리 다혈질적이지도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의 용사도 아니다. 단지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확인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그 양반들이 시켜먹은 건 7000원짜리(2인분이니까 14000원) 비싼 동태탕이었고 우리가 시켜먹은 건 이 집에서 제일 싸고 빨리 나온다는 4500원짜리 기본 정식. 먹는 것만 봐도 그 양반들은 소위 있는 분들이고 우린 없는 놈들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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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1-0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만원도 아닌 7천원짜리 먹고 계시는 분들의 '생각의 차이'가 넘 심하니..아직도 절망스럽습니다...ㅎㅎ 저는 가끔 정말 돈 많은 사람이야 그렇다고 해도 별로 돈도 없는 사람들이 골통짓하는게 더 어이없어요,,,

Mephistopheles 2010-01-10 00:15   좋아요 0 | URL
어이가 없으셔도...생각보다 그런 분들 주변에 정말 많습니다...답답한 현실이죠.

비연 2010-01-0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하철 타는 게 괴롭습니다. 경로우대석..그 자리에 앉아계신 분들이 모르는 분들끼리 만나서도 '이건희 회장의 사면은 백번 잘 한 일'이며 이것은 '이명벅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할 때는 귀를 닫아두고 싶다는.

[해이] 2010-01-08 14:26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공감가는 댓글 ㅋㅋ

Mephistopheles 2010-01-10 00:15   좋아요 0 | URL
가끔 주변의 소음을 들어야 할 필요성도 존재하지만 이럴땐 이어폰으로라도 귀를 막고 나만의 세계가 필요해지더군요.

L.SHIN 2010-01-08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대의 차이...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있던 지구의 전형적인 유형.
도대체 나는 왜 인간들이 그런 같은 사이클을 질려하지도 않고 반복하는지 궁금합니다.

Mephistopheles 2010-01-10 00:16   좋아요 0 | URL
그건 엘신님이 지구인이 아니시기에 설명도 불가능하고 이해 역시 불가능하지 않을까요..우히히.

무해한모리군 2010-01-0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야 할텐데 --
아 그럼 나도 애들눈에 저렇게 보이는 사람이 되면 어쩌죠 ㅠ.ㅠ

Mephistopheles 2010-01-10 00:17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이 요즘 더 무섭습니다. 지금 대학졸업하는 또래들은 공공연히 386세대를 맹렬히 비난하고 원망하는 걸요. 지금의 취업난 등등 자신들에게 처한 곤경이 386세대 때문이라고요..^^

비로그인 2010-01-08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자>라는 영화에 나오는 중소기업 사장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기사 양반은 어떻게 생각하슈?" "뭘 말이에요?" "아, 김정일이하고 노무현이하고 말이요." "전 그런거 관심 없습니다." "뭐요?" "두 사람 다 택시탈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Mephistopheles 2010-01-10 00:17   좋아요 0 | URL
기사양반들이 어쩌면 정세를 보는 눈이 가장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거리의 지식은 손님을 통해 죄다 습득하시곤 하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10-01-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도 젊고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도 이건희씨 사면에 찬성하는 사람 많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10 00:21   좋아요 0 | URL
그래도 그들은 위선적으로 겉으로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속으론 반동되는 짓은 안하잖아요. 권력도 없고 힘도 없기에 사회에 미칠 영향력 또한 없을테고요.(생각이 모이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어제 인터넷 포탈에 걸린 C일보를 살펴보니 '조폭떡볶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제목만으론 조폭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길거리에서 떡볶이 좌판을 펼치고 지나가는 행인들의 입에 강압적으로 떡볶이를 쑤셔 넣고 돈을 갈취하는 기사인가 했었다.

들어가 살펴보니 홍대 앞에서 오랜 세월 떡볶이 노점을 했던 어느 사장님의 이야기를 싣고 있었다. 조폭떡볶이라고 불리게 된 유래도 술에 취한 손님이 순서를 안기다리고 자기 먼저 달라는 시비에 주먹다짐까지 하며 경찰서까지 가는 불상사가 생긴 사건 때문에 사장님의 전직이 조폭이 아닌가 하는 손님들의 의구심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닉네임 같은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었다.

