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 중 한 명이 아이 폰을 질렀다. 어때? 하는 나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너도 하나 장만해 봐. 신세계가 열린다니까.’  

아마 주변에 스마트 폰 혹은 패드를 구입한 유저들의 소감 중 이런 언급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그리고 길에서도 역시 많이도 마주친다. 버스나 지하철 혹은 길에서 카페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4인치가 될까 말까한 액정에 집중하며 투영되는 정보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오늘 역시 이런 사람을 버스에서 마주쳤다. 그녀는 날 서린 외부 날씨에 걸맞게 검은 레깅스에 두툼한 외투와 모자까지 요즘 유행한다는 하의실종 컬러풀한 패션을 뽐내고 있었고, 좌석에 앉아 늘씬해 보이는 다리를 꼬고 무릎 위엔 아이패드를 올려놓고 그 액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버스에 타는 사람마다 그 생소한 기계에 한 번씩 주목을 하고 힐긋힐긋 쳐다보는 모습을 보였더랬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엔 자부심 서린 표정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모습이 감지된다.

열심히 아이패드에 집중하며 현란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그녀가 일순간 손가락이 멎고 고개가 한쪽으로 살짝 꺾이는 모습을 연출한다. 이건 내가 그녀의 바로 뒤쪽에 서 있었기에 확실하게 그 변화된 모습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난 단지 아이패드에 집중했을 뿐.)

아주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시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그러다 잠시 또 같은 멈춤 현상. 이상하다. 혹시 무지 피곤해서 졸다 말다 졸다 말다 하나 생각했지만, 그 모습에도 일종의 법칙이 있었음을 세 정거장 쯤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착석한 자리는 사실 노약자석 이었다. 그리고 정거장 마다 들어차는 승객 중엔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간혹 끼어 있었다. 그러니까. 유행패선에 첨단기기로 무장한 그녀가 왠지 모를 그 이상한 행동은 아무리 봐도 자리지킴으로 보였더랬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그간 몸도 안 좋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그런 것인 것 같다. 그러니까 차도녀 스타일의 매력적인 패션에 신세계를 불러온다는 첨단 기계를 조작하는 그녀가 설마 그런 치사하고 졸렬한 모션을 취할 리가 없다. 단지 그 신세계를 이동하는 와중에 경험하느라 심신이 피로해서 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아주 우연스럽게 나와 같은 정거장에서 내리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선의 위치가 틀려져서인가 그리 미녀로 보이지가 않는다. 늘씬한 다리는 온데간데없고 자부심으로 봤던 표정은 자만심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역시 신세계를 불러온다는 스마트 폰과 스마트 패드는 단지 도구일 뿐이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단지 도구만을 장만하고 접하게 될 신세계는 황금으로 번쩍이는 엘도라도 같은 모습일까. 내가 장담하건데 그건 쓰댕에 금도금을 입힌 허영 가득한 모습일 것 같다. 도구가 아무리 최첨단을 달려도 역시 그걸 쓰는 사람의 됨됨이가 근본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논리라고 보고 싶다. 꼭 그렇지만은 않는 요즘 세상이 참 못마땅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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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술을 받고 오늘 퇴원하여 이따구 페이퍼를 쓰고 자빠졌다.(춘님 따라 하기)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것도 좀 무리하게 굴렸는지라.(혹은 무리하게 안 굴렸는지라) 몸 여기저기 고장신호가 발생하기 시작하나 보다. 얼마 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이 있는지라 수술 날짜 잡고 기다리다 마침내 그날이 와버렸다나 어쩠다나.

사무실에 하루 병가 내고 어제 오전에 입원 수속을 밟는데 웬 병원에 아픈 사람이 그리 많은지 입원실은 무슨 발정기 러브호텔 마냥 그득그득 들어차버렸다. 어쩔 수 없이 하루 입원하는 거 2인실로 예약하고 짐을 풀었다.

워낙 덩치가 크시다 보니 두 차례 환자복 뺀치 놓고 세 번째야 겨우 맞는 옷 착용하고 수술시간 기다리며 마님과 함께 입원실에서 노닥거리고 있자니 전화벨이 울린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술실로 내려오시란다. 올게 왔군. 올게 왔어. 태어나서 수술이라고는 솜털 났을 때 받았던 고래 잡았던 게 다인데 이게 은근히 겁이 더럭 나버린다. 두 개 층을 내려와 굳게 잠긴 스탱 철문이 자동으로 열리자 수술복에 마스크까지 중무장 하시고 눈만 빼꼼하게 내미신 양반 두서명이 또 다른 침대로 안내한다. 마취실이란다. 근데 뭔 수술 받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마취실 간이침대엔 사람들이 더글더글하다. 자리 잡고 누워있자니 여기저기 간간히 이런 소리가 들린다. ‘자 항개도 안 아픕니다. 자...어떠세요. 엉덩이에 힘이 풀리고 나른해지시죠.....주절주절..’

나 역시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벽을 보고 책상다리하고 몸을 최대한 동그랗게 만들라는 마취과 의사의 부탁에 참 애를 먹었다 곰이 몸을 둥글게 해봤자 어디 그게 쉽게 되나. 최대한 둥글게 몸을 만들자니 숨이 가빠온다. 숨 편하게 쉬란 말을 하더니만 그 선생 예고도 없이 마취바늘을 살짜쿵 내 척추에 쑤셔 넣어버린다. ‘감각이 어떠세요..?’ 란 질문에 ‘어버버..어버버..’ . ‘마취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 ‘혹시 찌릿찌릿하진 않으신가요.’ ‘아뇨 발이 차가워요...헤.....벌....레...’ ‘ 마취 제대로 되었습니다. 누워서 잠깐 대기하세요...’

