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종교인과 다름 없이 나도, 심지어 단 하나 뿐인 교리도 실행하지 못한다.
그렇다.
나는 불친절하다.
천생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종교를 갖게 되어 매일 매일이 자책과 회한의 연속이다.
드디어 개종의 전환점이 온 것인가. 아직은 거기까지는 아니다.
피곤한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자.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 상황은 애시당초 만들지를 말자. 이런 게 내 취향이다.
그렇다.
사람을 만나지만 않으면 친절의 대상이 없어지므로 친절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이 모든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다.
이 범우주적 해결책은 즉각 시행되어 나는 대인기피자가 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적 상황.
걸려오는 전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메신저는, 문자는, 이메일은,
과격하게 과감하지도 않으면서 이 거친 상황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면 이야 말로 언어도단이다.
그렇다.
전화는 극 소수만을 빼고는 받지 않으며 메신저는 지워버렸고 문자는 보지 않다가 주기적으로 모두 지워버리고
메일은 아주 오피셜한 것 외는 일체 취급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나는 매우 충실히 교리를 떠 받들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종교가 약속한 다음 생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걸리는 몇가지가 있다.
친절할 기회가 없어 친절 해 보지 못 한 것으로도 친절 포인트를 딸 수 있는가.
괜한 걱정이다. 친절 포인트를 딸 수 없다 하더라도 불친절하여 받게 될 벌점은 면할 수 있어 기본 점수 정도는
끝까지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며 신도 대부분은 벌점으로 인해 기본점까지 다 까먹을게 뻔하니까 내가 절대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