그런데 기사를 계속 읽어보니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분위기 탓인지 손님은 고분고분해지고 무뚝뚝하고 불친절해도 불만이 없다고 한다. 노점으로 돈을 모으셨는지 이제 번듯한 점포까지 내셨다고 한다. 더불어 가게 분위기도 '조폭스럽게' 운영을 한다고 한다.

종업원들이 손님보다 높은 위치에 앉아서, 손님들을 내려다보며 음식을 내준다. 어묵 국물도 직접 떠먹고, 식기반납도 해야 한다. 그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제압하면 손님들이 끌려오게 돼있다”고 했다.

이런 내용 뒤에 맛을 강조하는 부분을 첨부한다. 활자로만 보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떡볶이인가 보다. 더불어 가게를 내면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지금 직원들과 의리를 바탕으로 지금의 떡볶이 맛을 지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기사를 끝맺는다.

아마 이런 콘셉의 가게들은 그 유명세 때문인지 여기저기 소문들이 자자하다. 들어오는 손님에게 냅다 욕부터 날리는 걸로 유명한 어느 포장마차 할머니는 그 유명세 때문인지 대통령 선거 유세 홍보영상에도 등장하셨다. 경기도 인근의 어느 초계탕 집은 불친절로 유명하다고 한다. 과장 되었을 진 모르겠지만. 초계탕 먹으며 수다 떨다 쫓겨났다는 소문도 들린다. 양재동 어느 개고기집 사장님은 고질적인 무릎 관절염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고기를 썰어주신다. 전골을 시켰을 때 궁금증에 냄비뚜껑 열고 고기를 살펴보다 걸리면 그냥 내쫓긴다. 이런 코드를 가지고 있는 가게들이 부속적으로 따라오는 필수적 요소는 ‘맛’이 언급된다. 대충 공식을 따지면 이러하다.

-불친절 < +맛X3 으로 맛만 있다면 불친절쯤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절대적인 맛만 있다면 손님대접 못 받고 핍박받고 욕을 먹어도 대수롭지 않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긴 반대로 생각하면 어쩌다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 종업원의 과도한 친절과 미소에도 살짝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이런 거부감은 계산할 때 따라붙는 봉사료 10%를 확인하며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에서 비롯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밥을 팔아 이윤을 남기는 업종인 대중음식점은 아시다시피 서비스업으로 분류가 된다. 1차 산업의 재료를 가지고 2차 산업으로 분류 가능한 조리라는 제조를 거쳐 3차 서비스로 마무리되는 직종으로 분류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은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당연하고 뻔한 상식이기도 하다.  

내가 내 돈을 내고 음식을 사서 먹는데 정작 내 돈을 받는 업주의 마인드가 손님을 제압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라면 나는 그 집 떡볶이가 제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가고 싶지 않다. 세상에 맛있고 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손님 대접을 해주는 맛 있는 떡볶이 집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파스타라는 드라마에서 쉐프를 연기하는 이선균이 주방에서 그렇게 버럭버럭 스텝들에게 고함을 지르다가도 손님이 있는 홀에 나와서 조용조용, 사뿐사뿐한 이유가 달리 있는 건 아니다.    

 

뱀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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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6 1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10-01-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척 좋아라 하는....가끔씩 한밤중에 들어가 침 질질 모드로 보는 블로그가 있는데 이분의 까칠한 눈에 비친..홍대 조폭떡볶이...글 아주 인상적이었죠. 저도 버럭을 '컨셉'으로 장사하는 분은 좋아하지 않슴다. http://kr.blog.yahoo.com/igundown/9023

Mephistopheles 2010-01-06 12:44   좋아요 0 | URL
근데 기사를 읽다 보니.. 노점상은 정리하고 가게를 정식으로 오픈한 것 같은데요..? 아닌가..가게는 가게대로 노점은 노점대로인가.. 말씀하신 블로그를 가서 봤는데. 와...심각하네요. 노점음식이 청결이나 위생과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타업소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면..좀 그렇네요..^^

하이드 2010-01-0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맛만 있으면 불친절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드러운건 좀 NG네요 -_-;;
그러니깐 어느 정도 맛이 있어야 어느 정도 불친절을 감내할 수 있는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보통 그런 곳이 가격은 또 저렴하잖아요, 비싸면서 그러면 또 용서가 안되기야 하겠지만, 역시 그것도 다 상대적인거겠죠.