나야 이렇게 손쉽게 마취를 받았다지만 옆에 누웠던 어떤 아저씨는 마취가 제대로 안되었는지 꽤나 고생을 하시나 보다. 으어억..으어억...단발마 비명을 내지르시고 연신 바늘 넣은 부분이 아프다. 가렵다..어쩌고저쩌고 하신다.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엉덩이를 꼬집어 봤는데 이미 이건 내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아니다. 정육점에 매달린 소고기 덩어리 탁탁 때렸을 때 그 느낌이다. 잠시 후 간호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린다.

‘곰님!’ / ‘여기요!’

그리곤 침대 째로 날 도르르 밀고 수술실에 집어넣더니만 아주 잠깐 동안 철지난 유행가 경음악으로 두 곡을 들었을까. 수술 집도하신 의사 선생의 얼굴이 불쑥 내 눈 앞에 나타나신다. 물론 눈만 보인다. 

‘ 곰씨 수술 잘 끝났고요. 이따 마취 풀리면 살짝 아플 텐데 그때 간호사한테 연락해서 진통제 맞으세요..’

허허..참....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입원은 오전에 했지만 오후에 시작한 수술이 채 한 시간도 안 걸렸더라는... 그리곤 바로 입원실로 호송.. 잠시 후 나온 병원밥 아구아구 먹고 또 잠시 후 진통제 한 방 맞고 늘어지게 자고 퇴원했다.

별로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했던 수술실의 풍경은 마치 닭 공장에서 기계에 매달리기를 기다리는 닭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나처럼 간단한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줄지어 침대에 누워 마취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나오고 포장되어 입원실로 올려 보내지고....시간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밥 먹고, 약 먹고 회진 도는 의사님께 수술부위 보여주고.....

1월이라서 그런지 병원에 사람은 정말 정말 미어터진다. 나와 같은 병명, 혹은 나보다 더 심한 병 때문에 입원하신 분들이겠지만, 아마도 이 병원은 돈을 갈퀴로 긁어 담는 것 같다. 우리 아들도 지금부터 피터지게 공부시켜 ‘존씨네 홉킨즈 대학’ 같은데 보내서 의사나 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게 공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P.S. 그래도 입원이라는 걸 하니까 책이라도 읽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다 읽었다..냐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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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1-1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이시라나 좀 걱정이 되는군요.많이 편찮으시진 않으시지요?
그나저나 공장형 수술대라고 하니 예전에 본 구 소련의 수술이 생각나네요.그건 컨베이너 벨트에 환자들이 돌아가는 진짜 공장형 수술이었지요.아마 당시 소련의 선진 기술을 자랑하려던 의도였던것 같네요^^

Mephistopheles 2011-01-15 13:50   좋아요 0 | URL
사람 수술도 공장의 기계 부속품처럼..? 구 소련 답다는 생각이...

moonnight 2011-01-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수술하셨군요. 괜찮으세요? ㅠ_ㅠ 수술보다 척추마취라니, 무서워요. 덜덜덜 ;;;;;;;
저도 수년 전 전신마취 해 본 적 있었거든요. 방금까지 주치의선생님과 인사했는데 마취과 선생님이 약 들어갑니다. 말씀하시자마자 의식불명 -_-;;;; 정말 신기하더군요. ;;;;
아직도 따끔따끔하시다니;;;; 주말동안 쾌차하시길 빌께요. (_ _);

Mephistopheles 2011-01-15 13:51   좋아요 0 | URL
근데 마취도 특진이 있더라고요. 경험많으신 베테랑 선생님이 하시면 얼마 더 받는다는..마취의 기억은 이번이 처음(아니 두번째)이지만 묘하더군요. 그리 유쾌하지도 않고...

세실 2011-01-15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이 참으로 리얼합니다. ㅋㅋ
가벼운 수술같아 다행입니다. 추운 날 몸조리(?) 잘하세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Mephistopheles 2011-01-15 13:52   좋아요 0 | URL
진짜 순식간에 끝나더군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대기실에 마취주사 맞고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겠죠...ㅋㅋ

마녀고양이 2011-01-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일단 빠른 쾌유 바랍니다!

그런데 그 수술이여, 혹시 엉덩이 마취와 관련이 있는,
도우넛 방석이 필요하다는 혹시 그거 아닙니까? 하루 지나면 무지하게 아프다던데... ^^
다시 읽어보니 아닌거 같기도 하고... 깨끗하게 완치 바랍니다.
즐거운 주말 되셔염~

Mephistopheles 2011-01-15 13:52   좋아요 0 | URL
음 정답은 저기 저 쌩뚱맞은 책과 굉장히 많은 연관이 있다지요..과연 무얼까요.

마녀고양이 2011-01-24 12:40   좋아요 0 | URL
제가 고민을 좀 했는데,,,,

아무래도 문신 제거? 아니면 왕자병 퇴치? 이런거 아닐까요?
여하간 경과 좋으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

Mephistopheles 2011-01-24 12:48   좋아요 0 | URL
크하하 왕자병이라니요....머슴병이라면 모를까..

