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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2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ㅣ 뽀짜툰 2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뽀짜툰 2를 펼쳐보면서 처음 느꼈던 것은 왠지 그림이 더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보이는데 왜 자꾸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 뽀짜툰을 만났을 때보다 더 고양이를 바라보는 눈길에 사랑이 담겨서 그런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쉽게 수긍은 가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 책은 괜히 사랑스럽다.
오늘은 출근하는 길에 뭔가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돌려 구석을 바라봤더니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가만히 앉아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는 경계의 눈초리를 하며 보고 있었고 한 녀석은 그저 무심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어미 고양이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아서 괜히 걱정이 되었다. 엊그제는 집에 오는 길에 정말 쬐끄만 고양이가 골목길에 있는 어느 집 철문 밑에 웅크리고 있어서 가만히 마주 앉아 쳐다봤었는데 곁에 있던 다른 녀석은 재빨리 도망가 버리고 새끼 고양이는 겁내지도 않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내가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하더라도 고양이 입장에서는 낯선 사람이 다가가면 일단은 몸을 사리고 경계의 태세를 갖추는데 이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혹시 다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어 자세히 보려는데 골목 끝에서 아저씨 한명이 오고 있어서 그쪽을 신경 쓰고 있었는데 아저씨의 출현에 새끼 고양이는 어느새 멀리 도망가 사라지고 없었다. 집을 향해 길을 걸으며 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고 친근한 마음으로 다가서려는 것을 고양이들도 알아채서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 것일까, 생각해봤다.
어쩌다보니 고양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뽀짜툰에서도 저자의 뱀에 대한 선입견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이야기는 뱀에 대한 선입견뿐만 아니라 지금 나 자신이 다른 생명체에 대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고양이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는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에게는 공감을 하며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는데, 이번 뽀짜툰 2에서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생활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고양이의 삶이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고양이를 키운다면 어쩔 수 없이 실내에서만 생활하게 해야 하고, 마당이 넓은 집이라면 고양이들을 그냥 풀어놓고 맘껏 돌아다닐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개와 함께 산책을 나설 수 있지만 고양이들은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인식하게 되었다.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고 묶여 있는 것을 싫어하니 고양이와의 산책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리라.
예전같으면 고양이를 고양이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간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은 어이없어 했을것 같은데 왠지 이들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느껴지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고양이에 대해 조금 더 잘 알게 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로 고양이들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짜구, 뽀또, 쪼꼬, 포비. 십년을 넘게 살아도 여전히 똑같은 사고를 치고 열 살이 넘어도 평생 손이 많이 가는 아기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스럽고 우리는 함께 있어 행복하다"는 그들의 일상은 지금 그대로 행복해 보인다. 이 책의 끝에는 부록처럼 케냐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그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마지막 드넓은 초원의 사진에 짜구, 뽀또, 쪼꼬, 포비를 그려넣고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좋을텐데...'라고 말하는 그 마음이 왠지 짠하면서도 부럽다.
그렇게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너무 짧게 끝나버린 두번째 단행본에 이어 다음 이야기는 또 언제 나올지 기다리고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