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지극히 편향된 성격 유형에만 점수를 준다.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을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 여긴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지독하게 내향적인 아이였다. 내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 중 하나가, 부모님 두분 다 일나가시고 형제들은 학교에 가면 집에 혼자 남게 되는데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펼치더라는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인데 그걸 생각해본다면 꼬맹이였던 나는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혼자 고망독새기처럼 노는 걸 좋아한 것이 분명하다. 엠비티아이 성격유형검사를 할때 어린이용으로 재검사를 해봤는데 내향성이 99%로 나와서 이건 뭐야~! 했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마음에 화악 와 닿았다. 꼭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만 사회성이 좋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야. 안그런가?

 

생각보다 조금 지루한감은 있었지만 새로운 관점의 책이었고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특히 나같은 내향성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혹은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책이었어.

"몰입, 창의력, 통찰력 등 세상을 리드하는 소중한 요소들은 당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다!"

 

 

 

 

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분명 나는 자살보다는 커피,일테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이 되었다.]라는 문장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제목만 보고 이 책 읽고싶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 있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다가 책에 대한 내용을 보고 너무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보물섬'은 특히 후자의 대표적인 책이야. '독과 도'는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무려 3년만에 세상에 나온 파란여우님의 책이네. 오늘도 미사때 만두언니를 떠올렸는데... 만두언니가 더 좋아했을꺼란 생각이 들어. ......

 

 

 

 

 

 

 

 

 

 

 

 

 

 

 

 

 

이제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건 흐르는 땀, 팥빙수, 수목원 그늘의 서늘한 벤치, 병원의 에어컨 바람...도 있지만 쏟아져나오고 있는 책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아, 그런데 오늘 어머니 모시고 엑스레이 찍으러 다른 병원으로 가는 길에 봤는데 곳곳에 벌건 플래카드에 핏자국처럼 보이게 만들고 '명희야, 보고 있지?'라고 쓰인 걸 봤어.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연극일까?- 이곳에 사는 '명희'들은 별로 기분이 안좋겠다 싶다. 내가 아는 명희만도 둘이나 되는데.

 

 

그런데 주제를 바꾸고 싶어지고 있다. 환기를 시키느라 현관문을 열어 둔 상태인데,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려면 현관문과 일직선이다. 문제는 나는 환한 곳에 있고 문 저 너머는 완전한 어둠속에 있다는 것.  아까부터 자꾸 바스락 거리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본다한들 보이는 것은 없다. 이 커다란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좀 무섭고. 그래도 겨울동안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문을 잠그던 것에 비하면 지금 아주 대담해진 상태이지만..아무래도 좀 불안하긴 해.

 

 

코난 75권을 주문해 받고 흐믓해 하고 있었는데 원피스 신간이 나왔다는 메일이 왔다. 아, 원피스... 책이 나오면 사놓기는 하는데 읽지는 않고 있어. 이건 또 뭔 소린가.

나중에 한꺼번에 사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되면 목돈이 나가는거여서 아마 구입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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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책처럼.. 바람이 분다.

어릴적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꼭 머리가 아팠다. 입학시험 전날, 시험장을 보러 갔던 날도 불어대던 바람에 머리가 아파 집에 오자마자 드러누워 정신없이 잠을 잤다. 사촌이 와서 시험 잘 치르라고 떡을 놓고 가는것도 모르고 계속 끝없이 잠만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람이 부는 날, 그래 미친 바람이 아니라 그냥 마음을 일깨워주는 바람, 그런 바람이 부는 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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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노래가 있다고 집으로 불러모아놓고 한대수의 노래를 들려줬었다. 그때 바람과 나,를 제일 먼저 들려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정직하게도 첫번째 노래인 '물 좀 주소'를 들려줬고 새파란 청춘이 들끓는 여린 사춘기소녀들의 감성은 한대수의 물 좀 주소,라고 부르는 노래와 그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괴상망측하게만 들렸을뿐이다.

아, 난 이 노래가 정말 좋은데.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들려줬던 밥 딜런의 노래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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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무식하게...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가 항상 1,2분 정도 늦는걸 뜯어고쳐보려고 뻑뻑하게 고정되어 있는 나사를 빼려고 기를 쓰고 덤벼들다가, 정말 무식하게 앞니로 툭 물었다가 갑자기 빠직하는 소리에 입을 떼보니... 부서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만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아주 오래 전에 배트맨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고담시의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배트맨이 공포영화로 각인되어버린 것과 같은 기분나쁜 그런 느낌.

