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바로 옆에 식당이 하나 있다. 고기도 팔고 밥도 팔고 제법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다. 맛이 있어서? 꼭 그렇진 않고 주변에 밥을 먹을 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때 되면 바글바글 사람들이 많이도 들어찬다.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매 끼니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한다. 물론 나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지만. 이 집 메뉴 중에 쌈밥 정식이라고 있다. 그러니까 제육볶음에 쌈 거리로 각종 야채가 나오고 된장찌개가 나오는 구조. 가격은 8000원을 받는다. 이렇게 가지도 않는 옆 식당의 특정메뉴에 대해 주절거린 이유는 어제 먹은 다른 장소 같은 메뉴와 비교를 하기 위함이다.
요즘 방학이라고 체력단련 차원에서 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과 더불어 줄넘기를 1시간 더 하고 나오는 주니어는 3시부터 시작한 일정을 7시에 마치게 된다. 한창 식욕 왕성한 나이에 곡기를 무려 4시간을 끊고 운동을 하시니 얼마나 시장하시겠는가. 시간이 맞으면 퇴근방향을 그쪽으로 잡고 도착하여 아빠 얼굴이 보이기라도 하면 배고파!를 연발하곤 했다. 어제는 그 정도가 좀 심하여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해결하고 가자는 심산으로 그쪽 동네에서 제법 이름난 'ㅅㄱ집’이라는 식당을 들리게 되었다. 저녁시간이라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바글바글하다. 모 대학과 가까운 위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학생 손님도 제법 많다. 일단 자리를 잡고 이 집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대표선수격인 ‘제육쌈밥’을 2인분 주문했다. 마님과 주니어, 마당쇠까지 머리수는 세 명이지만, 주니어의 존재로 2인분만 시키게 되었다.(사실 엄마보다 밥을 더 많이 먹는다.)
일단 기본 상차림이 차려진다. 자그마한 뚝배기에 쌈장이 2개 담겨 나온다. 그리고 맛살이 가운데 제대로 박힌 계란말이가 4개씩 2접시, 고사리나물, 숙주나물, 오이무침, 씨감자 간장에 조린 것, 김치 등등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하게 찬이 나온다. 더불어 바구니에 가득하게 각종 야채가 수북한 쌈이 등장한다. 그리고 제법 묵직한 주발에 밥이 나온다. 흑미 콩밥으로 지금까지 먹어 본 식당 밥 중 레벨 상상상의 찰기와 묵직함을 자랑한다. 곧이어 커다란 뚝배기에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등장하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제육볶음이 등장한다.
일단 기본 찬 하나하나는 제법 맛있다. 더불어 된장찌개는 시원하며 쌈장역시 그냥 밥에 비벼 먹어도 제 맛을 발휘한다. 야채 하나하나는 신선하고 제법 수북하게 아낌없이 담아온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밥맛이 꽤 좋은 편이다. 메뉴의 주인공인 제육은 부드러운 씹힘과 더불어 고기 맛을 거스르지 않은 적당한 양념이 제법 조화를 이룬다. 왜 이 집의 제육쌈밥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꾸역꾸역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 더불어 간단한 찬 하나라도 전혀 불평하지 않고 친절하게 내온다.
이렇게 배불리 먹고 7000원이란다. 우리 사무실 옆에 위치한 식당보다 무려 1000원이나 싸다. 더불어 점심을 먹고 나면 3시 반이면 배가 고파지는 풀풀 날리는 밥의 품질은 비교 불가. 제육볶음의 돼지고기는 어찌나 얇게 썰어 양념에 떡칠을 하는지 내가 돼지고기를 먹는지 대패 삼겹살을 양념해서 먹는지 구분이 안갈 지경이다. 쌈 싸 먹으라고 내온 야채는 이 집의 절반 수준. 기본으로 깔리는 찬거리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물론 지역의 특성 상 물가의 영향으로 가격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비싼 만큼 뭐 하나 장점이라도 존재한다면 모르겠지만 스코어 상 100대 0은 누가 봐도 자명한 결과치로 보인다. 한 가지 장점이 존재한다면 사무실과 지나치게 가까운 정도? 장부처리를 하기에 주머니에서 꼬박꼬박 돈이 안 나가는 정도쯤? 어제 먹은 쌈밥집 사장님께 사무실 옆에 분점 내라고 꼬셔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