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거창하게 '타자화' 어쩌구 하는 것도 내게는 맞지 않는 말이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고 늘어지면서 더 기분나빠지기 전에.
어제 국장 컴 바이러스 체크한다고 해서 담당 직원이 남고 나는 먼저 퇴근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컴 켜져있고 팬 온도 낮추느라 켜놓는 선풍기도 켜져있고, 꺼져있는 모니터를 켜보니 파란 화면에 뭔가 문제 어쩌구 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바이러스 체크하다 시간이 오래 걸려 그냥갔나 보다, 하고 뒀는데.
느즈막이 출근한 담당 직원에게 이 얘길 했더니.
별다른 대꾸도 없이, 컴 끄고 갔냐고 했더니 '모니터까지 끄고 갔다'며 승질이다.
- 그래, 평소 그 자식, 내가 하지도 않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지 멋대로 상상해서 혼자 오해하고 화내는 이상성격의 소유자라는 거 알기 때문에 그냥 참고 한번 봐주라고 했다.
인상쓰며 들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컴 켜져 있고, 선풍기도 켜져 있길래 난 또 누구 다른 사람이 나중에 컴 켰나 했지'라고 해댔는데
개무시 하고 그냥 간다.
아, 저런 자식이 겨우 컴퓨터 하나 잘하는 것만으로 이곳에 '필요한' 직원이 된다는 사실이 눈물겹게 화난다.
세상은 능력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자, 물론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만.
하느님을 믿는 자,라고 하더라도 믿음만으로 사는 사람 못봤으니.
- 그래, 뭐. 하느님 덕에 나도 먹고 산다,라고 생각하고.
컴 끄지도 않고 갔으면서 끄고 갔다고 거짓말하고 오히려 나한테 성질 부리는 저런 자식은 내 생애에 딱 한놈으로 끝나기를 바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