그런데 오늘 불어대는 바람이 꼭 그렇게 기분 나쁜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미친바람... 같은.

주말마다 비가 온다고 외쳐대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한달이 넘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쩍쩍 갈라져가는 흙땅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겨우 마당에 우연히 자라고 있는 깻잎이 안크고 있어 속상할뿐인 내 맘에 비하면, 1년의 생계가 달려있는 생명체를 키우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세상에 무심해져 가고 있지만 또 세상의 아픔과 고통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당혹스러울때가 있어 나는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려니.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 이 되었으면.

 

아침부터 중중거리고 있는 건, 다 이 미친바람 때문일거다. 비를 좀 몰고 오지...정쟁과 전쟁 소식만 가득한 뉴스 화면에 비 내리는 화면이 좀 비췄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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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2-06-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넣기, 안된다. 괜히 해보려다 성질만 나빠질테니 관둬야지. 뭐가 문제야?
 

 오늘따라 화장실을 여러번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어느 한 부서의 회의때문에 회의실 한켠에서 일하다가 쫓겨나 이런저런 잡지를 뒤적거리며 앉아있는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한시간쯤 전, 이 책을 들고 갔다.

언제나 나의 첫마디는 그런거다. "혹시 만화책 좋아해?"

책,이라고하면 쉽게 받아들기 힘들겠지만 '만화'라고 하면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말문을 꺼내고 이 책을 건네줬다.

다 읽고 돌려줘도 좋지만,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널리 읽을 수 있다면 그랬으면 더 좋겠다...라고 했으니, 이 책을 선물하려고 꼬불쳐뒀던 나는 이제 다시 책 주문을 해야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이 정도뿐이다. .........

 

 

 

 

http://www.cathrights.or.kr/news/articleView.html?idxno=4956

 

실려있는 글을 퍼온다고 해서 뭐라 하시지는 않겠지....?

 

고 이윤정 님의 세례명은‘에바’입니다.

5월 10일 삼성본관 앞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영결식을 가진 후 납골하여 경기도 화성 천주교 비봉추모관에 모셔졌습니다.

이윤정 에바의 영면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2010년 5월 반올림으로 이윤정 씨의 남편 희수 씨가 제보를 해왔다. 아내가 악성 뇌종양, 즉 뇌암에 걸렸다는 제보였다. 그녀는 이름처럼 예쁜 외모를 가진 나이 서른의 젊은 아내였고, 4살, 6살 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 쓰러진 뒤로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급히 종양 제거 수술에 들어갔지만 종양은 두 군데에 크게 자라 있었고 한 군데는 너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제거할 수도 없이 봉합해버렸다. 그리고 시한부 1년을 선고 받았다.

남편은 부인이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 곧바로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으니 입사이전에도 달리 특별한 유해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들 중 누구도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은 없다고 했다. 도대체 왜 이런 병에 걸린 것인지 삼성 말고는 의심되는 것이 없었다. 제보의 내용은 여느 다른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피해 제보와 닮아있었다. 암 호발 연령인 60~70대가 아닌 매우 젊은 30세의 나이에 희귀한 암에 걸렸다. 가족력도 유전력도 없었고 삼성 혹은 반도체공장 외에 다른 곳에서 일한 경력이 없었다.