무스탕 2011-01-15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박 2일 입원에 척추마취라 하시니 어째 친근감이..;;
혹시 댁 가까우신 사당동옆 방배동의 ㄷㅎ병원에서 하셨나요?
간단해도 할거 다 한(마취하고 자르고 꼬매고) 수술이니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다 하시고 잘 아물게 해주셔야해요. (경험자의 말이오니 믿으소서!)


Mephistopheles 2011-01-17 12:38   좋아요 0 | URL
정답입니다. 근데 수술 후 병원에 다시 오라는 시기가 굉장히 늦더군요. 그것이 좀 아리송.

진주 2011-01-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술하셨군요.얼른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저는 오늘에야 알았어요. 메피님이 한 덩치 하신다는 걸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39   좋아요 0 | URL
그게 그게....키도 크고 기골이 장대해야 하는데 옆으로만 퍼지다 보니..^^

마노아 2011-01-1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의 발로 직접 걸어가서 바로 퇴원해서 이런 글도 올려주시고, 걱정을 하려다가 왠지 벌써 안심이 되어버렸어요. 그나저나 여전히 비밀주의 메피 님!!

Mephistopheles 2011-02-11 22:25   좋아요 0 | URL
어머 제 비밀주의는 이미 홀라당 발라당 다 까져버린지가 언젠데요 마노아님..^^

Kitty 2011-01-15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디가 아프셔서 수술까지...ㅠㅠ
퇴원하셨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얼른 회복하세요~
근데 정말 두 번이나 환자복 퇴짜놓으셨어요? 체격이 좋으신가보군요! ㅎㅎ

Mephistopheles 2011-01-17 12:40   좋아요 0 | URL
그게...맛있는 거...많이 먹으면 안되는지라...이제 풀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환자복은...허벅지 두께 때문에...^^

웽스북스 2011-01-1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ㅜㅜ 수술하셨구나 ㅜㅜ 잘 끝난 것 같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건강 관리 잘 하세요 ㅜㅜ

Mephistopheles 2011-01-17 12:40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 어제 남자의 자격 암 검사하는 걸 보니 남 얘기 같지가 았았다는..

다락방 2011-01-1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마취는 정말 끔찍한 것 같아요. 마취가 풀릴 때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저는 부분마취 하고 수술한 경험이 있는데, 마취가 될 때 막 심장이 벌렁벌렁벌렁벌렁 거리더라구요. 그 순간에 다시는 수술같은거 할 일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어요. 너무 끔찍해서 ㅜㅜ

메피스토님도 다시는 수술할 일 없으셨으면 좋겠어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41   좋아요 0 | URL
그니까 제가 경험한 마취의 느낌은...몸의 일부분이 무언가에 잠식당하는 느낌이에요..그게 전혀 좋게가 아닌 매우 불쾌하게..

산사춘 2011-01-17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큰 수술 하셨군요!
맛있는 거 그만 드시고(질투의 화신 춘) 얼릉 좋아지세요.
특히 메피님은 아프시면 아니됩니다. 알라디너들에게 할 일이 아주 많으삼.
전 마취는 안 받아받고 신경치료 받을 때 허리에 주사기 대여섯개 꼽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제가 의사선생님 물어 버리는 줄 알았어요.

Mephistopheles 2011-01-17 12:42   좋아요 0 | URL
오호호 보쌈-전-오징어물회...다음으론 양꼬치와 막걸리 한상으로 움직여야 풀코스인데 말이죠..^^ 마취는 주사 한방이지만 신경치료는...어...헉..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 왠지 이해가 되가고 있다는...끄떡끄떡..

산사춘 2011-01-18 16:32   좋아요 0 | URL
진정 오징어물회를 물어버리고 싶어요.

Mephistopheles 2011-01-21 19:55   좋아요 0 | URL
오징어회는 물기만 하면 안되고요..삼켜야해요..암요...ㅋㅋ 다음엔 배 안부른 상태에서 오징어회부터 가야겠군요..

레와 2011-01-17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수술실에 대한 기억은 '아주 차갑다'입니다..
누운 침대도 차갑고, 공기는 곱절로 더 차갑고..
되도록 병원과는 친해지고 싶지 않아요.

쾌차하세요 메피님!

Mephistopheles 2011-01-17 13:33   좋아요 0 | URL
하긴 위생상 모든 장비들은 쓰댕이고 마감또한 차가운 타일 거기다가 수술등까지 허옇고..암튼 수술실 분위기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공간이긴 하지만 살벌하기까지 해요.

춤추는인생. 2011-01-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윽 큰 수술하셨나봐요 ㅠ 전 마취할때. 눈동그랗게 뜨고 절대 절대 잠들지 않을거라 했는데. 진짜 달달하게 자고 일어났어요. 스르륵 잠드는 기분 전 좋아해요 ~~
하지만 마취많이하는거 몸에 좋지 않고 수술도 물론이지요. 메피님 어여 회복하시구. 건강 되찾으시길요.^^

Mephistopheles 2011-02-11 22:26   좋아요 0 | URL
근데....전신마취와 다르게 하반신 마취는 마치 내 몸뚱아리 반쪽이 내것이 아닌 느낌이 들어버리는 바람에..다신 경험하고 싶진 않더라고요...

건우와 연우 2011-01-18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지 마세요, 날도 추운데....