저 조폭(?) 아저씨 인터뷰를 이상하게 했네. 난 몇 번 가봤지만, 그런 인상 못 느꼈는데 ^^; 그나저나 마냐님 댓글 링크 가보니, 만정이 뚝 떨어지긴 하누만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45   좋아요 0 | URL
이 기사가 난 건 C일보이고 인터뷰를 한 기사는 J일보 기자. 모든 걸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그래도 뼈대는 사실일 것 같아요. 전 다행인지 한 번도 안가봤어요. 홍대라는 동네를 안가본지도 벌써 몇년째 되가는군요.

레와 2010-01-0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밥집 마인드가 그런한 곳은 가지 않아요. ;;

Mephistopheles 2010-01-06 12:46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내 돈내고 먹는 건데..굳이 찾아가 욕을 먹으면서 밥을 먹고 싶진 않아요.

보석 2010-01-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오래 전부터 유명한 집이죠. 저야 맛있다는 말에 끌려갔다 먹어보고 생각보다 맛이 없어서 그 뒤로는 안 가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더군요.
저도 불친절한 집은 싫어요. 음식점 음식이야 오십보백본데.

Mephistopheles 2010-01-06 12:47   좋아요 0 | URL
마냐님 말씀하신 블로그를 보니 화학조미료 맛으로 사료되나 봅니다. 소비자의 입장으로써 뭐 딴거 있나요 내 입맛에 맞는 집만 가면 되는거죠. 이왕이면 단골되서 아는 척도 해주시고 서비스로 이것저것 챙겨주면 그것도 금상첨화.

메르헨 2010-01-06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오호호호 맛 좋고 친절하고 깨끗한 곳이 좋아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48   좋아요 0 | URL
근데 말이죠 찾기 참 힘들어요. 친절하고 깨끗한데 음식 맛이 좀 안맞거나. 다 좋은데 너무 비싸거나. 어느정도 만족도가 높은 집은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에요.

다락방 2010-01-0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뱀꼬리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카툰 [추리닝]이군요! 저 단행본 6권까지 다 샀어요. 아 추리닝은 넘 매력적인 만화에요~ 완소에요. ㅜㅡ (본문보다 뱀꼬리에 치중한 댓글)

Mephistopheles 2010-01-06 12:49   좋아요 0 | URL
키득키득. 저도 추리닝 좋아해요. 막판 기발함이 아주 사람 뒤집게 해주죠.

2010-01-0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6 1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1-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친절하고 더러운 음식점은 정말 가고 싶지 않은데, 장사가 잘 되는 걸 보면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0-01-06 12:51   좋아요 0 | URL
자주 가시는 분들도 뭔가 만족할만한 뭔가가 있겠죠.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선 아니올시다일 뿐이니까요..^^

개인주의 2010-01-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십원짜리 두개 섞어 냈다가 욕 한 번 먹고 나니까 (천지에 쓸 데 없는 오십원짜리라고;) 거친 음식점은 정말 갈 곳이 못되는구나 싶어요..ㅡㅡ
그냥 분식집이었는데..흠..
맛도 조미료맛이두만 성질만 오지게 거칠어서 ㅠ0ㅠ

Mephistopheles 2010-01-06 12:51   좋아요 0 | URL
푸학...너무하다..오십원짜리...그 집 나중에 가서 계산할때 10원짜리 쏟아내버리고 싶은 생각이.....