남편의 제보를 받고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그녀를 만나보았을 때, 한창 방사선 치료로 팔다리에 핏기도 없어지고 머리카락은 많이 빠져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몸이 몰라보게 부어있었다. 아예 퉁퉁 부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항암치료로 얼굴은 보름달처럼 커져버렸고, 항암제가 주는 감정통제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원래 성격이 무던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한번 울지도 않았고 노여워하지도 않았다. 남편이 “울긴 울어?”라고 묻자, “어, 울어. 혼자 있을 때”라고 또 무덤덤하게 내뱉을 뿐…. 그녀는 우리에게 감정 선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꼭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밖에 없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남은 시간동안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없어요.” 1년 시한부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무엇보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바랐다. 그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 7년도 더 된 과거에 삼성반도체 현장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우리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윤정 씨는 열아홉 살 고3의 나이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그리고 만 6년 동안 기숙사와 현장을 오고가면서 주·야간 2교대 내지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녀의 업무는 반도체 칩을 125℃ 고온으로 가열해, 칩이 고온에 견디는지를 테스트하고 난 후 불량칩을 걸러내는 일이었다. Burn-In 공정 혹은 MBT(Monitering Burn-in Test)공정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녀가 근무한 MBT공정에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 유명화 씨. 입사한 지 1년반만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백혈병, 악성림프종과 같은 중증혈액질환)에 걸렸고, 현재 12년째 투병중이다. 2주일에 한번씩 남의 피를 수혈 받고 살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멍이 들고 하혈을 하는 등, 남들보다 낮은 혈소판 수치로 움직이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해야하는데 현재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 기증자까지 모두 찾아보았지만 아직도 맞는 골수는 찾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유명화 씨에 대한 사연을 윤정 씨에게 들려주었더니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 아파서 현장에서 쓰러졌던 명화 씨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교대근무라 늘 피곤했죠. 성과와 물량 경쟁도 심했고, 한 사람 당 30여 대의 설비를 동시에 보았어요. 반도체 칩을 고온에서 테스트하고 뜨거운 챔버를 열면 열기가 확 올라왔어요. 칩들이 빼곡한 보드판을 꺼내서 불량이 난 칩들을 손으로 걸러내는데, 불량난 칩들이 보드 판에 늘어붙기도 하고 까맣게 타버려서 전선피복 타는 냄새 같은 게 났어요. 타버린 칩 때문에 미세한 검은 분진도 생기고…. 그래서 에어 건을 사용해서 청소하곤 했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에어 건으로 날려주었는데 사람이 호흡을 하니까 분진가루가 코로도 들어가고 입으로도 들어가고 눈으로도 들어갔어요. 눈으로 들어가면 따갑고 가려워 비비곤 했는데, 그걸 현장에서 ‘디바이스 독’이라고 했어요.”

윤정 씨가 한 진술은 명화 씨의 진술과 같았다. 같은 일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뇌종양에 대한 업무관련 소견서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의뢰했다.

 

천안 단국대병원 김현주 교수(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아래와 같은 근거로 이윤정씨의 뇌종양은 업무관련성이 충분하다는 소견을 냈다.

* 1996년 미국 IBM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암 발병 연구 결과 뇌종양 발병은 생산직이나 기술직에서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 현재까지의 역학연구들은 뇌종양과 반도체 종사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확정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뇌종양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5년 이상 근무 및 입사 후 15년 경과 노출군의 경우 뇌종양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 현재까지 뇌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는 전리방사선, 비전리방사선(전자파), 일부 화학물질이다. 펄프 및 종이 산업의 황화합물, 염소계 유기화합물, 살충제, PAH노출, 납, 비닐 클로라이드, 비소, 수은 등 과 교모세포종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 국제 암 연구소는 저주파 비전리방사선 노출(휴대전화사용시 나오는 전자파)과 뇌종양 발생 위험을 인정했고, 특히 화학물질과 극저주파 전자파의 복합노출이 뇌종양 또는 교모세포종의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증가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 뇌종양 호발연령보다 약 25년 정도 젊은 만 30세에 진단받았고, 강도 높은 교대근무와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면역력이 저하되었고, 비직업적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이하 산재신청)은 2011년 2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납득할 수 없었다. 퇴직 후 7년이 지난 2010년 현재 삼성이 보여주는 것만으로 작업환경측정을 해놓고 측정결과 위 물질들의 노출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발병기전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해줄 수 없다는 극히 보수적인 이유도 섞여있었다. 윤정 씨는 산재 불승인 결과에 불복해 2011년 4월 삼성전자의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산재인정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해 8월 첫 변론기일(재판)을 마지막으로 변론기일은 더 이상 잡히지 않았고, 그 사이 윤정 씨는 점점 몸이 악화되어 2012년 5월 7일 부천의 한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윤정 씨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남편 희수 씨는 두고두고 재판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한번만 더 열렸어도, 그는 윤정 씨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려고 했단다. “윤정아, 너 산재 맞대. 너의 개인질병이 아니라 산재였어.”

