修道者


흠... 도를 닦는 자, 

도를 아십니까,와는 다르겠지만.

요즘 내게는 '수도자'가 어째 도를 닦아야 되는 놈,으로 보이는겐지.


어제 퇴근길에 물벼락을 맞았다. 

길가 쪽 담벼락에 분재 화분을 길게 늘여놓은 사찰이 있는데, 거기서 별 생각없이 물을 뿌리고 있는 자가 있어서

그냥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물벼락을 맞아서, 아마 안에서는 이런 상황을 몰라 계속 물을 주는 것일까 싶어서

큰소리로 밖에서 물 맞아요, 조심하세요! 라고 했는데 뭐라 대꾸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물은 계속 뿌려대고 있다.

그래서 바로 문 쪽으로 가서 담밖으로 물이 뿌려져 지나가는 행인들이 물을 맞아요, 했더니.

와... 그 자는 분명 땡중일것이다. 

수돗물이니 괜찮아요, 라는 말을. 그러면서 약품처리 한 물 아니니 괜찮대나?

이보슈, 아니 속으로는 뭐 저런 게...라고 했지만. 침착하게.

수돗물이면 지나가는 사람이 물 맞아서 옷이며 머리며 다 젖어도 괜찮다는 말씀이신가요? 라고 했다.

도무지 미안하다는 말을 못하는 걸 보니 땡중이 맞구나 하면서 그냥 돌아섰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 당신, 성불하기는 글럿어.


나는 사실 천주교 신자로 오랜 세월을 살아와서... 성직자 수도자에 대한 환상은 없다 -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다 같이 세상 살아가는 인간인데 별 거 있겠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요즘들어 자꾸 드는 생각은.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고 신학교에 들어가거나 수녀원에 들어가면, 나이도 많은 어르신들조차 신부님, 수녀님 하면서 존중을 해 주니 정말 지들이 잘난 줄 알고 멋대로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사실 성격이 개차반같아도 공동생활을 하면 성격이 바뀌거나 참을 줄 알거나 자기 고집을 꺾을 줄 안다거나 혹은 지랄맞은 성격을 숨겨보거나... 그런데 다들 옆에서 참아주니 지들이 잘나서 그런 줄 알고 기분 내키는대로 하는 수도자들도 많더라는 거.


어제의 땡중이 오늘은 성불을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살아보니 그럴 가능성은... 그래, 사람 안바뀌고,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 하지 않는가. 내 주위에 성인군자도 없고. 개차반에는 개차반이....뭔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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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25-09-02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치카님과 상황은 다르지만, 저도 운동하다 물벼락을 맞았어요. 주변에 물뿌리는 분이 있는지 둘러보는데, 아무도 없고 매미 소리만 엄청난것이…. 매미 오줌이었어요 ㅠㅠ 그동안 매미오줌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진짜 양산을 펼쳐야했답니다.

chika 2025-09-03 11:53   좋아요 0 | URL
헉,,, 매미오줌이라니. 전 처음 들어봐요. 매미는 울기만 하다 가는 줄 알았드만.
근데 물벼락으로 생각할만큼이라면 정말 엄청나다는 느낌이... ㅠㅠ
여름엔 나무 밑도 조심해야할 것 같고만요;;;

보슬비 2025-09-03 19:03   좋아요 1 | URL
저는 ‘매미오줌‘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직접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하늘도 쨍쨍하고, 물을 뿌린 사람도 건물도 없는 상황에 동생은 양산을 쓰고 있었고, 저는 양산을 접고 걷다고 꽤 많은 물을 맞아서 다시 양산을 펼쳤거든요. ㅎㅎ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나서야, 매미 오줌이구나...했어요. 한번 찾아보시면 매미 오줌양이 생각보다 엄청나요. 그동안 안 맞고 다닌게 신통했습니다.^^ 그나마 매미 오줌은 나무 수액이 주성분이라 피부에 트러블이 없고 향이 없어서 괜찮았어요. 그래도 찝찝해서 집에들어가자마자 씻고, 빨래했습니다.ㅎㅎ

chika 2025-09-04 09:07   좋아요 0 | URL
우와~ 신기합니다. ㅎㅎㅎ
매미 오줌이 나무 수액성분...이라 하시니 저는 왠지 전복이 먹는 양식에 따라 내장(똥...인거죠? ㅎㅎ) 색이 달라지는 것이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