카스피 2010-01-0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불친절이 일종의 컨셉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런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면 오래 못가지 않을까요.
이런 불친절이 몸에 베이면 사장부터 직원까지 소님을 뭐처럼 생각할수도 있지요.맛+서비스가 되어야 손님이 지속적으로 올텐데 맛때문에 소비자가 많이 몰릴수는 있지만 서비스가 개판이라면 맛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아마 조만간 문을 닫을 겁니다

Mephistopheles 2010-01-06 12:53   좋아요 0 | URL
근데 참 이상한게...불친절을 넘어서서 손님에게 버럭버럭 하는 밥집이 장사가 여전히 잘된다는 거죠. 소비자가 메조키스트라서......라기 보단 아무래도 만족할만한 뭔가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보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까요.

전호인 2010-01-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글쎄 강남구 삼성동 대형식당 방안에서 허기져 보이는 쥐를 보고 말았습니다. 어찌 징그럽던지.....ㅋㅋ

Mephistopheles 2010-01-06 15:46   좋아요 0 | URL
왜 하필...쥐...랍니까...하필이면 말이죠..그 놈의 쥐때문에 정말이지..어휴...

[해이] 2010-01-0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선균이 그렇게 행동했군요. 얼른 봐야지.

Mephistopheles 2010-01-06 19:40   좋아요 0 | URL
2편 부주방장과 그 무리들이 런치타임에 반란 일으킬 때 제압하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L.SHIN 2010-01-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쟁이 할머니 카툰 보다가..내용을 까먹어서 다시 보다니.ㅡ.,ㅡ

저는,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직원들이 불친절하면 다시는 안 갑니다.
'기본적인 서비스 마인드도 없는 것들은 장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이거든요.
할머니야 정감 있게 군다고 치지만, 소득이 어디서 나오는 건데.
어떤 사장은 직원들에게 '월급은 내가 주는 게 아니다. 손님들이 주는 것이다'라고
가르친다더군요. 저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맛은 좀 부족했어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거나 친절하면 용서가 됩니다.
불친절한 곳과 맛이 별로인 곳 둘 다 다시는 안 가지만, 적어도 후자는 기분이라도 상하지
않으니까요.

Mephistopheles 2010-01-07 12:26   좋아요 0 | URL
전 저 집 떡볶이 집에 진짜 조폭이 들어와 진상을 떨면 어떻게 될까..상상도 해봤습니다..^^

L.SHIN 2010-01-07 18:51   좋아요 0 | URL
그것 참 볼만하겠군요.^^;

딸기 2010-01-0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그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자주 갔었어요.
근데 불친절하고 조폭 분위기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십여년 전...
그게 '브랜드'가 되다보니, 나중엔 일부러 그런 분위기로 갔나보네요 ㅎㅎ
한번 먹었을 때엔 흔한 포장마차 떡볶이 맛이었는데, 먹다보면 맜있었어요. :)

Mephistopheles 2010-01-10 14:10   좋아요 0 | URL
다행인지 불행인지...전 맛보진 않았어요. 아 압구정동에도 제법 맛있게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 트럭이 있습니다. 4년만에 우연히 그 길을 지나치는데 여전히 장사를 하시더군요. 아저씨는 많이 나이가 자셨고요..^^

DK 2010-01-21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묵이랄지 떡볶이랄지.. 맛이 다 거기서 거기죠. 정말 맛있게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려면 재료가 좋던지 (비용이 들죠), 조미료 범벅이 되던지 해야 합니다. 뻔한 사실인데, 가서 욕 먹으면서 먹겠다는 건, 메조키스트 맞다고 봅니다.

Mephistopheles 2010-01-21 09:48   좋아요 0 | URL
예전에 부산에서 직접 만든 유기농(굳이 이름을 붙이자면)어묵을 받아 오뎅국을 끓여먹은 적이 있는데요. 국물이 어찌나 뽀얗고 구수하게 나오는지.. 꽤 비싼 오뎅이었거든요. 그런데 한꼬치에 500원을 받는 길거리 어묵에선 이런 국물이 나올 수가 없겠죠..^^ 메조키스트라 말씀하시니 어묵꼬치로 막 찌르고 떡볶이 떡으로 구타탕하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ㅋㅋ
 
아침에 나갔다가 -4

이상 전달 끝이 아니다.  