Mephistopheles 2011-01-21 19:56   좋아요 0 | URL
음....그만큼 방만하게 방치한 신체활동에 대해 엄정한 댓가를 치루는 중이라고 밖에는요..^^

루체오페르 2011-01-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소식을 늦게 알았네요.
어디가 아프셔서 받은건진 모르겠지만 수술까지 하셨다는걸 보니 꽤 컸던건가 본데
고생 많으셨네요. 잘 됬다니 다행이고 지금쯤 후유증 없이 다 나으셔서
건강한 메피님으로 돌아가셨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1-01-29 20:06   좋아요 0 | URL
수술 이후에도 참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지금은 별 문제 없이 잘 넘어갔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문화가 존중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악 소리라도 내고 싶었습니다”

걸그룹 ‘달샤벳’과 이름 도용 논란에 휩싸인 ‘구름빵’ ‘달샤베트’의 백희나 작가는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였다.

작가는 맨 처음 달샤베트를 생각하게 된 계기부터 말문을 열었다. 작가가 처음 ‘달샤베트’를 떠올리게 된 것은 무더운 여름 작업실에서였다. 너무 더워 창문을 열자 훅 끼치는 더운 열기와 함께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어콘 실외기 소리였다. 그 소리에 작가는 정신을 번뜩 차렸다.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거리의 풀과 나무는 실외기의 열기로 더 덥지 않을까. 이러다 다 녹겠다. 달도 녹겠어’ 하는 생각으로 떠올린 것이 이 ‘달샤베트’ 였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작가가 일일이 손으로 작업한 인형들을 한컷한컷 찍어 완성한 따뜻한 그림체와 녹은 달을 다시 얼려 샤베트로 만든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아이들을 한껏 상상의 세계로 인도했다. 출간 4개월 만에 4쇄 2만8000부가 팔려나갔다. 2010년 중앙일보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도 꼽혔다. 중앙일보는 12월18일자 기사를 통해 "무더운 여름밤 녹아내린 달로 샤베트를 만든 반장 할머니 이야기인데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면서도 찾아도 찾아도 또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라고 선정의 사유를 밝혔다.


사용요청 거절에 스펠링만 살짝 바꿔 데뷔


그러다 작가가 자신의 동화책과 비슷한 이름의 걸그룹 달샤벳을 발견한 것은 지난해 12월12일. 수차례 작가에게 전화해 데뷔하는 걸그룹의 이름으로 동화책의 이름을 쓰고 싶다는 기획사의 요청을 물리치고 결국 그 이름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작가가 기획사에 전화를 걸어 어찌된 일이냐고 따졌지만 “동화는 ‘달로 만든 샤베트’, 걸그룹의 이름은 ‘달콤한 샤베트’라는 뜻이다. 둘은 연관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작가는 백방으로 뛰며 걸그룹의 이름 사용을 막을 방법을 찾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책의 이름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었다.

작가는 고민 끝에 자신이 경영하는 1인 출판사 스토리보울의 홈페이지에 ‘달샤베트...또 다른 고비...’라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작가의 글에 화답했다. 다음 아고라에서 걸그룹의 이름 사용을 막기 위한 서명운동이 이뤄졌다. 그러자 기획사 쪽에서 연락이 왔다. "걸그룹을 만드는데 많은 돈이 들었다. 원하는 대로 해주겠으니 협상에 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작가는 이름의 변형을 요구했다. 동화책 ‘달샤베트’가 가진 원래 의미와는 다른 이미지가 입혀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사는 2집부터 ‘달샤벳’ 앞에 'the'를 붙이겠다고 했다. 협상은 결렬됐다. 사용료 부분도 문제가 되었다. 책 하나가 없어진다는 심정으로 어렵게 응한 협상은 그에게 상처만 남겨주었다.

“책은 제 아이와 같습니다. 억만금을 준대도 제 아이가 본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꺼워할 엄마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걸그룹이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달샤베트가 아이들에게 준 꿈이 다른 식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동화책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것입니다"

작가는 지난해 11월 상표출원 등록를 했다. 하지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올 11월이다. 걸그룹의 빠른 활동 특성상 상표에 대한 권리가 발생할 시점이면 이미 걸그룹 ‘달샤벳’은 알려질대로 알려져 있을 것이 뻔하다. 그때까지 작가는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동화책 이름이 걸그룹으로 대치되어 가는 현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표출원 등록이 완성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걸그룹에 이름 사용중지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때쯤이면 이미 달샤베트는 달샤벳이라는 걸그룹의 이미지로 뒤덮여 있을텐데, 제가 원하는 건 그저 제 그림책의 의미를 지키는 거예요.”

기획사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 하지만 달샤베트라는 검색어를 포털 사이트에 입력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은 걸그룹 사진과 정보이다. 동화의 이미지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


"스테디셀러 구름빵 저작권 없는 작가의 두번째 아픔"


이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입장은 어떨까. 저작권 전문가인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엔 억울한 판례가 많다. 유명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원래 무용극으로 제작이 되었고 그것을 본 감독이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내용이 달라 영화가 무용극의 2차 저작물임을 인정받지 못했다. ‘달 샤베트’의 경우도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책 제목의 법적인 보호는 어렵다" 고 했다. 다만 책이 ‘해리포터’ 처럼 전 국민이 다 알 정도의 작품이라면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제도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누군가 공들여 알려놓은 이미지에 무임승차를 할 경우를 대비해 이를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작가는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 ‘구름빵’의 작가로도 유명하다. 고양이 형제가 비오는 날 하늘에서 내려온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날아오른다는 유쾌한 상상력의 이 동화는 작가가 한 컷 한 컷 작업하는 입체일러스트의 따뜻한 감성과 시너지효과를 내며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구름빵 저작권이 없다. 애초 단행본 형식이 아닌 전집의 한 권으로 계약을 한 것이다. 작가는 홈페이지에서 “저작권이 없어서 창작물이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는 방향으로 재창조되어 가는 것을 6년이나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는데 이 일로 또다시 무릎이 꺾였다”며 속 깊은 아픔을 토로했다.

