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잭과 콩나무 애덤 기드비츠의 잔혹 판타지 동화 2
애덤 기드비츠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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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새로 쓴 동화이야기라고 해도 잭과 콩나무는 내 관심을 벗어난 이야기다. 아니, 이야기였다. 단편동화가 왜 이렇게 두툼한가,라는 생각은 당연하게 이 책이 단편동화모음집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가는 동안 시끄럽고 번잡한 대기실에서 가볍게 읽기에 괜찮을듯하여 챙겨들고 나갔었다. 그런데 선입견을 무참히 깨버리고 이 책은 정말 흥미로움을 주고 있다. 아, 물론 아이와 함께 읽을 일이 없으니 이 책이 얼마나 어린 친구들까지 읽을 수 있을까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라면 함께 읽어보고 그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독서활동이 될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수많은 동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그리고 나도 가끔 인용하며 쓰곤 했던 성경말씀으로 시작되는 글은 이 책에 대한 기대치를 또 다르게 해주고 있다. '거울을 통해 어렴풋이'라는 것은 그 뜻을 생각하며 쓸 수 있기는 하지만 또 누군가는 성경이 쓰여질 그 당시는 청동거울을 쓰고 있어서 지금의 거울처럼 뚜렷하지 않고 모든 사물을 어렴풋하게밖에 비출 수 없어 그런 말이 나온 것이라며 찬물을 확 끼얹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잠깐. 이건 우리의 상상력과 희망에 찬물을 끼얹어버리는 것일까, 아니면 사실을 보여주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일까.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바로 그러한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나긴 모험 이야기이다.

 

개구리 왕자 이야기로 시작되는 듯한 이 이야기는 공주의 키스로 왕자로 변하여 둘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쪽 다리를 잃은 개구리가 공주를 무서워하며 이십여년을 지내게 되고 왕비가 된 공주의 딸인 공주 질을 만나게 된다. 질은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벌거벗은 채 행진을 하다가 부끄러움에 도망쳐나오게 된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에게 휘둘리며 놀림을 당하기만 하는 잭은 암소 한마리와 작은 콩 한알을 바꿔버리게 되고, 그 후 잭은 질과 개구리와 함께 마법 거울을 찾아 떠난다.

온갖 동화 이야기속의 모험을 거쳐가면서 그들은 지혜와 용기를 쌓게 되고, 마법 거울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건 아주 지혜로운 생각이야.

하지만 친애하는 독자들이여, 변하기 위해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지혜를 얻기 위해서 넓고 거친 세상으로 나갈 때는 조심해야 해. 지혜는 얻기 힘들지. 일단 얻는다 해도 잃기 쉬워. 특히, 넓고 거친 세상으로 떠난 사람이 자기가 달아난 곳으로 돌아올 때에는."(377)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아이들과 함께,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이라도 충분히 동화속의 여러 이야기들을 거치며 모험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책이 될 것이며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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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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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죽음과 삶에 대한 글이 평소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책에서도 인용되고 있는 성경 욥기의 이야기가 며칠 전 미사전례때도 나왔다. 사실 '욥'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읽어보지 않아서, 아니 진지하게 읽어봤다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는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을 읽으며 죽음이란 살아남은 사람들의 마음이라든가, 죽은 이들의 염원을 이어받고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찾는다거나 죽음으로써 '영원'을 얻게 된다 라는 이야기들은 이해가 되는 듯 하면서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든 이야기들이었다.

 

[마음]은 저자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소설 속의 작가로 등장하여 사인회에 찾아 와 도움을 청하는 한 청년과의 메일을 통한 교류와 만남을 통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치유되어 가며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소설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쓰고 있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인문학적인 '죽음'에 대한 성찰로 읽히고 있어서 문장 하나 하나 깊이 있게 읽어나가야만 해서 그리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절친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던 나오히로는 강상중 선생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어느 날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의 죽음은 상실감뿐만 아니라 친구를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과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해야만 하는 존재의 의미가 사람은 어차피 죽어버리는데 과연 살아있는 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나오히로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강상중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며 진지하게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소설에서는 나오히로의 학교 생활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곳에서 마주한 죽음들, 나오히로의 시신 인양 자원봉사활동이 그려지면서 더 생생하게 죽음의 현장에 한발 다가서게 되기도 하고, 그와 학교 친구들이 만들어낸 연극 '친화력'에 대한 이야기로 인간의 본성과 인간관계에 대한 더 깊이있는 성찰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의 이야기에서 저자 강상중 선생은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안고 있으며, 일본의 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과 그 후유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지 깊이 생각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갑작스럽게 닥쳐 온 죽음의 슬픔에 빠져있느라 살아있음의 의미에 대해 뭐라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우스개처럼 우리는 오늘도 하루 하루 죽어가고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죽음 보다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신앙을 갖고 있지만 가끔씩 죄없는 어린 영혼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도 있다. 어쩌면 그러한 죽음을 통해 삶을 더 깊이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래서 "'죽음'이라는 것은 결국 '삶'을 빛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죽음' 가운데에는 인생의 '기억' 이 있고, 그 사람의 '과거'가 있는 것이며 '죽음'에 의해서 그 사람은 영원이 된다"라는 말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죽음을 떠올리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새삼스럽게 죽음은 삶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삶은 죽음과 이웃하고, 죽음과 동전의 양면이고서야 비로소 더욱 빛나고 의미가 잇어진다, 다시금 그렇게 느꼈습니다.