더 전달할 사항이 생겨버렸다. 

눈이 무식하게 쌓인 첫 출근길. 

우린 시무식을 극장에서 하기로 했다.  

좀 있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극장으로 달려간다. 

기다려라 수정아. 오빠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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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에 나갔다가 6
    from 조선인과 마로, 그리고 해람 2010-01-04 11:29 
    직장까지 도보 12분 거리에 사는 나, 오늘은 30분 걸렸다. 그래도 출근해 보니 영광의 첫 출근자!!! 수원에 사는 사람보다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이 훨씬 많은 회사인지라, 아직까지도 부장님들은 전멸이고, 출근한 사람이 50%가 안 된다. 1시간에 한 번씩 직원들 교대로 나가 눈 청소하는 중인데, 이제는 어깨가 떨어져나갈 지경이다. 흑흑  옆지기는 버스타고 5정거장 가는데 1시간 걸리자, 서울 출근 포기하고 걸어서 집에
  2. 아침에 나갔다가 -7
    from Baker street 221B 2010-01-04 11:52 
    아침에 나갔다가 거대한 협곡을 만났다. 그냥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섰다. 비틀비틀하면서 지하철 역에 겨우 도착. 평소보다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역시나 합정역에 도착하고 보니 미친 듯한 버스 줄. 대략 버스 4대는 기다려야 할 상황. 꼬박 두 시간을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려 겨우 버스 승차. 회사에 도착하니 10시 40분;;; 집에서부터 꼬박 세시간 반
  3. 아침에 나갔다가 - 9
    from 오늘도 지구에서 일기를 쓰다. 2010-01-04 14:14 
          아침에 나갔다가 ... 라고 쓰고 싶으나,     아직 컴컴한 새벽 6시,     노란 머플러 입까지 끌어올리고     빨간 모자 귀까지 푹 내려쓰고     사자 장갑 양 손에 꼭 끼워주고     얼마나 껴입었는지 걸을 때마다 뒤뚱거리는 몸 끌고 
  4. 아침에 나갔다가 - 10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0-01-04 21:34 
    검은 양복에 똥색 구두를 날씬하게 빼입고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벽장 속에 투덜투덜 먼지와 쌈박질하고 있는 검은색 운동화를 투덜투덜 꺼내 신고 다시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어디서 나나 했더니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하철역 도착 할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일 끝내고 저녁에 지하철역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6
 
 
뷰리풀말미잘 2010-01-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바로 전화위복. ㅎㅎ

Mephistopheles 2010-01-04 11:3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전화위복. 고진감례(?) 등등이죠. 이런 적이 없었죠. 시무식날 오전근무만 하고 극장갔다 퇴근이라니...!!

다락방 2010-01-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아. 언니는 못가. 미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Mephistopheles 2010-01-04 11:36   좋아요 0 | URL
수정아 그래도 조만간 다락방 언니는 곧 갈꺼다...기둘리도록 하여라..ㅋㅋ

하이드 2010-01-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 오는거랑 극장에서 시무식 하는거랑 무슨 상광이에요? 궁금궁금
아, 나도 따라했는데, 뒤에 틀렸네. '-나가보니'가 아니라 '나갔다가'구나. ㅎ

Mephistopheles 2010-01-04 11:37   좋아요 0 | URL
원래대로라면 시무식하고 바로 근무시작. 바쁘지 않으면 정시퇴근. 바쁘면 야근 혹은 철야. 그런데 2시에 극장갔다 4시에 끝나 퇴근인것이죠..이야호!

