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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평점 :
날마다 하나씩 버린다니... 이건 굳이 책으로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저자 이름을 보고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뭔가 좀 빈틈이 많아보이고 2% 부족한 듯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적인 이 가족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더 커서 분명 이 책 안에도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컸고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하루에 하나씩 버린다면서 책의 앞부분을 거의 다 목 늘어지고 짝이 안맞는 양말짝과 낡은 팬티들의 그림으로 채우고 있는 것을 볼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볍게만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1일1폐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보고 실천해봐야 하는 것들이다.
아직 선뜻 실행할 생각은 못하고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나의 물건들을 정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서서히 폐기할 물건들을 끄집어내보고 있으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거겠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날마다 하나씩 버린다는 것이다. 저자가 1년을 기한으로 계획한 것인데 '버린다'는 것은 못쓰는 것을 버린다는 뜻으로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들, 그 누군가는 쓰임새에 맞게 유용하게 잘 쓸 수 있는 것들을 내어준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처음엔 버릴 것이 많은 양말을 시작으로 가볍게 지나가다가 급기야는 추억이 담겨있지 않아서 조금 더 버리기 쉬운 것들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가 쌓여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계속 읽다보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을 즈음에 저자 스스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은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고 만다.
"뭐든 한 가지를 오래 계속하면 기술이 생긴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다. 날마다 버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내게도 새로운 기술이 하나 생겼다. 마음의 서랍가지 열어 내가 가지기 싫은 감정이나 기분, 습관, 편견 같은 것들을 버리는 기술 말이다.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 버리듯이 내가 버리고 싶은 마음도 그 사이에 슬쩍 끼워넣는다. 대신 다른 물건들처럼 여태 못 버린 내 마음도 제대로 기억하고 보듬은 뒤에야 버리는 것이다. 물론 늘 완전히 버려지는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이든 마음은 마치 내 몸 구석구석에 새겨진 문신처럼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 해도 일회용 컵처럼 쉽게 버려지는 게 아니다. 언제든 불시에 되돌아오는 것이 감정이니까. 하지만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로 내 마음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버리고 싶은 감정이 다시 들어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뭔가를 버리려면 먼저 정리부터 해야 버릴 거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릴 수 있다. 괴로운 마음을 버리고 싶다면 마음도 일단 정리부터!"(72-73)
물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조건 다 좋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날마다 그냥 무엇인가 버려도 되는 물건을 꺼낼 뿐인 똑같은 일인 듯 한 이 이야기는 직접 해보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날마다 한꼭지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하나씩 버리면 짐이 줄어들긴 할까? 분명한 것은 이제 아무것이나 사지 않는다는 것. 언젠가 버려질 때를 먼저 상상한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대만족'(88)하게 되기도 하고 '자꾸 뭔가를 버리려는 이 일이 잘하는 짓인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또다시구입하고 싶은 욕망때문에 뭔가를 버리는 건 아닐까?'(204) 라는 의문속에서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1일1폐를 위해서는 먼저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분류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버릴 것을 잘 버려야 한다. 하지만 버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 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버리고 싶은데도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 것, 버려서는 안되는데도 어느새 슬그머니 버리고마는 것이넘치게 만드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헷갈리지 않도록 선명한 시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219)
1일1폐 프로젝트의 시작은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이지만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이뻐서 차마 쓰지 못한 메모패드들과 엽서들을 한가득 꺼내놓았다. 내가 싸그리 안고 있기만 하면 그건 나중에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쁜 메모지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왠지 기분이 더 좋아지는 듯 하다 - 엽서는 지인들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하나씩 정리를 하다보면 나의 소비 생활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줄여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나에게 와서 그 쓸모를 다 하고 버려질 물건인지 생각하다 보면 쓸모없는 소비가 줄고 그러면 또 쓸모없는 생산이 줄어들 수 있고 지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