작가에게 구름빵 저작권이 없다는 것은 누리꾼들에게 ‘충격’이었다. 작가의 책을 아이에게 읽혀봤을 많은 부모들이 나섰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명엔 1500여명의 누리꾼이 힘을 보탰다. 또 트위터리안의 응원도 크다. 많은 누리꾼들이 ‘아이의 동화책이 걸그룹의 이름으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며 작가를 응원하고있다.

결국 걸그룹 노이즈 마케팅만 되는거 아닐까요?

걸그룹 ‘달샤벳’은 이효리의 '유고걸' 등의 곡으로 큰 인기를 모은 작곡가 이트라이브의 제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데뷔 전부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대단했고 6일 데뷔 무대를 가졌다. 기획사가 주장하는 ‘달콤한 샤벳’의 줄임말이라는 이름처럼 그들은 지금 파스텔 톤의 옷을 입고 귀여움을 강조한다. 하지만 만약 섹시 컨셉으로 전환한다면? 아이들이 동화를 보고 마음에 새겼던 ‘달샤베트’의 꿈은 지켜질 수 있을까?

한 누리꾼은 “이 사건이 작가의 창작권은 보호하지도 못한 채 결국 걸그룹 달샤벳의 노이즈 마케팅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라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작가는 아이들을 위해 '달샤베트'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많은 이들의 격려가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던 제 마음 속의 빛이 되어주고 있다”며 누리꾼의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작가의 작업이 결코 녹록치 않은 한국의 상황에서 축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이를 둔 부모들의 책에 대한 열정”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꿈, 아이들의 문화라는 라는 말 등 유독 ‘아이들’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달샤베트’가 온전히 아이들의 꿈으로만 존재했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달샤베트는 아이들의 것입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예요. 창작자로써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달샤베트를 꼭 지켜내고 싶습니디. 반드시 이겨내서 우리나라 그림책의 작가들이 마음 놓고 창작을 할 디딤돌 하나 반듯이 놓고 싶습니다."

그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아이의 손을 따뜻하게 마주 잡은 엄마의 마음과도 같은 연대가 이뤄진다면 꼭 꿈만같은 이야기는 아닐터이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141


 



TV를 틀고 채널을 돌리고 돌려도 언제나 브라운관을 차지하는 건 소위 ‘걸그룹’들이다. 이쁘기는 오죽 이쁜가. 더불어 섹슈얼을 자랑하는 늘씬한 각선미에 몸의 굴곡을 최대한 보여주는 패션까지, 이런 시각적 이미지때문인지 로리타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소위 삼촌팬들이 득시글거린다.  

물론 가수 한 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내일의 스타가 되기 위해 본인과 소속사가 피땀어린 노력과 시간, 돈을 투자했다는 것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더불어 국내시장을 넘어서 이제 아시아권 시장까지 진출하여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으니 어찌보면 국위선양에 외화까지 벌어오는 히트수출상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은 분명이 존재한다. 내 주관적 생각으로는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소속사측에서 그 선을 넘어갔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계획적이며 의도적으로 돈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말이다. 더불어 그들에게 애시당초 아이들의 동화 ‘달샤베트’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보여진다. 아마도 그들에게 보름달 속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 토끼가 나오는 동화는 바니걸로 장식된 플레이보이 성인잡지처럼 보이나 보다.

슬픈 일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이는 내가 아들을 위해 구입했던 ‘구름빵’이라는 동화가 너무 재미있고 유익해서만은 아니다. 백희나 작가님을 응원한다. 이참에 난 달샤벳의 음반이 아닌 동화 달샤베트를 주문해야겠다. 그것이 동화책일지라도 우리 아들이 읽기에 너무 연령이 낮아도 말이다. 몇 권을 더 주문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이라도 해야겠다.  

 

뱀꼬리 : 다음 아고라 청원주소(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1014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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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기울이면 2011-01-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인상적입니다. ^^ 기획사의 '달'의 의미가 다르다는 핑계엔 허탈한 웃음만 나네요. 그런 식이면 세상의 모든 욕을 아름다운 의미로 바꿔서 저들에게 돌려줄 수도 있는데...

Mephistopheles 2011-01-10 19:12   좋아요 0 | URL
자기들 딴에는 고육지책으로 근사하게 선방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서도....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까 모르겠어요.

산사춘 2011-01-0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이 저렇게까지 무리수를...
정부도 그렇고 다들 민폐분야에서 참 박터지게 열심히 살아요.

Mephistopheles 2011-01-10 19:13   좋아요 0 | URL
아이고 그래도...이게 다 국민을 위해..! 라고 생각하지 민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날치기를 정의라고 하는 양반들인걸요 뭘..

잘잘라 2011-01-09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끙-

Mephistopheles 2011-01-10 19:13   좋아요 0 | URL
힘을 주실 땐 조심조심 상황 살펴가며..^^

moonnight 2011-01-09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획사 참. -_-;;;
달샤베트 조카랑 함께 읽으며 얼마나 재미있어했는데.. 분하네요. 작가님 심정은 어떠실지.

Mephistopheles 2011-01-10 19:15   좋아요 0 | URL
밥상 차려놓으니까 생판 모르는 인간들에게 자리 빼았기고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쳐다보는 심정 쯤이겠죠..