레와 2010-01-0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눈이 모예요?! +_+

눈은 커녕, 비만 오는 지방에 살고 있는 지방민, 레와. ;;


(동원이가 너무 멋쪄, 수정이는 눈에 안들어 오던데.. 힛~)

Mephistopheles 2010-01-04 20:11   좋아요 0 | URL
그건 여자분들의 시선...전 엄연히 수컷입니다...오호호

L.SHIN 2010-01-04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정아, 곰돌이가 팝콘 들고 들어오면 얼른 빼앗고
마늘이랑 파를 두 손에 꼭 쥐어주고 보내주렴.
참, 울지도 모르니까 콜라는 그냥 줘... (후다다다다다닥)

Mephistopheles 2010-01-04 20:12   좋아요 0 | URL
감동이죠.
'메피오빠. 팝콘은 몸에 안좋으니 드시지 말고 섬유질 풍부하고 스테미너에 좋은 마늘과 파를 드세요." 인걸요..아아...감동.

L.SHIN 2010-01-05 08:40   좋아요 0 | URL
이건...내가 원하던 답이 아니잖아!!! ㅡ.,ㅡ

2010-01-04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4 2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에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아이젠이 어디있더라.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나갔다.

60만 국군장병 꼬꼬마들의 마음 속에도

거대한 빙하 협곡 하나씩 생겼겠구나.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

그래도 일단 국군장병 꼬꼬마들 보다

내가 걱정이다.

버스는 사람보다 느리다.

지하철은 개찰구까지 사람들이 가득하다.

별수있나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아이젠 덕분인지 벌벌 기는 사람들을 재끼며

신나게 걸어 50여분만에 사무실 도착.

이상 전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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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에 나갔다가 3
    from 마지막 키스 2010-01-04 10:03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걸었다.  버스틀 탈까 지하철을 탈까.  60만 국군장병 꼬꼬마들의 마음 속에도 거대한 빙하 협곡 하나씩 생겼겠구나.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 그래도 일단 국군장병 꼬꼬마들 보다 내가 걱정이다. 버스틀 탔다.  버스는 사람보다 느리다. 지하철로 갈아탔다.
  2. 아침에 나갔다가 -4
    from 글을 아는 고양이 2010-01-04 11:38 
    아침에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몇년째 이런 날 신세지고 있는 패딩코트(털이 다 빠졌어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으로 고민한다.   내 직장은 내 차로는 20분, 대중교통으로는 한 시간 거리(20분간격 버스 한 대가 돌고 돌아). 이런 날은 거기에 곱하기 2쩜5. 관리소장님이 차는 안 된다고 하신다.
  3. 아침에 나갔다가 - 10
    from 승주나무의 책가지 2010-01-04 21:34 
    검은 양복에 똥색 구두를 날씬하게 빼입고 나갔다가 집 앞에서 거대한 빙하 협곡을 만났다.  조용히 다시 들어왔다.  벽장 속에 투덜투덜 먼지와 쌈박질하고 있는 검은색 운동화를 투덜투덜 꺼내 신고 다시 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어디서 나나 했더니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지하철역 도착 할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일 끝내고 저녁에 지하철역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바스락 바스락 6
 
 
뷰리풀말미잘 2010-01-0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메피님 아이젠 얘기 진짜에요? 못살아.

Mephistopheles 2010-01-04 10:33   좋아요 0 | URL
그럼요..전 빙판에 한번 심하게 넘어진 적이 있기때문에 눈이 좀 많이 오고 길이 얼어 붙었다 싶으면 아이젠 착용하는 건 필수에요..

하이드 2010-01-04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산화에 아이젠을 꺼내야 하는건가. 월급 주는 사람도 없는데 오늘같은 날은 그냥 콕 처박혀 있어야 하는건가.

게으르고, 가난한 집사는 고양이 모래를 제 때 공급 못해서, 오늘 택배도 120% 안 오고, 등산화에 아이젠 끼고 사러 나가야겠네. 어잌후-

Mephistopheles 2010-01-04 10:34   좋아요 0 | URL
아마 하이드님은 밖에 나가시면 생각보다 많이 온 눈에 이야호 요르레이요~ 하실지도 모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1-04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두를 또각거리는 언니들 옆을 운동화를 신고 마구 뛰어서 출근했어요~
야 신난다 노래도 부르면서..
사람이 극한 상황이 닥치면 살짝 맛이 가는 건지도~~
방배역에 꽃단 처자 접니다 ㅎㅎㅎ

내일은 등산화 신고 한번 뛰어주겠어요 으흣~

Mephistopheles 2010-01-04 10: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방울달린 모자와 장갑..에다 꽃까지....