죽음 가운데에 삶이 포함되어 있다.

삶 가운데에 죽음이 감싸져 있다.

그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엄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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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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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의 의미는 정말 말 그대로 칼로 자신의 몸을 그어 상처를 입히는 소녀를 뜻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해를 하는 이유가 여러가지겠지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죄의식에 의한 스스로의 형벌 아니면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이 책에서 의미하는 '몸을 긋는 소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

 

신문기자인 카밀은 특종을 잡으려는 편집장에 의해 소녀 연쇄살인이 일어난 미주리의 작은 마을 윈드 갭으로 떠나게 된다. 사실 윈드 갭은 카밀의 고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곳의 사정을 더 잘 알 것이라 생각한 편집장이 그녀를 그곳으로 보낸 것이다. 그래서 카밀은 12년만에 고향으로 찾아가게 된다. 어머니가 살고 있지만 그녀를 반기지는 않을 것이며 (물론 겉으로는 언제나 환영이겠지만) 그녀의 새아버지와 동생도 서먹할뿐인 곳으로 가는 것이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고향에 도착한 카밀은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과 최근에 실종된 소녀와 그보다 먼저 살해된 채 강가에 버려져 발견된 소녀의 죽음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카밀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살해된 두 소녀의 죽음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될 때마다 이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끝나게 될지 도무지 짐작할수가 없게 된다. 도대체 범인이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하다보면 여러가지 의미에서 범인이 한쪽으로 몰리기도 하지만 결국 책을 읽다보면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과연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화롭기만한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은 죽임을 당한 소녀가 착하고 이쁘기만 한 소녀가 아니라 타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켜 윈드 갭으로 이사를 온 과거를 갖고 있다거나 친구를 괴롭히는 전력이 있다거나 하는 이면의 모습이 밝혀지면서 살인 사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결국 카밀과 카밀의 가족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자세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없는데, 그것이 또한 나의 느낌조차 시원하게 풀어놓을 수 없게 해버려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풀어놓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끔찍하게 느껴질만큼 이야기를 파고 들수록 새롭게 밝혀지는 이야기들은 놀라운 것이고, 인간관계와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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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산다 2 용이 산다 2
초(정솔)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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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긴 얘기지만 실제로 내 친구중에 용이 있다. 뭐.. 놀라지는 마시라. 그 친구 이름은 김용이고, 아마도 우스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동생이름은 호, 농담하려고 지어낸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동생을 만나보니 정말 용형호제다.

그래서 나는 '용이 산다'를 봤을 때도 어쩌면 이런 식의 농담이 나오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런데 정말 '용이 산다'의 이야기는 우리 이웃에, 용형호제는 아니지만 용 남매가 산다는 이야기이다. 인간 세상에 숨어들어 인간 행세를 하며 위장한 용,의 이야기는 우리네 일상과 그닥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여준다.

얼마 전에 본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에 나온 드래곤들과는 달리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인간으로 변신하면 쉽게 구별도 가지 않는다.

사실 이런 설정은 그리 특별해보이지는 않는다. 벌써 수십년전에 일본에서는 이미 인간생활을 하고 있는 너구리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솔이 그려내는 용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 인간이 아닌 용이기 때문에 아무리 인간 생활에 적응이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고 때로는 어리숙하고 때로는 순수하게 보이곤 한다.

 

저자의 말을 빌면 우리나라에서는 용을 풍운의 조화를 다스리는 수신으로 여겨 일찍부터 국가의 수호신이자 왕실의 조상신으로, 농경을 보호하는 비의 신이자 풍파를 주재하는 바다의 신으로 풍년을 기리기 위해 숭배되었다고 한다. 그런 신성한 용이 인간 세상을 동경하고 속세와 문명에 찌들어 살아가는 하찮은 존재로 나타난다면, 쾌적한 오타쿠 라이프를 위해 한국을 찾아들고, 사랑고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김용의 누나 옥분과 그녀의 약혼자 이영수의 수줍다 못해 답답한 사랑의 감정을 읽다보면 용은 저 멀리 하늘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정말 이웃집 용이 형이 되어버리고 만다.

