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종교인과 다름 없이 나도, 심지어 단 하나 뿐인 교리도 실행하지 못한다.

그렇다. 

나는 불친절하다.

천생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종교를 갖게 되어 매일 매일이 자책과 회한의 연속이다.

드디어 개종의 전환점이 온 것인가. 아직은 거기까지는 아니다.

피곤한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자.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 상황은 애시당초 만들지를 말자. 이런 게 내 취향이다.

그렇다. 

사람을 만나지만 않으면 친절의 대상이 없어지므로 친절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이 모든 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다. 

이 범우주적 해결책은 즉각 시행되어 나는 대인기피자가 되었다.

또 하나의 문제적 상황.

걸려오는 전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메신저는, 문자는, 이메일은,

과격하게 과감하지도 않으면서 이 거친 상황을 헤쳐 나가길 바란다면 이야 말로 언어도단이다.

그렇다.

전화는 극 소수만을 빼고는 받지 않으며 메신저는 지워버렸고 문자는 보지 않다가 주기적으로 모두 지워버리고

메일은 아주 오피셜한 것 외는 일체 취급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나는 매우 충실히 교리를 떠 받들 수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종교가 약속한 다음 생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걸리는 몇가지가 있다.

친절할 기회가 없어 친절 해 보지 못 한 것으로도 친절 포인트를 딸 수 있는가.

괜한 걱정이다.  친절 포인트를 딸 수 없다 하더라도  불친절하여 받게 될 벌점은 면할 수 있어 기본 점수 정도는

끝까지 유지 할 수 있을 것이며 신도 대부분은 벌점으로 인해 기본점까지 다 까먹을게 뻔하니까 내가 절대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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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자칭 페미니스트라 하는 자들은 남자뿐이다. (*1)


나보고 색약이라 했다.

공대는 갈 수 없을 것이다 라고 협박했다.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

시중에서 구 할 수 있는 색약 검사책 몇 종을

 (사고 보니 다 똑같다. 색검사 라기 보다는 아라비아 숫자의 구조학에 관한 책이었다.) 

구해서 누나가 알려 주는 모범답안을 딸딸 외워  에 눈을 적응시켜 이 불편한 상황을 종료 시켰다.


수년이 지난 뒤.

가시 영역을 벗어난 빛을 측정하는 장비랑 돈벌이에 매진하던 중 장비에서만 보인다는 빛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펙트럼 우측 끝, 파장이 짧은 빛, 자외선 영역, 에 있는 빛이 보인다. 

먼저 떠 오른 생각은, 아씨. 장비 값이 장난 아닌데...안 사도 되는...


여기서 얻은 교훈은,

남이 볼 수 있는 색을 나는 볼 수 없다.

내가 볼 수 있는 색을 남은 볼 수 없다.

내가 보는 세상의 색은 남이 보는 세상의 색과는 다르다.


남이 볼 수 있는 색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를 해 볼 수는 있지만 내 감각기관은 근본적으로 그 것을 감지 할 수 없다.

그런 경우 그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1) 넷플릭스 "페미니스트: 닫힌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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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2-01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멋진 비유입니다👍

hanalei 2021-02-03 08:37   좋아요 1 | URL
헉..수년만의 댓글, 감사합니다.
 

몇번의 실망스런 사건도 있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거의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던 저스틱당에서 전혀 저스틱스럽지 못한 일이 발생하여 종일 좀 우울했다.

그렇지만 천생 낙관적인데다가 로열티 충만한 성격인지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역시 믿고 지지하게 되는 저스틱당이다.


정치인들의 통상 입장문이란것과는 매우 달리 장의원의 그것에는 대단히 주목할 만한 통찰이 보인다.


그보다 두려운 것은 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입니다. 

‘피해자다움’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가해자다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이토록 처참히 실패하는가. 


나이가 들면 현명해지다는 설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매우 의심스럽게 여겨왔다.

장의원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현명할 것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내 놓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특히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로서는.


나?

일단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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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자극에는 둔감해진다.

이건 가장 기본적인 사실인데, 알려진 거의 모든 자연계의 현상은 이렇다.


자극의 강도에 따른 감각의 크기는 비선형적이고 이 관계는 자연로그로서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요즘은 유치원급 상식인가 보다.



구글에서 줏어온 자연로그 그림.

X 축이 자극의 강도.  Y 축이 감각의 크기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작은 자극은 아주 민감하게 느낄 수 있으나 자극이 커져가면 점점 무덤덤해 진다.


즉 여러번 해보면 이런 줄넘기도 그저 그렇다는 거지.





흠...

더 찾아보니 같은 장소임이 확실한 이런 사진도 있다.





이런 감각체계가 불합리한것인가?

아니 매우 합리적이다.

이미 확인된 위험요소 보다는 새로히 발생하는, 그것이 아주 미약하더라도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생존율을 훨씬 더

올려 줄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늘상 반자연적인 인간들은 작은 목소리 보다는 화통소리에 더 신경쓰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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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나라를 (매우)자랑스럽게 여기는 건 이 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라는 것이다.

물론 완전 폐지국이면 좋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

사형폐지라는 게 함의하는 바는 여기에 지겹게도 왈가왈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 그 너머의 심오함이다.

스타트랙에서 언급된 범우주 지성체와 함께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명 단계 그런 머머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이 못지 않은 자랑스러움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의도 되었던 아니던 간에 우리나라가 그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였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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