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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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는 것을 좋아해서 틈나면 일상적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조금씩 나만의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어린시절 그림일기는 써보지 않았지만 사진기를 갖게 된 이후 사진일기는 자주 쓰곤 했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사진이 일상화되었기때문에 가능하게 된 것일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고 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많이 접하다보니 멋진 작품 사진집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것도 좋아졌다. 


괜찮아, 오늘 하루 라는 사진 에세이는 사진 에세이라서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희망없이 반복되는 일상의 우울함에 조금은 다른 모습을 바라보게 될 것 같은 느낌에 뭔가 제목에서 주는 위로가 기대되는 그런 책이었다. 

실물 책을 받고 나서야 모든 사진이 흑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 읽고난 후 저자후기를 보니 정말 '어쩌다보니'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기록한 사진들이 대부분 차지했다고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다보니 오히려 지금의 시대에 조금 더 공감하며 사진을 보고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공감과 부러움이 가득 담겼던 사진은 8월 21일. "오후 적당한 시간에 약속을 잡고 전철을 탑니다. 약속장소로 가는 길이 여행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백수 놀이 중입니다. 백수가 되니 시간이란 참 여유롭다는 생각을 해봅니다"(186)

글과 사진의 풍경이 너무 절묘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건 언젠가 여행에서 차창밖으로 봤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일상의 거리에서 지나쳤던 창밖 풍경같기도 한 느낌이 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리고 흑백사진이라는 것도 한몫을 하고.

흑백의 사진은 명암, 빛과 어둠을 더 강조하고 있어서 사진에 더 집중하게 하기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활짝 핀 목련을 찍은 사진이다. 목련이 피는 시기가 되면 일부러 목련나무가 있는 집을 찾아 골목길을 돌아가곤 할만큼 좋아하는데 흑백의 사진이 하얀 목련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둠이 내린 곳에 핀 목련의 화사함이 돋보이는 컬러사진이 궁금하기도 했다. 


솔직히 모든 사진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저자의 시선이 머문 곳과 마음이 가는 일상이 나의 일상과 같지 않아 그랬을수도 있고 너무 평면적인 사진처럼 보여서 은근 사진집을 기대했던 내게는 이 책의 사진들이 너무 일상적이기만 해서 풍경을 보는 듯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이 날마다 특별한 하루이면서 또한 평범한 하루인 것이 아닌가. 그러니 딱 맞는 말이기도 하다. '괜찮아,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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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31 2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진짜 괜찮아 오늘 하루가 자조적인 느낌으로만 읊어지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최소 반년은 더 할 거 같은데 암담합니다. ㅠ.ㅠ

chika 2021-02-01 15:55   좋아요 0 | URL
이제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힘든건 사실이네요 ㅠㅠ
그나마 월급생활자인 저는 생활비는 그대로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이 조금 더 길어지긴 하겠지만 끝이 보일꺼라는 희망이 있으니 잘 버텨봅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