2011-01-10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0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11-01-1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서 서명했어요. 내 참, 뭐 저 딴 그룹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확 망해버렸으면. 쿨럭.

Mephistopheles 2011-01-10 19:16   좋아요 0 | URL
이미 포화 상태라서...소위 뜰려면 뭔가 파격적인 컨셉이 필요할꺼라고 보여줘요. 그런데 그 파격이 뭐겠어요. 자극적이고 말초신경 자극하는 컨셉으로 발전하겠죠.

레와 2011-01-10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화가납니다.

Mephistopheles 2011-01-10 19:17   좋아요 0 | URL
누가 그러더군요. 별 시덥지 않은 자기들 노래는 저작권 운운하며 권리 주장은 침이 튈 정도로 챙기면서 정작 남의 저작권은 아주 날로 집어 삼킨다고요.

보석 2011-01-1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기사 읽었는데 원래부터 말 많더니 결국 데뷔하는 거 보고 놀랐지요. 참 사람들이;

Mephistopheles 2011-01-10 19:18   좋아요 0 | URL
애시당초 동화 원작자와 동화 제목, 내용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죠. 저리 비양심적이라면 무슨 일이던 거리낌없이 진행해나가겠죠.

Kitty 2011-01-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개념은 어디 물말아먹었는지.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난다고요!

Mephistopheles 2011-01-10 19:20   좋아요 0 | URL
눈물, 피눈물...이 속담은 요즘 도통 먹혀들어가지가 않는 것 같은걸요.
 

꽤 오래 전 일이었지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어떤 사건이 있다. 아마도 주말이었고 장을 보러 나왔으니까 마님은 옆에 계셨을 것이고 주니어를 카트에 실을 정도의 덩치였으니까 지금보단 주니어가 어렸을 때였고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던 시간이었으니까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마트에서 찬거리, 저녁거리를 장보고 있을 때 들리던 엄청난 고성. 반품 혹은 환불을 받는 공간이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얼굴을 삼국지 관운장의 얼굴색마냥 대추 색으로 붉게 물들이고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다. 한 손엔 집에서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가지가 들려 있었다. 대충 내용을 들어보니 환불문제로 시비가 붙은 듯 했다. 하도 크게 떠들기에 듣고 싶지 않아도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은 내용을 다 알아버리게 되었다.

아마도 그 아주머니는 꽤 오랜 시일이 걸린 이후에 환불을 받으려 물품을 가져왔고 이미 그 옷은 상품으로써 값어치를 상실한 듯 했다. 세탁도 한 차례 하고 옷 한 쪽은 조금 심하게 훼손이 된 상태였나 보다. 이런 상태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마트 직원과의 실랑이가 고성의 원인이었다. 결국 손을 든 건 마트 쪽이었다. 조금 높은 사람이 나와 그 아주머니를 살살 달래 소기의 목적을 달성시켜 주었고 보부도 당당하게 콧바람을 씩씩거리며 그 경험이 미숙했을지도 모를 마트 직원에게 꽤나 끔찍한 말을 퍼붓고 본인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굉장히 침울한 표정의 그 마트직원을 동료들은 조용히 위로했고 일을 무마시킨 상관으로 보이는 그 사람도 조심스럽게 그 직원을 다독여주는 모습을 잠깐 연출하였다.

아마도 이런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꽤나 많을 것 같다.(요즘은 그 정도가 심해 제사 끝난 후 꼭지와 밑동을 자른 수박을 들고 와 상했다고 반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흔히 ‘손님은 왕’ 이라는 서비스 업계의 기본모토가 본의 아니게 월권이 되는 모습이라고 보고 싶다. 자신들의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왕처럼 대접하겠다. 란 이 뜻이 일부 몰지각한 왕들 덕분에 심하게 훼손되는 기분이다. 그런데 왕도 왕 나름이 아니겠는가.

그 옛날 왕들은 왕이라는 권좌에 오르기 위해 뼈를 깎는 수행을 쌓아야만 했을 것이다. 기본적 격식과 예절, 더불어 교양까지. 이런 형식적인 것뿐이었을까. 한 나라의 국민들 다스리는 위치로써 누릴 수 있는 권리와 더불어 막중한 책임과 의무까지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어깨를 짓눌렀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면 왕이라는 자리가 그리 편하기만 한 자리는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의 왕들은 과거 역사 속의 왕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의무 따윈 존재하지 않고 권리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쉽게도 보여준다. 아마도 앞에서 말한 관운장의 얼굴색을 보이며 사자후를 날렸던 그 아주머니 역시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오프에서 뿐만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빈번하게 마주친다.
소비자라는 우월한 위치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거나, 단골을 운운하며 왜 날 대접해주지 않느냐는 하소연, 다른 사람의 피해는 외면하다가 자신의 피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방곡곡 이장님 마이크 마냥 소문내기 바쁜 상황연출. 자신의 정당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타인의 비방. (여기에 자화자찬은 필수요소다.)

