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뭐 거창하게 '타자화' 어쩌구 하는 것도 내게는 맞지 않는 말이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고 늘어지면서 더 기분나빠지기 전에.

 

어제 국장 컴 바이러스 체크한다고 해서 담당 직원이 남고 나는 먼저 퇴근했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컴 켜져있고 팬 온도 낮추느라 켜놓는 선풍기도 켜져있고, 꺼져있는 모니터를 켜보니 파란 화면에 뭔가 문제 어쩌구 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바이러스 체크하다 시간이 오래 걸려 그냥갔나 보다, 하고 뒀는데.

느즈막이 출근한 담당 직원에게 이 얘길 했더니.

별다른 대꾸도 없이, 컴 끄고 갔냐고 했더니 '모니터까지 끄고 갔다'며 승질이다.

- 그래, 평소 그 자식, 내가 하지도 않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지 멋대로 상상해서 혼자 오해하고 화내는 이상성격의 소유자라는 거 알기 때문에 그냥 참고 한번 봐주라고 했다.

인상쓰며 들어가는 뒤통수에 대고,

'컴 켜져 있고, 선풍기도 켜져 있길래 난 또 누구 다른 사람이 나중에 컴 켰나 했지'라고 해댔는데

개무시 하고 그냥 간다.

아, 저런 자식이 겨우 컴퓨터 하나 잘하는 것만으로 이곳에 '필요한' 직원이 된다는 사실이 눈물겹게 화난다.

세상은 능력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자, 물론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만.

하느님을 믿는 자,라고 하더라도 믿음만으로 사는 사람 못봤으니.

- 그래, 뭐. 하느님 덕에 나도 먹고 산다,라고 생각하고.

컴 끄지도 않고 갔으면서 끄고 갔다고 거짓말하고 오히려 나한테 성질 부리는 저런 자식은 내 생애에 딱 한놈으로 끝나기를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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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10-1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발짝 떼어내고 화나는 거 적는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감정이 앞서네. 이건 그냥 내가 화내는 페이퍼,지만. 실제로는 이 글의 한 백배쯤 기분나쁘고 짜증나고.. 연달아 이런저런 것들이 떠올라서 생각의 고리를 뚝 끊어버리려고 쓴 글이라는데 의의를. 뭔말이냐고. 젠장.

hanalei 2007-10-1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건데, 컴 끄라면 모니따만 끄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모니터까지 끄고 갔다' 는 증언으로 볼때 그 부류 아닐까요?

chika 2007-10-13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들어와서 한참 웃었어요. 모니터만 끄는 부류... ㅋㅋ
아무튼!! 제가 좀 무식했던건가봐요. 전산담당 직원은 컴을 끈다는 것이 모니터를 끈다는 거였군요. (국장님이 그거 알면 어이없어할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는데 워낙에 성차별에 사적인 감정이 크신 분이시라 할말없음임다. 아~ 하하하하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