때로는 대책없어 보이는 이런 인간적인 용 남매의 이야기는 그들이 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최우혁과의 일상생활을 통해 소소한 웃음과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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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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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린다니... 이건 굳이 책으로 읽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 저자 이름을 보고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뭔가 좀 빈틈이 많아보이고 2% 부족한 듯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매력적인 이 가족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더 커서 분명 이 책 안에도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컸고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하루에 하나씩 버린다면서 책의 앞부분을 거의 다 목 늘어지고 짝이 안맞는 양말짝과 낡은 팬티들의 그림으로 채우고 있는 것을 볼때까지만 해도 그저 가볍게만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1일1폐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저자가 느끼고 깨달은 것들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보고 실천해봐야 하는 것들이다.

아직 선뜻 실행할 생각은 못하고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나의 물건들을 정리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서서히 폐기할 물건들을 끄집어내보고 있으니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거겠지?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날마다 하나씩 버린다는 것이다. 저자가 1년을 기한으로 계획한 것인데 '버린다'는 것은 못쓰는 것을 버린다는 뜻으로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필요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들, 그 누군가는 쓰임새에 맞게 유용하게 잘 쓸 수 있는 것들을 내어준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처음엔 버릴 것이 많은 양말을 시작으로 가볍게 지나가다가 급기야는 추억이 담겨있지 않아서 조금 더 버리기 쉬운 것들을 찾기 위해 스트레스가 쌓여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계속 읽다보면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을 즈음에 저자 스스로 깨닫게 되는 이야기들은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의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고 만다.

 

"뭐든 한 가지를 오래 계속하면 기술이 생긴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다. 날마다 버리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내게도 새로운 기술이 하나 생겼다. 마음의 서랍가지 열어 내가 가지기 싫은 감정이나 기분, 습관, 편견 같은 것들을 버리는 기술 말이다. 물건을 하루에 하나씩 버리듯이 내가 버리고 싶은 마음도 그 사이에 슬쩍 끼워넣는다. 대신 다른 물건들처럼 여태 못 버린 내 마음도 제대로 기억하고 보듬은 뒤에야 버리는 것이다. 물론 늘 완전히 버려지는 건 아니다.

어떤 마음이든 마음은 마치 내 몸 구석구석에 새겨진 문신처럼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버리겠다고 마음먹는다 해도 일회용 컵처럼 쉽게 버려지는 게 아니다. 언제든 불시에 되돌아오는 것이 감정이니까. 하지만 결코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로 내 마음을 채우려고 노력하다 보면, 버리고 싶은 감정이 다시 들어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물건이든 마음이든 뭔가를 버리려면 먼저 정리부터 해야 버릴 거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릴 수 있다. 괴로운 마음을 버리고 싶다면 마음도 일단 정리부터!"(72-73)

 

물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조건 다 좋다고만 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날마다 그냥 무엇인가 버려도 되는 물건을 꺼낼 뿐인 똑같은 일인 듯 한 이 이야기는 직접 해보게 된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날마다 한꼭지의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하나씩 버리면 짐이 줄어들긴 할까? 분명한 것은 이제 아무것이나 사지 않는다는 것. 언젠가 버려질 때를 먼저 상상한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대만족'(88)하게 되기도 하고 '자꾸 뭔가를 버리려는 이 일이 잘하는 짓인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또다시구입하고 싶은 욕망때문에 뭔가를 버리는 건 아닐까?'(204) 라는 의문속에서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기도 한다.  

"1일1폐를 위해서는 먼저 버릴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분류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버릴 것을 잘 버려야 한다. 하지만 버리지 말아야 할 것까지 버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버리고 싶은데도 좀처럼 버려지지 않는 것, 버려서는 안되는데도 어느새 슬그머니 버리고마는 것이넘치게 만드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헷갈리지 않도록 선명한 시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219)

 

1일1폐 프로젝트의 시작은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이지만 자신이 실행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이뻐서 차마 쓰지 못한 메모패드들과 엽서들을 한가득 꺼내놓았다. 내가 싸그리 안고 있기만 하면 그건 나중에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쁜 메모지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왠지 기분이 더 좋아지는 듯 하다 - 엽서는 지인들에게 손편지를 써서 보낼 생각이다. 그리고 하나씩 정리를 하다보면 나의 소비 생활도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줄여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나에게 와서 그 쓸모를 다 하고 버려질 물건인지 생각하다 보면 쓸모없는 소비가 줄고 그러면 또 쓸모없는 생산이 줄어들 수 있고 지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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