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구차하게 변명을 말한다면 주 서식처와 가깝습니다.
강남성모병원이 말입니다.
참 사연 깊은 병원입니다. 아버지가 응급실로 실려 가셨던 병원도 이곳이고
술 먹고 뻗었을 때 죽은 듯 길바닥에 자빠진 저를 보고
겁이 난 친구들이 들쳐 업고 들어간 응급실도 이곳입니다.
얼굴에 화상을 입었을 때도 실려 왔었죠.
하지만 이번 방문은 이전의 방문과는 다릅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분을 배웅하기 위해 잠시 들렸습니다.
몇 분들과 연락이 되어 병원 앞에서 약속을 잡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고 하얀 국화와 향 내음이 진동하는 영안실로 들어갔습니다.
조유식 사장의 이름이 남겨진 조화가 단촐 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유가족 분들과 인사를 합니다. 문득 시선을 돌려 영정사진을
바라봤습니다. 전 사실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처럼 지독한
삶을 살아서 눈물이 말라버린 사연을 가진 삭막한 사람은 아니지만요.
하지만 그 분의 영정사진.......
아프지 않으셨을 때 지금보다는 젊은 시절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심정이 복잡해집니다.
울컥...
인사를 드리고 동생분 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막상 이 세상과 이별을 고하실 때는 편하게 아주 편하게 이별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제는 언니가 누나가 더 이상 아프고 힘들지 않기에 그것 하나만큼은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하십니다.
또 다시. 울컥....
우리 언젠가는 만나겠죠. 이 세상이 아닌 곳에서....
그땐 말입니다. 아파서 힘들어서 꿈도 꾸지 못하셨을 연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삼겹살 구우며 소주 한 잔 마시며 수다 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