이름하여 설광녀..?? =3=3=3=3=3=3

하늘바람 2010-01-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분을 걸어서 사무실을 출근하셨다고요? 우와

Mephistopheles 2010-01-04 11:17   좋아요 0 | URL
예 걸어야죠. 이게 밥벌이의 숙명이랄까요. 천재지변따위가 내 출근길을 방해할성 싶으냐! 이런 객기죠..일종의..ㅋㅋ

조선인 2010-01-0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등산화!!!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죠?

Mephistopheles 2010-01-04 11:26   좋아요 0 | URL
그건 아마도 조선인님은 분명 아침부터 눈을 쓸고 계셨기 때문일껍니다.

무스탕 2010-01-04 17:05   좋아요 0 | URL
정말루 정성이 학습지 선생님이 오늘은 등산화를 신고 오셨더라구요. ㅎㅎㅎ

무스탕 2010-01-0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어엔 스노우 체인을, 등산화엔 아이젠을!
정말 눈 끝내주게 오고 있어요 +0+

Mephistopheles 2010-01-04 11:42   좋아요 0 | URL
끝내주는 정도가 아닙니다 무스탕님..50여분 걸으면서 내린 결론은....
눈 정말 X랄맞게 온다가 가장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L.SHIN 2010-01-04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아이젠' +_+

Mephistopheles 2010-01-04 20:12   좋아요 0 | URL
눈이 쌓이면 차에겐 체인 사람에겐 아이젠...^^

메르헨 2010-01-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젠도..소용 없는 아침 길...이었어요.
걸어서...50분거리면..얼마나 좋것습니까..ㅜㅜ
메피님이 새삼 부러워지는걸요....
부러우면...지는거죠? ㅋㅋ
오늘 아침 수고하셨습니다...^^

Mephistopheles 2010-01-04 20:13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사무실 맘에 드는 이유 중 하나가 아무리 늦게 끝나도 할증택시요금이 6000원을 안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BRINY 2010-01-0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출근길에 눈 많이 오면 걸어가긴 하는데, 일단 지금은 방학중이고, 보충수업은 올해부터 2월로 몰았고~~ 재작년에 북해도 갔을 때 왜 널려있던 눈길용 장화를 하나 안 건져왔는지 후회중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1-07 00:53   좋아요 0 | URL
아마 매일 이 지경으로 눈이 내린다면 장화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아요. 저기 북반부 사람들마냥 스키타고 출퇴근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Q
안녕하세요. 대학을 졸업하고 이제 사회생활 2년째로 접어들고 있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요즘 제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다름 아니라 대학 선배 때문입니다. 제게 고민을 안겨준 대학선배는 저에겐 참 고맙고 소중한 분입니다. 어쩌면 친형보다도 더 소중한 분일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시절, 그냥 점수만 맞춰 적성도 고려치 않은 전공은 따분하고 암울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방황하는 저를 2년 선배인 그 분은 다잡아주셨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했기에 자취를 하기 시작했고 남달리 외로움을 타는 저는 적성에 맞지 않은 전공과 홀로 떨어져 있다는 고독감에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때마다 그 선배님이 언제나 절 보듬어 주시고 혼자 사는 자취방에 가끔 소주와 반찬거리를 들고 나타나 저를 위로해주고 보듬어 주셨습니다.(아 남자선배입니다. 그리고 이성애자입니다.)