우리는 윤정 씨의 죽음이 산재라고 확신한다. 이제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자 수만 하여도 삼성반도체에서만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등 희귀암과 중증질환의 제보는 100건에 다다른다. 이 중 32명이 죽었다. 삼성LCD와 삼성전기까지 포함하면 140명의 피해제보가 있고, 윤정씨의 죽음은 55번째이다. 매그나칩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화학물질을 다루며 전자부품을 세척한 하청업체 제보까지 포함하면 모두 160건의 피해 제보가 있고 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도체 산업이 수백 수천가지의 화학물질이 집약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청정산업으로서, 첨단 IT산업으로서의 빛만 이야기할 때 피해노동자들은 늘어간다. 삼성이 무노조경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서 알 권리와 노동3권을 박탈하고 있는 한,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현재도 투병중인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이들의 죽음을 진상규명하려 애쓰는 피해자들이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게 최소한 우리사회가 해야할 일들, 그건 산재인정과 보상, 그리고 산재살인을 벌이는 사업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다.

 

고 이윤정 님의 영면을 빈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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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하시고 수술일정이 잡히고 폐에 피가 고인걸 수술한시간전에야 발견하고 마취의의 강한 거부로 수술이 연기되고 그러면서 중환자실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머니가 중환자실증후군때문에 치매의 위험까지 다다르고...

아무튼 정말 긴박한 두달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일어나 앉지도 못하시던 분이 지난달에는 조금씩 걷기까지 했는데 잘 붙어가는 다리뼈와는 달리 팔은 뼈가 붙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와 재수술을 했다. 그런데 뼈가 너무 약해 계란껍데기라 생각하며 조심하라고, 혹시 몰라서 기브스를 당분간 하고 있어야 된다고 해서 정말 조심조심 또 조심하고 있는데 수술 경과를 살피기 위해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서 엑스레이기사가 어머니의 아프다는 말을 싸그리 무시하고는 잘 찍어야 된다는 말만 하면서 팔을 비틀어대버려 재수술받아 박아넣은 나사가 고정이 안되고 틀어져버렸다. 그게 잘 고정이 되어야 깁스를 풀까말까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비틀어버렸으니 정말 너무 화가 치밀어 나중에 팔에 이상있으면 그놈의 엑스레이기사에게 책임을 물겠다고 분개를 해댔다. 엑스레이 찍을 때 보호자는 나가 있으라고 해서 뒤돌아서는데 지난번에 휠체어에 타고 가서 걷지 못한다는 어머니를 기계위에 올려놓는데 완전 짐짝 올려놓듯이 쾅!하게 내려놓는 소리가 나서 내가 놀랠정도였으니 어머니는 얼마나 아프셨겠는가. 딱딱한 기계위에 뼈가 부딪는 소리가 날만큼이니 말이다! 그 모습을 봐서인지 팔을 잘 찍어야한다며 마구 비틀어댔을 엑스레이 기사의 모습이 선하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가해 운전자나 보험회사 직원이나... 이해하려고 하다가도 문득 재수술 받아야하는데도 전혀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가 너무 기분이 나빠 보험회사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워낙 큰 사고라 경과만 지켜보고 나중에 만나려고 했다나? 게다가 날마다 찾아갔었다니. 내가 병원에 없다고 그런 쌩거짓말을 하다니. 내가 더 화가나서 자주 와봐야 이주에 한번, 한달에 한번 사진만 찍고 간데다 재활병원으로 옮긴 후 두달동안, 재수술 받으러 병원을 또 옮겨간 후 한번도 안와봤는데 뭘 자주 들여다봤냐고 했다. 더 얘기해봐야 사람을 대상으로 보지 않고 영업해야하는 업무일과로만 보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에게 뭘 바라겠냐 싶어서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연락한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정말...

엊그제 도착한 용서할 수 없는,이 더 피부로 와닿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어머니 상태가 조금 더 안정적이 되면 바로 읽기 시작해야겠어.

 

 

 

 

 

 

 

제목이 의미심장하다,라고 느끼는 건 나뿐인가? 아무튼 요즘 심정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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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2-06-0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어서 퀘유하셔야 할텐데요...

비연 2012-06-04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그런 일이. 어머니 상태가 빨리 안정되시길 기도하고 있을께요. 치카님..여러가지로 마음 아프고 속상하시겠다ㅠ

하늘바람 2012-06-0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세드신 분은 작은 사고와 충격에도 많이 상하시는데
얼마나 속상하세요 님
몸도 몸이지만 어머니 마음부터 안정시켜 드리셔야 할것같아요
가장 큰 약은 마음이더라고요
님도 마음 추스리시고요
힘내셔요

책읽는나무 2012-06-0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하셨겠습니다.ㅠ
연세드신분께 어찌 그리~~~
것도 분명 누누이 말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모쪼록 빨리 어머님 완쾌하시길 바랍니다.
님도 힘드셔도 기운내시구요.^^


BRINY 2012-06-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속상하시겠어요. 안그래도 나이드신 어머님께...