이것 하나만큼은 말하고 싶다. 손님은 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왕도 왕 나름이다. 우리는 호전적인 정복욕구가 가득한 알렉산더일지도 모르고, 학구적이며 지적인 세종대왕일지도 모른다. 또는 2차 세계대전 독일의 폭격에 쑥대밭이 되 버린 런던을 직접 손발을 써가며 국민들과 재건의 모습을 보인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습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반면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해 결국 폭군의 길을 걸은 연산군, 혹은 재미삼아 로마를 불바다로 만든 네로황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왕이 되고 싶을까. 설마 연산군이나 네로 같은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가는 왕이 하는 것이 아닌 주변 사람들이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왕처럼 대접받고 싶은가? 그럼 먼저 왕으로써 지켜야할 예의와 배려부터 익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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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깐따삐야 2010-12-2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건 샀다가 환불이나 교환 받은 경험이 몇번 있는데요. 어느 날 엄마가 그러시더라구요. 정도껏 해라. 습관 될라. 분명 그 정도는 아닌데 그 후로 자중하고 있어요. 엊그제는 죠리퐁에서 손톱만한 돌이 나왔는데도 참았습니다. 잘한 걸까요? -_-

Mephistopheles 2010-12-27 14:22   좋아요 0 | URL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야 환불 교환은 당연하거죠..단지 방법의 차이가 존재하겠지만요. 더더군다나 먹는 음식에서 손톱만한 돌이.....이건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셔야 할 사항이 아닐까요..^^

레와 2010-12-27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페이퍼 꼭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나 또한 '소비자'라는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았나 돌아 봅니다.
:)

Mephistopheles 2010-12-27 17:58   좋아요 0 | URL
음..그게 설마 저는 아니겠지요...? 소비자의 권력. 일종의 기본적인 상식과 예절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보고 싶은데..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제법 많더군요.

카스피 2010-12-27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건 아줌마가 잘못했네요.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정당한 환불 규정이 있음에도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하는 업체들이 더 큰 문제지요.그러다보니 소비자 역시 목소리가 커질수 밖에 없고 업체도 목소리 큰 소비자에게만 환불을 하니 소비자만 나쁘다고 탓할 수만을 없을 것 같습니다.업체 스스로가 그런 소비자를 만드니까요^^

Mephistopheles 2010-12-27 18:06   좋아요 0 | URL
전 업체가 더 큰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이런 불량업체에 버금가는 안하무인, 고압적 소비자 역시 그 업체와 다를 바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겐 선택권이 존재합니다. 불량업체 이용 않하면 그만입니다. 그 업체가 과연 지속적인 이윤을 남길 수 있을만큼 요즘 소비자들은 물렁하지도 않고요.

울보 2010-12-2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 그래요,
언제나 우리는 손님은 왕이다를 외쳐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점도 있어요, 손님은 왕이다 보다 사장은왕이다도요,,ㅎㅎㅎ
제가 그런곳 몇곳을 알아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는곳,
아무튼 인간으로써 지켜야 할 예절은 꼭 지키고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지요
요즘 처럼 인테넷쇼핑이나 마트문화가 발전하면서 저런 아줌마 아저씨들은 더 늘어나는것 같긴해요,,,

Mephistopheles 2010-12-28 10:48   좋아요 0 | URL
속칭 진상손님이..이젠 아줌마 아저씨로 국한되는 것 같진 않아요.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되어 있더라고요..^^

혜덕화 2010-12-2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자 배달원의 죽음이 안타까웠습니다.
한 생명이 식어가도록 만든, 뜨거운 피자 배달이 오늘 우리의 왜곡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손님도, 주인도, 종업원도 모두 왕이 아니지요.
우리는 그냥 모두 똑같은 사람일 뿐입니다.
저런 말이 우리 사회에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돈이 왕이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요?
나도 너도, 그도 모두 한 가정에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면, 저런 말을 할 수가 없지요.

Mephistopheles 2010-12-28 10:49   좋아요 0 | URL
아...저도 그 대학 졸업반인 피자 배달원의 죽음...참 안타깝더군요.
제 페이퍼가 우문이면 혜덕화님의 댓글이 현답 같습니다. 상거례 자체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인데 한쪽 시선이 너무 높진 않나 싶습니다 평행선이 가장 이상적일것 같아요.

2010-12-27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12-2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환, 환불을 당연한 권리처럼 행사하기 전에 신중한 구매를 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도 들어요.

Mephistopheles 2010-12-28 10:51   좋아요 0 | URL
최근에 읽은 책 '노임펙트맨'이 떠올라요. 우린 너무 많은 소비를 지향하며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쓰레기를 너무 많이 배출하는 건 아닌가...라는..^^

순오기 2010-12-2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딱 한 사람이 떠오르는군요.^^
왕처럼 대접받고 싶어하면서 전혀 왕으로서의 예의와 배려는 없는...

Mephistopheles 2010-12-28 10:52   좋아요 0 | URL
혹시...그게...전가요..?? 흑흑..반성하고 있습니다..

순오기 2010-12-30 14:40   좋아요 0 | URL
설마~ 메피님이겠어요?^^
저는 이 글을 읽으며 제가 떠올린 사람과 같은 분을 생각하며 쓴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는데...

Mephistopheles 2010-12-31 21:41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전 누굴 대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불특정 다수라면 모를까..? ^^

2010-12-28 0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renow 2010-12-28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런 마음 가진 적은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살다보면 한번쯤 남의 입장에 서보게 되는 것이 우리네 삶인데도 말입니다.
이런 글은 알라딘 메인, 서재 메인에도 한동안 떠있으면 좋겠네요.

Mephistopheles 2010-12-28 15:52   좋아요 0 | URL
이런 잡문을 남긴 저는 오죽하겠습니까..다 쓰고 나니 여태까지 택배 늦게 온다고 발광(?) 떨었던 몇몇 사건을 생각하며 좀 창피해지더군요..^^

2011-01-05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1월 다른 사무실 나가 고생하며 일했고 그 여파가 12월 초까지 이어졌었다. 그리고 잠시 한가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야근은 없었고 마감시간에 쫒기지 않으며 여유롭게 뒷정리만 하는 수준이었는데......

