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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 너란 여행
이주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그 여행은 '공정여행'을 말하고 있다. 아니, 공정여행이라고 하면 왠지 엄숙하고 진지하기만한 여행이 떠오를 것 같아서 잠시 공정여행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할 것 같다. 이미 오래전에 공정여행이라는 표현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건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는데 2년전 가족과 유럽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공정여행 패키지로 다녀왔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솔깃했다. 나도 어머니를 모시고 여유롭게 패키지 여행을 가볼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었는데 실제로 체험할 기회는 없었다.
" 공정여행은 무언가를 지켜주는 여행이다. 여행지의 환경을 지켜주고, 현지인의 일상을 지켜주며, 여행자가 행복하게 여행할 권리를 지켜주는 여행이다. 궁극적으로 여행자가 여행지에서 지불한 돈이 현지인의 삶에 보탬이 되어, 여행지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여행이기도 하다."(19)
이제 공정여행이 어떤 것이라는 느낌이 왔는데 이 책이 이렇게 공정여행에 대한 이론적인 설명만을 담은 여행설명책은 아니다. 실제로 저자가 여행을 다니며 체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를 하는 여행에세이이기도 한데 그 이야기들이 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바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수많은 여정이 있었겠지만 - 기록의 여정 마지막 장에 저자의 그림 한장과 짧은 글이 적혀있는 포르투갈의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딱 그 한장뿐인것이 너무 아쉬울만큼 책에 실려있는 기록들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지구환경에 좋지 않은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포기할 줄 아는 저자의 실천력 같은 것도 너무 좋았다.
시칠리아와 사하라 사막은 내 인생에 없을꺼라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열심히 여행경비를 모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시칠리아는 제주도면적의 14배라고 하니 사실 섬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행지의 강약의 하모니가 최고라는 저자의 평에 그곳에서 아란치니를 직접 맛보고 싶어지고, 토스카나의 포도농장에 가게 된다면 못마시는 와인이지만 그래도 분위기 있게 한 잔 마셔보는 사치를 누려보고 싶어진다.
큰 별이 기침을 크게 한번 한 것 같다는 사막에서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충만한 아름다움과 삶의 행복을 느끼며 잠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베네치아의 아쿠아 알타 서점, 그러니까 침수서점에 가서 침수의 역사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책 한 권 구입하고 싶어진다. 헌책이 되어버렸지만 정가를 내고 구입하는 가치중의 하나가 그렇게 책을 구입하면 오래된 아쿠아 알타가 문을 닫지 않고 지속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다.
공정여행이 뭐지? 라는 궁금증만이 아니라 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시기에 대리만족 겸 가까운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이 책을 읽으니 참 좋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어려운 내게 어머니 모시고 가족여행으로 숙식에 대한 걱정없이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움을 느끼며 여행을 꿈꾸는 시간을 갖게 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