이렇게 암울했던 저의 대학시절이 아마도 그 선배로 인해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 했나 봅니다. 덕분에 전 좀 더 씩씩해지고 밝아진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학과 공부도 잘했던 그 선배 덕분에 비록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 덕분인지 장학금도 타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크게 한 턱 쏘려고 했지만 그 선배가 먼저 선수를 치더군요. 돈 함부로 쓰지마라. 늬 집 형편 내가 뻔히 아는데 어렵게 탄 장학금 허투루 쓰면 안 된다면서요. 이렇게 그 선배 덕분에 제 대학생활은 아마도 제 청춘시절에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비교적 좋은 성적에 졸업을 하고 아주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평판 좋고 장례가 확실한 직장으로 취업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건 그 선배 덕분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반대로 선배는 졸업 후 그리 좋지 않았나 봅니다. 선배 역시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나름의 능력을 평가받는 위치에 까지 오르긴 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도박이었습니다. 중독성이 강한 도박에 말입니다. 어쩌다 주말에 전화하면 핸드폰 끊어져 있고 이틀 동안 연락두절인 상태가 계속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정선 카지노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래도 제가 전화 통화나 직접 만나서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짜증을 내거나 싫은 내색은 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도박에 빠진 제 친형 같은 고맙고 감사한 선배를 도박이라는 것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까요.

A
참 난처하고 고민스러우시겠습니다. 그래도 님 같이 옛 은혜를 생각하며 그 고마움에 무언가 보탬이 되고자 이런 질문을 올리시는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 사회는 살만한 사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선배가 도박에 빠진 건 그리 긴 시간이 아닌 듯합니다. 충분히 그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존재한다고 보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득하고 회유하는 방법이 최선이겠지요. 그리고 혼자서 힘에 부친다면 그 분과 가까운 가족에게 알리는 방법도 하나일겁니다. 동문들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취할 시 중요한 사항이 하나 존재합니다. 공개적으로 이 모든 과정이 노출되는 경우 그 선배를 도와주겠다는 취지는 경우에 따라 어긋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도박에 빠진 선배의 잘못인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그 분이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대단한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닙니다. 님이 선배를 사랑하는 만큼 선배가 잘못된 행동도 어느 한편으로 이해와 더불어 보듬어 줘야 합니다. 자칫잘못하여 개도와 선도의 분위기를 풍기게 되면 두 분의 관계는 예전처럼 회복하기 힘든 순서로 돌입할지도 모릅니다. 고맙고 소중한 선배인 만큼 선배가 상처를 받지 않게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접근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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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ei 2010-01-0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난 저런 후배 하나 없지. --> 우선 도박에 빠져 보셔야만 되겠어요.

Mephistopheles 2010-01-04 00:06   좋아요 0 | URL
음...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루체오페르 2010-01-0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새삼 도박은 무섭군요. 중독의 정말 무서운 점은 '끊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어렵다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두분이 사이좋게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네요.

Mephistopheles 2010-01-04 00:28   좋아요 0 | URL
얼마 전 TV프로에선가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파를 검사한 적이 있었다죠. 확실히 일반사람들과 다른 호르몬분비와 뇌파가 발생한다고 하더군요. 그부분에 대해 화학적 외과적 치료가 가능하다면 도박도 의학적으로 끊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왠만하면 시작부터 않하는게 최선이겠죠?

무해한모리군 2010-01-0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넣어야죠 암요 --;; 스스로의 힘으로는 안됩니다.
전 아직도 손톱물어뜯는 쾌락도 못벗어나는데..

Mephistopheles 2010-01-04 02:16   좋아요 0 | URL
흐흐 다행인지 불행인지 도박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페이퍼는 나름의 목적을 달성한 거에요..ㅋㅋ

L.SHIN 2010-01-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마세요.
메피형님이 혹시나 도박에 빠지면 몽둥이 들고 쫒아갈게요.

Mephistopheles 2010-01-04 20:16   좋아요 0 | URL
흐흐..엘신님도 다행하게도 이 페이퍼의 의도를 못알아차리셨군요..^^

L.SHIN 2010-01-05 08:37   좋아요 0 | URL
웅? ㅡ_ㅡ?

Mephistopheles 2010-01-05 20:38   좋아요 0 | URL
모르면 모르는데로..그냥..그냥....ㅋㅋ

바밤바 2010-01-05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 얘기 안해주셨으면 못 알아챘을 듯^^;;

Mephistopheles 2010-01-05 20:38   좋아요 0 | URL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