울보 2012-06-0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큰일이있으셨군요,,그것도 모르고,,참,
어머님이 빨리 완쾌하시기를 저도 같은 마음으로 기도할게요,,,

조선인 2012-06-05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이 고생이 많으세요.

감은빛 2012-06-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병원이나 보험회사나 생명을 다루고 있는 인간들이 그모양이라니!
어머님께서 어서 나으시길 바랍니다!
치카님도 부디 기운 내시구요.

chika 2012-06-07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고맙습니다~! ㅠ.ㅠ

어머니는 다시 재활병원으로 옮기셨고, 이제는 식욕이 돌아 배고픈것도 느껴진다고 하시네요. 교통사고 7개월째... 잘 견뎌내시는 어머니가 감사한 일이고 많은 것들이 또 감사한 일입니다.
출장차 서울에 들어왔다가 어머니 보러 내려와있는 오래비덕에 휴일을 휴일처럼 못지내고 여전히 피곤하지만, 이번 일요일은 꼼짝않고 집에 누워있기만 할 희망이 있다는 것도요. ㅎ

반딧불,, 2012-06-1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쾌차하시기만 빌어봅니다.
 

 

 

 

 

 

 

 

 

 

 

 

 

 

 

바른 인식은 곧은 신념을 낳는다. 특정 사건에 대한 바른 인식이 그 사건에 대한 확고부동한 입장을 정립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를 게 있다. 바른 인식이 곧은 신념의 토대가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둘이 등치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허점은 뉴스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입장에도 허점은 있다. 뉴스가 이치에 맞지 않게 조각 사실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듯이 자신의 입장 또한 작위적으로 꿰어 맞추는 경우가 많다. 뉴스가 논리적 비약을 감행하는 것처럼 자신의 입장 또한 널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성적으로 곱씹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작업은 뉴스를 읽는 과정에서만 행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곧추세우는 과정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이런 담금질을 거쳐야만 비로소 나의 신념이라는 게 정립된다. 글쓰기, 특히 논리적인 글쓰기는 자신의 신념을 담금질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한 방법이다.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말은 되는데 글은 안되는 경우, 주절주절 떠들 수는 있어도 조목조목 쓰기는 어려운 경우 말이다. 자연스런 현상이다. 말은 부수적인 장치를 동원한다. 눈짓, 손짓, 발짓을 동원하고 때론 주변 인물의 추임새까지 동반한다. 그래서 치장할 수 있다. 논리적인 허점, 일관되지 못한 논지를 어느 정도는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글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과 같다.

목욕탕의 거울에서 자신의 나신을 확인하듯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살필 필요가 있다. 뉴스가 세상사를 왜곡해 전달하는지 살피는 것처럼 자신 또한 세상사에 대해 그릇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글을 매개로 되살필 필요가 있다. 글은 어영부영을 허용치 않고 임기응변을 용납지 않는다. 글은 자신의 오류를 들춰내는 거울이요, 자기 입장의 엄밀성을 재는 잣대다.

원리는 같다. 뉴스를 이성적으로 곱씹는 원리와, 글을 논리적으로 쓰는 원리는 같다. 뉴스를 의심하듯 자신의 입장을 의심하는 것이고, 뉴스에 숨은 의도성을 찾듯 자신의 입장에 담긴 작위성을 찾는 것이다.

글쓰기는 뉴스 읽기의 완결판이요, 인식을 신념으로 승화시키는 디딤돌이다. (14-16)

 

 

 

 

===========================  솔직히 그냥 좀 재미있을 것 같아, 라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재밌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여는 글을 읽고서 말이다. 뭔가 정리를 해야하는데, 업무가 바쁜 관계로 나중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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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06-01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솔직히 그냥 좀 재미있을 것 같아, 라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정말 재밌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여는 글을 읽고서 말이다.=========================== 저도 이랬는데, 뒷부분은 좀 지루하더라는... ㅋ 여는 글이 참 멋지죠.

chika 2012-06-03 21:27   좋아요 0 | URL
책을 다 읽고나니 글샘님과 비숫한 느낌이 남습니다 ^^
그래도 일단 여는글도 멋있고 내용도 좋았으니 추천할만한 도서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