12월 23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 공기업에서 발주하는 어떤 프로젝트가 1월 달 중순부터 본격적 스타트를 시작한다던 계획이 급변경되버렸다. 그런데 기본적인 도면을 풀셋으로 해달라는 시간이 참 기가 막히다. 12월 24일까지 해달라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 만에 모든 결과 치를 내놓으라는 소리다. 말도 안 되는 황당함에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을 했더니만, 잠시 후 다시 전화하겠다고 하더니 한다는 소리가 많이 양보해서 26일까지 해달라고 한다. 그러니까 24일, 25일 꼬박 밤을 새서 월요일 날 결과물을 달라는 소리..허허허...

여러 가지 상황이 유추되고 있다. 여러 가정 중에 가장 확증이 가는 가설은 이러하다. 사실 우리 업계는 올해 꽤나 힘들었다. 민간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진 않았고 그나마 있는 일거리라고는 공공사업이 전부였던지라 그 많은 동종업계들이 승냥이 무리마냥 덤벼들기 시작했다. 고기는 줄었는데 입은 늘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경쟁에 밀린 업체는 도태 돼 버렸고 그나마 배 두들기며 포식했던 업체들 역시 허리띠 꽉 졸라매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하는 콩고물...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떡값을 돌릴 수 있는 여유자금 확보가 어려웠을 것이다. 간단하고 쉽게 말하자면 떡값 달라는 일종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제법 높다는 소리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그래도 나랏돈으로 월급 받는 양반들이...)

가정을 세워보고 유추를 해본들 어쩔 도리가 없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눈치껏 일해주고 어느 정도 분량을 채워서 보내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계약관계 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선 뱀파이어에게 열심히 피 빨리는 존재일 뿐이니까.

그냥 한 가지 바라고 싶은 것은 24일 새벽에 발 뻗고 자빠져 자고 있을 그 분들이 스크루지 영감마냥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차례대로 대면하길 바랄 뿐이다. 그것도 고풍스럽고 온순한 버전이 아닌 스팩타클 3D 하드고어 스플래터 호러무비로 말이다. 회개하고 착한 스크루지 영감이 된다는 동화같은 이야기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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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2-2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새끼들이네요.

Mephistopheles 2010-12-26 13:29   좋아요 0 | URL
앗....그건 개에 대한 모독이에요..

비연 2010-12-24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팩타클 3D 하드고어 스플래터 호러무비에 백만표입니다. =.=;;

Mephistopheles 2010-12-26 13:29   좋아요 0 | URL
그런 꿈을 딱 한 달만 꿔버리면...으흐흐흐..

귀를기울이면 2010-12-2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은 제가 오늘 회사 동료들에게 한 이야기와 같군요. 저희동네도 주말내내 출근이거든요. 좋은 꿈들 꾸시라고.... 바빠서라면 차라리 이해하겠는데 쑈인 성격이 강해서 더더욱...

Mephistopheles 2010-12-26 13:30   좋아요 0 | URL
연말 연예 대상도 아닌데....실생활에서 이런 쑈가 남발되면 참 피곤해요..

루체오페르 2010-12-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공; 스크루지 영감들이 참 많죠...ㅠㅠ

그래도 메피님,메리 크리스마스!&새해 즐겁게 맞으시길 바랍니다.^^

Mephistopheles 2010-12-26 13:3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스쿠루지 영감들은 회개하거나 뉘우치치 않고 대대손손 이어지고 물려지더라고요..ㅋㅋ

마녀고양이 2010-12-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그 인간(?)들.. 24일까지 해달라는 말 그냥 한 걸겁니다.
26일까지 해줘도, 연말에 지 휴가 다 쓰고 모임 다 가고
해놓은 도면은 어디다 치워두고 검토도 안 하겠죠.
갑인 인간들 하는 짓이 꼭 그렇더라구요. 그러면서 미리
챙겨놓고, 상부에는 하는 척 보고할 건덕지를 만들어 놓는거죠. 쳇.

왜들 그런답니까? 아... 제가 다 짜증나네요.
그래도 메피님, 좋은 일 가득한 연말 되세요.

Mephistopheles 2010-12-26 13:32   좋아요 0 | URL
문제는....검토도 않하고 거들떠도 안 볼 것이지만 결과물이 안나오는 것에 대해선 확실하게 딴지를 걸고 넘어지니까요...오죽하면 그쪽 출신들 사람들 은퇴해서 친구 없다고 합니다. 하도 남들에게 모뙤게 굴고 트집잡고 뜯어내고 살아서 사람들이 상종을 않한다더군요...^^

산사춘 2010-12-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수마수에 (쌍)욕 보셨군요. 아, 욕 나와.
클수마수마다 뚝섬패밀리과 모여 식파티를 한지 십년이 넘었는데,
한 명이 첨으로 불참했시유... 일 하느라... 이런 제길...
담달에 팀장으로 승진하는데 그냥 대리로 일하더라도 칼퇴근 하고 싶대요.

Mephistopheles 2010-12-28 16:05   좋아요 0 | URL
그런데 사실 그 정도가 심해 그냥 24일 정시퇴근, 25일 집에서 시체놀이 했다지요. 그러던지 말던지 한 해동안 치이며 일했더니 뭐라 그러진 못하더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