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1년차

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이 책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초보도 따라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라는 문구였다. 물론 다카기 나오코의 일러스트로 설명된 마라톤에 대한 기초는 알기 쉽게 설명되었을 것이 분명했고 마라톤 1년차라는 제목은 이제야 막 마라톤에 입문하여 한참 기본적인 것을 배우고 있을터이니 이것이야말로 마라톤에 관심이 있는 내게 딱 들어맞는 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솔직히 다 읽고난 지금 내 마음은 반반이다. 이제 마라톤을 위하여 걷기 자세부터 시작하여 하루 삼십분 이상 걷기 운동을 시작할꺼야, 라는 마음과 나는 이렇게까지 열심으로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흐지부지 달리기에 대한 열의가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라는 지레 포기하는 마음.

굳이 유명한 소설가 누구누구를 거느리지 않더라도 내 주위에는 이미 마라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다. 날씨의 영향이 있기는 하겠지만 나처럼 운동신경이 둔하고 뭔가 하는 걸 귀찮아하는데다 혼자 편한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운동에 대한 권유를 뿌리치고 있었기에 나 스스로 운동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할즈음 떠올릴 수 있는 운동이라고는 고작해야 걷기,달리기, 요가, 스트레칭 뿐이었다. 그래서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기를 좀 배워야겠다는 마음에 아마추어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에게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것을 물어봤더니 아무것도 필요없다며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트랙을 뛰는 것이라는 말 한마디뿐, 더이상 아무런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달리기에 대해 목마른 내게 [마라톤 1년차]는 정말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책이다.  그래서 신 나게 읽기 시작했는데 왠지 전문가의 느낌이 스며나오는 것 같아 괜히 걱정부터 앞서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품고 나도 내일부터, 아니 오늘부터 시작해봐야겠다는 결심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책으로 생각해야될 것 같다. 좀 더 전문적인 것은 달리기에 대한 조언을 찾아보는 것으로 하고. 그래도 동기부여에서부터 시작해 운동화 라거나 달리기의 기본자세와 연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시작점을 알게 되었으니 역시 달리기를 시작하는 초보에게는 안성마춤인 책이 되려나.

단순하게 달리기 강좌라거나 마라톤을 하는 이론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연습과정의 에피소드를 통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으며 - 그러니까 나는 마라톤을 하면서 중간에 배가 고프면 잠시 서서 뭔가 영양섭취를 해도 좋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밖에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상당히 많은데,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궁금하면 직접 이 책을 펼쳐들어보기를 권한다. 이야기 진행이 상당히 흥미롭고 달리기 자체가 전 과정뿐 아니라 뛰고난 후의 먹고 즐기는 모습에서도 왠지 그 먹거리를 위해 달리기를 해봐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마력이 있으니 책을 읽기 전에 한번쯤은 달리기를 해볼까 하는 마음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목은 마라톤 1년차라고 했으면서 이미 풀코스까지 완주한 다카기 나오코의 이야기가 이제야 달리기를 시작해볼까 하는 나에게는 왠지 배신감 비슷한 마음을 느끼게 한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다 읽고 정리를 하다보니 '마라톤 1년차'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이제 내가 시작해야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이것은 정말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고 하는 내게 딱 맞는 책이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